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매체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추천 리뷰

cinra.net이라는 일본 온라인 매체에 올라온 리뷰입니다.

한광훈이라는 재일교포 필자분 글이시더라고요.

국내에서 아직 <우영우> 안 본 분에게도 작품의 매력을 소개하는 좋은 글이 아닐까 싶습니다.

1, 3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https://www.cinra.net/article/202208-briefing-AttorneyWoo_iktaycl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왜 화제인가?
자폐증 주인공이 대활약하는 한국 법정 드라마를 봐야 할 이유

자폐증 여성 변호사의 분투를 그린 한국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화제다. 넷플릭스로 공개된 이 작품은 일본에서도 주간 드라마 랭킹 1위에 오르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올해 6월 말부터 드라마가 시작돼서 8월 18일에 총 16화로 종료됐다. 한국의 드라마 평균 시청률이 5%인 가운데, 최고 시청률이 15.8%(9회)를 기록했다. 팬들의 인기에 떠밀려 이미 시즌 2 제작이 2024년에 계획돼 있다는 (한국) 현지 매체의 보도도 있다. 뮤지컬 작품 제작도 발표됐다.

마음씨 착하고 따뜻한 등장인물과 유머 넘치는 스토리가 매력적인 작품이지만, 자폐증에 대한 편견, 차별 등 인권 문제와 여성의 노동 문제, 학력 중심주의 등 한국 사회의 과제도 그리고 있다.

※ 이 글에는 작품의 내용에 관한 묘사가 있습니다.

자폐증이 있는 변호사가, 잇달아 사건을 해결... 상쾌한 법정 드라마 <우영우 변호사>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주인공 우영우(박은빈)은 신임 변호사(나이 27세)로, 발달장애 중 하나인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지고 있다.

서울대 로스쿨을 수석으로 졸업하고 사법시험은 거의 만점으로 합격했다. 법률이나 판례는 한 번에 모두 기억할 수 있다는 천재적 두뇌(IQ164)를 지녔다. 대형 로펌 '한바다'에 취직해,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갖가지 사건을 해결하고 변호사로서 성장해 나간다는 스토리다.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로 인해 사회성에 어려움을 겪고, 상대가 한 말을 반복하는 버릇이 있다. 공감과 감정 표현도 서툴다. 걸음걸이는 어색하고, 회전문을 통과하는 걸 특히 어려워한다. 그리고 고래를 아주 좋아해서 고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것도 특징이다. 고래는 이 작품의 키포인트로서, 우영우가 천재적인 발상을 할 때는 꼭 커다란 고래가 화면상에 나타나는 연출이 나온다.

드라마는 각 에피소드 당 한 가지 사건이 주제가 된다. 유산 상속 문제, 자녀 유괴 사건, 탈북자 폭행 사건, 여성 노동 문제 등. 우영우는 천재적이면서 자유로운 발상으로 여러 사건들을 해결해 나간다. 그 모습을 보는 게 상쾌하고, 배우 박은빈의 차밍한 연기도 큰 매력 중 하나다.

1화의 줄거리를 간단히 소개해 보겠다. 우영우는 신임 변호사로서 로펌에 처음 방문하는데, 사무소가 있는 빌딩의 회전문에 끼일 뻔하는 등 크게 고생한다. 또 선배 변호사 앞에서 갑자기 고래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으면서 화를 내게 만든다.

처음 맡은 사건은 일상적으로 폭언을 하는 치매 남편을 아내가 다리미로 때려죽이려 했다는 혐의의 살인미수 사건. 집행유예를 받을 수 있을 간단한 사건 같지만, 우영우는 “살인미수 사건으로 유죄가 되면 유산 상속을 받지 못한다.”라는 민법 규정을 바로 떠올리고는 “살인미수 혐의로는 무죄를 주장하고, 상해죄로 하겠다.”라고 선언한다. 처음으로 법정에 서는 우영우의 뜨거운 변호가 주목된다.

우영우 변호사를 보조하는 남자 직원 이준호
작품이 보여주는 현대적인 남자의 자세

이 작품은 법정에서의 드라마 중심이지만, 법정극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우영우 외에도 사랑스럽고 자연스러운 캐릭터들이 드라마를 장식한다.

특히 로펌의 송무팀에서 일하는 이준호(강태오)와의 로맨스가 볼거리다. 제1화에서 회전문 앞에 선 우영우에게 이준호는 “왈츠를 춰보면 어때요?”라고 제안한다. “쿵짝짝, 쿵짝짝, 쿵짝짝, 쿵짝짝”. 왈츠의 리듬에 맞춰 이준호가 우영우의 손을 잡고 회전문을 지나는 장면은 감동적이고 아름답다. 1화에서 꼭 봤으면 하는 포인트다.

변호사 우영우를 다정하게 보조하는 이준호는 현대적인 남성의 자세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남성이 무리하게 리드하는 것이 아니라, 주체는 어디까지나 변호사 우영우. 이준호는 소송 준비를 보조하는 로펌 직원이다.

그는 보조 역할로, 때로는 우영우에게 휘둘리면서도 그 역할을 즐겁게 수행한다. 상대를 배려할 줄 아는 이준호가 우영우에게 묘하게 끌린다는 설정도 사실적이다.

또 친구 동그라미(주현영)와의 주거니 받거니도 재밌다. 우영우와 만날 때마다. “우 to the 영 to the 우”, “동 to the 그 to the 라미”라고 말하며 포즈를 취하는 건 틱톡에서도 흉내 내는 사람들이 속출한다. 동그라미는 고등학교 시절 동창으로, 왕따당하던 우영우를 도와준 유일한 친구였다. 우영우와 동그라미의 ‘시스터후드(여성 간의 연대)’는 이 작품의 포인트이기도 하다.

뛰어난 재능을 꽃피워가는 우영우
<노다메 칸타빌레>와의 유사성

이 작품은 자폐증을 다룬 스토리에서 영화 <레인맨>과 비교될 수 있다. 하지만 필자는 오히려 일본에서 드라마화, 영화화도 된 인기 만화 <노다메 칸타빌레>와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노다메 칸타빌레>는 천재적인 음악 재능을 가진 주인공 노다 메구미가 지휘자를 목표로 하는 음대 선배 치아키와 만나면서 재능을 꽃피워가는 스토리였다.

노다메 역시 사회성과 감정 표현에 다소 어려움을 겪고, 덜렁거리는 면도 있지만, 한번 들은 곡은 모두 암기할 수 있는 특성이 있다. IQ 164 두뇌를 갖고 법조문을 통째로 암기하는 우영우와 공통점이 많다. 우에노 주리의 차밍한 연기도 기억에 생생한데, 그 점 역시 비슷하다. 일본에선 <노다메 칸타빌레>와 비슷하다고 하는 편이, 보다 친근감을 갖기 쉽지 않을까 싶다.

“80년 전만 해도 우리는 살 가치가 없는 사람들이었어요.”
작품이 꼬집는 차별의 역사

한국사회의 상황과 현실을 스토리에 잘 녹여낸 것도 이 작품의 볼거리 중 하나다.

예를 들어 3회에서는 자폐증 동생 정훈이 형 상훈을 죽였다는 혐의(상해치상죄) 사건이 그려진다. 정훈은 21살이고 몸집이 크지만 어린애 같고, 의사소통이 어렵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사람마다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우영우는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의사소통을 해간다. 사실 정훈은 형을 죽이려 한 것이 아니라, 자살을 시도한 형을 구하려 했던 것이 드러난다.

서울대 의대에 진학한 형 상훈이지만 시험에 쫓기는 일상에 “살아갈 의미를 모르겠다. 죽는 게 나아”라며 자살을 기도한 것이다. 학력 사회여서 경쟁이 심한 한국에서는 중고생들 중 다수가 “공부와 외모” 때문에 고민하고 4분의 1이 “일상생활을 중단할 정도의 우울감과 절망감”을 느꼈다고 답했으며, 13~18세 사망 원인 1위가 9년 연속 ‘자살’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통계청 조사)

그런 한국의 현실을 잘 보여주는 에피소드다.

또 3화에서는 자폐증이 있는 사람이 직면하는 어려움도 그리고 있다. 자폐증을 연구한 독일 의사 한스 아스퍼거는 “정상이 아니라고 해서 열등한 것은 아니다. 자폐증 환자는 독창적인 사고와 경험으로 놀라운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말을 남겼다.

하지만 아스퍼거는 나치의 부역자였고, “살 가치가 없는 사람”을 선별했다. “살 가치가 없는 사람”이란 장애인, 불치병 환자, 정신질환자였다. 우영우는 “80년 전만 해도 우리는 살 가치가 없는 사람들이었어요. 그게 우리가 짊어진 이 장애의 무게입니다.”라고 극중에서 말한다.

우영우와 함께 걷던 이준호가 착각한 지인으로부터 “봉사활동 중인가요?”라는 말을 듣는 장면도 나오는 등 자폐증 있는 사람에 대한 편견을 날카롭게 제시한다. 4화에서는 “자폐인 우영우는 깍두기입니다. 같은 편하면 져요. 내가 끼지 않는 게 더 낫습니다.”라고 우영우가 말하는 장면도 있는데, 이후에 이준호가 말하는 대사가 가슴을 저리게 하니, 꼭 직접 보고 확인했으면 좋겠다.

만약 이미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본 사람이라면, 그다음으로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 한국영화 <증인>이다. 

<우영우>와 같은 문지원 각본가의 작품으로, 역시나 자폐증 있는 여고생 지우와 변호사의 마음의 교류를 그리고 있다. 지우의 장래 희망은 변호사다. 그렇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만약 <증인>의 지우가 커서 변호사가 된다면’이라는 아이디어에서 탄생한 작품이다. <증인>과 비교해 본다면 자페증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 것이다.

이 글에서 소개한 에피소드 외에도 인상 깊은 에피소드들이 많고, 재밌는 캐릭터가 생생하게 살아 숨 쉬고 있다. 아무튼 재밌는 드라마니까 “넷플릭스에 가입했는데 어떤 드라마를 봐야 할지 모르겠다”는 분이면 꼭 1화를 보길 바란다. 이제부터 보는 당신도 문득 “우 to the 영 to the 우”하고 춤추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