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O 존윅4
존윅을 보고 왔다.
시험이 코앞이라 후회가 스치지만 존윅은 후회할 시간에 사람을 세명 더 죽이는 법 간략하게 기록만 남기자.
존윅3에서 많이 절치부심한 게 느껴졌다. 올바른 오답노트라고 할까.
전작이 애매하게 킬빌을 차용하며 와페니즘의 늪에 빠지고, 거대한 세계관을 수습하지 못한 채 무너졌다면 이번 작은 탁월한 균형감각으로 전작의 실수를 만회한다.
오사카의 장면은 배경이 오히려 일본으로 옮겨갔음에도 거북하지 않았고(오사카 컨피덴셜의 컨시어지가 캐릭터가 아주 매력적이었다.), 주절주절 늘어놓던 세계관은 멋진 분위기만 남긴 채 복수와 결투라는 두 단어를 위한 배경이 되었다. 이를 위해 탄생한 후작 캐릭터는 정말 영리한 판단이었다.
장소는 베를린을 거쳐 파리로 간다. 베를린 속 타락과 환락의 클럽&카지노 장면은 왠지 모르게 <더 배트맨>속 고담과 <설국열차>후반부 액션신이 떠올랐다. 파리에 이르러서는 루브르를 시작으로 파리 명소 곳곳에서 끊임없이 싸우게 되는데 그 배경이 여행을 가면 꼭 들러야 하는 곳들이라 추억이 새록새록 했다.
액션을 빠트릴 수 없는데, 모든 액션에 리듬감이 살아있어서 계속 발끝을 까딱거렸다. 케인과 존 윅의 액션의 호흡이 달라서 그 변주가 리듬감을 더 풍성하게 만들었다. 견자단(케인 역)의 거의 첫 액션 장면에서의 도구를 활용한 액션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오토바이, 말, 자동차를 타고 싸워서 지하철이 들어올 땐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조마조마했다. 여러 장소와 구도에서 싸움을 해서 때로는 게임 같기도(가령 FPS 속 맵을 본다거나) 하고 폭죽놀이를 하는 것 같기도 했다. OST와 (지금 기억에 남는 건 <Nowhere to run>) 액션의 박자가 맞아떨어질 때의 희열은 보는 내내 즐거움이었다. 사운드가 좋은 극장에 가면 만족도가 훨씬 높을 것 같다.
최후의 결투에서 존윅이 외투를 벗을 때 떨어지는 탄알의 딸그랑 소리가 얼마나 싸웠는지를 반영한 것 같으면서도 너무 현실적인 소리라 순간 웃음이 나왔다. 연필이나 강아지처럼 전작을 봤던 사람이라면 무조건 웃을 수밖에 없는 장면들이 있었다.(심지어 그 노바디는 이 장면을 위해 탄생한 캐릭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쌍절곤으로 싸우는 존윅과 맹인검객 자토이치를 오마주한 케인이 나와서 괜히 한국도 끼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는데 웬걸, 마지막에 존윅의 대사에서 깜짝 놀랐다. 한국인이면 무조건 놀란다.(그러고 보니 시리즈 중 오토바이신에 <악녀>를 오마주 했다고 했던 것 같다.) 그리고 '노바디'의 감탄하는 대사는 진짜 내 마음을 대변해 주는 것 같았다. 생각해 보면 오사카 컨피덴셜에서의 '최대한 많이 죽여달라'라는 대사도 그랬다.
존 윅은 오사카 컨피덴셜에서부터 줄 곳 떨어지고 올라오기를 반복하는 여정을 하다 결국 222개의 개단을 올라 몽마르트 언덕에 도달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의 목적을 달성한다. 순교자의 언덕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장소가 아닐까 싶다. 일출로 시작한 영화는 일출로 끝마친다. 그의 쓰러짐이 믿기지 않았다. 속편이 나왔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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