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선언] 한 20분만 덜어냈다면 더 평이 좋았을 것 같네요(약불호, 스포 O)
동네 CGV에서 비상선언을 보고 왔습니다.
먼저 소재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 19라는 초유의 사태를 직면하면서 우리 사회가 겪었던 갈등의 양상과
우리가 느꼈던 감정이 영화에 몰입감을 배가해주었으니까요.
비행기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전파되는 미상의 호흡기 바이러스가 주는 공포감은
초기 유튜브에서 보던 우한 락다운의 패닉과 다르지 않았구요.
하지만 영화가 너무 비행기에 바이러스가 퍼지는그 방향성에 맞춰 있다보니 개연성이나 설득력이 떨어져 보였어요.
그냥 관객들은 그저 이런 상황이 주어졌다고 받아들이라는 느낌이랄까요.
대뜸 나오는 테러 예고 유튜브나 임시완 아파트 문이 열려있는 것, 그리고 그곳에 모든 자료가 있는 상황 모두 스토리 전개를 위해
작위적으로 설정된 느낌을 강하게 주지만, 뭐 그러려니 할 수 있어요.
근데 이 모든 사건의 키인 임시완의 내면은 영화가 별로 그리지 않는건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영화가 시작하면서 우리가 보는 건 잘생긴 임시완의 싸이코 같은 말투와 표정연기 뿐입니다.
하지만 내면은 영화 말미에 어머니의 그늘에 컴플렉스가 심한 아이 정도로만 그려지죠.
유튜브로 테러 예고까지 할 정도의 인물이라면 더 배트맨의 리들러 정도의 설명은 필요하지 않았을까요.
영화의 동기부분부터 허술하니 비행기가 회항을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고 봅니다.
원하던 대로 밀폐된 비행기에서 벌어지는 미생물 테러 이야기는 했으니 어떻게든 이야기의 끝을 내야 하는데 방법이 잘 보이지 않았을 것 같아요.
범죄자는 이미 죽어서 불가벌한 상황에 감염 피해자들만이 가득한 비행기를 죽이는건 사람들의 정서에 맞지 않으니,
백신으로 살리긴 해야겠는데 영화적 긴장감을 놓치기 싫은지, 아니면 이 틈에 정치적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계속 회항만 시킵니다.
그러면서 영화가 신파로 흘렀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영상통화 부분은 송강호 아내야 그렇다쳐도
별로 중요하게 등장하지도 않고 내면을 보여주지도 않던 나머지 인물들은 그저 감정적 고조를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아보였어요.
이 마지막 2, 30분의 신파적인 요소를 덜어냈다면 좀 더 좋은 영화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cgv에서 오늘 비상선언 기념으로 팝콘 세트 할인 쿠폰을 주던데
팝콘 먹으면서 뇌의 전원 버튼 끄고 생각 없이 본다면 재밌을 영화 같긴합니다.
코로나 초기를 떠올리며 다들 재밌게 본듯 해요.
그런데 전 조금 더 좋았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아쉬울 따름입니다.
내러티브에 감독이 끌려 들어가버린 영화 같아서
앞으로 감독이 더 역량을 늘린다면 충분히 좋은 영화를 많이 찍으실거라 생각합니다.
이미 덜어낸 편집본이라는게 참..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