'콘크리트 유토피아' 굉장합니다.
<미스트> 같은 영화를 본 기분으로 멍하니 상영관 나왔네요. 그 영화보다 더 이야기가 풍성하고 규모도 훨씬 큽니다.
영화는 우리나라가 아파트 공화국이 되어가는 역사를 경쾌한 몽타주로 보여주고 아이러니한 음악을 깐 뒤 대참사 이후의 지옥 같은 풍경으로 오프닝을 엽니다. 대지진으로 완전히 폐허가 된 서울에 유일하게 이야기의 주 무대가 되는 아파트 한 동만 멀쩡히 서 있는 모습이 무척 강렬하네요.
파워풀한 오프닝 이후, 아파트 사람들이 살아남기 위해 단합하여 외부인을 배척하고, 내부 갈등으로 대립하는 등 극한 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이기심, 생존 욕구, 드물게 발휘되는 인간애 등 다채로운 모습들로 끝까지 힘있게 흥미를 자극합니다. 캐릭터들은 실제로 그런 상황에 처한다면 누구나 할법한 행동들을 하고, 배우들은 본인들의 연기 최대치를 발휘하는 열연을 펼칩니다. 지금도 아파트 집값 때문에 울고 웃는 한국인들이 지극히 공감할 이야기를, 포스트 아포칼립스 생존 투쟁물에 기가 막히게 접목시켰네요.
분량이 많지는 않지만 CG로 구현된 대지진 영상이 무시무시하고, 폐허가 된 풍경들의 미술도 탁월합니다. 억지스럽지 않게 감정을 자극하는 강력한 이야기, 배우들의 연기력, 대작을 만들면서도 상업주의에 빠지지 않은 감독의 뚝심 있는 연출이 압권이고요. 강추하는 작품입니다만, 보고 나서 후련하기보다 착잡한 기분이 들게 하는 영화라 흥행이 좀 걱정 드네요. 잘됐으면 좋겠습니다.
gol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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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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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중
오호라, 고르고님의 한국영화 이정도 호평 오랫만에 봅니다.
개인적으로 아포칼립스와 재난류를 엄청 좋아하는데, 이전 유사 작품들에서 많이 벗어나지 못할까봐 다소 걱정했는데, 단평 쓰신걸 보니 기우였던듯 하네요.
역시 올여름은 콘크리트 vs 밀수 2파전으로 가겠군요. 기대하고 보러 가겠습니다.
역시 믿고 보는 이병헌 영화네요 기대됩니다.. ^^
^^
두 배우는 예상보다 훨씬 빨리 유명해졌고. 이제 감독님 차례네요.^^
다들 호평하셔서 괜스레 기분이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