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검심 리메이크 1화 감상 후기

   일본 막부 말기 동란의 시기에 유신지사 편에 서서 암살자 및 전위 검사로 활동하며 수많은 사람을 죽였으나, 메이지 유신이 달성되고 평화가 찾아온 후 모든 것을 버리고 방랑길에 오른 막부 말기의 유신지사 히무라 켄신.

　"바람의 검심(るろうに剣心 -明治剣客浪漫譚-)"은 사무라이 검사들의 살벌한 검술 대결을 소년 만화의 터치로 박진감 넘치게 그려내면서도 당시 일본의 시대상을 담은 묵직한 주제의식으로 엄청난 인기를 모은 만화입니다. 일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여러 나라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죠.

　그 인기에 힘 입어 1996년에 TV 애니메이션이 처음 제작되어 2년 반이 넘는 시간 동안 95화나 방영되었고, 극장판 애니메이션 한 편과 여러 편의 OVA 시리즈가 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TV 애니메이션은 원작만화가 연재되는 도중에 제작된 탓에 원작에 없는 오리지널 스토리가 많이 들어가서 호불호가 크게 갈렸고, 극장판과 OVA 시리즈들은 상당히 안 좋은 평가를 받았죠. 켄신과 토모에의 비극적인 사랑을 다룬 4부작 OVA '추억편'은 유일하게 평가가 좋지만, 원작만화의 분위기를 배재하다시피 한 작품이라 호불호가 약간 갈렸습니다.

　그러다가 2022년에 바람의 검심이 리메이크된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2023년 7월 7일에 일본에서 첫 방송을 탔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애니플러스를 통해 하루 늦은 7월 8일 토요일 10시에 방송되었습니다.

　스토리는 원작만화 1화의 내용을 거의 그대로 충실하게 따라갑니다. 자칭 '카미야 활심류의 히무라 발도재'라는 괴한이 밤마다 나타나 무차별 살인을 저지르자 카미야 활심류 검도 도장의 사범 대리인 카미야 카오루가 직접 범인을 추적하는데, 그러다가 날이 반대로 되어 있는 역날검을 지닌 나그네 검객과 만나게 된다는 내용이죠. 알고 보니 이 작은 체구의 어벙한 나그네가 진짜 칼잡이 발도재였고요.

　일단 작화는 최신작답게 상당히 깔끔합니다. 캐릭터 디자인은 원작보다는 아주 약간 부드러워진 느낌이더군요. 색상 구성은 단풍이 절정에 이른 가을의 숲속을 연상시킬 만큼 상당히 화사하고요. 검술 대결이 액션의 핵심이라 유혈이 낭자하는 연출이 나오는데, 아직까지는 잔인한 장면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다소 잔혹한 장면들이 나올 때는 어떻게 되려나요?

　오프닝에서 연출된 검술 액션은 상당히 빠르고 강력해 보여요. 나중에 좀 더 강력한 고수들이 등장하면 꽤 볼 만할 것 같습니다.

　일단 1화만 놓고 보면 일반인의 시점에서 달인의 압도적인 검술을 바라보는 느낌입니다. 켄신이 검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건달들이 서너 명씩 날려가는 것으로 연출되었는데, 이것도 원작만화 1편을 거의 그대로 충실히 따르고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게, 켄신이 휘두르는 검이 맞부딪힐 때 울리는 음향이 너무 가볍다는 겁니다. 금속 타악기를 칠 때처럼 챙 하고 울리는 것 같은 소리가 들리는데, 검투 액션의 묵직함을 확 죽여 버리는 것 같더군요. 바람의 검심 실사영화에서 쉿덩이가 맞부딪히고 끼기긱 갈리는 느낌이 전혀 없습니다. 다른 고수들이 등장하여 싸울 때에도 음향이 이렇게 가볍게 들리지 않길 바랍니다. 

　리메이크되면서 성우진들도 전면 교체되었죠. 예고편이 처음 공개되었을 때에는 켄신의 목소리가 가벼운 것 같다는 평가가 있었는데,

사실 최초 TVA 시리즈에서도 켄신의 목소리를 여성 성우가 맡았던 터라 설득력이 별로 없어요. 리메이크 1화를 찬찬히 다 보니, 일단은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켄신이 평소에는 온화한데다가 약간 어벙한 느낌까지 있는데, 그런 분위기와 잘 맞다고 생각해요. 나중에 켄신이 격한 감정을 들어내는 장면이 나올 때 어떤 느낌이 들지 두고 봐야 할 것 같아요. 

　애니메이션 자체는 무난하게 나온 듯합니다. 깔끔한 작화, 무난한 액션, 원작을 거의 그대로 옮긴 듯한 각색 등등 원작 만화의 분위기를 크게 건드리지 않으려고 애쓴 흔적이 역력합니다. 유일하게 마음에 안 들었던 게 검이 맞부딪히는 음향이 너무 가볍게 들린다는 것이었어요. 이제 막 1화가 방영되었을 뿐이니까 좀 더 기다려 봐야겠지만, 이후에 검투 액션이 훨씬 강렬해졌을 때에는 이런 가벼움이 느껴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설마 그 얼굴에 30살이 넘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