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타임] 익무 시사 후기(스포)
어제 영화를 보고 난 뒤 영화가 처한 상황을 그대로 맞닥뜨리는 경험을 하고 왔네요. 1호선만 타면 30분도 채 안 걸리는데 돌고 돌아 2시간 걸려 집에 도착.. 어떤 면에선 두고 두고 기억에 남을 만한 영화로 남을 것 같습니다.
피 한방울 나오지 않는 스릴러라는 말이 어떤 걸까 했는데 보고 나니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표현 같더라고요.
아이들과 나 자신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장거리 출퇴근을 해야만 하는 여성의 여정을 통해 이것이 바로 우리 모두가 알게 모르게 겪고 있는 삶의 스릴러라는 걸 보여준 것 같아요.
특히 대중교통 파업으로 인해 주인공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쩔쩔매는 모습은 비슷한 경험을 해본 분들이라면 가슴 졸이며 극공감하실 만한 부분 아닐까 싶습니다.
거기다 마치 나 자신도 덩달아 시간에 쫓기는 듯한 느낌을 전해주는 긴박한 사운드도 인상적이었어요. 직장에서나 가정에서나 시간에 구애받는 현대인들의 압박감을 효과적으로 잘 표현해준 것 같습니다.
오프닝과 중간중간 주인공 쥘리가 고요히 숨을 내쉬며 잠드는 장면이야말로 그녀가 가장 살아있는 순간이 아니었나 싶어요.
하루 중 말 그대로 일하는 풀타임엔 죽어있는 거나 다름없고 오로지 일이 끝난 후 잠든 순간에만 생의 감각을 느끼게 되는 아이러니. 일상에서 때로는 파트타임을 가지고 쉬어야만 나머지 시간을 더 인간답게 보낼 수 있을텐데.. 참 안타까웠어요.
극 중 마지막 소식이 얼핏 쥘리에게 희소식같지만 우리는 다 알고 있습니다. 나를 짓누르는 풀타임의 일상은 해결됐다고 생각한 그 순간이 끝이 아니라 또 다른 문제거리를 가져올 도화선에 불과하다는 것을요.
그렇기에 90분간 이 영화가 보여주는 일상의 공포가 여느 때보다 더 무섭게 다가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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