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크모드
  • 목록
  • 아래로
  • 위로
  • 댓글 6
  • 쓰기
  • 검색

地獄変 (1969) 새로운 걸작의 발견. 스포일러 있음.

BillEvans
3331 3 6

 

 

 

이 영화는 상당한 걸작이다. 어찌해서 안 알려졌는지 이해가 안 간다. 

주인공은 나카다이 타츠야가 맡았는데, 당시 37세였음에도 불구하고 초로의 화가 역이다. 

 

 

 

내가 이 영화를 굳이 본 이유는, 주인공이 한국인 혈통을 가진 일본인인 때문이었다. 헤이안시대 이야기니, 우리나라로 치면 남북국시대 (통일 신라시대) 이야기다. 

한국인들은 공동체를 이루어서 일본인들과 구분되어 산다. 한국인들은 예술가로서 천외천 취급을 받기는 하지만, 일본인 예술가들이 성장함에 따라 점차 밀려나는 상황이다. 한국인들은 일본인들이 예술 면에서 조잡하다고 무시하며 강한 자존감을 가지고 있다. 

일본 귀족들은, 한국인의 예술적 우월성을 인정은 하지만, 타고 나기를 전쟁포로의 핏줄을 타고 난 천민으로 생각한다.  

얼마나 당시 한국인들의 상황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이렇다. 나카다이 타츠야가 분한 화가 요시히데는 

강한 자존감과 한국인으로서 가지는 이중적인 위치에 대한 강한 의식 그리고 권력에 대한 반골정신을 가진 사람이다.

그는 예술지상주의자이기도 하다. 

 

헤이안시대는 영주 호리카와가 국가를 자기 사유재산처럼 다루고 있다. 농민의 소 한마리까지 빼앗아가며 괴롭힌다.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죽어나간다. 요시히데는 이것을 바라보며 분개하지만, 가난한 화가 한명이서 무엇을 하겠는가? 

호리카와는 치밀한 사람이다. 강력한 군대를 가지고 있어, 농민들이 반란을 일으켜봤자 한시간만에 완전진압이다. 사람들이 죽어나가지만, 도시는 겉으로 보기에는 깨끗하고 정돈되어 있으며 부가 넘쳐흐른다. 오직 겉모양만 그렇지만. 

호리카와도 마찬가지다. 너그럽고 우아하고 흠 하나 없을 것 같은 신사 그 자체다. 호리카와는 시를 쓴다. 

"여기가 내가 다스리는 도시다.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도다." 

 

호리카와는 요시히데에게 그림을 바치라고 한다. 화려하고 행복한 파라다이스를 그리라는 것이다. 하지만 요시히데는 

가슴이 말발굽에 짓눌려 죽어가는 노인, 머리가 깨져 죽어가는 젊은이 등을 그려 바친다. 

호리카와는 분노한다. 내 흠 하나 없는 순결한 패러다이스에 어울리지 않는 모습들이다.

하지만 요시히데는 이들이야말로 당신이 다스리는 도시의 모습들이라고 한다.

호리카와는 요시히데를 그냥 죽여 없애고 자기만의 파라다이스 속에서 편안히 살아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호리카와는 그런 껄쩍지근한 해결책은 원치 않는다. 요시히데를 굴복시키고 그로 하여금 자기 흠 하나 없는 파라다이스를 

인정하고 그려내도록 만들려 한다. 

 

호리카와라고 왜 모르겠는가? 자기가 다스리는 파라다이스의 진실을......

하지만 자기를 둘러싼 귀족들의 이념 세계 속에서는, 그가 다스리는 영토는 분명 파라다이스다. 이것은 이념의 대결이다. 

하지만 자기 이상적인 세계관 속에, 요시히데는 자꾸 현실적인 악마를 들여온다. 호리카와의 이념에 자꾸 균열을 일으키려 한다.

호리카와는 자꾸 자기 곁에, 피 흘리는 거지나 노인들의 귀신이 어슬렁거리기 시작하는 것을 본다. 

 

호리카와와 요시히데의 대결은 점점 더 폭주하기 시작하고 파국으로 치닫는다. 

호리카와는 권력으로 요시히데를 짓누르지 않는다. 그것은 완전한 해결이 되지 못한다. 요시히데로 하여금 자기 이념을 포기하고 

호리카와의 이념을 받아들여 이를 선전하도록 만들어야 진짜 해결이다. 

요시히데는 예술의 힘으로 호리카와와 투쟁하려 한다. 그는 예술지상주의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그는 호리카와 못지 않게    

주변사람들을 희생시킨다. 겉으로는 선량하고 우아하고 순백의 호리카와와는 달리, 그는 겉부터가 난폭하고 남의 파멸을 당연시하고 

폐쇄적이고 삐뚤어져 있다. 

 

호리카와가 병풍을 주며 요시히데 더러 파라다이스를 여기 그리라 한다. 요시히데는 거기 지옥도를 그리겠다고 우긴다. 

내가 실제 보는 것이 지옥이니까, 지옥을 그리겠다는 것이다. 호리카와는 이것이 요시히데의 진검승부라는 것을 느낀다. 단순한 그림 그리기가 아니라, 호리카와와 요시히데가 서로 이념 승부를 벌이는 것이다. "진짜 지옥을 봤다고 했지? 내가 봐도 놀랄 정도로 실감 나는 지옥을 그려 봐라." 호리카와는 소리친다.  

 

그리고 영화 내내 호리카와와 요시히데는 팽팽한 대결을 벌인다. 이런 이념과 예술세계 속 대결에는 권력도 별 소용 없다. 

 

요시히데는 마지막에 이르러 절벽에 부딪친다. 지옥불에 활활 타는 클라이맥스 부분을 그려야 하는데, 이것을 본 적 없으니 말이다. 

진짜 절망과 파멸의 지옥불이란 것은 어떻게 그려야 하나? 진짜 죄악이란?

요시히데는 자기 딸을 불태워 죽이며 이를 관찰하고 영감을 얻는다. 

요시히데는 부정직한 권력에 대항하는 민중의 편일까? 그는 권력의 칼춤에도 의연한 선일까? 

호리카와의 잔인과 폭력은 악이고, 부정한 권력에 대항하는 요시히데가 저지르는 폭력과 악은 선한 것일까?

그렇다고 호리카와나 요시히데나 마찬가지다......하는 결론을 내려도 좋은 것일까? 

 

호리카와는 요시히데가 바친 지옥도를 보고 충격을 받는다. 그의 이념은 산산조각이 난다. 요시히데가 말한, 예술은 권력에 대항하는 

무기이자 힘이다 하는 말이 증명되는 순간이다. 호리카와의 흠 하나 없는 순결하고 완벽한 세계는 이제 추악하고 썩어가는 시체들로 가득한 역겨운 세계가 된다. 하지만 요시히데는? 그는 승리자인가?

호리카와는 요시히데를 비웃는다. 나보고 잔인하고 위선적이라고 하더니, 너는 딸까지 불태워죽이는 놈이구나. 정말 역겨운 악마다. 너처럼 이기적인 놈이 어디 있느냐? 

사실 요시히데도 패배자다. 

딸을 잃은 그는, 그림을 끝내자 자기 스스로 목을 맨다. 권력자를 위압한 영웅이 아니라, 그림 하나를 위해 딸을 불태워죽인 역겨운 악마가 되어 버린 요시히데가 승자일 리 없다.  

 

이 결과가 상징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 영화가 제시하는 문제는 아주 복잡 심오하다. 사람들마다 이 영화 속에서 새로운 주제를 찾아낸다. 굉장히 실험적인 면도 있고, 주연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하다. 

 

신고공유스크랩

추천인 3

  • 다솜97
    다솜97
  • 카란
    카란
  • golgo
    golgo

댓글 6

댓글 쓰기
추천+댓글을 달면 포인트가 더 올라갑니다
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profile image 1등
장르는 다르지만 전설의 고향에 나온 에피소드가 생각나네요. 이 작품 꼭 봐야겠습니다.
13:20
23.04.04.
BillEvans 작성자
golgo
아쿠다카와 류노스케가 일본 전설에 기반을 두고 쓴 단편소설을 영화화했다고 합니다. 사실 영화가 더 복잡한 것 같기도 합니다. 일본 헤이안시대 한국인들이라는 설정은 참 흥미로웠습니다. 왜 이런 설정을 넣었는지 참 궁금합니다.
16:10
23.04.04.
profile image 2등
처음 본 작품인데 내용이 굉장하네요
기회가 있으면 보고 싶어요
14:54
23.04.04.
BillEvans 작성자
카란
영화가 주저 없이 막 나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터뜨릴 때는 터뜨러줘야죠.
16:10
23.04.04.
profile image 3등
매우 궁금한 영화네요, 꼭 기회를 만들어 봐야 겠습니다. 소개 감사합니다~
11:59
23.04.06.
BillEvans 작성자
다솜97
아주 깊은 인상을 받았던 영화입니다. 예술이란 무엇이냐 하는 문제에 대해 깊이 다룬 영화 같아요.
12:40
23.04.06.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파문] 시사회에 초대합니다. 5 익무노예 익무노예 4시간 전11:36 660
공지 [데드데드 데몬즈 디디디디 디스트럭션: 파트1] 시사회에 초... 17 익무노예 익무노예 3일 전20:03 2769
공지 (오늘 진행) [총을 든 스님] 시사회 당첨자입니다. 4 익무노예 익무노예 3일 전19:54 2095
HOT KBS2 '스즈메의 문단속' 더빙판 방영 예정 4 호러블맨 호러블맨 27분 전15:50 214
HOT '서브스턴스' 국내 블루레이 출시 예정 4 golgo golgo 1시간 전15:08 409
HOT 오징어게임2 월드프리미어 기념품들 1 전단메니아 전단메니아 46분 전15:31 338
HOT 정우, [바람] 후속편으로 감독 데뷔 2 시작 시작 59분 전15:18 645
HOT 태국 방콕의 '오징어 게임' 수상쇼 1 golgo golgo 2시간 전13:25 497
HOT 제임스 건, '수퍼맨' 제작비 3억6천3백만달러 소... 3 NeoSun NeoSun 1시간 전14:38 739
HOT <우리가 끝이야> 원작자 콜린 후버, 블레이크 라이블... 3 카란 카란 2시간 전14:04 428
HOT 2024 영화 요약 콜라주 포스터 상세샷 4 NeoSun NeoSun 2시간 전13:53 363
HOT 극장판 스파이 패밀리 코드: 화이트 극장개봉 1주년 축전 1 중복걸리려나 3시간 전12:24 403
HOT 오늘의 쿠폰 소식입니다^-^ 보고타 시빌워!! 4 평점기계(eico) 평점기계(eico) 7시간 전08:41 1305
HOT 국보 예고편 4 GI 3시간 전12:27 796
HOT 참신하고 독특한 종교심리스릴러 "콘클라베" 5 방랑야인 방랑야인 4시간 전12:06 817
HOT 디즈니+ <애콜라이트> 한 시즌 만에 제작 중단한 이유 5 카란 카란 6시간 전09:58 2365
HOT <노스페라투> 캐릭터 포스터 공개 2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5시간 전10:24 643
HOT 워너, '수퍼맨' 내부시사회 후 "긴장":... 12 NeoSun NeoSun 4시간 전11:47 2742
HOT '무파사 라이언 킹' 오프닝 흥행 참담한 수준, &#... 3 NeoSun NeoSun 4시간 전11:35 1158
HOT <하얼빈> 1주차 현장 증정 이벤트 1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5시간 전10:28 800
HOT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시즌2 참가자 6명 영상 / ... 2 NeoSun NeoSun 6시간 전10:01 897
HOT [하얼빈] 사전 예매량 40만장 육박 2 시작 시작 7시간 전09:01 927
HOT 크리스토퍼 놀란 작품들 로튼 리스트 7 NeoSun NeoSun 7시간 전08:42 851
1161561
image
NeoSun NeoSun 9분 전16:08 68
1161560
image
NeoSun NeoSun 17분 전16:00 61
1161559
image
호러블맨 호러블맨 22분 전15:55 177
1161558
image
뚠뚠는개미 24분 전15:53 78
1161557
image
호러블맨 호러블맨 27분 전15:50 214
1161556
normal
RandyCunningham RandyCunningham 28분 전15:49 53
1161555
image
전단메니아 전단메니아 46분 전15:31 338
1161554
image
NeoSun NeoSun 46분 전15:31 289
1161553
image
NeoSun NeoSun 48분 전15:29 191
1161552
image
시작 시작 59분 전15:18 645
1161551
image
golgo golgo 1시간 전15:08 409
1161550
image
golgo golgo 1시간 전15:06 200
1161549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1시간 전15:02 150
1161548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14:47 257
1161547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14:38 739
1161546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14:23 307
1161545
image
전단메니아 전단메니아 2시간 전14:13 315
1161544
image
NeoSun NeoSun 2시간 전14:05 302
1161543
image
카란 카란 2시간 전14:04 428
1161542
normal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2시간 전14:03 161
1161541
image
호러블맨 호러블맨 2시간 전13:55 350
1161540
image
NeoSun NeoSun 2시간 전13:55 176
1161539
image
NeoSun NeoSun 2시간 전13:53 363
1161538
normal
golgo golgo 2시간 전13:45 218
1161537
normal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2시간 전13:39 209
1161536
image
NeoSun NeoSun 2시간 전13:35 335
1161535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2시간 전13:26 199
1161534
image
golgo golgo 2시간 전13:25 497
1161533
image
NeoSun NeoSun 2시간 전13:21 284
1161532
image
golgo golgo 3시간 전13:17 325
1161531
image
NeoSun NeoSun 3시간 전12:48 597
1161530
image
NeoSun NeoSun 3시간 전12:35 882
1161529
image
GI 3시간 전12:27 796
1161528
image
중복걸리려나 3시간 전12:24 403
1161527
image
시작 시작 3시간 전12:18 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