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ㅇ) 튼튼이님 나눔) 영화 [멘 MEN] 후기 및 해석

*스포가 다량 포함되어 있고 자의적인 해석이 난무합니다.
어젯밤 튼튼이님의 은혜로 영화 멘을 관람했습니다. 멘을 상영하는 개봉관도 별로 없고 특히 집 근처에는 전혀 없어서 코엑스로 관람을 하러 와야했는데 영화도 밤에 시작해서 거의 막차를 걸고 모험을 해봤습니다.
집에 가는 막차를 타야한다는 스릴과 A24표 호러가 만나 더 큰 공포를 느낄 수 있다는 기대감에 관람전부터 심장이 두근두근했습니다.
아직 익무에는 영화 멘에 대한 해석이나 후기가 거의 없는 것 같아서 장문으로 후기를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영화 멘 에서는 다양한 심볼들과 종교적 신화적 표현들이 등장했는데 처음 보시는 분들은 저게 왜 반복적으로 나오는 지 의아하게 생각하셨을 수도 있습니다.
영화 속 교회씬에서 등장하는 이 두가지의 상징은 그린맨과 쉴라 나 긱입니다.
먼저 그린맨은 남성의 힘 그리고 재생산, 부활의 상징 입니다. 그린맨의 돌조각 반대편에는 쉴라 나 긱(Sheela na gig)이 새겨져 있습니다.
쉴라는 성숙한 또는 늙은 여성 또는 못생긴 늙은 여성을 뜻하고 긱은 생식기를 뜻하는 속어입니다. 영화에서 왜 이게 교회 장면에서 나오냐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옛날 유럽인들은 쉴라 나 긱이 액막이, 악령을 쫓아내는 힘이 있다고 믿었기에 창문이나 문 근처에 장식으로 놓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12세기쯤 많은 수의 노르만 로마네스크 양식의 교회, 대성당 등에서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발견된 국가는 영국, 아일랜드, 프랑스 그리고 스페인 등이며 쉴라 나 긱은 생명을 주는 존재이자 여성의 힘을 나타내는 그린맨과는 상극이지만 떼어내고 이야기 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알렉스 가랜드 감독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영화 멘을 통해 전형적인 남성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재생산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고 당연하게 여겨지는 생각과 관습을 관객 자신도 갖고 있었음을 인식하고 받아들이면 좋겠다고 했는데 이 인터뷰를 통해 왜 영화 멘에서 그린맨을 상징적인 존재로 사용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 유럽에서 아직도 그린맨 축제와 쉴라 나 긱 축제가 열린다는 점도 재미있습니다. )
그리고 그린맨과 쉴라 나 긱과 마찬가지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상징이 있습니다.
민들레 씨앗인데 죽고 부패한 사슴의 사체의 눈구멍에 민들레 씨앗이 들어가는 장면이 꽤나 시간을 들여 나옵니다. 그린맨과 마찬가지로 생명의 순환 그리고 삶과 죽음 그리고 재생산을 보여주는 장치로 민들레 씨앗을 사용했습니다.
또 사과도 반복적으로 보여주는데 성경에서 금단의 열매, 원죄의 상징으로 사용되는데 여자주인공 하퍼 말로가 콧슨 마을의 에어비앤비로 예약한 제프리의 집 마당에 들어오자마자 허락도 없이 사과를 먹는 모습을 보여주고 제프리는 성경 구절까지 인용하며 허락도 없이 다른 사람의 사과를 먹으면 안된다고 말합니다. 물론 바로 농담이었다고 말하며 마음대로 먹고 잼도 만들어서 먹으라고 어차피 놔두면 벌만 꼬인다고 하지만 나중에 펍에서 경찰이 나체의 남자가 제프리의 마당에서 사과를 훔쳐 먹었다고 하자 하퍼를 바라보며 사과를 훔쳐 먹는 건 큰 죄라며 눈치를 줍니다.
영화 멘에서 힐링을 위해 콧슨 마을로 온 하퍼 말로에게 모든 남자들은 같은 얼굴로 보입니다. 그렇지만 이상하게도 하퍼 말로는 눈치채지 못 합니다. 죽은 남편 제임스를 제외하고 모든 남자들이 같은 얼굴로 보이는 건 사실 콧슨 마을의 모든 남성 캐릭터는 다른 사람이지만 전형적인 남성성을 보여주려는 알렉스 가랜드 감독의 장치처럼 보여집니다. 하퍼 말로가 목격한 모든 남성들이 클라이막스에 나오지는 않으며 콧슨 마을에서 모든 남성들이 같은 얼굴인 것과는 달리 하퍼 말로는 여성들의 얼굴은 정확히 인식합니다.
나체의 남자는 어딘가 그린맨과 닮아 있습니다. 초록빛이 나는 피부도 그렇고 영화 종반을 향할수록 그린맨과 닮은 외모로 변해갑니다.
영화 멘은 다른 호러 영화와 반대로 클라이막스를 향할수록 강해지고 공포스러운 존재로 변해가는 그린맨과는 달리 무감각해지고 침착해지는 하퍼 말로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린맨이 하퍼 말로에 의해 칼과 차로 상처입은 부위가 죽은 제임스의 모습과 닮아 있습니다. 그린맨은 하퍼가 콧슨 마을에서 목격한 남성들을 여성의 성기로 낳고 죽고 그리고 재탄생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그린맨과 쉴라 나 긱이라는 심볼이 가진 의미와 알렉스 가랜드 감독이 이 영화에서 보여주고자 했던 전형적인 남성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재생산되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초자연적인 존재 그린맨은 마지막으로 말로 하퍼를 괴롭혔던 제임스를 말이 나오는 입으로 낳습니다. 그로테스크하고 괴기한 장면이지만 붉게 물든 화면과는 대조되는 영화 멘의 모든 씬 중 가장 침작하고 무감각해진 상태의 하퍼 말로가 내게 뭘 원하냐고 묻자 제임스는 당신의 사랑이라고 말을 하며 길었던 밤은 하퍼가 터널을 통과한 듯 끝납니다.
마지막에 하퍼의 친구 라일리가 콧슨 마을에 도착한 모습이 나오는데 라일리는 임신을 한 상태입니다. 임신한 라일리를 보여주면서 또 다른 전형적인 남성적 성향을 가진 사람이 재생산 될거라는 암시를 하며 영화는 끝납니다.
알렉스 가랜드 감독은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메세지를 던지는데 사실 친절한 방식은 아니었고 그렇다고 호러에 집중된 영화도 아니었기에 호러팬들에게도 호불호가 많이 갈리게 된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하퍼가 터널에서 자기 이름과 노래를 불러 메아리로 만든 음악이 처음엔 밝고 아름다웠지만 중반에서 후반에는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배경음악으로 사용되었다는 점이 재미있었습니다.
영화 처음과 끝에 나왔던 Lesley Duncan 의 Love song 링크를 첨부하며 글을 마칩니다.
추천인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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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린나이트처럼 배경지식이 있으면 더 흥미롭게 다가오는 영화인 것 같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2세기 아일랜드, 영국 나아가 프랑스 스페인의 교회, 대성당 건물, 우리나라에 꽤 잘 알려진 문화재에도 문 근처 창문쪽 근처, 건물 외벽 기둥쪽에 쉴라 나 긱이 있는 곳이 많습니다. 영화에서 나온 것과 비슷하게 보존이 잘된 것도 많은데 청불이라서 사진은 별도로 첨부하지 않겠습니다. ㅎㅎ

알렉스 가랜드 감독이 이전 작품들에도 성경과 관련된 요소들을 넣기도 했고 이번 영화 멘도 개봉적 에덴 동산이라는 성경적 우화에 관련된 호러가 나올거라는 기사가 나왔었어요. 그리고 기자들이 성경적인 요소에 대해 감독에게 몇가지 질문한 인터뷰 내용이 있는데 알렉스 가랜드 감독은 관객분들이 각자의 해석을 즐겨주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메니페스토님도 제가 작성한 글은 그냥 이런 관점도 있구나 정도로만 생각해주시고 영화를 재미있게 보셨으면 좋겠어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