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피드
1986년 연말에 게임아츠에서 발표한 PC-8801용 슈팅 게임입니다.
원래는 이게 게임아츠의 창립작품이 될 예정이었다고 합니다.
그치만. 이상은 원대할지라도 그걸 실현시키기에 8비트 컴퓨터는 제약이 너무 심해... 개발기간이 늘어지다 보니, 그 사이에 Thexder가 먼저 세상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Thexder는 아주 대형사고를 쳤죠. 80년대 일본을 대표하는 컴퓨터가 PC-8801인데, PC-88을 그자리로 끌어올려준 게 Thexder였다고 하니까요.
실피드는 외계인 때려잡고 지구를 구하자는 단순한 스토리의 게임입니다.
대충 3D 비스무리하게 보이는 2D화면으로 구성되어 있고 15fps라는 8비트 컴퓨터에서는 경이적인 속도를 구현했다고 합니다. Thexder가 선점해버린 상징성이나 쇼크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나왔던 당시로서는 충분히 사람들을 경악시킬만한 게임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렵지 않게 명작으로 기억되게 되었습니다.
Thexder의 성공으로 게임아츠는 쩔어주는 회사라는 이미지를 이미 얻었던데다 뒤이어 실피드까지 나오게되면서 기술력으로는 천하제일이라는 이미지를 굳히게 됩니다. 기술로는 도저히 게임아츠의 상대가 안되니까 일본의 컴터게임회사들이 액션쪽은 포기하고 RPG같은 장르로 눈을 돌리게 되었다는 소리까지 있었을 정도로...
이식은 달랑 하나, FM-77AV용으로만 되었다고 하는데, 77AV가 8비트 주제에 무려 총천연색 그래픽이 가능한 황당한 물건이었지만 88 버전의 8색을 그대로 때려박은 충실 이식입니다. 그래도 그러고 말긴 민망했던지 오프닝만큼은 멀티컬러로 싹 갈아엎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오프닝과 게임화면 사이에 엄청난 괴리감이 생기게 되었다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ㅎㅎ
이 게임도 Thexder의 뒤를 이어 시에라에서 미국 컴퓨터용으로 이식출시했습니다. 이식하기 전에 '연구용'으로 시에라 사내에서 돌렸을때 직원들 사이에 대호평이어서, 하라는 일은 안하고 다들 실피드만 붙잡고 매달리는 바람에 88을 봉인하고 게임 금지령까지 내렸다고 합니다. 그래도 밤중에 사장님 몰래 하는 넘들이 있었더라는... 그걸 지켜본 사장님은 미국에 내놓으면 잘 팔릴거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든가 뭐라든가...
처음엔 애플IIGS용으로 이식했는데 놀랍게도.... 시에라답지 않게 원본에서 빼먹은 거 하나도 없는 완전이식판입니다.(시에라가 직접 만든건 아니란 소리도 있지만...) 그뿐 아니라, 원래 게임아츠제 초기 게임들이 당시 게임 치고는 수다스런 편인데, 뭐라뭐라 많이 떠들어대지만 열악한 음성합성 땜에 뭐라는 건지 잘 안들린다는 것 또한 특징입니다. 그걸 GS의 PCM 성능을 이용해서 아주 말끔한 영어로 다시 녹음했습니다. 다만, 녹음한 성우가 정말 하기 싫은데 억지로 하는듯한 의욕 제로의 연기라는게....ㅎㅎ
뭐... GS는 망한 하드웨어라 그 버전은 묻혔고, 글구나서 대망의 아이볨 피씨판이 나오게 되는데... 때는 바야흐로 시에라가 각종 사운드카드를 지원하게된 시기이고, GS로 연습도 했겠다 이제 완전판을 내기만 하면 되는 그런 상황이었지만... 시에라는 시에라였습니다. 음악만큼은 MT-32를 지원해서 원판을 초월했지만, 음악 뺀 다른 소리는 전부 PC 스피커! Thexder 때에 비해 그닥 나아진게 없어 보이는 사운드였습니다. MT-32를 이왕 썼으면 효과음도 그걸로 내면 될텐데...
그래도 어인 일인지 시에라가 (아이볨용으로 이식한 일본 게임들에서 사람 목소리 나오는 부분은 사정없이 삭제해버렸던 것과 달리) 일부나마 음성지원을 하고 있는데, 그것도 피씨 내장 스피커로! ...그치만 뭐라고 하는건지 1도 알아들을 수가 없습니다. 88판은 잘은 안들려도 주의해서 들으면 대충 저넘이 뭐라고 떠드는 건지 알수는 있는 정도라면 시에라판은 전혀... 목소리라기 보단 걍 잡음 수준....
그러다가 나중에 PCM을 지원하는 업그레이드판을 내면서 (애플IIGS 버전과는 다른 새로 녹음한) 아주 깔끔한 사운드로 소리를 싹 갈아엎지만... 아직 사블이 대중화되기 전이고 사블과 호환되지 않는 하드웨어 전용이라... 묻혔습니다. 그래도 다양한 온갖 하드웨어에 꼬박꼬박 드라이버를 챙겨주었다는 게 시에라 최대의 장점인데 이상하게도 이 버전만큼은 사블및 좀 더 대중적인 사운드카드를 지원하는 드라이버를 내지 않아서, 이런게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알려지지 않은채로 있었습니다.
그러다 수십년 지나 해커들이 사블을 지원하는 드라이버를 만들어 배포하면서 늦게나마 세상에 알려집니다.
이 버전으로 MT-32 음악과 PCM 사운드를 조합하면 실피드의 모든 버전들 중에 최강이 됩니다.
거기다 FM-77의 오프닝까지 더해진다면 완벽하게 되겠지만... 그거꺼진 뭐 어쩔 수 없죠.
근데... 시작할때 외계인 대빵이 뭐라고 하는 건지 선명하게 잘 들린다는 건 좋은데... 너무 친절하고 상냥하게 들리는 말투라서 나쁜넘이 맞는건지 좀 의심스러워진다는 문제점이...ㅎㅎ
뭐 어쨌든 아이볨 PC쪽에서도 나름 히트했고... 시간이 지나서 사람들 기억속에 희미해지게 되었을 무렵에는 메가드라이브 버전으로 리메이크되고, 또 시간 지나서 잊혀질 때쯤 되자 또 리메이크(혹은 속편)... 그래서 실피드라는 게임의 이름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FM-77AV 버전 타이틀 화면
애플IIGS 버전 플레이영상
satt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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