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2022) 리암 니슨 영화의 수작. 스포일러 있음.
최근 리암 니슨 영화들 중에서는 드라마가 오롯이 살아있는 편이라 성공작인 것 같다.
리암 니슨은 늘 그렇듯이 냉철한 킬러로 나온다. 하지만 아직 노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알츠하이머병 초기단계다.
이 사실을 주변 사람들에게 숨기고 있지만, 살아있는 채소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아무리 냉철하고 범죄를 저지르며 살아왔다지만 이제는 자기 삶을 정리할 순간이다.
하지만 위에서는 새로운 암살 지시가 떨어진다. 네게는 거부할 권리가 없다고 협박한다.
거기에다가 암살을 해야 할
장소가 리암 니슨의 고향이다. 리암 니슨은 억지로 고향으로 간다. 굉장히 친숙하지만 액션영화로서는 상당히 참신한 소재다.
이제 와서 돈을 벌 이유는 무엇이며, 범죄를 저지를 이유는 무엇인가.
의욕도 욕망도 없이 늘 하던 일이니까 한다 하는 심정으로 고향에 간다.
하지만 충격을 받는다. 자기가 암살해야 할 대상은 죄도 없는 13세 소녀다.
진짜 나쁜 놈이 "네가 살아있는 한 내가 편할 날이 없겠어"하는 이유로 죄 없는 소녀를 잔인하게 암살하려는 것이다.
리암 니슨은 이 암살명령을 거부하고 오히려 암살을 지시한 대상을 찾아나선다.
사실 아주 훌륭한 주제다. 냉철하고 프로페셔널한 킬러의 마음 속에서 모든 확실했던 것이 흐려지기 시작한다.
잘 알던 것도 기억에서 사라져 가고, 당연하게 행동했던 법칙들도 무의미해져 간다. 그 자리를 차지해 가는 것이
이미 흘러가버린 머언 과거다. 죄 없는 소녀를 처형한 나쁜 놈들을 죽이겠다는 집착도
어쩌면 정의감에서 나온 것이 아닐 지도 모른다.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윤리조차 사라져가는 희미한 정신 속에서
그나마 인간성을 유지해주는 한가닥 끈이 바로 소녀를 위한 복수 아니었을까?
범죄자가 늘그막에 갑자기 정의감이 생겨 날뛴다고 하는 것은 어색하다. 사실 영화는 리암 니슨을 정의의 편으로 돌아선
범죄자 같은 식으로 그리는데, 그런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고향에 돌아가자 이미 알츠하이머 중증으로 식물인간이 된 형을 찾아간다. 과거에는 이런 형을 불쌍해했지만
지금 와서는 동질감을 느낀다. 같은 위치에서 형과 동질감을 느끼자 간절한 형제애가 생겨난다.
내가 이 킬러라고 생각해 보자. 아마 내 자신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필사적으로 헤멜 것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 리암 니슨은, 영화 러브 레터의 여주인공과 비슷한 처지에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 와중에 흩어지는 정신을 다잡아서 소녀의 복수를 해야 한다. 이 소녀에 대한 복수는
내 자신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 헤메는 행위와 다르지 않다.
리암 니슨에 대응되는 에프비아이 요원이 가이 피어스다. 가이 피어스가 주연했던 미멘토와 비슷한 영화가 바로 이 영화인데, 아마 가이 피어스로서는 남다른 감회가 있었을 것이다. 가이 피어스는 자기 가족을 죽인 뺑소니범을 체포했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나게 한다. 그는 분통이 터진다. 하지만 법집행인이라는 자기 처지 때문에 분통만 터지지 어떻게 하질 못한다.
그에게 두번째 기회가 온다. 범죄조직의 증인으로 생명 위협을 받는 13세 소녀를 지키는 일이 그에게 떨어진다.
그는 이 소녀를 지키고 싶다. 하지만 이번에도 무력했다. 소녀는 잔인하게 암살 당하고 만다.
리암 니슨 못지 않게 드라마틱하고 다채로운 캐릭터가 가이 피어스다. 리암 니슨 원맨쇼로 이 영화를 만들어간 것은
큰 실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진정성 있는 캐릭터를 낭비한 것 같다.
영향력 있는 사업가이자 정재계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인물로 모니카 벨루치가 나오는데, 이 인물도 낭비된 것은 마찬가지다.
소아성애자인 아들이 범죄를 저지르자, 아들을 구하기 위해 모든 것을 다 내던지는 캐릭터다. 사실 리암 니슨이나 가이 피어스나
목숨 하나 내던지면 끝이지만, 모니카 벨루치는 거대한 재산, 정치적 사회적 영향력, 높은 평판 거기에다가 자기 목숨까지 다
내던져야 한다. 그래도 자기 아들 일이니 두 말 않고 그렇게 한다. 어쩌면 이 영화에서 가장 비극적인 인물이 아니었을까? 그런데
이 인물을 그냥 단순한 악역으로 그린 것도 영화적 낭비다.
못 만든 것도 아닌데, 그렇다고 영화적 포텐셜을 100% 살린 것도 아니다. 평균 이상의 잘 만든 스릴러물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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