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증) 썸머 필름을 타고 GV, 이용철 평론가님의 사무라이 영화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톺아보기
지난주 폭우를 뚫고 많은 익무분들이 <썸머 필름을 타고> GV에 다녀오셨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GV 다음날부터 영화에 나온 쨍~한 여름이 시작되었네요. 영화도 참 좋았지만, 이어진 GV에는 다크맨님과 이용철 평론가님이 등장하셔서 다양한 지식과 함께 만담을 구사하셔서 화기애애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영광스럽게도 제가 했던 질문이 채택되어 <자토이치> DVD 세트를 받게 되었어요. 그냥 인증만 하는 건 좀 죄송해서 이용철 평론가님께서 GV에서 말씀하셨던 [사무라이 영화에 대한 간략한 소개] 부분을 정리하여 올려봅니다. 제 나름대로의 톺아보기도 추가해보았습니다. <썸머 필름을 타고>를 관람하시기 전에 영화의 중요한 소재인 '사무라이 영화'에 대해 알고 보시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시면 좋겠네요.
[이용철 평론가님의 사무라이 영화에 대한 간략한 소개]
이용철 평론가님 : 이 영화에서 시기적으로 볼 때 제일 먼저 언급되고 있는 사무라이 영화는 <지옥문>이라는 영화입니다. ‘키무가사 데이노스케’의 작품인데, 이 작품은 영화 속에서도 말을 하고 있지만, 칸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작품이에요. 그랑프리라고 그러면, 요즘 나오는 황금종려상과 뭐가 다르냐고 그러겠지만, 이 작품은 좀 비운의 작품인 게, 칸에서 황금 종려상이 생긴 게 1955년 이에요. <지옥문>은 1954년에 상영되는 바람에, 마지막 황금 종려상을 못 받는 그랑프리 작품으로 기억되는데, 이 <지옥문> 같은 작품은 지금 이 영화에서 뒤에 보이는 흑백의 와이드로 되어 있는 그런 ‘찬바라’ 영화, 그런 사무라이 영화와는 전혀 격이 다른 영화입니다.
[지옥문 : 1953년작, 12세기 에도 시대, 곳곳에서 반란이 일어나고 혼란과 공포가 교토를 뒤덮는 가운데, 교토의 산조성 또한 공격을 당하고, 왕족인 키사는 젊은 사무라이 모리토에게 구출된다. 이때의 인연을 시작으로 모리토는 그녀를 사랑하지만, 그녀는 그보다 높은 계급의 사무라이 남편이 있는 몸이다. 모리토는 충정이 있는 인물이었지만, 그녀에 대한 사랑 때문에 키사의 고모까지 인질로 잡으면서 키사를 차지하려 한다. 일본에서 이스트만 컬러를 사용한 작품으로, 화려한 색감과 의상이 특색. 기쿠치 칸의 역사극을 영화화, 1954년 칸 영화제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by 씨네21
복수하거나, 피가 흘러내리거나, 결투하거나, 이런 건 없는 작품이고. 사무라이가 괜히 유부녀인 여자에게 사랑을 빠졌다가, 그녀의 사랑을 구하다가 몰락하는 그런 작품이에요. 그래서 초기 만들어진 사무라이 작품들은 이 영화에서 많이 보이는 와이드 스크린의 그런 피가 낭자한 그런 작품들은 아니었어요. 그런 작품들의 대표적이라 할 수 있는 게 <지옥문>이고, 비슷한 류의 작품으로는 ‘미조구치 겐지’라는 유명한 감독이 만든 <겐로쿠 주신구라>라는 일본에서 계속 반복해서 만들어지는 작품이에요.
<47인의 낭인>이라고도 하고, <47인의 사무라이>라고도 하는 리메이크 되는 작품이구요. 그리고 또 <미야모토 무사시 시리즈>라고 해서 3부작으로 된 사무라이 3부작이 있습니다. 그런 초기 사무라이 작품들이 고전기 사무라이 작품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런 이런 작품들의 특색은 칼싸움보다는 인물이나 이야기에 더 치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싸움, 복수 이런 것보다는 주제 면에서는 충효라던지, 충정이라던지, 이런 인간의 도를 이런 것을 다룬 작품들이 초기 고전기의 작품들의 특색이라 할 수 있겠어요. 그게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이 영화에서 나오는 최악의, 아주 무시무시한 그런 칼싸움 영화로 가는 그 가운데 단계에 있는 작품이, 이 영화 속에서 소개한 바로는 <산주로>라는 작품을 말을 하죠.
[산주로 : 1962년작, <요짐보>의 성공 이후 만들어진 속편 격인 영화로 보다 많이 가미된 활극 속에 젊은 세대에 대한 교훈과 구로사와의 변하지 않는 주제인 상대적 진리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원래는 야마모토 슈고로의 원작소설을 <요짐보> 이전에 영화화할 계획이었지만, <요짐보>의 성공에 힘입어 새롭게 각색, 제작되었다.
<요짐보>의 떠돌이 무사가 그렇듯 쓰바키 산주로 역시 무기가 아닌 머리로 싸우는 현명하면서도 유머러스란 인물이다. 감독은 백전노장 쓰바키 산주로의 도움을 받으며 점점 성장해가는 아홉 명의 젊은 무사들을 통해 60년대 일본의 새로운 세대에게 교훈을 전해 주고자 한다. 화면 앞에 크게 자리 잡은 쓰바키 산주로와 그 뒤로 길게 늘어선 젊은 무사들의 모습을 한 화면 안에 잡는 등 와이드 스크린의 장점을 활용한 화면구성을 통해 영화는 ‘스승과 제자’와도 같은 이들의 관계를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의 다른 시대극처럼 영화의 백미는 단연 마지막 결투장면이다. 롱 테이크를 통해 끈기있게 기다리는 카메라는 보는 이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는 순간 단칼에 목이 날아가고 이때 효과음과 함께 피가 분출하는 장면은 강렬한 충격을 던져준다. 흑백화면 가득 검은 피가 뿜어져 나가는 이 충격적인 장면은 이후 이른바 ‘참바라 영화’라 불리는 시대극영화와 할리우드 액션 영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by 한국영상자료원 - 2010 구로사와 아키라 탄생 100주년 특별전
<산주로>라는 작품은 잘 아시겠지만,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대표작이에요. <요짐보>와 쌍을 이루는 작품인데, 그 작품은 ‘세르조 레오네’의 황야의 무법자의 모델이 된 작품이죠. 그 작품에 보면, 낭인무사가 나와서, 어떤 마을이나 조직과 연결되면서 해결을 하고 유유히 떠나는 그런 작품인데, 그 작품이 앞 작품과 뒷 작품을 연결하는 작품이 되냐면, <산주로>라는 작품의 맨 마지막 장면에 가면 여기서 계속 이름이 거론되는 사람 중 한 명이 ‘미후네 토시로’잖아요.
‘미후네 토시로’가 ‘나가다이 타츠야’라는 또 다른 유명 배우와 결투하는 장면이 있는데,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길게 하는 것도 아니고, 결투장면이 앗(하는 사이에) 2~3초에 끝이 나요. 그 장면이 왜 유명하냐면, ‘구로자와 아키라’ 작품에서도 드물게 피가 어마어마하게 치솟는 장면이 삽입됩니다. 가슴을 툭 치는 순간, 거의 분수처럼 피가 솟아오르게 돼요.
[산주로 결투장면, 롱테이크 후 1분30초 관련 장면]
그전에 구로사와 아키라의 7인의 사무라이를 이런 걸 보던 사람한테도 되게 충격적인 장면으로 각인이 되고, 저렇게 피가 엄청난 영화가 나올 수 있는 걸까? 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거죠. 그래서 그게 가운데 다리가 되는 작품이 이 영화 속으로 나오는 작품으로 치면, <산주로> 같은 작품이 되는 것이고, 시기별로 보면, 60년도 초반 정도가 되겠습니다. 그럼 이 영화에서 자꾸 언급되는 <13인의 자객>이라던지, <대보살 고개,1966> 이런 작품들이 나오게 되는 시기는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1960년도 중반이 되면 그런 작품이 나오게 되는데, 그런 감독들은 생년월일로 보면 1920년생들이세요.
[13인의 자객 결투장면]
[대보살 고개 결투장면]
[대보살 고개]
고전기 감독보다는 조금 나이가 어린, 그렇지만, 일본의 고전기의 작품을 각인을 시키지 못했던 사람들이 소위 ‘찬바라’라고 해서 칼이 부딪치는 소리가 찬찬 난다고 해서, ‘찬바라’ 영화라고 하는 것인데, 웨스턴에서도 마카로니 웨스턴이 나왔던 것처럼 기존에 나왔던 얌전하고 순한 사무라이 영화가 아니라, 복수를 다룬다든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주인공을 다룬다든지, 되게 좀 무서운, 무서울 수도 있는 그런 스릴이 넘치는 인간성이나 인물 이런 거보다는 칼싸움, 마지막에 벌어지는 대미의 칼싸움의 스릴을 되게 강조하는 그런 식의 영화들이 1960년대 중반부터 나오게 되는데, 그런 것을 대표하는 작품이 이 영화 속에 나오는 작품으로 치면, <13인의 자객>이나, <대보살 고개>라는 작품을 들 수 있어요.
근데 <13인의 자객>과 <대보살 고개>가 달라요. 스타일이 많이 다른데, 그런 순서의 맨 마지막으로 가게 되면, <대보살 고개> 작품이 그런 것으로는 제일 무시무시한 작품이 되겠고, 이 영화 속에 계속 언급되고 있는 중요한 작품으로는 ‘자토이치’가 있습니다. ‘자토이치’ 영화가 70년대까지 이어지게 되면서 유명한 찬바라의 계보를 이루게 됩니다.
[미스미 겐지 감독의 자토이치, 카츠 신타로 주연으로 최장수 시리즈, 89년 개봉작까지 이어지다가 촬영 중 불의의 사고와 감독의 타계로 중단. 맹인 검객이라는 독특한 설정과 화려한 검술 액션으로 사랑받았다. 이후에도 기타노 다케시를 비롯한 감독들의 연출을 통해 재탄생되며 오랜 시간동안 사랑받는 시리즈가 되었다.]
[자토이치의 계보 : (좌) 소리 후미히코 판 (자토)이치 - (중간) 카츠 신타로 판 자토이치 - (우) 기타노 다케시 판 자토이치]
[순서상으로는 카츠 신타로 판 - 기타노 다케시 판 - 소리 후미히코 판]
[기타노 다케시의 자토이치 액션장면]
이 영화 속에 나오는 고등학교 이름이 미스미 고등학교 잖아요. 제가 보기에는 미스미 고등학교라고 하는 것도, ‘자토이치’ 감독이 ‘미스미 겐지’거든요. 아마 ‘미스미 겐지’에서 따온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미스미 겐지(1921-1975), 연출 : 자토이치, 아들을 동반한 검객 외]
[자토이치 89년작, 트레일러 영상]
[아들을 동반한 검객, 엔딩 테마]
[아들을 동반한 검객, 액션장면]
이런 후기에 벌어지는 그런 복수극의 ‘자토이치’ 영화들은 앞의 영화들이 총천연색이나 4:3 비율의 작품이었다면, 이 영화에서 계속 삽입되는 영상으로 봐서 알겠지만, 오히려 피가 너무 많이 나오니까, 그거를 더 오히려 순화시키기 위해서인지 모르겠으나, 대체로 흑백인 경우가 많고, 화면은 되게 와이드 시네마 스코프를 보여주는 경우가 많고, 스타일 면에서는 익스트림 클로즈업을 쓴다던지, 그런 식으로 해서 주인공의 고민이나 정신적인 갈등 이런 것을 잘 보여주는 그런 영화로 흐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간단하게 소개를 드렸고요. 이 영화 속에서 제일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 게 ‘자토이치’ 잖아요. 그래서 제가 <자토이치>를 되게 좋아해서, 몇 년 동안 <자토이치> DVD를 10개를 모은 게 있어요. 나중에 박스로도 나오긴 했습니다만, 그래서 몇 년에 걸쳐 모은 아마존에서 모은 DVD 10개를 가져왔는데, 나중에 질문하신 분 한 분을 우리 편집장님께서 선택을 하셔서, 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가져왔으니까, 나중에 원하시는 분이 있으면, 받아가시면 좋겠습니다. (익무인들 환호)
(다크맨님이 책상 위에 있던 다른 DVD를 들어올려 보여주시자) 아, 이거는 <13인의 자객>의 프랑스판 DVD에요. 이 DVD는 (드리는 것은) 아니고, ‘구도 에이이치’ 같은 이런 감독은 의외로 미국이나 이런 데 보다는 프랑스에서 더 많이 알려진 감독입니다. 그래서 <13인의 자객>은 근래의 리메이크가 된 적이 있는 감독이라서 미국보다는 프랑스에 더 알려졌고, 그래서 DVD도 그 당시에는 프랑스에서도 먼저 박스 세트가 나왔던 것 같아요. 요즘 ‘굿즈’가 하도 유행이라길래, “저도 예전에 이런 굿즈를 샀답니다!”라고 보여 드리려고 가지고 나왔습니다. (익무인들 빵터짐)
그리고 제 인증샷입니다. 영화와 GV 모두 정말 좋았어요! 매우 감사드리고, 개봉하는 영화 <썸머 필름을 타고> 관심 많이 가져주시고, 재미있게 관람하시면 좋겠습니다. 평론가님 말씀 외 제 톺아보기가 도움이 되시면 좋겠네요. 그럼 익무분들 좋은 한 주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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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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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좋은 글 읽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오 익무 GV때 질문 하시고 선물 받으셨던 분이군요 너무 축하드립니다 :) 영화속 맨발이 그렇게 열광하던 사무라이 영화가 뭔지 궁금했는데 영상까지 넣어주시면서 설명해주셔서 이해가 잘 되었습니다 :)
딱 하나, 제가 GV 도중 말하지 못한 것 중에 하나를 추가하자면, 1960년대 이후 흥행한 찬바라 영화는 주제 면에서 앞선 영화들과 달리 '반 사무라이' 정서가 강하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었는데 그걸 빠트렸더라고요. 영주와 귀족 같은 계급의 부패, 성적 타락, 사무라이의 방랑 같은 소재가 쓰이면서 전통적인 주제를 뒤집는 정서를 띠게 되어요. 그걸 꼭 말씀드렸어야 했는데 댓글로나마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DVD 재미있게 보시고, 아울러 익무 많이 사랑해주세요.
아마도 최악의 그렇게 말씀하시고 "최악이라고 하면 안되겠구나!" 하시면서 아주 무시무시한 칼싸움 이렇게 진행하셨고, 사실 그 부분에서도 익무인들이 빵 터졌었는데, 정리하면서 애매해서 생략하기는 했어요. GV도 그렇고, DVD도 너무 큰 선물을 받은 것 같아, 작은 노력으로나마 성의를 표해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들을 동반한 무사는 원작 만화가 국내에 <분노의 늑대>라는 제목으로 출간됐는데, 만화부터가 명작이더라고요. 혹시 구해볼 수 있다면 한번 필독해보시길 권합니다.
자토이치 등등도 한번 제대로 보고 싶어요. 일본 사무라이 영화의 칼부림 액션만이 주는 호쾌함이 있어서...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