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스포/감상평] 가오갤3 - 팬을 위해 만든 가치있는 영화란 이런 영화다.
로켓은 가디언즈오브갤럭시에서 유일하게 서사가 없는 케릭터였다. 퀼은 스타로드로서 언어유희를 조금 가미한다면 星Road 즉, 무수한 별이 존재하는 우주에서 길을 담당하는 서사의 중심이었던 케릭터로서 반신으로서의 삶, 그것을 포기하는 과정에서 진짜 가족을 만나는 이야기를 만들었었고. 가모라와 네뷸라는 타노스의 딸로서 첫 등장에서는 잔혹한 살인광으로서 묘사되었으나 엔드게임에 이르는 과정에서 가모라는 타노스의 그늘에서 벗어나 네뷸라를 갱생시켰고 네뷸라는 비록 그 목적이 타노스에 대한 복수였지만 엔드게임의 최종 맴버로 발탁되어 가모라가 본인에게 그러했듯 다른 세계선의 가모라를 갱생시키며 확실한 선역으로서 변모하였다. 드랙스나 멘티스는 이 영화 시리즈에서 가벼움과 유쾌함을 담당하나 각각 1편과 2편에서 간접적으로나마 본인의 과거를 풀어내며 서사를 간략하게나마 쌓았다.
유일하게 서사가 없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가오갤 맴버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로켓과 그루트다. 그나마 그루트는 1편의 끝에 자기희생을 거쳐 새로이 태어나 이후 가오갤3편까지 흐르는 시간동안 팬들이 나이를 먹는 만큼 같이 성장해가며 갓난아기 그루트, 소년(혹은 소녀?) 그루트, 사춘기 그루트 그리고 3편에서의 번듯한 청년 그루트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팬들을 연성하여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러니 따로 과거 얘기나 서사가 필요하지 않을 수 밖에.
하지만 의외로 인기가 넘치면서도 과거를 알 수 없는 케릭터는 바로 로켓이었다. 츤데레 같은 로켓은 첫 등장때부터 으례 너구리(?)가 그러하듯 어디선가 천연덕스럽게 튀어나와 아주 자연스럽게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 녹아들었다. 그리고 제임스건은 이 점에 착안하여 영화를 마무리 하는 골격을 짜낸 모양이다.
영화의 시작은 한국인들도 잘 아는 노래 Creep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로켓은 슬픈 표정으로 이를 나즈막히 읊조린다. 나는 괴짜야. 생각컨데, 가오갤 팀에 괴짜가 아닌 게 누가 있겠냐만은. 아무튼 정말 뛰어난 소위 말하는 알파남을 제외한 많은 남자들이라면 이 노래를 한두번쯤은 들어봤을것으며 이 노래의 주인공에 심취했을 것이다. 그로 인해 많은 관객들은 로켓과 이 노래가 겹치며 로켓에 쉽게 감정이 이입됨과 동시에 자연스레 알게된다. 이 영화의 주인공이 로켓이 되리라는 것을.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로켓은 영화 초반부에 심각한 부상을 입어서 극의 후반부에나 제대로 된 역할을 한다. 대신 로켓의 서사는 사경을 헤매는 중간중간에 말이 아닌 과거 회상으로서 나타난다. 아마 많은 이들이 예상했음에도 불구하고 동물이라는 존재 그것도 피험체로서의 과거를 보여줌으로서 관객들은 더욱더 쉽게 로켓의 과거에 이입할 수 있게된다. 동물이란 존재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친숙하며 동물이란 존재란 대게는 인간보다는 연약하기 때문에.
다행이도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우리가 조마조마하게 가슴졸였던 누군가가 죽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로켓은 죽지 않고 살아났으며 본인이 갖고 있던 과거를 털어버리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의 진정한 정체는 바로 너구리가 아닌 RACOON이었다는 점도 알게 되었고 말이다. 중간중간에 벌어지는 등장인물들간의 상호관계는 가오갤 맴버들이 더는 각개전투를 하는 오합지졸이 아닌 하나의 구성원으로서 돈독해지는 과정을 절절하게 잘 그려내었다고 본다. 그 까칠하던 2014년의 가모라마저도 가오갤팀을 이해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영화의 내용이나 스토리, 연출이든 구성이든 액션이든 빌런의 포스든 그런 건 이번 영화에서 평하기를 떠나 나는 이 영화에서 우리를 떠나가는 케릭터들의 성장에 집중하고 싶다. 퀼은 지구에서 납치되고 난 후에, 수십년 동안 우주를 떠다니다 다시 지구에 안착하여 평범한 인간의 생활을 영위하게 된다. 로켓은 자신의 과거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도둑질로 점철된 인생을 마무리하여 가디언즈오브갤럭시의 캡틴으로 거듭났고 가모라는 퀸이라고 알고 있던 남자를 드디어 퀼로서 인식하여 서로를 더 알아가고 싶다는 여운을 남기고 떠난다. 네뷸라는 시리즈 내내 자신을 죽을만큼 고문하고 개조했던 타노스에 대한 끔찍한 기억을 떨쳐내며 드디어 가족다운 가족을 만들었고, 드랙스는 1편에서 보여준 딸과 가족을 잃은 슬픔을 새로운 구성원들을 통해 극복하게 된다. 맨티스는 또한 창조된 창조물로서의 본인이 아닌 새로운 정체성을 찾아 떠난다. 그루트는 1편에서 등장해 온갖 성장사를 다 보여준 후 번듯한 청년이 된 모습으로 남는다. 이는 마치 엔드게임의 캡틴 아메리카가 과거로 떠나 행복한 삶을 살다 온 그 연출과도 비슷해서 애잔한 마음이 남는다. 이렇듯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은 영화를 마무리 하는 방식으로 등장인물들이 가진 결핍을 채워주는 마무리를 통해 팬들을 위한 길을 선택한 것이다.
정말로 진심을 다하는 팬을 위한 마음의 정점은 바로 쿠키영상에 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아직도 가오갤 어썸믹스 Vol.1과 Vol.2를 즐겨 듣는다. 집에 있을 때도, 밤 늦게까지 야근을 할 때도 울적할 때에도... 이렇게 어썸믹스는 가오갤1이 나온 시점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본인의 희노애락을 같이한 노래인데, 이번 영화에서 내 마음을 훔쳐간 로켓이 쿠키영상에서 각자가 좋아하는 노래를 선곡할 때 '난 그래도 이 음악이 좋아' 하며 노래를 켜는 순간 나는 가슴속이 환해지며 동시에 앉은 자리에서 들썩들썩 어깨춤을 출 수 밖에 없었다.
팬들에게 행복한 상상을 할 수 있는 여유와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마무리까지 오로지 가오갤 팬에 의한, 팬을 위한 구성이 아니었나 싶다.
누군가의 평 마냥 엔드게임, 노웨이홈 그리고 가오갤3을 관통하는 그 공통점은 바로 팬을 위한 마음이다.
회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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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보고도 정리가 안되었는데 덕분에 이야기와 감정들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급한일때문에 쿠키를 못봤는데 노래 제목이 무엇이죠?
혹시 Come and get your love 였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