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어> 늦기 전에 보고 왔습니다! 간단 후기
(배지 너무 예뻐요ㅠㅠㅠ)
🔥❌🔪🩸😵💫🐒🏥
시각과 청각이 예민한 내게 각자의 무작위한 경로로 움직이는 사람들로 가득 찬 공간은 공포에 가까울 때가 있다. 주말 낮의 타임스퀘어나 출퇴근 시간의 왕십리역이 그렇다. 끊임없이 겹치다 멀어지기를 반복하는 동선과 원치 않아도 들리는 이야기는 아주 작은 통제력 마저 앗아가고, 내가 지켜온 자아와 인류에 가졌던 일말의 기대감이 침범 당하는 체험은 상당히 버겁다. <큐어>에는 그런 공포가 녹아있다. 내가 쌓아올린 철옹성이 넘실거리는 파도에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만 같은 공포. 그리고 그 파도는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일상의, 일상에 속한 종류이기에 공포감이 증폭된다. 쇠파이프를 분리할 때의 고주파 소음, 돌아가는 빈 세탁기, 떨어지고 쏟아지는 물이 만들어내는 소리 등으로 관객은 일상에 묻은 공포를 재발견하게 된다.
살인자에 대한 이야기는 그 장르와 이야기의 톤과 무관하게 흥미롭다. 의지와 유리된 탄생이 어떤 과정을 거쳐 의지로 가득한 살생으로 이어지는가? 그 과정에 대한 인류의 고민과 여러 답은 다양한 예술 매체를 통해 변주되어 왔고, 구로사와 기요시 역시 인류 지성의 일부를 빌려오되 독창적인 예술성을 더한 이 작품을 통해 답을 내놓는다. 영화에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아와 무의식의 흐릿한 경계에 대한 심미적 탐구가 담겨 있다. 또한 드러나지 않은 자아 끄트머리의 공포와 폭발적인 폭력성은 범인류적으로 보편적인 속성일지도 모른다는 섬뜩한 가설을 시네마 속 세계로 증명하고자 한다. 따라서 영화는 존재의 이면에 극복할 수 없는 공포가 늘 매달려 있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한다. 이를 느끼지 못하거나 잘 억누르며 일상의 평온을 유지하던 이들이 한순간 마미야에 동화되는 전개는 생명의 유한성에서 기인하여 영원히 해결되지 않는 공포가 인간 심리 기저에 늘 존재한다는, 실존이 곧 고통이라는 실존주의 철학에 기반한다.
ps)
‘좋아하진 않는 거 같은데 분명 잘 만든 건 맞는 영화’ 리스트에 추가되셨습니다!
안 무서운데 무섭고 무서운데 안 무서움 아무튼 기분은 나쁜데 잘 만들어서 기분은 좋고 이런게 실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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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로 조여오는 분위기와 치밀하게 배치된 숏 구성, 실존의 공포라는 제재가 마음에 들었던 영화였습니다 ㅎㅎ 다만 마음에 쏙 들어오는 좋아하는 영화냐 하면 그건 아닌 거 같은..ㅠㅋㅋㅋㅋㅋ 다른 분들은 <큐어> 어떻게 보셨을지 궁금하네요!
뇽구리
추천인 10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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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다룬 실존적인 공포가 너무 소름돋더라구요ㅎㅎ 일련의 과정을 큐어 라고 표현한것도 무섭구요ㄷㄷ 후기 잘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