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스포 100% 주의) 남은 인생 10년 후기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나 완벽한 영화였습니다
남주가 백수라는 설정이 일본의 히키코모리들과 현재 우리나라의 취업포기자들을 연상캐해서 현실성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고마츠 나나도 시한부 인생으로 제대로 된 직업을 가지지 못하고 고생하는 모습도 현실적이였고
서로가 부담없게 만날 수 있는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는 설정 덕분에 억지로 엮는다는 느낌이 하나도 들지 않았습니다
고마츠 나나의 시한부 인생
사카구치 켄타로와 연애를 시작하면서 빠르게 지나가는 행복한 장면에서 눈물이 터져나왔습니다
감독은 왜 그렇게 그장면들을 빠르게 지나가도록 만들었을까요
행복한 장면들이 빠르게 지나간다는 것은 시한부 인생을 사는 여주의 남은 시간이 빠르게 줄어든다는 뜻이니 한창인 연인으로서 행복한 그 모습이 너무나 슬프게 느껴졌습니다
영화 초중반에 배경으로 나오는 사각형 액자들이나 문 그리고 집안의 풍경들이 저는 마치 딱 정해진 틀이라고 느껴졌습니다
원은 끝이 없지만 사각형은 모서리 부분에서 끝나는 느낌이 들잖아요
행복한 장면들 속에서 고마츠 나나가 손가락 사이에 동그란 태양을 넣고 캠코더로 녹화하는 장면이 반복돼서 나오는 것에서 영원한 삶을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염원이 느껴지는 것 같았습니다
특히나 시한부 인생의 여주 고마츠 나나가 직접 검지와 엄지로 태양을 마치 집는 느낌이 들면서 여주가 삶을 더 살고 싶다는 바램을 나타내는 것 같아서 더욱 슬펐습니다
처음부터 시작되는 캠코더 녹화도 왜 녹화를 하는 것일까 생각을 해보니 녹화한 것은 영원히 남으니 짧으면 짧은 10년이란 인생을 사는 여주가 영원히 남고 싶다는 걸 표현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스키장을 간다고 했을 때도 왜 스키장일까 했는데 거기서 남자주인공이 프로포즈를 하더라구요 하얀 스키장의 비탈을 둘이서 같은 썰매를 타고 내려와서 반지로 프로포즈 하는 이 모습. 결혼식장에서 버진로드를 함께 걸어간 후 반지를 건내주면서 함께 살아달라고 하는 모습과 비슷해서 인상 깊었습니다
고마츠 나나는 심장병 때문에 맥박이 빠르게 뛰면 안 되니까 운동도 못하고 연애를 해도 심장이 빠르게 뛸 수 밖에 없는 한 밤의 아름다운 사랑을 못하지 않습니까?
그러니 고마츠 나나는 순결을 반강제적으로라도 지킬 수 밖에 없었고 스키장 방 안에서도 키스만 할 뿐 사랑을 나누지는 못했습니다. 그리고 샤워실에서 울고 남주를 떠나버렸죠
하지만 영화 마지막부분에 병실에서 다시 캠코더를 보면서 여러가지 추억들 그 중에서도 스키장에서의 추억이 담긴 vod를 삭제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게 고마츠 나나가 가져가려고 했던게 아닐까요?
그리고 꿈에서 결혼도 하고 그리고 유한한 인생을 사는 인간이 무한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 아이를 낳고 행복해하는 꿈을 꾸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너무나 아름다웠습니다
딸의 죽음을 받아들 수 밖에 없는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고마츠 나나가 아버지 어머니의 피를 이어갈 수 없으니 언니가 임신을 해서 유교적인 피를 이어가야 한다는 부담도 덜어줘서 감독이 참 친절하다고 느꼈습니다
누구보다도 슬플 수 밖에 없는 주인공과 그주변인물들의 담담한 태도를 너무나 현실적이고 적절하게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유한한 삶을 사는 인간이 영원하려면 가장 의미 있는 사랑과 결혼과 출산 하지만 고마츠 나나는 몸 상태 때문에 불가능한게 너무나 슬프잖아요
하지만 사카구치 켄타로와의 사랑으로 불가능 한 것 빼고는 다 이뤘으니까 고마츠 나나는 남은 10년을 아주 바람직하게 보낸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고마츠 나나의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어준 남주도 너무나 고마운 존재였습니다
마지막 캠코더에 나오는 장면은 벚꽃이 휘날리는 그리고 그 곳에 다시 서있는 남주. 고마츠 나나 덕분에 삶을 다시시작하게 된 켄타로에게 있어서도 고마츠 나나는 고마운 존재였으니까요. 여주는 죽음으로 마지막을 맞이했지만 남주는 고마츠 나나를 담담히 보내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여운을 남겨주는 장면이였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고마츠 나나의 마지막 순간에 잘했다 잘살았다고 말해주는 모습이 너무나 인상적이였습니다. 과연 내가 삶의 마지막 순간에 나에게 인생을 잘 살았다고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저는 그런 삶을 살고 있을까요?
고마츠 나나는 캠코더 녹화나 태양에서 느껴지는 영원하고 싶다는 염원이 남주의 기억속에서 영원히 남으면서 목적을 달성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돌아가신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지인들을 기억해주는 것의 중요성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에서 워보이들이 마지막에 기억해줘!!!! 기억할게!!! 라고 외치는 장면이 다시 떠오르는 영화였습니다
처음 캠코더로 시작하는 1인칭 시점의 카메라 워크가 굉장히 독특해서 지루함이 없었고 빠져드는 스토리와 생각하게 만드는 상징들 덕분에 영화가 끝날때까지 너무나 재밌게 봤구요 엔딩 크리딧에 같이 나오는 엔딩곡도 정말 적절했습니다
가사가 전 지구인의 삶을 10분씩 모아서 내 안에 채울 수 없을까였나 시한부 인생을 사는 고마츠 나나의 아쉬움이 엔딩곡에서 다시 한 번 느껴졌습니다 노래가 끝나면서 엔딩 크레딧도 딱 끝나고 영화관 불이 좀 더 환하게 켜지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나 완벽한 영화다 이건 14000원이 전혀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영화 보면 그냥 영화만 보고 감독 이런거 잘 안 찾아보는데 후지이 미치히토 기억해야 되겠습니다 너무 잘 만들었네요
그리고 가장 놀라운건 다시 생각해봐도 고마츠 나나의 연기가 영화 내도록 너무나 완벽하단 것이였습니다 아니 진짜 저 사람이 죽는거 아니야? 예뻐서 그런지 몰라도 감정이입이 팍팍 되면서 연기가 엄청 성숙하다 느껴졌습니다
덥수룩한 머리의 켄타로가 점점 이마를 까면서 번듯한 어른이 돼 가는 모습을 연기한 남주의 연기도 점점 성장해가는 게 느껴져서 마지막에 이제 혼자 살아가야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안심이 됐습니다
10점 만점에 20점입니다
좋은 리뷰 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