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묘한 술수가 진실된 사랑으로 바뀌는 순간, <색, 계>
스포일러가 다량 함유되어 있습니다. 알고 보셔도 상관은 없다만...
<색, 계>는 친일파 장관을 암살하기 위해 신분을 감추고 미인계로 장군을 유혹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입니다. 양조위, 탕웨이 주연이죠. 이 작품은 제가 탕웨이의 연기를 처음 본 작품입니다. 영화가 워낙 유명했고 평도 좋아서 한번쯤은 보고 싶었던 작품이었습니다. 또 감독이 이안 감독이라 무작정 선정적이기만 하진 않을 작품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죠. 유튜브에서 단돈 1500원에 사실 수 있습니다. 제가 알기론 현재 모자이크 처리가 되지 않은 무삭제판을 합법적으로 볼 방법은 없는 것 같더라고요. 과도한 선정성을 제한하는 영등위의 뜻은 이해하나, 몰입이 왕창 깨지는 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너무 좋았던 영화입니다.
영화는 일제강점기인 1942년, 주인공인 막 부인탕웨이이 상하이 상류층들과 마작을 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이때부터 막 부인과 친일파 장관 이모청양조위은 은밀한 눈빛을 주고받죠. 막 부인은 홍콩 거리의 카페에 들어갑니다. 누군가와 통화를 하죠. "이제 쇼핑하러 갈 거예요" 그리고 카페에 멍하니 앉아있습니다. 영화는, 4년 전으로 돌아갑니다.난징이 일본에 점령된 이후, 홍콩의 링난대학교 애국 연극서클에서는 연극을 뛰어넘어 암살을 계획합니다. 마침 친일 장관 이모청이 홍콩에 왔다는 소식을 들은 서클은 신입생이던 왕치아즈와 다른 연극부원을 막 부부로 위장시켜 접근합니다. 이모청은 막 부인에 빠져들었지만 내색하지 않았고, 홍콩에 적응을 못하겠다며 상하이로 돌아가 버리며 첫 번째 암살 시도는 실패합니다. 3년 뒤, 상하이의 이모 집에서 일본어 공부를 하며 살아가던 왕치아즈는 연극부원들을 다시 만나게 되고, 다시금 이모청을 암살하는 계획에 참여하게 됩니다.
몇몇 디테일한 장면에 혀를 내둘렀던 영화였습니다. 인상 깊은 장면들을 꼽아 보겠습니다.
막 부인의 커피잔에 묻은 립스틱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이모청
이모청과 막 부인이 만난 지 얼마 안 됐을 때입니다. 당시 부인들은 커피잔에 립스틱을 남기지 않았다는데, 막 부인은 빨갛게 남기죠. 어쩌면 이때부터 이모청은 막 부인이 진짜 부인이 아니라는 걸 알았을 수도 있습니다.
막 부인의 노래를 들으며 눈물짓는 이모청
이모청의 슬픔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드러난 장면입니다. 양조위의 깊은 눈빛이 대단합니다.
막 부인에게 반지를 선물한 이모청과 돌아온 슬픈 대답
막 부인에게 6캐럿짜리 반지를 선물하는 이모청입니다. 사실 이모청은 암살되기 일보 직전입니다. 보석상 바깥에 연극부원들이 총을 들고고 숨어 있습니다.
제가 고른 반지에요. 마음에 드나요? 보석엔 관심 없어. 당신이 낀 걸 보고 싶을 뿐이야. 이렇게 귀한 걸 끼고 나가기 무서워요. 괜찮아. 내가 있잖아.
막 부인은 울먹이죠. "가요" "도망쳐요" 이모청은 의아한 표정을 짓더니 뭔갈 깨달았는지 도망가 버립니다. 왕치아즈는 그저 멍하니 앉아 있을 뿐이죠.
막 부인의 침대에서 남몰래 아파하는 이모청
결국 이모청은 사랑하는 여인의 사형을 직접 승인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고, 왕치아즈는 채석장에서 비참한 최후를 맞습니다. 이모청은 막 부인이 묵던 자신의 집의 방 침대에서 가만히 앉아 있습니다. 관객에게 이모청의 슬픔을 전달해주는 장면입니다. 이모청은 슬픈 눈빛으로 일어나 가버리고, 영화는 비어 있는 침대를 보여주며 끝납니다.
<색, 계>가 개봉했을 때, 여러가지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친일파 미화 논란도 있었고, 과도하게 선정적인 정사 장면 때문에 탕웨이는 몇 년 동안 중국에서 활동하지 못하는 상황도 벌어집니다. 그 외 여러가지 요소 때문에 국내에도 싫어하시는 분들이 조금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전 색, 계가 걸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친일파를 전혀 미화하지 않았습니다. 영화는 분명히 이모청의 악독함을 묘사했습니다. 또한 친일파와 암살자이기 이전에 사람과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도 있었고요. 장면들마다 보이는 그 미묘한 디테일들도 너무 좋았던 작품입니다. 왓챠피디아의 한 유저분의 코멘트입니다. "야한 영화는 맞지만, 야한 영화는 아니다" 너무나 동감하는 바입니다. 이안 감독의 영화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자 탕웨이와 양조위의 연기를 마음껏 감상할 수 있는 작품, <색, 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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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적 사랑이 뭔지 제대로 보여주는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