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퍼스트 슬램덩크' 연출자가 밝힌 시행착오
일본 영화 사이트 무비워커에 좋은 기사가 실려서 옮겨봤습니다.
원문은 아래입니다.
https://moviewalker.jp/news/article/1133272
<더 퍼스트 슬램덩크> 이노우에 타케히코 감독과 시행착오를 겪은 연출가가 밝힌 산왕전의 몰입감 “강백호처럼 보이는 것도 테마”
일본 흥행 120억 엔 & 일본 관객 수 900만 명 돌파,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애니메이션 작품상을 받은 <더 퍼스트 슬램덩크>(개봉 중). 그 인기는 일본뿐만 아니라 아시아 각국으로 퍼져 한국에서는 일본 영화로서는 역대 1위의 관객수를 기록했고, 4월 20일부터 중국에서도 개봉을 시작해 예매만 1.156억 위안(약 22.6억 엔)을 돌파하는 등 그 기세가 식을 줄 모른다.
원작자인 이노우에 타케히코가 직접 각본과 감독을 맡아 마치 실제 경기를 관람하는 듯한 영상 체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작품 제작에 있어 이노우에 감독을 뒷받침한 것은 애니메이션으로서의 새로운 표현에 도전한 '연출'진의 힘이다. 애니메이션 감독 경험이 없는 이노우에 감독이 생각한 비전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그려냈을까. '연출'의 중심 역할을 맡은 토에이 애니메이션의 미야하라 나오키에게 제작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노우에 감독과는 상당히 밀도 높은 논의를 했습니다.”
애니메이션 작품에서 '연출'이라는 포지션은 감독이 지향하는 영상적 이미지를 이해하고 공유하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캐릭터의 표정이나 동작, 배경, 효과 등에 이르기까지 제작 스태프에게 의도를 잘 전달하여 구체적인 영상으로 구현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리고 이번 작품의 '연출'은 미야하라를 포함해 6명이다. 상황별, 파트별로 작업을 분담해 각자 책임자가 되어 이노우에 감독과 논의하며 작업을 이어갔다고 한다.
이노우에 감독에겐 첫 영화 제작이어서, 소위 '이론'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발상의 요구가 나왔기 때문에, 연출진이 실제로 어떻게 영상에 담아낼지 시행착오를 거듭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노우에 감독님과는 상당히 밀도 높게 논의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까지 제가 참여했던 애니메이션 작품 중에선 전례가 없을 정도로 원작자와 제대로 소통했던 것 같습니다. 회의를 거듭하면서 이노우에 감독님으로부터 여러 가지 요구사항이 나왔는데,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도 감독님이 원하는 것에 가장 근접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상의하면서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감독님은 그 제안 중에서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지에 관한 판단이 굉장히 적확하셨어요.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이노우에 감독이 요구하는 까다로운 주문에 부응하는 것이 힘들었을 것 같지만, 스태프들은 그런 점이 힘들었던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영상 제작을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감독님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모르고 작업하는 것이에요. 이번엔 요구하는 퀄리티가 높았지만, 이노우에 감독님의 비전이 확고했고 인상뿐만 아니라 '이렇게 하고 싶다'라는 말과 함께 그에 따른 그림도 항상 제시해 주셨어요. 굉장히 적확하고, 그림이라는 형태로 구체적이면서 매력적인 이미지를 제시해 주셔서 '이런 방향으로 가고 싶다'라는 것을 모두 공감할 수 있었죠.”
보통의 애니메이션 작품에선 최종적으로 감독이 컷의 완성도를 체크하지만, 각 장면과 컷의 그림은 연출이나 원화 등 각 파트의 담당자가 맡고, 그것을 작화감독이 체크하면서 완성도를 위해 조정해 나간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그림에 통일감을 주는 작화감독의 작업도 이노우에 감독이 담당했다. “원작자가 애니메이션에 관여하는 방식은 제각각이지만, 이노우에 감독님은 작화 관련 작업에서도 ‘이렇게 그리게 될 줄 알았다면 하지 말 걸 그랬다.’라고 인터뷰에서 말할 정도로 손을 많이 대셨죠. (웃음) 그 점은 죄송하다고 생각했지만, 그 정도까지 해야만 비로소 그 수준까지 도달할 수 있었던 것은 확실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고맙고, 이노우에 감독님께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 정도의 밀도로 시합을 그린 것은 영화로서는 처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작품의 특별한 점은 그런 부분뿐만이 아니다. 애니메이션의 설계도라 할 수 있는 스토리보드를 준비하지 않고, 이노우에 감독이 구상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제작했다. “기본적으로 원작의 클라이맥스인 산왕전을 중심으로 하면서 송태섭의 과거를 엮어서 그리는 방향으로 진행했습니다. 처음에 감독님으로부터 송태섭의 과거 파트의 콘티를 메모 형태로 받았고, (그걸 토대로) 과거 파트의 이야기를 세세하게 다듬는 작업을 했죠. 한편, 그 내용이 정리되기 전에 산왕전 시합이 영상화될 수 있도록 데이터를 만들고, 그것을 재현하는 형태로 농구 선수들에게 모션 캡쳐를 촬영하게 하는 방식으로 작업했습니다. 물론 감독님도 캡처 현장에 들어가서 경기를 재현할 때 캐릭터의 이미지대로 모션이 잘 녹화됐는지 체크해 주셨고, 거기서 OK가 나온 것을 데이터로 채택했습니다. 그리고 애니메이션 컷이 나올 때도 당연히 체크해 주셨고요.”
본편의 구성을 한 시합에 집중해 세세한 부분까지 철저하게 만들어내는, 기존의 작품에선 없었던 시도가 이번 작품의 특징이었다고 미야하라 씨는 말한다. “이렇게 한 시합을 통째로 그린 작품은 당연히 경험해본 적 없었고, 영화로서도 이 정도의 밀도로 그린 것은 처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농구 시합을 성립하는 요소에 관해서는, 제작에 막대한 시간이 걸리더라도 유감없이 제대로 보여주자는 생각을 처음부터 갖고 있었죠.”
한편, 농구 시합을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방향성과 함께, CG와 이노우에 감독이 그리는 '그림'의 융합이라는 부분에서도 시행착오가 이어졌다. “소위 말하는 화면의 룩을 어떤 식으로 마무리할 것인가에 관해서는 마지막까지 조정했어요. CG만 봤을 때는 성립이 되지만, 작화 부분과 합쳤을 때는 조금 인상이 다르게 보여서, 작화의 질감도 바꾸면서 CG도 조정하는 등 시행착오를 거의 마지막까지 겪었습니다. 또 진행 상황을 알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한 덕분에 좋은 컷이 나오면 현장의 모든 사람에게 바로 공유할 수 있었습니다. 그 컷을 공유하면 ‘아, 이 정도 퀄리티까지 가져가면 OK인가.’하는 이미지를 수평적으로 이해할 수 있고, 영상으로서의 갭을 줄일 수 있죠. 이런 작업은 아마도 10년 전이었다면 못 했을 거예요.”
■“익숙한 애니메이션이면서도 작화가 좋다고 여겨지면 성공“
CG와 수작업 애니메이션을 융합한 만큼 '위화감 없는 영상'을 완성하는 것에도 신경을 썼다. 1초당 24프레임으로 이뤄진 영화에서 일반적인 (일본) 애니메이션은 3프레임 동안 같은 그림을 써서, 1초당 8장의 그림으로 움직임을 표현하는 ‘3콤마우치(3コマ打ち)’라는 수법을 사용한다. 1초당 24장의 그림을 사용하는 이른바 ‘풀 애니메이션’에선 섬세한 표현이 가능하지만, 영상이 너무 미끈미끈하게 움직여서 오히려 위화감이 드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도 많고, 작화 작업 면에서 일감도 더 늘기 때문에, 일본 애니메이션에서는 3콤마우치 방식이 주류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에서는 농구 시합의 움직임을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둔 결과, 풀 애니메이션에서부터 3콤마우치까지 포인트마다 다른 수법을 사용했다고 한다.
“최종적인 느낌으로는, 익숙한 애니메이션이면서도 작화가 좋다고 여겨지면 성공, 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주로 3콤마우치로 제작하면서, 중요한 부분마다 1콤마우치(1초당 12장의 그림으로 구성하는 방법. 좀 더 공들인 움직임을 보여주는 장면에 쓴다.) 방식도 도입했습니다. 복잡한 컷도 있고, 카메라의 움직임과 캐릭터의 움직임이 잘 맞지 않은 경우엔 2콤마우치로 하더라도 약간 어긋날 수 있어서, 그 부분은 풀 애니메이션으로 그리면서, 미끈미끈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 않도록 신경을 썼어요. 이노우에 감독님께도 풀 애니메이션으로 하면 미끈미끈해 보인다는 걸 먼저 보여드리고, 그다음에 프레임 수를 조정한 걸 보여드린 뒤 ‘이 부분은 어느 정도로 할까요?’라고 물어서 선택을 해주시면, 거기에 가깝게 맞춰서 진행했죠.”
■“기존과 다른 특수한 방식이 이번 작품과 굉장히 잘 맞아떨어졌습니다.”
이러한 애니메이션으로서의 새로운 시도는 이노우에 감독의 비전에 따른 결과물이기도 했다. “원래는 원작의 이미지를 영상으로 재현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원작의 그림에 가까운 카메라 위치를 설정해 그림을 만들어 나갔습니다. 그것을 나열해서 감독님에게 제시하면 ‘여기는 롱테이크로 길게 보여주면 효과적이겠어요.’라든가, ‘여기는 좀 더 자를까요?’, ‘여기는 플레이에 대한 리액션을 넣고 싶어요.’ 등 템포나 흐름에 관한 지시를 하나씩 해주셨죠. 먼저 스토리보드를 만들고 거기에 따라 배치하는 기존의 방식과는 다른 특수한 방식이 이번 작품과 굉장히 잘 맞아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작품의 완성도를 결정하는 '편집'에 관해서도, 보통의 경우와는 다른 절차로 진행되었다. 기존의 애니메이션의 경우, 스토리보드 단계에서 이미 장면 구성과 컷 연결 등 편집적인 요소가 끝나있기 때문에, 그려낸 그림이 편집에서 잘리지 않은 채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시합의 속도감, 템포감, 몰입감 등을 강조하기 위해 특수한 편집 작업이 이루어졌다.
“대부분의 애니메이션은 스토리보드에 맞춰서 목소리 녹음 전에 편집을 하는 것이 상식입니다만, 이 작품에서는 이미지 보드 러프가 갖춰진 시점에서 한 번, 거기서부터 작업을 진행해서 1년이 지난 뒤에 또 한 번, 그리고 그림이 다 갖춰졌을 때 또 한 번 등 포인트마다 여러 차례 편집을 진행했습니다. 이 작업은 이노우에 감독님도 자신의 주관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감각을 통해, 전체를 연결했을 때 어떻게 될지 보고 싶다고 하셔서, 실사 영화 경험이 풍부한 타키타 류이치 씨라는 편집자님과 두 분이 작업을 진행했죠. 보통의 애니메이션은 스토리보드에 맞춰서 음향 작업도 하기 때문에 컷을 바꾸는 일은 좀처럼 하지 않지만, 이 작품은 유연하게 컷을 바꾸는 등 영상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영상의 테마는 '카메라로 찍은 것을 이어가는 것'“
이 작품의 시합 장면에서 가장 큰 볼거리는 클라이맥스인 시합 종료 직전의 전개일 것이다. 원작(만화)에서는 남은 20초 동안 몰입할 수 있도록 대사를 없애고 그렸는데, 영상이라는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방식에서는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거기에도 큰 도전이 있었다.
“무음 파트라고 불리는 그 일련의 장면은 특별한 화면 연출로 정평이 난 다른 연출가님에게 맡겼습니다. 긴장감을 다양한 수법을 써서 영상으로 재현할 수 있는 분이거든요. 남은 시간의 긴장감을 살릴 수 있도록, 정말 마지막까지 컷의 순서를 바꾸거나 슬로우를 잡는 방법을 조정하는 등 이노우에 감독님과 논의하면서 완성해나갔죠. 한편, 클라이맥스의 영상 연출이 특별해질 것을 전제로 했기 때문에, 전반부는 되도록 정통적으로 컷을 쌓자는 것이 모두의 공통된 인식이었습니다.”
각 파트마다 연출 기법이 다르지만, 큰 차이 없이 실사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완성했다. 이번 작품에서는 이러한 협업이 작품으로서 탄탄한 통일감을 가져다주었다. “예를 들어, 제가 맡은 파트의 연출적 방식으로, 슬로우모션일 때는 화면 전체를 어둡게 광량을 줄이고, 시야가 좁아지고 숨이 막힐 것 같은 표현을 미리 살짝 보여줬습니다. 클라이맥스에서는 그것이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방식을 썼고, 연출 방식에서 그런 연계가 잘 이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또, 소위 수작업 애니메이션은 이미지적인 배경을 한 장 삽입함으로써, 상징으로 긴장감을 주기도 하는데, 이번에는 '카메라로 찍은 것을 이어가는 것'을 테마로 영상을 만들었어요. 그 결과 상징적인 표현을 하지 않고, 확실히 절제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에 참여한 우리 연출진 중에는 농구에 정통한 애니메이터, 연출가, 혹은 작화 애니메이션으로 경력을 쌓은 연출가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이노우에 감독님이라는 큰 줄기를 중심으로, 각자 잘하는 파트의 연출 기법을 살려서 가지를 뻗어나가는 방식으로 만들어 나갔죠. 그것이 이번 팀의 이미지라고 생각합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놀이기구 같은 영화”
이러한 작업을 통해 작품이 완성되는 과정에서 미야하라 감독은 자신이 작업한 장면 중 인상적이었던 것이 강백호를 그리는 방식이었다고 말했다.
“강백호라는 캐릭터는 사실적인 농구 묘사 속에서 유일하게 혼자서 애니메이션적으로 과장된 동작을 해요. 애니메이션과 실사의 딱 중간쯤에 서 있다고 할까요. 그의 움직임을 영화 속에서 확고하게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영상 톤에 맞게 설득력을 주어야 했죠. 그 결과, 애니메이터분도 (강백호를) 어디까지 화려하게 움직이게 할지, 점프도 사람이 뛸 수 없는 수준까지 좀 더 높게 해본다든지, 그런 부분에서 고민과 시행착오를 거쳤죠. 강백호를 강백호답게 표현하는 것도 하나의 테마였고, 애니메이터분께서도 고생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공을 잡으려다가 책상에 부딪히는 장면은 뛰어난 애니메이터가 담당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미세한 조정을 요청했고, 상당히 많은 수정을 거친 끝에 박진감 넘치는 컷으로 완성해 주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노우에 감독과 스태프들이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만든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어떤 작품인지 묻자, 미야하라 감독은 “놀이기구 같은 영화”라고 웃으며 답했다. “시합의 흥분을 맛보기 위해 영화관에 가는 놀이기구 같은 영화라는 것도 하나의 장점이지 않을까 싶네요. 롤러코스터처럼 반복해서 타면 더 즐길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 같아서요. 꼭 여러 번 맛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취재, 글: 이시이 마코토
gol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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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하느라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런 양질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읽을수 있는 것이
익무를 계속해서 오게 만드는 힘중에 하나인것 같습니다
슬램덩크 팬으로서 너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