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헤어질 결심>, "두 개의 눈"으로 똑바로 바라봐야 하는 사랑 이야기 (스포일러 포함)
- 해준, 서래의 시점으로 각각 영화 전체를 바라본 글입니다. 글 마지막에는 리뷰가 있습니다.
해준의 시점
주인공 해준은 형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최연소로 경감이 될 만큼 유능하고 철저한 형사이다. 칼을 든 범인에게는 철로 된 장갑을 끼고 상대하며, 어떤 상황이 와도 침착하게 대처하는 그야말로 에이스이다.
그 자신 역시도 이에 대해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으며, 그 자부심에서 오는 '품위'를 지키며 사는 세심한 남자이다.
하지만 그에게도 숨은 어둠이 있다.
해결되지 않은 사건이 그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으며, 불면증에 시달리는 건 일상이다.
예쁘고 유능한 아내가 있지만, 왠지 모르게 그 둘의 사이는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 같다.
어느 날, 새로운 사건이 그에게 들어온다.
산에서 변사체가 발견된 사건이다. 그리고 사건을 추적하던 중, 그는 변사체의 아내를 만난다.
그녀의 이름은 서래.
한눈에 보자마자 너무나 예뻤기에, 해준은 당황한다.
그녀의, '패턴'을 알고 싶다.
마침내 그녀와 마주보고 단 둘이 취조를 진행하게 되는 해준.
'단일한 한국인'이라는 말을 쓰는 등 어딘가 어수룩한 그녀였지만,
그녀의 모습에 그는 점점 빠져든다.
아내에게도 주지 않았던 고급 모둠 초밥을 나눠먹기도 하고, 자신의 손에 있는 결혼 반지와 그녀 손에 있는 결혼 반지에 집중하게 된다.
잠이 오지 않아서 잠복 수사를 즐기는 그였지만 이제는 진심으로 관심이 생겨서 서래를 미행하는 그.
마치 그녀의 옆에서 모든 걸 지켜보는 사람처럼 해준은 서래를 바라본다.
그 후, 여러 일들을 거친 후 서래가 자신의 엄마를 죽인 것을 알게 되지만, 그럼에도 해준은 그녀를 의심하지 않는다.
아니, 의심하고 싶지 않다.
수사는 남편의 자살로 종결되고, 이에 분노한 수완이 서래의 집에서 깽판을 친 걸 수습한 뒤 해준은 서래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서 밥을 해준다.
그리고 그 둘은 함께 '미결된 사건'을 불태우고, 해준은 서래에 의해 처음으로 편안하게 잠에 빠져들게 된다.
그때부터 해준은 서래를 사랑하게 된다. 사실, 처음 그녀를 본 순간부터 이미 그녀를 사랑하게 된 것 같기도 하다.
처음에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말투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라는 딱딱한 말투로 바꿔서 보내는 등 그녀를 그저 피의자로 대하던 그였지만 이제 그녀는 피의자를 넘어서, 그가 유일하게 진짜 소통할 수 있고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녀는 가장 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인이다.
하지만, 할머니의 폰에서 우연히 '138층'을 보게 되며 해준은 서래가 사실 진짜 남편을 살해한 진범임을 알게 되고, 그제서야 모든 게 이해되기 시작한다.
서래가 빨리 오기를 바라면 가끔 월요일이 진짜 빨리 오는 것 같다고 느끼는 치매 할머니. 모든 것이 말이 되기 시작하고 결국 진실을 깨닫지만 그는, 그 진실을 숨기기로 결정한다. 서래에게 증거를 없애라고 말하고 그녀와 헤어질 결심을 마친 그는 완전히 붕괴된다.
이포로 온 그는 전보다 더욱 잠을 자지 못한다. 1시간에 47번을 깰 정도니까. 그 이유는 해준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미결로 끝난 서래와의 사랑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게 왠걸, 이포에서 그는 서래를 다시 만나게 된다. 한술 더 떠서, 다음날 서래의 남편이 또 살해되기도 한다.
이럴려고 이포에 왔냐고 서래에게 일갈한 그는 서래가 무섭게 느껴지고, 의심의 대상이 된다.
이제는 서래와의 사랑이 끝난 (끝났다고 생각한) 그였기에 그는 서래를 완전히 의심하고 어떻게든 잡으려고 한다.
그의 이런 집착에 가까운 수사는 무너져버린 형사로써의 품위를 다시 되돌리고 붕괴 이전으로 돌아가려는 그의 처절한 몸부림 같다.
물론 해준도 알고 있듯이 서래에 대한 그의 사랑은 식지 않았다. 서래의 첫 번째 남편이 힙 플라스크에 술을 따라마시는 습관을 따라한 것처럼, 서래의 두 번째 남편의 손을 뚜둑 꺾는 버릇을 따라하는 등 무의식적으로 서래가 사랑하는 대상을 따라하는 그의 태도를 보면 알 수 있다.
결론적으로, 서래의 두번째 남편을 살해한 진범은 따로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그녀에 대한 의심과 집착을 버리지 않는다.
마침내 설산에서 서래와 재회한 그는 서래의 부탁대로 유골을 뿌리고, 그의 등 뒤로 다가오는 서래를 느낀다.
하지만 그는 두려움을 느낀다. 서래에 대한 의심을 끝나지 않았으니까. 저 여자가 자신을 진짜 사랑하는지도, 어쩌면 자기도 죽일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자기도 밀어버릴 수 있으니까.
걱정과 다르게 서래는 그저 그를 꼭 껴안기만 한다. 서래와 해준은 입을 맞추지만, 그럼에도 해준은 서래를 '경찰과 피의자'의 관계로 규정한다. 집에 돌아온 그는 자신의 아내마저 자신을 떠난 것을 보게 된다. 다음날, 그는 철썩이와의 대화에서 놀라운 진실을 알게 된다.
서래가 철썩이의 엄마를 살해한 것이였다.
뒤늦게 서래를 추적하는 그는 마지막이 되어버릴 대화를 나눈다.
서래는 계속해서 자신이 사랑한다고 말했다고 하지만, 해준은 그런 그녀의 말을 이해할 수 없고 그저 의심과 답답함만이 들 뿐이였다.
왜냐면 자신은 정말 그런 말을 한 적이 없고, 자기 자신의 감정을 철저히 숨겼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후반부 그는 서래의 폰 속 녹음 파일을 듣게 되고 진실을 알게 된다.
자신이 붕괴되면서까지 증거를 바다 깊이 버리라고 말한 그. 그 말 속에서, 서래는 사랑을 느낀 것이었다.
그리고 서래는 '더 깊이 증거를 바다 속으로 버리라는' 말을 통해서 자신에게도 사랑을 되돌려준 것이었다.
모든 걸 알아버렸지만 이미 서래는 사라졌다. 그럼에도 그는 신발끈을 묶고 넥타이를 풀어헤치며 그녀를 애타게 찾는다.
이제 서로의 사랑을 진정으로 확인했기 때문에, 그는 그녀에 대한 감정은 의심이 아니라 사랑이였다고 확신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그는 하염없이 그녀를 찾아 헤멘다.
서래의 시점
서래는 중국에서 엄마를 죽였기에, 어쩔 수 없이 한국으로 넘어오게 된 한 여인이다.
그녀는 모든 게 낯선 땅에서 유일하게 자신의 냄새를 맡고 자신을 바라봐준 기도수라는 남자의 아내가 된다.
하지만, 기도수는 그녀를 계속해서 때렸고 심지어 낙인까지 찍어가며 그녀를 학대한다.
소유욕 때문이었다.
계속해서 고통을 받아가던 그녀였지만, 그녀는 결코 분노를 담아두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누구보다 감정에 잘 휘둘리는 사람이었기에, 부패 공무원이라는 누명을 써서 자살한 것처럼 상황을 위장하고, 기도수가 좋아하는 산을 몇 번이나 미끄러지면서 올라가 마침내 그를 살해한다.
모든 게 완벽하게 돌아갔고, 그녀는 결코 이 사건의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해준이라는 형사를 만나기 전까진.
그는 기도수와 같이 자신을 바라봐주고, 자신을 이해해주는 형사였다.
그리고 동시에, 무척이나 철저한 형사이기도 하였다.
자신이 보는 드라마 속 대사인 '독한 것'을 인용해 상황을 조작하기도 하고, 철저한 연기력을 통해 해준을 속였다고 생각한 그녀였지만
해준은 끊임없이 그녀를 추적하는 듯 보였다.
완전 범죄를 위해서 그녀는 해준에게 접근하기로 한다.
그의 집에서 증거가 될 수 있는 사진들을 태우고, 그와 교감하며 그의 녹음파일도 지우고. 그러면서도, 그녀는 해준에게 왠지 모를 감정을 느끼게 된다.
마침내 모든 증거를 다 없앴다고 생각한 그녀였지만 결정적인 증거 하나로 인해 해준은 모든 진실을 알게 된다.
그녀도 담담히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해준을 맞이한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해준은 그녀를 원망하면서 동시에 그녀의 증거를 없애라고 말하며 그녀를 돕는다.
여기에서 그녀는, 완벽하고 철저하다고 생각했던 형사가 자기 자신의 품위를 내려놓고 붕괴되면서까지 서래에게 '증거를 바다에 깊이 버리라고' 말하는 것을 보게 되고, 이 남자의 진정한 사랑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지금은 너무 늦어버렸다. 이미 해준은 자신과 '헤어질 결심'을 하고, 자신을 떠나게 된다.
그녀는 해준을 잊을 수 없었기에, 어떻게든 자신도 헤어질 결심을 하려고 호신이라는 사기꾼과 결혼한다.
하지만 그 역시 여기저기 빚을 지고 살해위협을 받는 인물이였기에 결국 그 둘은 도망쳐다녀야만 했다.
그리고 서래는 해준이 있는 '이포'로 가기로 한다.
그녀가 보는 <적색비상>이라는 드라마에선 이런 대사가 나온다.
"여기 오지 말랬잖아요, 바보같이..."
"이러지 않으면 당신을 만날 수가 없잖아요."
마치, 이포에 다시 온 그녀와 같은 대사이다.
그리고 마침내, 해준 곁을 떠돌던 그녀는 해준과 다시 재회하게 되고, 잠시였지만 교감을 나누게 된다.
해준과 헤어질 결심을 하러 호신과 결혼한 그녀였지만 결국 그녀는 해준을 떠날 수 없게 됨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그날 밤. 호신이 해준과 서래의 대화가 담긴 녹음 파일을 유포하겠다고 그녀를 협박하게 되고, 어쩔 수 없이 그녀는 철썩이의 엄마를 죽여 사실상 철썩이가 남편을 살해하게 만든다.
그렇게 그녀는 처음부터 끝까지 해준을 위해 모든 일을 저지른다. 해준을 위해 누군가를 또 죽였고, 해준을 위해 사건 현장의 피를 정리한다. 그리고 그녀는 왠지 모를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생각한다.
어쩌면, 해준은 자신의 사랑, 해준을 위해 어떤 것이든 한 자신의 사랑을 알 수도 있을 거라고.
어쩌면, 자신을 이해해줄 수 있을 거라고.
하지만 해준은 이럴려고 이포에 왔냐고 그녀에게 일갈하고, 그녀는 다시는 전과 같은 사랑이 이루어질 수 없음을 알게 된다.
고급 초밥에서 핫도그로 바뀌는 음식. 어떻게든 자신을 잡아넣으려는 듯 보이는 해준.
자기 자신을 '참 불쌍한 여자네' 라고 말하며 자신의 상황을 해준에게 알리려 하지만 해준은 이를 알아채지 못한다.
모든 것이 바뀌었다.
사건이 종결된 이후, 서래는 마지막으로 자신의 진심을 전하기 위해 해준을 자신의 산으로 데려간다.
마침내 믿음직한 남자를 만난 그녀는 유골을 뿌려달라고 해준에게 부탁하고, 그런 그의 뒤로 다가가 그를 안아준다.
하지만 이때도 해준은 자기를 의심하고 있었다는 듯이 흠칫 놀란다.
그와의 키스 후, 서래는 '편하게 대해달라는' 부탁을 한다. '피의자로' 말이다. 하지만 그녀가 생각하는 '피의자'와 해준이 생각하는 '피의자'는 달랐다.
'의심을 가장한 사랑'을 기대한 그녀였지만 여전히 해준은 '의심'만을 품는다.
여기서 서래는 결심하게 된다.
해준은 다시 붕괴 이전으로 돌아가야 함을. 자기 때문에 망가져버린 그를 다시 고쳐놔야 함을.
그러면서도 동시에 서래는 한 가지 결심을 품는다. 이루어지지 않을 사랑이지만, 이러한 '미결'된 사랑이 오히려 그가 자신을 영원히 사랑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결심 말이다.
그리고 그녀는 완전한 미결 사건이 되기로 결심한다.
뒤늦게 진실을 알고 뒤쫓아오는 해준에게 그녀는 마지막으로 사랑을 확인한다.
완전한 미결이 되기 전, 최소한 자신의 사랑을 해준에게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녀가 몇 번이고 들었던 진실된 사랑이 담긴 '증거를 바다에 버려요' 라는 한 마디. 그 한마디로 인해 자신이 어떻게 변했는지 말이다.
하지만 해준은 계속해서 그녀에게 대체 뭘 말하는 거냐며 답답해한다.
마지막까지 해준은 자신이 사랑했다고 말한 걸 모른다.
이를 알게 된 서래는 씁쓸한 웃음을 지은 채 해준에게 전해지지 않을 진심을 전한다.
해준의 사랑이 끝나고, 자신을 떠났을 때에 비로소 그녀의 사랑이 시작되었다고. 완벽하게 엇갈린 사랑이였다고.
마치 자기가 묻어줬던 까마귀처럼, 깊은 구덩이를 판 그녀는 그렇게 그녀에게 다가오는 밀물을 맞이한다.
결코 이뤄지지 않을 사랑이기에, 완벽한 미결로 사랑을 끝냄으로써 그렇게라도 해준의 마음속에 남기 위해서 그녀는 바닷물 속으로 잠긴다.
리뷰
- 완벽히 대칭되는 두 개의 관점
<헤어질 결심> 5회차를 하며, 저는 이 영화를 "두 개의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떤 캐릭터를 중심으로 영화를 바라보냐에 따라 완전히 관점이 달라지는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해준에게 이 영화는 끝없는 미로와 같은 복잡한 미스터리가 엮인 수사 영화이자 한 여인을 사랑하고, 잠시 떠나지만 결국 다시 사랑하게 되는 불안정한 사랑 영화입니다.
하지만 서래에게 이 영화는, 그저 지독한, 너무나 지독해서 자기 자신과 해준을 극단적인 결말로까지 몰고 가는 깊은 사랑 영화이죠.
이들의 반전된 상황은 영화 전반으로 확장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의 특징은, 마치 거울처럼 전반부와 후반부는 완벽히 대칭되어있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공간적 배경 역시, '높은 곳'인 산과 '낮은 곳'인 바다로 이루어져 있으며
해준의 곁을 지키는 형사 역시 서래를 의심하는 형사와 서래를 믿는 형사로 바뀝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해준과 서래 간의 사랑의 흐름입니다.
1부에서는 해준의 사랑이 서래에게 향했다면, 해준의 사랑이 끝난 2부에서는 서래의 사랑이 해준을 향하는 것이죠.
결국 마지막의 마지막에 가서야 만나긴 하지만, 이렇게 엇갈린 두 개의 사랑은 "미결"로 끝나고 맙니다.
- 결국, 사랑으로 엮여있는 모든 사건들
이 영화는 '수사'와 '코미디', '스릴러' 그리고 '로맨스'까지 담고 있는 정신없는 영화라는 생각도 분명히 들 것입니다.
또한 작중에서 일어나는 사건은 홍산오 사건과 산 사건, 호신 살인 사건까지 무척 많습니다.
얼핏 보면 서래와 해준의 사랑 이야기를 중심으로 너무 많은 이야기들이 섞인 것처럼 보일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두 인물의 입장으로 바라본 제 리뷰글처럼, 이 영화는 결국 '사랑'으로 엮여있습니다.
해준이 추적하는 '홍산오 사건'은 겉으로 봐서는 독립적인 사건이지만, 사실 이 사건은 해준과 서래의 관계를 은유하고 심지어 그들의 결말을 예상할 수 있게 해주는 장치가 됩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범죄를 저지른 홍산오. 끝에 가서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너 없었다면 내 인생 공허했다'라고 말하며,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장 지독하면서도 잔인한 '자신의 죽음'을 선물합니다. 해준이 홍산오를 회유하며 말하는 것처럼, 홍산오 역시 사랑 때문에 극단적인 일을 저질렀으며 마지막에는 죽음으로 그 사랑을 매듭짓습니다.
이 커다란 사건 자체가 해준과 서래의 사랑을 담고 있는 사건이자 해준 자신에게도 큰 영향을 미친 사건인 것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이주임과의 불륜으로 해준과 서래 간의 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아내 정안, 서래와의 사랑을 '방해'하는 장애물이라고 보여질 수 있는 후배 형사 수완 (수완과 해준의 관계까지 로맨스적 관계로 해석하는 해석도 있었는데 흥미로웠습니다.), 반대로 서래에 대한 의심을 지워버리고 서래의 진실된 사랑을 보여주려고 노력한다고 해석될 수 있는 두 번째 후배 형사 연수까지. 알고 보면 이 영화는 한 남자를 사랑하게 된 여자와 그 여자를 의심하게 된 남자의 사랑 이야기이며, 끝까지 사랑이 깔려 있는 멜로 영화입니다.
- 철저하게 해준을 바라보는 이야기
이 영화를 처음 보게 된다면, 대부분은 모호함이나 왠지 모를 슬픔을 느끼게 됩니다.
그 이유는 <헤어질 결심>의 주인공은 해준이며, 철저하게 해준만을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작 중에서는 누군가의 시선(심지어는 스마트폰의 시선까지) 으로 찍힌 장면들이 많습니다. 산의 시체, 호신의 시체, 산오의 시체,죽은 생선, 그리고 스마트폰까지. 공통점은, 이들은 모두 '해준'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서래를 찍는 장면들은 대부분 해준의 시점에서 '관음'하듯이 찍힌 장면들이 많으며, 이 인물의 감정을 이해하기엔 충분하지 않을 정도로 서래의 마음을 알 수 있게 자세히 다루는 장면들을 별로 없습니다.
즉, 영화 자체가 해준을 중심으로 진행되며 ,해준을 주시하는 영화인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안개와 같이 모호한 감정선을 가지고 서래를 추적할 수밖에 없는 것이며, 후반부 서래를 이해하지 못해 답답하고 화가 나는 해준처럼 느끼게 되는 것이며, '사랑한다고 말했다는' 서래의 말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이며, 서래가 깊은 물 속으로 잠기게 된 결말부에서야 그 말의 의미를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바로 해준처럼 말입니다.
이렇게 해준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영화는 관객들로 하여금 다른 인물의 감정선을 다시 추적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따라서 여러 번 관람할수록 우리는 새로운 진실을 알게 되고 새로운 감정을 느끼는 것입니다.
- 후기 및 감상
<헤어질 결심>은 올해 상반기뿐만 아니라 제 인생에서 봤던 영화들 중에서 단연코 최고작 안에 든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 관람 때는 그저 해준을 따라가며 스릴러/ 미스터리적인 사랑 이야기 정도로 영화를 이해하게 되지만, 아마도 영화를 본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왠지 모를 여운과 계속해서 생각나는 안개 같은 모호함이 남을 것입니다.
그 모호함은 두번째 관람 때, 이야기의 또 다른 진짜 주인공인 서래의 시점으로 영화를 바라보며 점점 걷히게 됩니다.
그리고 마침내, 이 둘의 서로 다른 감정선은 그야말로 압도되는 엔딩씬으로 끝나게 됩니다.
저는 이 영화가 마치 거미줄처럼 촘촘하고 진득하게 짜여진 정교한 영화라고 생각하고, 엔딩씬 역시 한국 영화에서 길이 남을 최고의 엔딩 이구요.
무엇보다, 여러 번 볼수록 좋아질 수밖에 없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처음 관람도 충분히 좋지만)
138층과 관련된 138분의 런닝타임, 산/바다가 은유하는 것, 말러의 음악이 딱 두 장면( 1부 끝 해준의 붕괴, 2부에서 수갑을 찬 채 손을 잡는 해준과 서래)에 사용된 이유 등 파면 팔수록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구요.
웃음도 섞여있지만, 분명한 슬픈 사랑이 영화 전반을 안개처럼 뒤덮고 있는 영화, <헤어질 결심>이였습니다.
한 줄평: 의심과 사랑의 끝에, 헤어질 결심. 5/5
추천인 15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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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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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잘 읽었습니다 :) 헤결의 주인공은 해준이며 서래는 그저 해준의 시점에서 관음하듯이 찍혀 속마음이 자세히 안 나온다는 부분을 읽으니 진짜 아차(?) 싶네요 🥺
'거울-대칭'의 표현은 '헤어질 결심'의 명쾌하고 키워드라고 봅니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하면 '데칼코마니' 또한 서래-해준의 관계를 보다 더 확장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
의견 감사합니다 ㅎㅎ
좋은 참고됐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