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 (2023) 스포일러 없음.
이쑤시개 하나만을 20년 깎는다면 득도를 할 것이다.
분노의 질주는 자동차 액션 하나만을 20년 넘게 추구해 온 희귀한 영화다. 이 영화의 자동차 액션은 경지에 이른 장관이다.
존경할 만하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역사에 남는다.
하지만 캐릭터나 스토리는 자동차 액션을 이어주는 접착제 역할 그 이상이 아니다.
특히 캐릭터는 진부 그 자체다.
처음에 등장한 캐릭터를 20년 동안 성장시키고 개발시켜 특별한 것으로 만들 수도 있었을 것이나,
이 영화는 오히려 그 반대다. 처음 등장했을 때는 뭔가 신선하고 생동감 있었던 캐릭터들을 오랜 기간 동안
안일하게 반복하고 반복하다 보니, 예측 가능 새로운 것 없는 캐릭터가 되었다.
백번은 만들었다 해체했던 퍼즐을 다시 한번 더 맞추는 느낌이다. 이 조각을 여기에 붙이고 저 조각을 저기에 붙이고
백번은 해서 다 외운 것을 다시 한번 더 하는 느낌?
액션 이외의 장면들은 다 지루하다.
제이슨 모모아의 연기는 과장되었다. 그가 이 영화에서 가장 생동감 있는 연기를 보여주는 이유는, 그 캐릭터가 처음 등장했기
때문이다. 관객들 눈에 익지 않았기 때문.
연기 자체는 별로 새로울 것 없는 연기다. 다크나이트에서 조커 연기가 감동적이었던 이유는, 그 캐릭터가 아이러니를 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제이슨 모모아 캐릭터는 단 한줄로 요약 가능하다. "복수할 거야. 부셔버릴 거야." 입체적인 캐릭터이기는 커녕 굉장히 평면적이고 건조한 캐릭터다. 자극적인 조미료를 잔뜩 쳐서 맛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려 한다.
뭔가 어색한 것은 또 있다.
이들은 남의 정유차에서 석유를 훔쳐 파는 좀도둑들이었다. 자기 이익을 위해서는 법을 어기거나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에
주저 없는 사람들이다. 그 캐릭터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내면으로는 아직도 좀도둑들이다.
그런데 이들에게 수퍼 히어로 아이언맨을 하라고 한다. 자기 패밀리를 위해서는 도시 하나를 박살내고 사람들이 죽어나가도
눈 하나 깜박 않고 그저 자기 패밀리가 무사한 것만을 기뻐할 캐릭터들이다.
점잖은 척 하기보다는 그냥 대놓고 피카레스크물로 가는 것이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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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마치 전대물처럼 여러 캐릭터가 매번 같은 필살기 보여주다가 끝에 가선 크게 한번 터뜨리고 악당은 알고보면 사연 있는 좋은 놈으로 개과천선하고 행복하게 가족드라마로 마무리.
더구나 캐릭터의 활용면에서도 점점 늘어갈수록 공기화되는 일부 캐릭터 등.
이번 10편의 경우 무리하게 3부작화 하면서 단점이 더 치명적으로 드러난거 같네요.
어떻게 나오든 보긴 하겠지만요.
조커 같은 외줄타기 하는 것 같은 캐릭터는 배우도 중요하지만, 잘 컨트롤하는 감독 역량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