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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웨일] 현실에서 우리가 진솔할 수 없는 이유

창민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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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웨일] 현실에서 우리가 진솔할 수 없는 이유

 

 영화 <더 웨일>은 연극이 원작인 리메이크 작품이다. 연극 원작자이자 각본가로 참여한 사무엘 헌터는 실제로 비만 때문에 사회에서 소외당했었고 그 경험을 녹여내서 원작 희곡을 썼다고 한다.

알려진 것처럼 <더 웨일>은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신작이자 브렌든 프레이저의 주연 컴백작이다. 이 영화는 한 달 전에 열렸던 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2관왕(남우주연상, 분장상)을 기록했다.

 

 

대런이 '대런'했다

 

[연기]

  • 대런 애러노프스키의 작품들은 항상 배우들의 연기가 좋다. 이번 영화에서도 브랜든 프레이저(찰리), 홍 차우(리즈), 세이디 싱크(엘리), 사만다 모튼(메리) 등 누구 하나 부족할 것 없이 정말 연기들이 좋았다.

 

[연출]

  • 역시나 이번에도 인간의 심리를 복합 미묘하게 잘 그려냈다. '선과 악'을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영화들을 지적이라도 하는 듯, 실제 우리네 인생사 느끼는 복합적인 심리들을 잘 표현했다.

  • 이번에도 대놓고 종교에 대한 염세적인 코드를 펼친다. <마더!> 때처럼 종교의 모순을 하나하나 발가 벗겨내는 느낌이랄까. 대런 감독이 '근데 왜 네들은 믿고 있는 거냐?'라고 반문하는 게 음성지원될 정도.

  • 종교. 특히 성경 내용으로 메타포를 형성하는 건 이 감독이랑 라스 폰트리에 가장 최고봉이 아닐까 싶다. 희한한 게 두 분 다 MBTI가 INFJ.

  • <레퀴엠>과 <마더!> 때처럼 한 공간에서의 쫄깃함을 잘 살려냈다. 특히 <레퀴엠>에서 사라 골드팝 혼자 살던 집과 느낌이 너무 비슷해서 공간이 마냥 친근했다.

 

진솔함의 위대함

 

  • 각자의 진심과 사실이 제대로 공유되지 않은 채 오해의 벽만 쌓아가던 가족. 찰리에게 죽음이 다가오고, 찰리는 늦게라도 그 벽을 허물기 위해 적극적으로 진심을 전달한다. 그리고 글쓰기를 가르치는 학생들에게도 진솔하게 글 쓰라고 고한다.

  • 이미 늦어버린 건지, 이제서라도 한 게 다행인지.. 만약 내가 엘리였다면 헷갈려 했을 것 같은데, 어쨌든 영화 결말은 후자 방향으로 나아간다.

  • 점잖고 좋은 사람처럼 묘사되지만 진솔하지 못한 토마스, 세상 문제아처럼 보이지만 진솔한 태도로 일관된 엘리. 찰리는 엘리의 그 진솔함에서 위대함을 느끼고 희망을 느낀다.

  • 구원하기 위해 온 토마스는 엘리에게 본인의 깊은 이야기를 토로했다가, 아이러니하게도 엘리를 통해 구원받고 떠나게 된다.

 

현실에서 우리가 진솔할 수 없는 이유

≒ 미움받을 용기에 관하여

 

 '우리는 서로 완전히 무관심할 수는 없어'라고 말한 찰리는 마치 사회가 유지되는 이유를 설명하는 듯 했다. 이 말은 서로에게 호감이나 비호감을 가질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한데, 비호감이라면 타인을 미워하고 질투하고 무시하고 혐오하는 인간의 어떤 부분적인 악함이다(당연히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다). 그 어떤 본능적 악함. 우리 각자는 그것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진솔함을 포기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쇼펜하우어가 주장했던 '고독 즐기는 삶'을 굉장히 지지한다. '홀로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마음의 평화와 안정에 이를 수 있다', '지혜로운 사람은 자신에게 주어진 생명을 자신의 고독 속에서 즐긴다. 하지만 어리석은 사람은 고독함이 주는 무료함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매번 저급한 즐거움으로 자신에게 잠깐의 쾌감을 주려 한다'

고독을 즐기게 되면 누군가로부터 나를 방어할 필요도 없고, 그래서 더 진솔한 나를 발견할 수 있다.

 

 

누가 나를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싶어 하겠어?

 

  • 외모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혐오 문제들을 직선적인 은유로 지적하고 있다. 특히 전통적으로 종교인들이 행하고 있는 혐오 문제와 그 근본을 꼬집는 듯 보였다. 특히 토마스가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씬은 구원자가 결국 위선자였음을 보여주는 모습이다.

  • 편견은 혐오를 발생시키고, 혐오를 받는 자는 자기혐오로 스스로를 괴롭히기 시작한다.

  • "당신이 만약 제가 연기한 찰리와 비슷한 상황에 처해진다면, 당신이 비만에 고통스러워하거나, 만약 어두운 바다에 홀로 있는 것 같이 느끼게 된다면 두 발로 일어서서 빛으로 향하세요. 좋은 일이 생길 겁니다." - 브랜든 프레이저(95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오스카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 혐오 뿐만 아니라 독특한 사람들이나 소수자들이 이상한 취급받는 풍토 또한 이 영화가 꼬집고 있는 메시지이다. "삶의 어두운 면들을 보는 것, 우리가 만나지 않을 사람들을 만나는 것 자체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게 우리의 인간애를 넓혀주니까요" - 사무엘 헌터(원작자, 각본가. 영화 인터뷰 中)

모순에 대하여

 

  • 어머니로부터 악마로 지칭되는 엘리는 선한 영향력을 펼치려는 종교인 토마스를 구원한다. 악마가 종교인을 구원한 것이다. 말도 안 되는 내용이지만, 사실은 이와 같은 모순보다 이 모순을 바라보는 그 시각이 진짜 모순일 수도 있지 않을까?

  • 시각을 비틀어 선과 악을 섞어 보면 결과는 성립된다.

  • 선과 악은 물과 기름 같은 것이 아니다. 어쩌면 자꾸 둘로 나뉘는 것은 인류가 만들어낸 판타지일지도.

  • '모순' 그 자체에 대해 생각하면 정말 생각할 것이 많다. 특히 누군가가 한 집단에서 강약약강의 태도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모습은 모순을 넘어 위선적이기 그지없다. 강약약강 캐릭터가 무너지는 영화/드라마가 나오면 다들 환호할 것이다. 그러나 인간 사회의 실상에서 강약약강은 처세술로 인정되고 있고, 강강약약이나 강약약약은 사회 부적응자나 찐따로 분류되고 있다.

  • 어쩌면 대런 애러노프스키는 '종교', '이성애', '일부일처제' 등 인류 문화에 있어 당연히(?) 절대 바뀔 수 없는 어떤 것에 대해 모순을 발견하고 제시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에도 "모순이 있더라"라는 것을 말이다.

  • 그럼에도 <더 웨일>은 부모 자식 간의 사랑이 그 어떤 것보다 완벽하고 순수하고 위대하다는 모양새로 막을 내린다. '내 자식은 나의 구원자'라고 말하는 것 같다.

 

 

순수한 삶의 사랑과 슬픔

 

  • '순수하게 살다가는 찰리처럼 되겠구나' 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현생에서 워낙 순수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지라.. (초딩 때부터 35살 지금까지도..)

  • 하지만 아마도 찰리는 앨런 만난 것을 무작정 후회하진 않을 것 같다.

  • 찰리가 살아온 순수한 인생을 아름답게 생각하지만, 그렇기에 빚어진 슬픔들은 누구의 몫이란 말이더냐. 복잡하다. 그리고 그저 슬플 뿐이다.

 

 

[여담]

  • 모든 캐릭터에게 이입하긴 했지만, 가장 이입했던 건 리즈. 그래서인지 개인적으로 홍 차우의 열연이 가장 돋보였다.

  • 극후반부에 찰리가 '그녀는 그를 도우려고 했어'라고 하며 엘리 이야기를 펼치는데, 리즈의 과거와 완벽히 오버랩되니 '와.. 각본 미쳤네'하며 봤다. 그 와중에도 리즈가 눈물 뚝뚝 흘리는데 내가 더 슬펐다. 진짜.. 리즈는 찰리에게 친구 이상의 감정으로 친오빠나 어쩌면 남자친구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었던 것 같은데 찰리는 갈수록 더더욱 엘리만 쳐다보고 있는 것 같아서....

  • 더 넘어서서 찰리, 엘리, 그리고 메리까지도 결국은 희망을 찾아가는 듯한데 리즈는 그러지 못하게 되는 것 같아서..........

  • 역시나 종교를 가진 관객 또는 감상자들은 불편할 수밖에 없는 영화이다.

  • 대런 아로노프스키는 이 영화를 자신의 부모님께 바치는 영화라고 했는데.. 사실 본인의 상황도 찰리와 굉장히 닮아 있다. 자식은 있지만 이혼으로 인해 떨어져 있는 상태.. (찰리 역을 맡았던 브랜든 프레이저 또한 같은 상황이다)

  • 브렌든 프레이저는 <미이라 3> 이후 실제로도 그간 엄청 힘든 삶을 살아왔다고 한다.

  • <미이라 3>의 두 주연이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을 휩쓸었다 (브렌든 프레이져, 양자경)

창민쓰
15 Lv. 22685/2304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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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
좋은 문구들 많은 좋은 리뷰네요.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영화가 좋은 영화인 것 같습니다.
09:17
23.04.11.
profile image 3등
아직까지 보지 못했는데ㅠㅠ 후기 참고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09:19
23.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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