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리포트(3) : "골드핑거"(1964)

숀 코네리의 제임스 본드 연기가 이제는 그에게 맞춤 양복처럼 익숙해진 단계가 되었음을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 바로 007 시리즈 제3탄 "골드핑거"입니다. 이제 숀 코네리 그자신이라고 느껴질 만큼 테렌스 영 감독과 이 스코틀랜드 출생의 신인 배우가 창조해낸 멋진 영국 비밀 첩보원 제임스 본드의 이미지는 할리우드 영화 사상 가장 성공적인 프랜차이즈 주인공이 되어버렸습니다.
(숀 코네리와 원작자 이언 플레밍의 대화 모습. 이 사진은 플레밍이
사망하기 2년전 1962년에 "닥터 노" 촬영 현장에서 갓 주연으로 발탁된
숀 코네리와 제임스 본드의 인물 해석에 대해서 의견을 교환하는 모습임.)
하지만 세번째 작품 "골드핑거"의 감독은 테렌스 영에서 가이 헤밀톤으로 바뀌게 됩니다. 전작인 "위기일발" 촬영 중에 테렌스 영 감독은 촬영 기사와 함께 헬리콥터를 타고 촬영을 하다가 추락 사고가 발생하여 간신히 구조가 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섬뜻한 사고에서 구조 된지 불과 30분만에 다시 촬영 작업에 복귀할 정도로 제임스 본드 영화에 열의를 보였으나, 어찌 된 일인지 3탄인 "골드핑거"는 같은 영국 출생의 가이 해밀톤 감독에게 메가폰을 넘기게 됩니다. 하지만 테렌스 영 감독은 제4탄 "썬더볼 작전"에 다시 한번 감독을 맡아서 시리즈 全작품들 통틀어 가장 성공적인 작품들에 포함되는 수작을 마지막으로 남기고 007 영화 감독을 떠나게 됩니다.
-1964년 9월 발표
-제임스 본드 역 ; 숀 코네리
-감독 : 가이 해밀톤
-제작비 : 350만불
-전세계 흥행 : 1억2,490만불
* 줄거리 요약
타이틀에 앞서서 보여주는 짤막한 액션 에피소드로써 멕시코 마약 제조업자의 비밀 공장에 비밀리에 침투한 제임스 본드는 시한 폭탄을 장치하여 공장을 폭파시키는 통쾌한 스토리를 보여줍니다.
타이틀과 셜리 베시의 제목과 동명인 주제곡이 흘러나오고 이어서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M의 지시로 마이애미에 호텔에서 본드는 CIA에 오랜 친구 펠릭스 라이터와 함께 오릭 골드핑거(게르트 프뢰베 출연)을 감시하고 있습니다.
유난히 승부욕이 강한 골드핑거는 자신이 카드 게임을 이기기 위해서 아리따운 은발 아가씨 질 매스터슨(셜리 이튼 출연)을 고용하여 호텔 고층 베란다에서 망원경으로 상대방의 카드 패를 보고 무전기로 골드핑거에게 알려주면 보청기로 위장하고 귀에 끼고있는 수신기를 통해서 상대의 패를 미리 알고 연전 연승하고 있는 모습을 본드가 발견하게 됩니다. 본드는 호텔방으로 그녀를 찾아가 골드핑거를 도와주지 못하게 하고, 그녀는 갑자기 나타난 이 멋진 사내에게 반해서 둘은 곧바로 본드의 방으로 가서 뜨거운 밀애를 즐깁니다.(이런 현실성 없는 상황이 제임스 본드의 영화에서는 너무나 당연하고, 빈번하게 일어나곤 합니다.)
갑작스러운 본드의 출현으로 큰돈을 잃고 카드 게임을 중단한 골드핑거는 아직 본드의 정체를 모르면서 자신에게 이런 뜻하지 않은 손해를 입힌 자에 대해서 분노하게 됩니다. 골드 핑거는 자신의 하수인인 오드잡(Oddjob;도대체 깍두기 스타일의 정신병자 같은 살인마인 이런 녀석을 왜 한국인이라고 설정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만….)은 본드와 죽이 맞아서 자신을 배반한 질 매스터슨을 온몸에 금을 칠하여 죽게 만듭니다.(사실 온몸에 금을 칠한다고 해도 입과 코로 호흡할 수 있다면 절대 죽지 않습니다.) 어쨌든….. 이렇게 처참하게 살해당한 그녀의 시체를 발견한 본드는 골드핑거라는 인간의 잔혹함에 놀라게 됩니다.
장소는 바뀌어서 런던에서 본드는 골드핑거가 비밀리에 엄청난 양의 금을 국제적으로 밀수하고 있으며, 그의 음모를 분쇄하라는 명령을 받게 되고, Q 에게 다양한 비밀 장비와 무기들이 장치된 “아스톤 마틴 DB5” 스포츠 카를 지원받습니다. (이 자동차가 007 시리즈에서 본드카로 얼마나 애용되었는지는 아래에서 설명 드리겠습니다.)
본드는 골드핑거가 멤버쉽을 가진 컨트리 클럽에서 게임을 시작하려는 골드핑거에게 미리 손을 써서 함께 플레이하도록 손을 써서 자연스럽게 마주치게 만든 다음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나치가 숨겨놨다는 나치 문양이 새겨진 금괴를 보여주면서 골프 게임 내기를 제안합니다. 골드핑거는 게임중에 공을 못찾자 그의 캐디 노릇을 하고있는 오드잡을 시켜서 슬그머니 새로운 공을 꺼내 마치 자신이 친 공인양 속임수를 쓰지만 사실 골드핑거의 진짜 공은 본드가 발로 밟고서 못찾게 훼방을 놓았던 것입니다. 결국 마지막 홀에서 다시 한번 공을 가지고 장난을 쳐서 골드핑거가 실격패를 하도록 만들게 되자 이 뚱뚱한 악당은 화가 극에 달하게 됩니다. 그는 본드에게 경고를 하고 겁을 주고져 오드잡으로 하여금 칼날이 둘러져 있는 그의 모자를 던져서 석고상을 두동강 내버립니다.
골프 게임 사건 직후에 골드핑거는 스위스로 이동하는데 본드는 Q가 준 본드카를 타고 그를 추적합니다.
추적 중에 우연히 마주친 한 여인이 골드핑거를 살해하려고 라이플을 발사하였으나 실패하는 것을 보고 그녀와 함께 피신하는데 알고보니 이 여인은 며칠 전에 온몸에 금칠을 하고 죽어간 질 매스터슨의 언니인 틸리 매스터슨이었습니다. 어쨌든 골드핑거를 계속 추적하여 그의 비밀 공장에 잠입한 본드는 그가 중국 공산당과 결탁하여 엄청난 양의 금을 자동차 부속으로 만들어 자동차 째로 위장 밀수하려는 음모를 듣게 되며 그들이 말하는 “그랜드 슬램”작전에 대한 이야기도 듣게 됩니다. 하지만 다시 나타난 틸리는 동생의 복수를 위해서 골드핑거에게 복수를 시도하지만 도리어 본드와 함께 도주하는 신세가 되어버립니다.
여기서 두사람을 집요하게 추격하는 골드핑거의 부하들을 본드카를 타고 다양한 비밀 장비들과 무기들을 사용하여 도망가려 하나 마지막 순간에 잡히게 됩니다. 틸리는 차에서 내려 도주하려 하나 잔인한 오드잡이 날린 모자에 맞아서 생명을 잃게 되고, 본드는 생포되어 골드핑거에게 끌려갑니다.
본드는 골드핑거가 만든 레이저 광선 발사기로 그의 몸이 좌우로 두동강이 나게 될 위험에 봉착하게 되는데 이때 아까 잠깐 들었던 “그랜드 슬램”작전에 대해서 사실은 그 내용을 잘모름에도 마치 영국 첩보부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말해서 골드핑거로 하여금 본드의 처형을 잠시 유보하게 만듭니다. 골드핑거는 본드를 역이용하여 영국 첩보부가 “그랜드 슬램”작전을 엉뚱한 의미로 알게 하려고 술책을 쓰려 한 것입니다.
골드핑거는 그의 자가용 제트기의 파일롯인 푸씨 갤로에게 그의 포로인 본드를 태우고 미국 켄터키州에 위치한 그의 말 사육 농장으로 데려 갑니다. 이 농장은 미국 육군 기지 “포트 녹스”(Fort Knox) 근처에 위치해있는데 이 농장에서는 정체불명의 “그랜드 슬램”작전을 놓고 미국에 마피아 두목들이 골드핑거와 회의를 하게 되는데 본드는 그들의 회의를 엿듣게 되고 작전의 정체를 알게 됩니다. 미국의 보유 금괴의 상당량을 보관하고있는 이곳에 원자폭탄을 장치하여 폭발시켜서 사라진 금들로 인해서 금값은 폭등하고, 서구 경제가 혼란에 빠지게 되면 중공(요즘에는 중국이라고 부르지만…)에 상당량의 금을 운송하여 세계 경제애서 중공이 새로운 강자로 나서게 된다는 지금 생각하면 “엄청 황당한” 음모를 꾸미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런 그의 음모에 미국에 마피아들이 협조를 하였는데 회의중에 그의 말을 듣지 않던 한 마피아 보스는 은밀히 오드잡에게 살해되어 폐차장에서 그가 타고 있던 링컨 컨티넨탈 세단과 함께 직육면체 고철 덩어리로 바뀌어버립니다.
어쨌든 이런 골드핑거의 음모는 포트 녹스에 푸씨가 훈련시킨 미녀 비행 편대들을 동원하여 수면 가스를 살포하여 그곳에 주둔하고있는 다수의 육군 병력을 잠재우고 그곳을 접수하여 금 저장고에 원자폭탄을 장치하여 타이머를 키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그들의 비밀을 알아낸 본드가 외부의 CIA와 영국 첩보부에 이사실을 이미 전달해놓은 상황이므로 포트 녹스에 군인들은 거짓으로 가스에 중독된 것처럼 연기를 하여 쓰러졌고, 골드핑거를 이를 모르고 저장고에 진입하자 곧바로 일어나서 그와 중공군 병력들에게 역습을 가하기 시작합니다. 본드도 이에 가세하여 미련하게 원폭을 폭발시키려는 오드잡과 격투를 벌이고 고압전류 케이블을 사용하여 이 괴물같은 하수인을 전기구이를 만들어버립니다.
골드핑거는 못잡았지만 일단 악당 무리들을 진압하고 자신에게 협조해준 푸시와 미국에서 제공한 비행기를 타고 포트 녹스를 떠나서 달콤한 시간을 가지려는 찰라 그 비행기 속에 잠입한 골드핑거와 최후의 대결을 벌이게 되며 “당연히” 이 뚱뚱한 악당을 깨진 창문 밖으로 꾸겨져서 배출시키고 맙니다. (에일리언 4편에서도 우주 공간에서 작은 창문에 난 구멍으로 거대한 괴물이 “다진 고기 덩어리”가 되어 배출되어버리는 모습을 보게 되지만, 과연 과학적으로 비행기 속에서 창문에 구멍이 뚫렸다고 100kg이 훨씬 넘는 거구의 골드핑거가 이렇게 된다는 것이 좀 이해가 안되는 허풍이지만….)
항상 그렇듯이 푸시와 본드는 뜨거운 키스로 영화의 피날레를 장식하게 됩니다.
* 영화 평
1년 전에 발표된 “위기일발”에 비해서 완성도가 떨어지는 작품이라고 느껴집니다. 무엇보다 현실감이 떨어지는 스토리와 황당한 골드핑거의 음모, 그리고 무엇보다 골드핑거라는 캐릭터가 그 전편에서 로자 아줌마가 보여준 다분히 “미저리” 스타일의 광기도 느껴지지 않았고, 깍두기 한국인 킬러 오드잡은 전편에서 등장한 냉혹한 킬러 레드 그랜트(로버트 쇼 출연)의 카리스마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관객들은 물론 영화 평론가들과 언론조차도 이영화에 대해서 매우 후한 점수를 주고 있습니다. 흥행면에서 이영화 제작비 300만불은 영화 개봉 후에 불과 2주만에 손익분기점을 돌파하였고, 미국에서만 무려 5,000만불의 흥행 수입을 올렸습니다. 게다가 이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이 영화는 최우수 음향편집상을 수상하고, 사운드 트랙은 최우수 영화음악상에 후보로 올라갑니다. 그리고 골드핑거와 오드잡 두 악당 콤비는 역대 007 영화 악당들 순위에서 2위와 3위(2008년 the Times誌 선정)에 나란히 올라가기도 합니다. 게다가 평가가 박하기로 유명한 로튼 토마토 닷 컴(rotten tomatoes.com)에서 이 영화는 007 시리즈 역대 작품들중에서 “위기일발”과 “닥터 노”를 제외한 나머지 작품들 모두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이건 정말 이해가 안되는 평가이지만 어쨌든…..)
남들의 평가가 어떠했든간에 제가 봤을 대 이영화에서 숀 코네리가 보여준 제임스 본드의 이미지는 그 이전 두편의 작품들에 이어서 좀 더 “제임스 본드” 다워진 모습이었고, 영화 후반부에 등장하는 푸시 갤로어를 연기한 호너 블랙맨이라는 여배우의 농염한 매력은 영화 도입부에 금을 온몸에 뒤집어쓰고 죽었던 질 매스터슨을 연기했던 셜리 이튼보다 훨씬 고혹적인 매력을 발산했던 것 같습니다.
대표적인 영화의 허술함은 포트 녹스에서 가스에 중독된 것처럼 기지 전체에 군인들과 민간인들까지 일제히 길 위에 쓰러졌다가 골드핑거가 속아 넘어간 것을 확인하고 다시 일제히 일어나는 것으로 황당하기까지 한 발상이었다고 생각됩니다만 어쩌면 그전에 발표된 “위기일발”이 워낙 수작이었기에 우리가 지금 60년대 중반에 영화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다는 것을 깜빡 잊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어쨌든 이영화는 영화적으로 완성도의 부실함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으나 여전히 빛이 나는 제임스 본드의 캐릭터와 역대 본드걸들 중에서 가장 농염하고 성숙한 여인의 매력을 발산했던 푸시 갤로어를 보면서 나름대로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요소들을 발견합니다.
To be continued......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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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관심을 갖고 읽어주시는 분들이 있으시니 무척 힘이 납니다. 앞으로도 많은 지적과 조언 부탁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악당도 멋지고... 석상 모가지 댕강 날리던 모자의 위력 +_+
잘 읽었습니다...
담에는 썬더볼이 T_T 숀 코넬리 007중에서는 골드핑거랑 젤로 좋아하는건데..
기대하겠습니다~!!

미국에서 활동했다고... <역도산> 영화를 보면 이 분 이야기가 잠깐 나오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