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앤 드래곤' 황석희 번역가 7문7답
보도자료입니다.
“판타지 세계관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번역하는 기분이었다”
찰진 번역의 대가, 황석희 번역가와의 인터뷰 전격 공개!
이유는 다르지만 하나의 목표로 모인 ‘에드긴’과 팀원들이 각자의 특별한 능력을 발휘하며 고군분투하는 유쾌한 모험을 그린 롤플레잉 액션 어드벤처 무비 <던전 앤 드래곤: 도적들의 명예>가 영화 속 찰진 번역의 주인공, 황석희 번역가가 직접 밝힌 번역 비하인드를 공개했다. <데드풀>, <스파이더맨> 시리즈 등 다양한 작품에서 말맛 넘치는 대사로 영화의 매력을 배가시켜 호응을 얻었던 황석희 번역가는 이번 <던전 앤 드래곤: 도적들의 명예>에서 각 캐릭터의 독특한 매력과 유머러스한 대사를 완벽히 녹여내 관객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특히 이번에 공개된 황석희 번역가와의 7문 7답은 <던전 앤 드래곤: 도적들의 명예> 번역 작업에 대한 흥미로운 비하인드가 담겨있어 눈길을 끈다.
Q1. <던전 앤 드래곤: 도적들의 명예>를 번역하게 된 소감은?
‘발더스 게이트’나 ‘네버윈터 나이츠’, ‘엘더스크롤 시리즈’ 등을 즐긴 왕년의 RPG 게임광이기도 하고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같은 MMORPG의 하드코어 유저기도 한 터라 너무 반가웠다. 게임을 잘 아는 입장이니 게이머와 비 게이머들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선을 잘 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많이들 좋아하시는 MCU(마블 유니버스)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인데 판타지 세계관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번역하는 기분이라 너무 즐겁고 좋았다.
Q2. 게임 ‘던전 앤 드래곤’에 대한 자료 조사도 했는지? 원작 게임 팬들을 위해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실제로 ‘던전 앤 드래곤(이하 D&D)’ TRPG나 여타 RPG 게임 팬들을 위해 용어들을 신경 쓴 부분들이 꽤 있다. 있는 용어 그대로만 쓰자니 일반 관객들이 낯설어하시는 것도 있을 테고 아예 안 쓰자니 세계관의 팬들이 서운해하실 테고. 그 선을 잡기가 쉽진 않았다.
사실 이 영화는 특정한 게임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 아니라 ‘D&D’라는 세계관 내 존재하는 영화일 뿐이다. ‘D&D’ 세계관은 아주 간단히 말해 ‘마법과 몬스터들이 존재하는 어느 세상’이다. <반지의 제왕>이나 <호빗>처럼 마법사와 몬스터들이 나오고 엘프, 호빗, 드워프 등 각종 종족이 존재하는 판타지 세계라고만 알고 오셔도 차고 넘친다.
Q3. 번역 작업을 하면서 가장 많이 힘들었던 장면이 있다면?
‘젠크’의 말투를 만드는 게 힘들기도 했지만 가장 즐거웠다. 영화를 보면 아시겠지만, 말투가 아주 독특하다. 내가 억지로 만든 톤이 아니라 실제 영문의 톤이 그렇다. 한국어로 어떻게 써야 관객들이 좋아하실지, ‘젠크’의 캐릭터를 잘 전달할지 꽤 고민했다.
Q4. 캐릭터의 성격이나 상황을 고려한 번역도 눈에 띄는데?
특히 분뇨의 투구(Helmet of Dysfunction) / 분리의 투구 (Helmet of Disjunction)의 번역이 인상적이다.
캐릭터들이 한 명, 한 명 정말 독특하고 훌륭한 색을 갖고 있어서 그에 맞춰 톤을 잡는 재미가 정말 쏠쏠한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캐릭터에 맞춰 농담을 뱉는 역할이 정해져 있다. 나머지는 특징이나 상황으로 웃음을 유도한다. 그 오버하지 않은 웃음들이 정말 좋은 타이밍에, 딱 좋은 비율로 들어가 있어서 오히려 연출자의 절제력에 감탄했다.
‘홀가’가 분리의 투구 (Helmet of Disjunction)에서 뒷 단어를 제대로 기억 못 하고 ‘Helmet of Dysfunction(고장)’로 말하는 장면인데 원래 뜻대로 하면 ‘고장 난 투구’, ‘오작동 투구’ 정도이다. 이 장면에서 원어민들은 웃을 텐데 한국 관객은 원래 뜻대로 번역하면 웃을 수가 없다. ‘고장’의 의미가 필수적인 장면도 아니고 ‘홀가’의 캐릭터와 말장난 개그를 섞어서 연출자가 오로지 웃음만 노린 장면이라 여기서는 의미보다 관객에게 웃음을 줄 수 있느냐가 중요했다.
‘홀가’는 의도적으로 가벼운 말장난을 하는 캐릭터가 아니라 아주 직선적인 성격에 말도 괄괄하게 한다. 딱히 똑똑한 캐릭터도 아니고 이 팀에서 가장 와일드하다. 그러니까 한국어 말투도 그렇게 설정했다. 여기선 ‘분리’와 비슷한 발음의 뭔가를 찾아서 붙여야 하는데 ‘홀가’의 그런 와일드한 성격과 어울리는 단어가 뭐가 있나 고민하다가 떠오른 단어였다.
Q5. 극 중 ‘홀가’는 ‘에드긴’의 딸인 ‘키라’를 ‘꼬물이’라고 부른다.
원문에서는 ‘Bug’인데 번역을 하며 ‘꼬물이’를 선택하게 된 이유가 있다면?
Bug는 영어에서 흔히 애칭으로 쓰이는 말이다. bug 앞에 뭘 붙여서 쓰이는 경우가 흔한데 주로 부모가 자식에게 사용한다. 한 번 나오면 ‘아가’ 정도로 지나가려고 했는데 꾸준히 bug라고 부르고 마지막에 펀치 라인처럼 하는 대사도 있길래 뭔가 만들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아예 새로운 단어를 찾을 수도 있지만 bug(벌레)로 뭔가 귀여운 게 있을까 고민하다가 ‘꼬물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흔히들 아주 작은 반려동물이나 아기에게도 쓰는 말이니까.
Q6. 이번 작업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한글 대사가 있다면?
“실패해도 멈추면 안 돼. 멈추는 순간 실패하는 거니까.”
Q7. <던전 앤 드래곤: 도적들의 명예> 예비 관객들에게 한마디 해준다면?
정말 강조하고 싶지만 게임 원작이 아니다. 그저 황홀한 마법과 온갖 신비로운 존재들이 사는 판타지 세계를 체험하신다 생각하고 오시면 좋다. 솔직히 어떻게 말씀드려야 아무 편견 없이 관객들을 극장으로 모실 수 있을지 혼자 고민이 많은데 그 정도로 정말 너무 잘 만들어진 즐거운 작품이다.
gol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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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플에서 보고 나오는 길인데 돌비로 한번 더 보려구요
자막만 보고 즐기기에 어려움이 없었어요.
역시나 번역가님
시간만 되면 제대로 된 스크린엑스랑 돌비로 다시 관람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