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evils (1971) 신성모독. 금기에의 도전. 스포일러 있음.
굉장히 노골적인 섹X장면이 있는 영화다. 신성모독적인 장면도 다수 등장한다. 이것이 싫은 분은 읽지 말기를 권한다.
영화가 깊이있지는 않다.
"평화의 상징은 비둘기" 하는 식의 평범하고 깊이 없는 상징들로 가득하다.
"발정난 수녀가 불타는 성경을 찢어 허공에 던진다"
"십자가상의 예수에 거대한 그것(?)이 있고 벌거벗은 수녀가 그 위에 앉아......"
이런 장면들로 가득하다. 감독이 개인적으로 용감한 사람이라는 생각은 하지만, 감독의 용감함이 상징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아닐 테니까. 나는 별로 이 장면들이 "예술적으로" 도발적이지도 않고 감동적이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 the devils는 영화 전부가 이런 식이다.
중세 프랑스에서 자치권을 누리는 작은 도시가 있다. 그 도시를 정신적으로 이끌어나가는 그랑디에라는 신부는
여자를 무지 밝힌다. 그렇다고 여자를 속이는 것은 아니고, "난 무지 차갑고 내 안에 사랑은 없다"하고 이야기해주는데도
여자들이 따른다. 잘 생기고 똑똑하고 성공해서 높은 지위에 있는 데다가 카리스마 있기 때문이다.
도시 내의 모든 여자들은 그랑디에 신부를 사랑한다. 수녀원의 수녀들조차도 모두 열심히 그랑디에 신부를 상상하며 XX를 한다.
그런데 그랑디에신부는 남친으로서는 최악이지만, 도시를 이타적으로 사랑하고 지키려 하고, 성직자로서 일하는 데는
대단한 사명감을 갖고 있다. 흑사병이 도시에 나돌자,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위험을 무릅쓰고 환자들을 돌보는 데 앞선다.
그 와중에 돌팔이의사들을 호통쳐서 마을에서 박멸한다. 그랑디에신부를 욕하고 파멸시키려 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그랑디에신부는 굉장히 입체적인 사람이다. 인간적인 결함과 냉혹함이, 지도자로서의 고결함과 강인한 정신과 결합된 사람이다.
사실 그는 훌륭한 성직자라기보다 훌륭한 인간이다. 자신의 차가움 속에 인간적인 사랑이 결여되어 있음을 스스로 깨닫고 이를
극복하려 노력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성경에서 신부들에게 결혼하지 말라는 내용은 없다. 오히려 사도들은 다 결혼을 했다."하면서
순수한 영혼을 가진 소녀와 (비밀이기는 커녕 만천하에 공개한) 결혼을 한다. 위선적인 결정이 아니라, 그것이 인간적이고 순수한 것이라 믿고 그 신념하에 자기 권위가 훼손될 지도 모를 결정을 용감하게 내린 것이다.
수녀원장 잔느는 꼽추에다가 머리가 한쪽으로 비틀어진 여자다. 이쁜 여자들도 그랑디에신부를 사랑한다고 난리인데, 자기는
언감생심 그런 표현도 비추지 못한다. 그런데 잔느는 스토킹 수준 따위는 가볍게 넘어서는 강렬하고 왜곡된 애정을 그랑디에신부에게
가진다. 다른 여자들은 그랑디에신부에게 차이면 욕을 하고 돌아서겠지만, 잔느수녀는 그랑디에신부와 자기가 함께 분신자살하고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오히려 황홀에 빠질 그런 사랑을 한다. 자기가 죽어도 황홀을 느낄 사람인데, 무엇을 못하겠는가?
도덕, 윤리, 규율, 염치같은 것은 다 "개나 줘버려라"다. 수녀원장 잔느도 전형적인 인간이다. 추악한 열정 그 자체인 인간. 죄악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결함 많은 인간이다.
사실 이 영화에서 입체적으로 성격이 주어지는 인물들은 그랑디에신부와 잔느수녀원장밖에 없다.
이 영화는 잔느수녀원장이 그랑디에신부를 끌어내려 파멸시키는 이야기다. "내가 못가진다면 부셔버려서 남도 못가지게 하겠어"다.
독재자인 리슐리외추기경은 이 도시가 성벽을 높게 쌓고 자치권을 누리는 것이 못마땅하다. 자치권을 빼앗고 전제군주의 독재 하에
포섭시키려 하는데, 그랑디에신부가 정치력이 탁월해서 리슐리외추기경의 야욕을 이기고 자치권을 유지하는 것이 못마땅한 것이다.그는 그랑디에신부를 제거하려고 도시 시민들을 충동질한다. 어느날 "내가 못 가지느니 다 같이 죽어 버리자"하는 속셈의 잔느 수녀원장이
그랑디에신부를 음란죄로 거짓고발한다. 리슐리외추기경은 이것을 이용해서 누가 귓속말로만 선동해도 거기 넘어가서 우루루 몰려가
다구리를 놓는 대중들을 부추겨 그랑디에신부를 죽인다.
그랑디에신부는 리슐리외추기경의 속셈을 꿰뚫어보지만, 자기들도 뭔지 모르는 이유(?)로 분노한 대중들에게 고문 당하고 화형에 처해진다. "내가 없어지면 그날로 당신들의 자유도 사라지고 독재자에게 억압받게 된다"하고 부르짖어도, 대중들은 그랑디에신부의 말에 귀를 닫는다. 리슐리외추기경에게 충동질 당한 대중의 분노는 갈수록 더해져서, 이제는 화형에 처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더 괴로움을 주다가 죽일까 그것을 생각한다. 원래 화형을 당할 때는 괴로움을 당하지 않게 하기 위해 미리 목을 졸라 죽이는 것이 관행인데, 그랑디에신부는 그냥 산 채로 놓아서 서서히 타죽는 고통을 겪게 한다.
리슐리외추기경의 부하인 행정관은, 첫눈에 잔느수녀원장의 고발이 정신불안으로 인한 무고라고 알아본다. 하지만, 리슐리외추기경의
명령대로 그랑디에신부를 처단하기 위해 잔느수녀원장의 고발을 지지하며 대중을 선동한다. 차갑고 정치적인 인간 - 사람을 기만하고 조종하고 그러면서 속으로는 대중을 경멸한다.
도시야 망하든 말든, 도시민들이 전제군주의 노예가 되든 말든, 그랑디에신부를 모함하여 기어코 불태워 죽이는 잔느수녀원장도 악마다.
그랑디에신부가 죽은 다음에도, 미안해하기는 커녕, 이제 자기만의 것이 되었다고 기뻐한다. 그랑디에신부의 넓적다리뼈를 가지고 XX를 한다.
선동에 이끌리는, 도시민들도 마찬가지다. 아마 자유라고 하는 것을 누릴 자격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 그랑디에신부를 비롯,
자기들의 자유를 지켜주는 리더들을 자기 손으로 불태워죽인다. 그들이 죽자 마자, 왕의 군대가 들이닥쳐 성벽을 부수기 시작한다.
전제군주의 손에 의해, 자유도 재산도 모두 잃을 것이다.
그랑디에신부 재판에 심문을 맡은 광신도 신부들도 악마다. 자기들 종교신념 때문에 그랑디에신부를 고문한다. 그런데 반나체의 수녀들을 고문하다가 발기한다(?). 이게 부끄러워서, 자기들 치부를 감추기 위해 더 악랄하고 폭력적으로 그랑디에신부를 학대한다. 광신도에다가 위선적이기도 하다. 결국 그랑디에신부가 처형된 뒤, 행정관에 의해 숙청되어 멀리로 보내진다.
이렇게 그랑디에신부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사람들이 광기에 휩싸여 그를 고문하고 화형시키는 내용이 이 영화다.
웬만한 공포영화 저리 가라다. 그것도 쓸 데 없이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영화의 목적 가운데 하나가 고문 포르노가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다.
이 영화가 잘 만든 영화인지 잘 모르겠다. 그랑디에신부와 잔느수녀를 제외하고는, 캐릭터라고 하기에도 부족한 등장인물들이 등장한다.
수녀들은 뇌가 없는 수준으로 성욕만 가지고 있다. 맨날 하는 일이 자위 아니면 난교다. 이리 저리 휘둘리기만 하고 이성이 없는 도시민들도 너무 극단적이고 단조롭게 그려져 있다.
관습에 대항하고 종교를 비난하고 금기를 대놓고 조롱하는 것은 이 영화의 정신이다. 하지만 그 방식이라고 하는 것이 좀 거칠고 조잡한 것 같다. 깊이나 세련됨 대신 이 영화에서 채택하는 방식은, 야성과 격렬함 그리고 잔인함을 날 것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 영화를 보다가 보면,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날 것 그대로의 욕망, 광기, 잔인함 등을 관객들의 눈과 두뇌에 강제로 때려박는다. "남기남"스러운 영화에 비범한 반항정신, 금기를 들이받는 용기, 다른 그 어느 영화도 도달하지 못할 인간의 잔인함과 어리석음, 암흑을 결합한 것이 이 영화 같다.
결국, 인간의 고결한 가치라고 하는 것이 여러가지 사회적 혹은 정치적 문제들로 인해 망가지고 압살되는 것이 영화의 주제라고 할 것인데, 이 영화를 보면 그 주제를 강렬하게 잊을 수 없는 이미지들로 보여준다. 강렬함 이외에 세련됨이라든가 창조성이라든가 깊은 함축이랄까 하는 것은 부족하지만 말이다. 영화가 너무 강렬함 일변도다.
잔느수녀원장이 예수 십자가에 기도하다가, 십자가 위의 예수가 그랑디에신부로 바뀌고 자기는 그랑디에신부와 섹X를 하면서 법열(?)을 느끼는 장면 같은 것은 신성모독이라는 단어 정도는 가볍게 넘어서는 장면이다. 하지만 종교적 권위에의 도전이라는 가치 외에 이 장면에서 어떤 예술적 성취가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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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로 처음봤을 때 많이 커트됐는데도 강렬했던 작품이었어요. 인간의 광기 비이성을 제대로 보여줬고, 올리버 리드, 바네사 레드그레이브 연기가 대단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