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수-간단 후기(노 스포)
시원시원한 바다 풍경이 요즘 같은 무더운 여름에 찰떡처럼 어울리는 영화네요. 거기에 "밀수"를 위해 얽혀든 사람들의 군상이 1970년대라는 배경에 잘 녹아들었습니다.
배를 대고 물류를 나를 수 있는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항구라면, 무슨무슨 구실을 붙여 공단을 만들고 바다 따위 죽어도 어쩔 수 없는 부작용 정도로 취급하던 시대입니다. 그 시기, 가난한 해녀들과 이들의 생계를 유혹하는 밀수꾼들이 얽혀들어 벌어지는 범죄를 다루고 있네요.
김혜수와 염정아로 대표할 해녀 군단. - 두 분은 정말 한국에서 없어서는 안 될 배우라는 생각을 다시금 했네요.
박정민으로 대표할 밀수에 붙어 있는 일종의 거간꾼. - 어디서나 어떻게든 써먹을 수 있는 배우, 박정민!
실제 밀수를 행하는 조인성으로 대표할 기업 밀수꾼. -와 조인성! 대박대박. 매우 인상적입니다.
바다를 관리하는 세관을 대표하는 김종수의 공무원. -김종수 배우님 "물"을 만났어요.
이들 네 무리가 얽히고설켜 자신들의 이익을 쟁취하기 위한 케이퍼 무비라고 봐야하겠네요. 그들이 범죄를 실행하는 과정을 낱낱이 보여주며 당연히 벌어질 듯한 이야기의 결과를 변주해 반전까지 꾀하는.
한국에서 대표할 만한 케이퍼 무비로는 <도둑들>이 있습니다. 해외 영화로는 역시나 <오션스 11>같은 유명작...!
지금까지 보아왔던 류승완 감독의 주먹 액션이 아닌, 상당한 수위의 칼질 액션이 등장하는 터라 이 정도 대비만 하시면 시원한 바다를 마음껏 즐기며 여름을 대리만족하실 듯하네요. 그리고 1970년대 대한민국에서 성행했던 밀수에 대한 2020년대식 해석이라는 측면에서 지금의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매우 궁금하네요.
상당히 올드합니다. 이것을 굳이 다르게 또는 미화해 포장하지 않으려 했다는 의도가 느껴졌습니다. 그냥 그것 그대로 보여주기, 라는 의도. 위에서도 적었지만 이를 받아들일 오늘의 10-30대 관객 반응이 성패가 될 듯합니다. 개운하지만은 않은 핏빛 복수와 수위 등도 반드시 언급될 듯하네요.
개인적으로는!
한줄평했습니다만. 개발도상국가의 해녀 사용설명서가 아니었던가. 전쟁을 치르고 모두가 배를 굶던 시기를 얼마간 지난, 그래서 성공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을 때! 부를 바라보는 관점이 폭력적이며 불법적인 욕망과 어떻게 화학 작용을 일으키나, 이를 보여주는 영화가 밀수이지 않았을까.
영화가 생각보다 잔인하고 길며, 설마(에이 설마 아니겠지!) 했던 바닷속 무언가를 써먹은 데서는 약간 실소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범죄의 과정이 복기하며 되짚는데 이게 생각만큼 멋지다거나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답니다.
총평하면 엄청나게 신나고 미치도록 재미있지는 않았습니다. 류승완 감독님 영화 중에서 이 정도면 괜찮지 않아, 하는 정도였던 중간 평점 정도의 영화, 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그러나 분명한 것은, 시원한 바다와 어울리는 레트로 뮤직이 찰떡처럼 들러붙어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에는 속한다, 이런 애매하고 또 읽기에 따라 상반된 말로 마무리해야겠네요. SoSo-하게요!
제가 좋아하는 감독이라 기대가 엄청 컸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