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리뷰] 밀수 "여름 대작에 기대하는 희노애락의 향연"
우선 리뷰를 시작하기 전에, 본작은 70년대 복고풍 감성이 강한 영화입니다. 단순히 배경과 선곡뿐만 아니라 배우들의 연기 톤까지 70년대의 재현을 목표로 삼고 있어요. 이 지점에서부터 청년층과 중장년층의 평가가 꽤나 갈릴 거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전 10대 청소년이지만 이런 감성은 '호'였어요. 그러니까 만약 이런 감성이 불호라면 평가에 공감하기 힘드실 수도 있다는 점을 깔고 들어가겠습니다.
'발전'은 당연히 액션입니다. 영화의 클라이맥스에 크게 두 가지의 액션 시퀀스가 등장하는데, 첫 번째는 권 상사와 그의 애꾸 부하가 펼치는 대략 20 : 2 단체 격투 장면입니다. 권 상사와 애꾸는 액션 스타일이 조금 다르면서도 둘 다 빠르고 역동적인 움직임을 선보이는데, 이러한 동작을 공간의 제약 속에서 카메라 무브를 적절히 사용해 다수의 적을 상대로 무쌍을 펼치는 두 남자가 선사하는 쾌감을 완벽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해녀들의 수중 액션 장면인데, 이 장면은 오히려 수수하게 연출한 게 더 좋았습니다. 전투력이 떨어지는 해녀들이 펼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액션이였고, 영화로써 필요한 독창성은 수중이라는 배경이 충분히 제공해 주거든요.
'퇴보'는 편집입니다. 영화 내에서 장면과 장면의 연결이 끊긴다는 느낌을 자주 받아요. 장면과 장면 사이의 연결성이 다소 떨어지고, 사건의 전개도 컷을 자른 후 급격히 새로운 국면으로 트는 등 장면을 지속해 나가는 힘이 자꾸 빠져 버린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또한 영화 전반적으로 사용된 70년대 유행가의 경우는, '여러분 이 노래 아시죠?'라고 외치는 듯 영화가 70년대 노래를 끼워 넣으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굳이 음악이 불필요한 장면에서 음향을 일시적으로 지배하고 사라지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증명'은 배우들입니다. 주연 배우들 전부 연기력이 정말 뛰어납니다. 염정아도 염정아지만, 특히 김혜수와 박정민 배우는 '내가 아니면 이 역할은 안 된다'라고 외치는 듯 영화 전반에 걸쳐 자신만의 독특한 캐릭터를 창조하고 또 완성시킵니다. 김혜수와 박정민은 각본에서 빚어진 대사나 움직임 하나하나까지 조춘자와 장도리의 것으로 재탄생시키며 영화의 시동을 걸고, 염정아가 맡은 엄진숙이 극의 중심을 잡아 주며 영화의 닻을 내리는 듯한 느낌이예요. 아, 다양한 감정선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교차시키는 고민시 배우도 빼놓으면 섭합니다.
'변주'는 각본입니다. 복고풍 영화나 드라마는 많았지만 이렇게 작정하고 70년대 쌈마이 감성으로 돌아간 영화는 얼마 없었죠. 간단하게, 김혜수 배우가 나오는 장면을 한 번만 봐도 이 영화의 분위기가 잡힙니다. 또한 각본 전반에 걸쳐 서사를 전개하면서도 변곡점을 파는 능력이 뛰어난데, 쉽게 말하자면 예상 가능한 이야기가 예상 가능한 반전을 숨겨 버립니다. 또 김혜수 칭찬을 안 할 수가 없는데, 김혜수가 없었으면 이 영화는 전개도 변곡점도 유도하기 어려웠을 거예요. 김혜수는 최근 작품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분위기를 창조하는 기둥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익숙함이 지루함으로 변질되는 것을 막아 버리거든요.
정리하자면, 올해 여름에 참 잘 맞는 영화입니다. 시원하고, 청량하며, 때로는 브레이크가 걸리기도 하지만 여러 방향으로 질주하죠. 아마 다음 주는 '더 문'과 '비공식작전'이 피 터지게 싸우고 2주 후에는 그 결과에 따라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파이를 차지할 텐데, 그 가운데 유일하게 중장년층을 타겟으로 한 '밀수'는 틈새 시장을 파고들며 흥행을 유지할 만한 저력이 충분히 보입니다. 보통 관객들은 편집 상의 실수를 눈치채면서 영화를 보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어찌 보면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여름 대작'스러운 영화인 셈이죠.
영화에도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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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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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한 후기 잘 봤습니다. 흥행 결과 예측이 힘들겠네요.
사실 빅4 중 중장년층들이 볼 만한 영화가 비공식 사알짝하고 밀수 정도라, 중장년층 사이에서 입소문만 잘 타면 장기 흥행이 가능할 것 같아요.
어떻게보면 아바타2를 참고했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