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 VOL 3> - I Love You Guys
이번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 Vol3>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어벤저스 : 엔드게임>이후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과 나란히 할 수 있는 아주 잘 빠진 영화다. 히어로물 시리즈의 마지막을 어떻게 장식해야 하는지 잘 보여주는 영화. 어벤저스 이후, 마블 캐릭터들에 감정 이입해서 본 영화는 아주 오랜만이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고, 시원 섭섭하지만 기쁜 마음으로 후기를 남길 수 있어 기분이 좋다.
Creep(1993) - Radiohead
I wish I was special, I don't belong here
https://www.youtube.com/watch?v=4BX5xpB2DBM
영화는 라디오헤드의 Creep 노래로 시작한다. 영화를 본 모두 첫 장면에 빠져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노래 가사 중 I wish I was special, I don't belong here은 주인공들을 떠오르게 한다. 다양한 생명체들이 모인 우주 그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하는 주인공들. 그들은 고향에서 살지도 않는다. 독특한 사연을 가졌고. 떠돌이처럼 살고 있다. 그래서 이들이 거주하는 장소의 이름도 노웨어다. 주인공들 같은 캐릭터들이 모인 곳이기도 하다. 상징적인 가사로 볼 수 있다. 캐릭터들의 서사와 노래 가사가 찰떡인 경우는 많이 경험해 보지 않아서 인상적이었다. 첫 장면에서 로켓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과장 보태서 CG가 아닌 사람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I wanna have control, I want a perfect body, I want a perfect soul인격은 가졌지만 동물의 몸으로 살아가는, 자신의 아픈 과거와 현재 모습을 외면하거나 바꾸고 싶어 하는 마음을 가진 로켓에게 적합한 가사다. 영화에서 이 노래를 처음 부른 캐릭터가 로켓이기도 한 만큼 노래 가사의 주어는 로켓으로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이 노래 가사를 보다 보면 빌런이 떠오르기도 한다. 빌런이 영화 내내 집착하는 것이 완벽함이기 때문이다. 인위적인 통제를 통한 완벽한 생명체, 완벽한 몸, 완벽한 인격, 지금의 우주 문명이 아닌 완벽한 문명을 창조하고자 한다. 현재 우주에 속하고자 하는 욕망도 없고, 더 특별하고 완벽한 것을 욕망한다.
이 둘의 차이점은 욕망을 대하는 태도다. 로켓은 완벽한 몸에 대한 욕망은 가지고 있지만 자신을 바꾸고 싶어 하진 않았다. 불행한 과거가 있어도, 세상이 그를 인정하지 않아도 나름대로 세상에 분투하며 원래대로의 로켓으로 살고자 노력해왔다. 반면, 빌런은 원래 그 자체의 생명들을 인정하지 않았고 더 완벽한 개체로 만들기 위해 생명들을 희생시켜 왔다. 로켓이 나쁜 마음을 가졌다면 빌런과 같은 인물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run whatever makes you happy, whatever you want가사처럼 로켓과 그루트를 제외한 원년 멤버들은 각자의 길을 찾아 떠난다. 퀼은 마지막 남은 가족, 할아버지를 보러 지구에 간다. 퀼은 지구에 돌아가지 않았으면 영영 느끼지 못했을 가족애를 마침내 느끼게 된다. 멘티스는 에고의 하수인으로, 가이언즈의 멤버로 살아왔다. 이제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고자 가디언즈를 떠난다. 가모라는 가디언즈가 아닌 그녀의 집 라바저스로 복귀한다. 네뷸라는 이때까지 가져본 적 없는 집을 짓고자 노웨어에 남는다. 드랙스는 네뷸라를 도와 줍줍들의 아빠가 된다. 로켓은 다음 가디언즈 캡틴이 되어 그룹을 이어나간다. 그루트는 새로운 가디언즈의 멤버로 남는다.
모두 각자 원하는 삶을 찾기 위해 나아가는 모습이다. 저 노래 가사에 wherever you wanna go, 이 한 문장 추가해도 될 것 같다. Creep 노래 자체에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 Vol3>의 중요 서사가 들어있다 해도 무방하다. 가오갤 기조를 느끼게 하는 노래이기도 하고. 영화 스토리에서 노래가 주인공과 빌런의 서사로 풀어지기도 한다. 이런 경우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처음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일반 히어로물 영화에서 노래가 액션 장면에 어울리기 위함이거나 극대화하기 위해 활용되는 것과 차이가 있다. 가오갤의 최대 강점이다.
Come And Get Your Love - Redbone가오갤 1편으 모라그 행성에서 퀼이 이 노래를 듣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이번 3편은 캡틴 로켓의 가디언즈 멤버들이 나오며, 로켓이 퀼에게 받은 플레이어에서 이 노래를 틀며 끝난다. 1편이 관객을 가디언즈에 끌어들이는(come) 영화였다면, 3편은 지금까지 함께 해온 팬들에게 사랑을 돌려주는 영화(Get Your Love)로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우주 어딘가의 쩌리로 시작했지만 이젠 집도 있고 가족도 있다고, 이게 다 당신들 덕분이라고. 그 마음을 담은 것 같기도 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bc0KhhjJP98
마블 히어로물이 성공하기 위한 조건 : 감정이입이번 가오갤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중 가장 감정적인 영화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노래부터 등장하는 캐릭터와 동물들 그리고 스토리까지 많은 치트키가 적용된 영화기 때문이다. 많이 봐왔던 신파적 연출이 보이기도 하지만 억지 눈물을 쥐어짜는 연출을 하진 않았다. 연출이 촌스럽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다른 것들이 그것을 상쇄한다. 왜 그럴까?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와 어벤저스를 거쳐오며 각자 캐릭터들의 서사가 쌓였고, 여기에 관객들의 감정 이입이 성공했기 때문이다. 히어로 영화의 성패는 관객들이 주인공 캐릭터에게 감정 이입을 하느냐 못하느냐다. 히어로지만 역설적이게도 인간적인 측면을 지닌 히어로 캐릭터가 성공할 확률이 높다. 토르나 캡틴 아메리카가 아닌 아이언맨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비록 토니 스타크가 부자에다가 똑똑한 능력자지만, 그도 인간이라 감정적이고 실수들도 한다. 그래서 다른 히어로들에 비해 감정 이입하기 쉬운 캐릭터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주인공들도 마찬가지다. 우주에 살고 있고 특이한 외형을 가지고 있지만 어느 캐릭터에게나 감정 이입 가능한 인간적인 과거를 가지고 있다. 외형은 인간과 다르지만 내면은 그냥 보통의 인간과 같다. 그래서 관객들이 이들의 서사에 몰입하고 감정 이입이 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이들이 죽을 때 뭉클해지고, 그들이 헤어질 때 시원 섭섭해지는 것이다.
졸라! 뇌피셜
천지창조
퀼이 빌런 함선에서 탈출하면서 떨어트린 플레이어를 줍느라 탈출하지 못해 죽을뻔했을 때, 아담 워록이 퀼을 구해주는 장면이 있다. 누구나 천지창조가 떠올랐을 텐데. 이번 영화의 주인공은 로켓이지만, 결국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퀼에서 시작해 퀼에서 끝나 다음 세대로 이어진다는 의미를 보여주기 위해 이렇게 연출한 게 아닌가 생각된다. 그래서, 퀼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창조했다는 의미를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I am done running
퀼이 함선에서 탈출하자고 할 때 로켓이 더는 도망가지 않겠다고 말하며 빌런들에게 향하는 장면이 있다. 그러면서 퀼은 계획을 바꾸고 바로 로켓을 따른다. 이때 나머지 가디언즈들도 로켓을 따라간다. 이때 로켓이 중앙에 위치하고 퀼이 왼쪽 측면으로 빠진 구도로 장면이 나온다. 로켓이 다음 가디언즈의 캡틴이 된다는 복선 장면이라 생각한다. 또한, 과거의 기억에 맞서 싸우려고 결단하는 로켓의 성장을 보여주는 장면으로도 보였다.
매트릭스
매트릭스 3편을 보면 기계 벌레들이 시온을 침략하는 장면이 나온다. 빌런 함선에서 나온 외계인들이 노웨어를 침략하는 장면과 비슷하게 보였다. 이외에도 비슷한 부분들이 있다. 빌런 함선에 갇힌 아이들을 보면 기계 문명에서 배터리로 쓰이는 인간들의 모습이 연상되기도 한다. 이들은 기계 문명과 빌런이 원하는 (신)세계의 존립을 위해 소비된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아일랜드
스칼렛 요한슨과 이완 맥그리거 주연의 아일랜드 영화가 있다. 로켓의 친구들과 완벽한 문명을 만들기 위해 희생된 캐릭터들은 아일랜드에서 원래 인간을 위해 소비되는 복제 인간들로 등치 해도 무리 없다고 생각한다. 스토리도 비슷하다. 복제 인간이나 여기서 나오는 동물들이 신세계로 간다는 세뇌를 당한 공통점도 있다.
펄프픽션
영화 마지막 부분에 그루트와 로켓이 춤추는 장면이 있는데. 타란티노의 펄프픽션에서 미아와 빈센트가 춤추는 모습과 비슷하다.
쥬라기 월드
맨티스가 아빌리스크를 진정시키는 장면은 쥬라기 월드에서 크리스 프랫이 공룡 랩터들을 진정시키는 장면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설국열차 & 킹스맨
가오갤 멤버들이 빌런 함선에서 전투하는 장면이 있다. 빌런의 부하들과 가오갤 캐릭터들의 대결 구도가 설국열차에서 크리스와 윌포드 부하들이 대결하는 장면과 유사하다. 또한, 싸우는 장면은 콜린 퍼스 주연의 킹스맨 교회 양민 학살 장면이 떠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GQ와 제임스 건 감독 인터뷰에 따르면, 올드보이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James Gunn Names ‘Spider-Man: Into the Spider-Verse’ His Favorite Comic Book Movie of All Time
The director, currently searching for a new Superman, has an unexpected top five superhero movies.
울트론 때문에 어벤저스가 스코비아에서 마을 주민들을 대피시키는 장면이 빌런 함선에서 노웨어로 생명체들을 대피시키는 장면과 유사해 보였다. 스코비아의 땅과 어벤저스의 함선이 부딪힌 것과 노웨어와 빌런 함선이 맞닿은 것도 유사하다.
어벤저스 : 인피니티 워
로켓이 하이 레볼루셔너리에게 당하고 있을 때 가디언즈 멤버들이 나타나서 한방씩 다 때리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은 어벤저스 인피니티 워 장면 중 타이탄에서 스파이더맨, 아이언맨, 네뷸라, 닥터 스트레인지, 맨티스, 퀼, 드랙스가 협동해서 싸우는 모습과 비슷해 보였다. 차이점은 인피니티 워에서는 아이언맨이 타노스에게 찔렸고 여기서는 가모라가 하이 레볼루셔너리를 찌르는 것이다. 타노스와 하이 레볼루셔너리 색상은 보라색이니까. 타노스에게 죽은 가모라가 하이 레볼루셔너리를 죽이면서 타노스에 대한 가상의 복수를 했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과몰입한 비객관적인 뇌피셜이지만 이렇게 뜯어보는 것도 재미있으니까.
*시리즈 마지막 챕터 볼륨 3은 마블도 구했고, 갤럭시도 구했고, 가디언즈도 구한 노아의 방주 같은 영화다. 나름의 메시지도 있고, 캐릭터 서사를 완성하는 작품성, 귀에 맴도는 음악,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이 오랫동안 아른거리는 유치하지 않은 따뜻한 히어로 영화다. 마블 멀티버스와 큰 연관성 없는 내용의 영화면서 이전의 가오갤을 보지 않았어도 관람하는데 큰 문제 없을 영화니까 꼭 극장에서 보시길 바란다!
해변의캎흐카
추천인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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