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멘탈' 피터 손 감독의 일본 매체 인터뷰 번역
엔타메오보라는 일본 매체가, 일본서 뒤늦게 개봉하는 <엘리멘탈>의 피터 손 감독과 인터뷰한 글이 있어서 우리 말로 옮겨봤습니다.
영향 받은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에 대해서도 밝혔네요.
https://tvfan.kyodo.co.jp/feature-interview/interview/1394520
불, 물, 흙, 바람의 원소들이 사는 엘리멘트 시티. 가족을 위해 불의 거리를 떠나지 않고 아버지의 가게를 이을 꿈을 향해 노력하는 불의 소녀 엠버는, 어느 날 자신과 정반대인 자유분방한 마음을 가진 물의 청년 웨이드와 만난다. 디즈니&픽사의 최신작 <엘리멘탈>이 8월 4일부터 (일본) 전국에서 개봉된다. 이 작품을 연출한 피터 손 감독에게 영화의 담은 생각을 물었다.
Q: 일본에는 ‘물과 기름’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 영화에서는 '불과 물'이라는 독특한 관계가 그려졌습니다. 그 발상은 어디서 나온 건가요?
A: 사실 불이나 물이라기보다도, 이 영화는 부모님과 저와의 관계가 발단이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어렸을 때 저는 미국에서 자라기도 해서 한국에서 이민을 온 부모님과 많이 부딪혔어요. 그런데 제가 어느 무대에 섰을 때 관객석에 부모님이 계셨는데, 그분들이 얼마나 나이를 드셨는지, 그동안 우리를 위해 얼마나 많은 희생을 치렀는지, 그런 감정이 갑자기 솟구쳐서 단상에서 감사의 말을 전했습니다. 사실 그 일이 이 영화의 계기가 되었어요. 거기서부터 이민자라는 것, 외국인이라는 것. 그리고 좋아하는 사람이 나와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이라면 어떻게 될까 하는 것으로 발전해 나갔습니다. 물에 관해서는, 제가 한국계가 아닌 사람과 사랑에 빠졌을 때 부모님과 가족들이 “한국인이 아니라니...”라는 반응을 해서, 거기서 나오게 된 거예요.
Q: 픽사 애니메이션의 패턴 중 하나가 처음에는 위화감 드는 이질적인 캐릭터에 점차 익숙해지고, 어느새 그 캐릭터에 감정이입을 하게 되는 것이 있어요. 이 영화도 그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주인공들을 이질적인 존재로 만든 의도는 무엇인가요?
A: 좋은 질문 감사합니다. 제가 어렸을 때는 아시아계 작품은 거의 없었고, 저와는 다른 인종의 사람들이 나오는 작품들만 있었어요. 그래서 부모님께서는 전혀 이해 못했고, 마음이 통하지 않은 부분도 있었죠. 하지만 애니메이션은 달랐어요. 의인화된 것도 포함해서 부모님과 저도 이해할 수 있었고, 그 애니메이션 작품을 통해 소통할 수 있고, 유대감을 돈독히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보편성 같은 것을 저는 어렸을 때부터 계속 추구해 왔습니다. 어른이 되고 나서는 은유를 찾는 것이 재미있다고 생각하게 되었고요. 말씀하신 것처럼 중요한 것은 공감할 수 있는가,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죠. 그렇게 생각하면 애니메이션은 인생의 여러 가지를 상징적으로 표현할 수 있고, 동시에 폭발적인 존재도 될 수 있습니다. 그런 존재에 우리 인간이 과연 감정적으로 연결될 수 있을까. 이번에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출발했습니다.
Q: 이번 영화는 기존의 픽사 작품과 다르게 엠버와 웨이드의 러브스토리가 전면에 부각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뭔가 의도하는 바가 있었던 건가요?
A: 물론 의도적인 부분도 있고, 교제할 수 없다고 여겨지는 불과 물이라는 상반된 존재가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 기적이 일어날 수 있을까 하는 부분이 이 작품의 원동력으로 작용합니다. 동시에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어디에 속해있는지, 혹은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주제를 파고들었습니다.
Q: 이 작품은 색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불이나 물을 표현하는 것이 무척 어려웠을 거로 생각하는데요. 색채에 대해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나요?
A: 감정 표현이라는 측면에서 아주 중층적으로 색채 디자인을 한 작품입니다. 주제 중 하나인 정체성이라는 의미에서, 엠버가 그 장소에 속하느냐, 속하지 않느냐가 중요했어요. 파이어타운에 있을 때는 모두와 같은 붉은색으로 물들어 있지만, 바깥세상으로 나오면 다른 색을 띠게 되죠. 하지만 웨이드라는 존재를 통해 빨강과 파랑이 섞여 보라색이 되고, 결국 그 두 가지가 하나로 합쳐졌을 때 아주 강렬한 보라색이 됩니다. 이처럼 엠버의 감정을 색채로 표현하는 점도 중요한 부분이었습니다.
Q: 이 작품은 인종, 이민, 차이, 부모와 자식, 만남, 가능성 등 다양한 문제가 내포되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감독님 입장에서 관객들이 가장 느꼈으면 하고, 봐줬으면 하는 점은 어떤 부분인가요?
A: 역시 공감과 배려라는 것이 가교가 되어 누군가와 연결된다는 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것은 실제로 제가 부모님에 대해 했던 행동이기도 합니다. 그러려면 작은 용기가 필요하지만, 그 작은 행동이 아주 큰 결과로 이어진다는 걸 알기에, 영화를 보고 난 관객들이 이를테면 오랜만에 가족에게 연락하거나, 누군가와 좀 더 친밀한 관계를 맺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정말 기쁠 것 같습니다.
Q: 이번 작품을 만들면서 영향을 받거나 참고한 영화가 있었나요? 그리고 일본 애니메이션에 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일본 애니메이션으로부터도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오토모 카츠히로 감독의 <아키라>(1988)와 함께 자란 세대입니다. 그 작품의 오프닝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는데, 네오도쿄를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했어요. 그 색채의 느낌을 저는 curatorial이라고 부릅니다만, 판타지이면서 사실적이기도 한, 동시에 두 가지 요소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번에 그 점도 참고했습니다. 그리고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너의 이름은>(2016)은 전혀 다른 세계에서 온 사람들끼리 연결되는 이야기이기도 해서, 그 점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곤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90년대에 자랐기 때문에 스오 마사유키 감독의 <쉘 위 댄스>(1996)를 무척 좋아합니다. 그 작품도 배경이 다른 인물들이 춤을 통해 연결되는 작품이기도 하죠. 이처럼 제 안에서, 여러 작품에서 가져온 것들을 참고로 삼았습니다.
Q: 감독님께서 말한 부모와 자식의 단절에서 화해로 이어지는 주제로 말하자면, 저는 <엘리멘탈>을 보면서 <꿈의 구장>(1989)이라는 영화가 떠올렸습니다.
A: 저도 그 영화를 아주 좋아하는데 반갑습니다. 그 영화는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였지만, <엘리멘탈>의 엠버는 딸이고 저에게도 딸이 있는데, 자식으로서 부모에 대해 어떤 의무를 느끼는지, 자신을 희생한다고 한다면 과장이겠지만, 상대를 위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파고든다는 점에서 <꿈의 구장>과도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영화의 볼거리를 포함해서, 앞으로 볼 일본 관객들에게 전할 메시지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A: 이렇게 작품을 보여드릴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가능하다면 큰 스크린의 극장에서 봐주셨으면 합니다. 여러분들이 극장을 나올 때까지 즐겁게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다 같이 만든 작품이라서, 많이 웃어주시고, 가족이나 친구와 나눴던 추억으로, 영화에 관해서 이야기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고, 더 관계가 깊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든다면 정말 기쁠 것 같습니다.
golgo
추천인 4
댓글 4
댓글 쓰기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꿈의 구장!
땅 불 바람 물 마음 다섯가지 힘을 하나로 ~ 캡틴 플래닛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