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놉] 조던필이 드러내는 영화인에 대한 헌사 (스포 O)
해당 리뷰는 <겟 아웃>, <어스> 그리고 <놉>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올해 1월 1일에 개인적인 2022년 기대작 10편을 올렸습니다 (https://extmovie.com/movietalk/72178928) 그중 하나가 조던 필 감독의 <놉>이었죠. <겟 아웃>으로 충격적인 데뷔를 한 조던 필은 이후 <어스>까지 내놓으며 호러영화의 신인으로 떠올랐습니다 (물론 조던 필의 작품들을 일반적인 호러로 분류하는 것이 맞을지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을 것 입니다). <겟 아웃>으로 아카데미까지 수상하는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흥미롭게 찾아볼만한 감독이 한명 나왔구나라며 놀란 기억이납니다. Key & Peele 명의의 여러 유튜브 코미디들은 이미 그가 데뷔하기 전에도 본 기억이 있었지만 이렇게 영화 감독으로 데뷔해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형성하는 것을 보며 감탄했습니다. <어스>는 공개된 트레일러를 보면서 도대체 어떤 내용일까? 싶은 호기심을 끌어올린 작품이었고 당시 진행되었던 이동진 평론가의 라이브톡으로 영등포 스타리움에서 봤습니다. 약 3년이 흘러 그가 차기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번에는 또 어떤 소재일지 예고편을 여러번 돌려보며 기대감을 높였고 용아맥에서 진행된 익무시사로 즐겁게 보고 왔습니다.
<놉>은 여러 측면에서 비범한 작품입니다. 최면이라는 소재로 인종차별과 엮어 절묘하게 스릴러를 완성시켰던 <겟 아웃>, 도플갱어의 이야기이지만 그 속에 미국 사회의 현재 모습에 대한 수많은 은유로 가득찬 <어스>를 지나 이번 <놉>은 저는 영화 그리고 영화인들에 대한 헌사인 동시에 대중들에 대한 비판이 담겨있다고 보았습니다.
줄거리를 가볍게 살펴보겠습니다. 주인공 OJ는 할리우드 유일의 흑인 소유 말 조련장을 운영하시던 아버지를 이어 이 일을 해 나가고 있었습니다. 평소와 같던 어느날 하늘에서 떨어진 동전과 다른 것들에 맞은 아버지를 잃게되고 이때부터 하늘에 뭔가 있다는 묘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동생인 에메랄드와 가업을 이어 광고 촬영현장에서 일을 해보려하지만 직원이 실수로 거울로 말을 놀래키자 흥분하며 일어난 일련의 소동으로 일은 제대로 풀리지 않습니다. 여전히 벌어지는 기묘한 일들은 이 남매로 하여금 저 하늘에 있는 뭔가를 찍어 돈벌이를 하고자하며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집 주변에 있는 테마파크에는 어릴때의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주프가 일하고 있습니다. 어릴때 아역 배우로 데뷔했지만 촬영장에서 침팬지가 흥분해 발생한 참극을 경험했습니다. 이내 시간이 흐르고 근처 전자기기 가게에서 일하던 엔젤 역시 OJ와 에메랄드의 요청으로 카메라를 설치하러 왔다 이 상황에 매료됩니다. 주프를 포함한 테마파크 관객들이 실종되는 등 기묘한 일들이 벌어지자 에메랄드는 유명 다큐제작자인 홀스트에게 연락해 이 광경을 찍을 사람은 당신뿐이라고 하며 초청하게 되고 이들은 최후의 혈투(?)를 시작합니다.
이번에도 조던 필 감독은 익숙한 소재를 비틀어 관객들을 멍하게 만들어버립니다. 인종차별을 흑인의 건강한 몸을 탐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비틀어 풀어냈고 이번 놉은 당연히 UFO는 외계인들이 특정 목적을 위해 타고 다니거나 인간을 납치하는 이야기겠지라는 생각을 비틀어 비행체 자체가 하나의 외계생명체이다 라는 꽤나 섬뜩한 소재로 바꾸어버렸습니다. 영화내내 보여주던 어두컴컴한 통로 속 들리는 비명은 결국 이 외계생명체의 식도이고 수많은 사람들은 그 속에서 죽어가며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는 사실은 섬뜩합니다.
지난번에 올린 글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놉의 스틸북 디자인이었습니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길래 이미지를 이런걸 활용했을까? 싶었는데 영화를 본 이후에 다시보니 꽤나 많은 것들이 담겨있는 디자인입니다. 전면부는 생명체의 입, 후면은 영화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TMZ 기자 (배경이 검은 것을 보면 어찌보면 생명체에게 먹힌 이후일수도?)
그러면 과연 조던 필은 단순하게 카펜터의 괴물, 스필버그의 죠스처럼 특정 생명체에 대한 공포물을 위해 이 모든걸 만들 것일까?라고 물어본다면 저는 전혀 아니라고 답하고 싶습니다.
서두에 말했지만 이 영화는 분명 영화인들에 대한 헌사이자 일부 대중들에 대한 비판으로 저에게는 보입니다.
<말타는 흑인 기수>
최초의 영화를 뭐로 봐야하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겠지만 영화에서는 2초 분량의 말타는 흑인 기수의 영상을 소개합니다. 영상은 유명하지만 정작 영상에 나오는 말을 탄 흑인 기수는 누구인지에 대해 모른다고 언급하죠. OJ의 아버지가 운영하던 이 오래된 헤이우드 목장은 어찌보면 철저하게 앞으로 나서지 못하고 뒤에서 수많은 작업을 하는 인물들의 모임이었을 것 입니다. 영화와 같은 수많은 영상을 위해 말과 같은 소품을 제공하고 그들은 전면에 나서지 못하고 아마 기억되지 못한 인물들 이었을 것 입니다.
이 영화의 끝에 결국 말타는 흑인 기수는 OJ는 자신의 이름을 남기게 되었을 것 입니다. 하나의 결과물을 위해 일하던 모든 이들을 상징하는 OJ가 기억되는 것으로 (아마 오프라 쇼에도 에메랄드와 엔딩 이후에 나가겠죠 ㅎㅎ) 이 작품은 그들에 대한 헌사를 보내는 것 처럼 보입니다.
<최후의 사진 그리고 동전>
이 생명체는 하나의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주면에 등장하게 되면 근처에 있는 기계들을 정전시켜버립니다. 그렇기에 제대로 된 디지털 카메라는 작동하지 않고 오직 기록 가능한건 필름이게되고 홀스트는 이러한 필름카메라를 활용해 기록며 최후를 맞이하게 됩니다. 영화의 최후의 순간 에메랄드는 테마파크의 바닥에 떨어진 수많은 동전을 활용해 우물사진기를 끊임없이 가동시킵니다. 실패해도 포기하지 않고 바닥에 떨어진 동전을 이용해 사진을 계속 촬영하고 이내 성공합니다. 아버지의 죽음을 상징하던 동전이 이제 그녀에게는 목표 달성과 삶을 바꾸어버릴 수단이 되었습니다.
필름만으로 기록 가능했던 그 시대, 바이크는 없고 유일한 이동은 말을 이용해서 가능했던 시대 당시 영화를, 또 자신의 작품을 완성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사투를 벌인 영화인들에 대한 조던 필이 표하는 존중입니다.
<주프의 이야기>
영화의 시작을 차지하는 것은 주프의 이야기입니다. 주프는 고디가 난동을 일으킬 당시 손을 뻗어 일종의 교감을 하려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물론 고디가 사살되며 이는 온전하게 이루어지지 못했지만 이때부터 후에 대사로도 언급되지만 주프는 자신이 일종의 선택된 존재였다고 믿었을 것 입니다. 자신은 어떠한 생명체도 그들과 교감하고 길들일 수 있다고 믿었겠지만 과거는 반복되었습니다. 교감은 완성되지 못했고 주프는 최후를 맞이하게 됩니다.
주프는 창작자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대중의 위치라고 보았습니다. 그는 자신의 명성과 쇼를 위해 행사를 기획하고 자신이 컨트롤 할 수 있다고 믿었지만 그도 결국에는 홀스트처럼 실패합니다. 자극을 찾다 어느순간 선을 넘어버린 홀스트, 트라우마를 극복했다고 믿었지만 결국 그 트라우마에 의해 발목이 잡혀 최후를 맞이한 주프의 모습은 감독이 던지는 하나의 경고처럼 느껴집니다.
영화는 의도적으로 많은 지점들을 생략했습니다. 그렇기에 영화가 끝난 직후에는 분위기와 영상에 압도당하긴 했지만 이게 뭐야?라는 의문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당장 저 생명체는 어디서 온것이며 그래서 마지막에는 죽은건가? 같은 어찌보면 가장 근본적인 의문에 대한 답변을 의도적으로 여백으로 남겨둡니다. 왜냐하면 감독은 관객으로 하여금 그러한 요소에 집중하지 않길 원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외계 생명체의 기원보다 어떠한 존재에 맞서는 인간들의 모습을 (인간들은 최후를 다 보여주고 각자의 이야기도 있죠) 통해 감독은 자신의 이야기를 해 나간 것처럼 보입니다.
영화는 관객을 압도시킵니다. 중요한 시퀸스마다 반복적으로 활용되는 1.43:1 비율은 외계 생명체의 섬뜩함을 관객에게 체험시켜줍니다.
코돌비로는 아직 보질 못해 정확한 추천은 못하겠지만 이 영화는 아이맥스 비율을 정말 잘 활용하였고 가급적 용아맥으로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사담으로 이건 제가 영화를 보기 전에 당한 일종의 스포(?) 였는데요
'<놉>을 본 사람은 이 스티븐 연의 모자를 다시 보면 놀랄거임' 이런 글 이었습니다. 보는 순간 아 당했다.. 싶어서 모자가 비행체 모양이니 아 스티븐 연이 외계인인건가 싶었는데 다행히 아니었네요 ㅎㅎ
스티븐 연의 이미지는 외계 생명체에게 먹히는 모습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paul26
추천인 2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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