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시3> 후기: 말맛은 챙겼지만 슬슬 패가 보이기 시작했다
형사물의 묘미는 무엇일까 생각해봤습니다. 화끈한 액션은 디폴트값으로 잡되 영악한 상대를 잡기 위해 쉽게 드러나지 않는 묘수를 클라이맥스에 발휘하며 반전의 카타르시스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더군요. 하지만 <범죄도시3>가 내놓은 패는 꽤나 평면적이고 분명해보였습니다. 이젠 모든 장면에서 마석도의 주먹이 묻지마식 개연성으로 작용할 정도였으니까요.
제작진도 이걸 염두에 뒀는지 빈약한 서사의 층위를 메워줄 '말맛'에 무게를 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매 시퀀스마다 등장하는 마석도의 말장난은 흡사 '극한직업'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물론 경쾌하고 유쾌한 매력도 있었지만 시리즈를 지나치게 코미디화시키는 단점은 상당히 아쉬웠습니다.
빌런을 소탕하는 기승전결보다도 빌런이 어떤 식의 말장난으로 조롱당하고 얻어맞는지가 부각되는 건 이 시리즈를 장기 프로젝트로 기획하고 있는 상황에선 점점 소구력을 잃게 만드는 패착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요.
관객들은 이제 압니다. 마석도는 절대 무너지지 않고 극악무도한 존재조차도 그의 주먹 앞에선 산송장으로 전락한다는 사실을요.
그렇다면 향후 시리즈에선 뭐가 더 필요할까요? 완벽한 악역 캐스팅은 필수 공식이 된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시도는 '사건의 다층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순히 하나의 키워드로 귀결되는 사건을 두고 다단계식으로 피라미부터 우두머리를 잡는 서사에서 더 나아가 다양한 범죄 형태를 엮어 마석도에게 복합적인 시련의 서사를 부여하는 식인 거죠. 그에 걸맞은 빌런들도 두 명 이상으로 설정할 수 있겠고요.
무엇보다도 개인의 무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을 만큼 영화 속 범죄가 거대하고 무섭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도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마석도의 사이드킥들(장이수, 후배 형사들 등)이 가져가야 하는 무게감도 더 필요할 거고요.
웃긴 거 좋습니다. 마동석 특유의 능글맞은 연기는 볼수록 매력적이고요. 다만 그 매력에 너무 쏠리지 않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더 예상불가한 사건과 주먹 하나에 쉽게 쓰러지지 않는 빌런들을 구축하고 체현해내는데 제작진들이 힘을 써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럼에도, 모처럼 유쾌하게 웃었으니 그걸로나마 만족합니다 :)
추천인 11
댓글 7
댓글 쓰기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이번 영화의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