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비>를 보고
0.
북미에서 ‘바벤하이머’ 열풍이 굉장한 가운데 국내에도 <바비>가 개봉을 했는데요.
그레타 거윅의 전작들을 좋게 본 것은 물론이거니와 좋아하는 배우 라이언 고슬링의 출연 등으로 기대했던 지라 이렇게 보고 왔습니다.
1.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특정 장면을 유쾌하게 패러디한 오프닝으로 막을 여는 이 영화는 ‘평등’, ‘페미니즘’ 등을 주제로 삼아 세태를 풍자라는 시트콤입니다.
전체적인 설정이나 바비랜드와 현실세계를 오가는 구체적인 방법이나 (스포를 피해 두루뭉실하게 말하자면) 결말 등을 놓고 보면 사실 비현실적이고 논리적이지 않은 부분이 많습니다.
그런 논리적 허점을 따지고 들면 이 영화의 컨셉이나 아이디어를 받아들일 수 없어 러프하게 받아들이시는 게 좋습니다.
2.
이 영화가 가진 화법은 관객들이 흔히 기대할 만한 이야기를 초반에 어느 정도 보여준 후 감독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드러내는 식입니다.
그러니까 바비가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15분까지는 바비를 활용한 뮤직 드라마와 아이디어들이 핑크색 세트장과 화려한 시각적 효과와 함께 펼쳐집니다.
영화의 30분이 되는 시점에서 바비와 켄이 현실 세계로 가게 되면서 그레타 거윅 감독이 하고픈 이야기가 거침 없이 펼쳐집니다.
3.
그래도 영화의 절반이 되는 지점 이후부터 판이 뒤짚어질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그 지점이 이르긴 했습니다.
바비와 켄이 현실 세계로 오게 되면서 극단적일 정도로 페미니즘 유토피아와 가부장제 제도를 나누어 줄곧 비교하고 아예 시선을 사상 관련된 방향으로 돌려 설파합니다.
4.
어떤 메시지에 대해 강력히 주장한다고 해서 전혀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물론 동어반복으로 한 얘기만 계속 하면 따분함은 있겠죠)
은유적이고 시청각적으로 묘사하는 매체의 예술적 특성을 활용했다기 보다 대사를 통해 직접적이고 반복적이며, 강박적이고 설명적인 방식으로만 줄곧 메시지를 묘사하다보니 좀처럼 수렴하기 어려워진달까요.
5.
러닝타임의 60분이 되는 지점에서 다시 바비가 현실로 돌아와 또 다른 위기를 맞고 80분 째에 클라이맥스에 도달해가는데 뚜렷하다 못해 지나치게 강한 메시지에 사건이나 캐릭터가 끌려가는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 역시 대사를 통한 직접적인 방식이기도 하고요.
6.
그런데도 군데군데 ‘마고 로비’를 직접 언급하는 나레이터의 영화 외적 활용이나 포복절도 할 ‘I'm just Ken’ 장면에서의 라이언 고슬링의 코믹 연기 등 유머의 양과 질이 상당히 좋은 시크콤이라 흡사 재치 있는 교양 수업을 들은 듯한 인상을 줍니다.
정말이지 라이언 고슬링의 코믹 연기는 두고두고 회자될 정도이고, 전형적인 바비 인형 같은 외모의 마고 로비의 연기는 <바빌론>에 이어 또 한 번 좋으며, 개인적으로 시무 리우도 눈에 띄더군요.
한 줄 평 : 핑크색 시트콤의 페인트로도 덮을 수 없는 직접적이고 강박적인 그레타 거윅의 강연
추천인 4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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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전인데 궁금합니다. 해외에서 엄청난 흥행몰이인 것도 같고 말입니다. 봐도 후회가 없다면.
나쁘지 않게 보신 것 같네요. 호..로 생각해도 될까요?
저도 라이언 고슬링이 영화를 상당 부분 캐리했다고 생각해요. 시무 리우도 꽤 존재감 있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