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추억> 보러 프랑스 예술영화관 Filmothèque 방문기
오늘은 파리 5구에 있는 소르본 대학 근처에 왔습니다
오늘 글은 지나가는 길에 본 극장으로 시작할게요!
Le Champo(르 샴포)
전세계 시네필에게 정말 널리 알려진 극장이죠
1938년 개관하여 현재까지도 운영 중인 유서가 깊은 영화관입니다
많은 시네필과 시네아티스트들이 이 극장을 거쳐갔는데
그 중 프랑소와 트뤼포가 여기서 영화를 엄청 많이 봤다고 알려져 있죠
극장 밖에는 이렇게 상영 중인 영화들의 포스터와 시간표가 게시되어 있어요
지금은 장 르누아르의 <게임의 규칙>과 빔 벤더스의 <파리, 텍사스>를 틀고 있나 봐요
6월 1일부터는 <사랑은 비를 타고>를 상영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루이스 부뉴엘의 <시몬 오브 더 데저트>,<비리디아나><학살의 천사>, 이렇게 세 편도 지금 틀어주네요
그리고 '다미아노 다미아니'라는 이름의 감독의 영화가 상영 중이라고 합니다
저도 처음 들어보는 감독분이라 검색을 했는데 제가 들고 있는 책자의 저 영화는 네이버에 검색해도 안 나옵니다;;
이렇게 영화사에서 새로운 이름을 알아갑니다
저는 Le champo에 영화를 보러 온 것은 아니고..
Le champo를 끼고 골목으로 들어갔습니다
참고로 이 골목에는 특이하게도 불과 50m도 채 안되는 거리에 극장 세 곳이 따닥따닥 불어있습니다
그 중 하나인 이 곳 Reflet Médicis은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잘 틀지 않는 예술영화 개봉작 위주로 상영한다고 하네요
지금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이 디지털 리마스터링으로 상영 중이네요!
그리고 6월 8일에 장 외스타슈 감독의 <엄마와 창녀>도 디지털 리마스터링판으로 재개봉해서 상영한다네요!
프랑스에는 매년 재개봉 영화가 최신 개봉작보다 많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정말 실감나네요
그리고 저의 목적지에 도착을 했습니다!
Filmothèque du Quartier Latin이라는 예술영화관으로 전적으로 시네마테크의 역할에 충실한 극장입니다
Le champo나 시네마테크 프랑세즈만큼 역사가 긴 곳은 아니지만 상영 프로그램만큼은 그 두 곳과 견줄 만하죠
극장 정문에서 로비가 보이게 찍었습니다
이곳도 Le champo처럼 극장 바깥에 상영하는 작품들의 포스터와 시간표를 게시해놨습니다
정말 많은 프로그램이 짜여져있는데 한 극장에서 이게 다 소화 가능한 양인가 싶을 정도입니다;;
일단은 테렌스 맬릭,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회고전을 하고 있고
<대부> 3부작 디지털 리마스터링 상영, 알프레드 히치콕 특별전, 장 가방 특별전, 페데리코 펠리니 특별전, 왕가위 영화 두 편, 데이빗 린치 영화 세 편을 포함해서
<Vortex> 이전 가스파 노에 전작전, <The Northman> 이전 로버트 에거스 전작전, <우연과 상상> 이전의 하마구치 류스케 영화 두 편까지 다 상영하고 있습니다 ㄷㄷ
근데 그걸로도 상영표가 다 안 채워졌는지 프로그램과 별도로 영화들을 더 편성해서 상영하더라고요
<엑소시스트>, <양들의 침묵>, <이터널 선샤인>, <살인의 추억>,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등등...
영화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정말로 영화 보면서 죽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6월 1일부터는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 감독 탄생 100주년 기념으로 <살로, 소돔의 120일> 디지털 리마스터링을 상영한다네요 헐
극장 로비 내부는 엄청 심플합니다
이게 좁은 문이 상영관 입구예요
파란 문은 오드리 관이고 빨간 문은 마릴린 관이라고 합니다
저 문의 왼쪽 벽에는 올해 칸 영화제 공식 포스터가 큼지막하게 걸려있는데 사진을 못 찍었네요 ㅠㅠ
여기는 매표소입니다
지금은 닫혀있지만 영화 시작하기 전에 직원이 매표소를 열어서 관객들을 맞이하고 표를 팔아요
상영 프로그램 안내가 적혀있는 팸플릿과 그 옆에는 영화 팸플릿이 같이 있습니다
곧 상영할 예정인 듯한 왕가위 감독의 <열혈남아>와 파졸리니 감독의 <살로, 소돔의 120일>, 그리고 아마도 상영이 끝난 것 같은 <무간도> 3부작 포스터가 보이네요
광고형 포스터와는 다르게 영화에 대한 설명이 빼곡하게 적혀있는 것이 인상적이네요!
(그리고 종이도 엄청 빳빳했습니다)
영화관 갈 때마다 이것만 읽어도 짬짬히 공부가 될 것 같은 느낌이에요ㅋㅋ
아 저는 오늘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을 보러 왔습니다!!
이 기회를 놓칠 순 없죠
티켓을 발권받았습니다
손바닥보다도 작아서 금세 잃어버리기 쉬울 정도로 작아요
저는 26세 미만 표로 끊어서 단돈 5유로!
좌석은 당연히 비지정석! 그게 프랑스니까!(좌석 지정제면 편하게 극장 올텐데..)
티켓 뒷면에는 알랭 들롱과 장 가방이 출연한 <시실리안> 스틸컷이 멋지게 그려져있네요
영화 상영 시간이 가까워 질 수록 사람들이 점점 모여듭니다
로비가 좁아서 사람들이 극장 바깥에서 입장 줄을 서는 게 인상적이에요
이 사람들이 다 <살인의 추억>을 보기 위해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입니다!
프랑스에서 시네필 사이에서 봉준호의 인기가 상당하다던데 제가 본 회차도 좌석이 매진되었었어요 ㄷㄷ
입장이 시작되었습니다
좁은 문을 지나 좁은 통로로 내려가면
마치 지하 비밀공간 같은 상영관 내부가 나옵니다!
제가 상영관에 입장할 때는 이미 상영관 절반이 채워진 상태여서 사진은 상영이 끝난 후에 촬영했습니다
참고로 파리의 주요 도심에 있는 극장들은 대체로 시설이 오래된 편이라 썩 좋은 편은 아닙니다
상영 화질이나 사운드는 한국의 멀티플렉스 일반 상영관보다 좋은 편이에요
하지만 일단 극장 의자에 목받침이 없는 경우가 많고(목이 자주 결리는 저는 특히 고통스러운 ㅜㅜ)
특히 이 극장 같은 경우에는 극장 내부가 좁고 좌석 간 단차도 낮아서 앞 좌석에 사람이 있으면 화면이 너무 잘 가려진다는;;
(그리고 화장실로 가는 문이 스크린 바로 오른쪽에 있습니다...이건 충격)
영화 상영 전에 상영 프로그램 홍보 이미지가 계속 나옵니다
안드레이 줄랍스키의 <포제션> 상영이 예정되어 있고 시네클럽(해설, 대담 같은 것)도 같이 할 건가 봅니다
그리고 한 예고편이 상영되었는데 '-16'(16세 미만 관람불가) 표시가 뜨길래 "프랑스에서 16세 미만 관람불가면 대체 어떤 영화길래?"했는데
그게 <살로, 소돔의 120일> 예고편이었습니다;;(워메)
(상영이 끝나고 밤 12시 소르본 대학 앞길)
저는 이번에 <살인의 추억>을 극장에서 처음 봤습니다
이미 대사도 거의 다 외울 정도로 몇 번을 봤던 영화인데도 그 전에 봤던 때보다 영화가 훨씬 강렬하게 다가오더라고요
(그리고 머나먼 타지에서 본 CJ로고가 참 반갑더라는 ㅋㅋ)
무엇보다 프랑스 관객들 사이에서 영화를 보면서 좋았던 건
한국인이라서 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고 대사의 뉘앙스를 만끽할 수 있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는 거?
이게 우월감을 느꼈다는 게 아니라 하단에 불어자막이 나오긴 하는데 대사의 뉘앙스가 많이 날아간 느낌이라서요..
이 영화의 매력을 온전히 다 느낄 수 있다는 게 참 좋다는 생각을 이번에 하게 됐어요
그래도 영화의 유머가 프랑스에서 잘 먹히네요 ㅋㅋㅋㅋ
영화에서 송강호가 무모증 얘기 할 때는 상영관이 정말 웃음바다였습니다
그리고 특이하게도 영화에 무속신앙이 나올 때 프랑스 관객들이 많이 웃던데
'서양 관객들에게는 한국의 무속신앙이 신기한 거구나' 이런 생각도 하게 됐네요
저는 밤늦은 파리는 아직도 무서우니까 빨리 집으로 ㅌㅌ
(여기는 번화가라 괜찮은데도...)
이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인 62
댓글 41
댓글 쓰기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이 영화를 처음 보는 관객들 사이에서 보게 되니 신선한 반응도 느끼고 좋았어요!
저 극장에서 유일하게 자막 없이 보실 수 있는 분이었겠네요.
저도 <살로, 소돔의 120일>은... 의미는 곱씹어볼 만한데 두 번은 못볼 ㅜㅜ
앞 사람이 키가 커서 자막을 가려도 저는 크게 상관이 없었죠 ㅋㅋㅋ
우리나라로 치면 중구, 종로구 같은 예술영화관 동네군요.
첫번째 사진에 부뉴엘의 [범죄에 대한 수필]이!!!
마지막 극장은 시설이 약간 이봄씨어터스럽네요ㅋㅋㅋ
우리나라도 파솔리니 기획전 6월에 한다고 하더라고요.(파솔리니 영화 한 편도 못 봤는데 살로 하도 악명이 높아서 무슨 영화인지 궁금하네요ㅋㅋ)
마침 우리나라에 [파리13구] 개봉했는데, 재밌는 파리 소개 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ㅎㅎ
물론 내부 인테리어는 하겠지만 아마 극장 외관이나 시설 자체가 오래되다 보니까
시설에 대해서 깐깐하신 분들이라면 실망을 할 수 있어요ㅋㅋㅋ
화장실 문이 스크린 옆에 있는 것부터가....?
<파리 13구> 정말 보고 싶은 영화예요(한글자막으로)
파리에서 시네필이라면 혹할 만한 영화관들이 각각 차별점을 내세우며 상영 프로그램을 짜는데
정말 특별한 곳을 가게 된다면 올려보게요
제가 가는 곳마다 방문기를 올리면 익무 분들께서 지겨우실 수도 있으니 ㅎㅎ
다미아노 다미아니 감독을 찾아보니 이탈리아에서 마피아, 부정부패처럼 사회문제를 다룬 서스펜스 전문 감독이라고 나오네요. 국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런지 정보가 없네요😅
저는 "밥은 먹고 다니냐"라는 대사에 사투리나 어조 등 한국적인 뉘앙스로 여러 가지 복합적인 감정들이 한번에 압축해서 담아낸 점이 정말 놀랍다고 생각했는데 자막으로는 아무리 번역을 잘 해도 그걸 느낄 수가 없을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에 괜히 거창하게 말씀드리면 한국영화를 보는 기쁨을 느꼈어요ㅋㅋ
프랑스어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어요..
제가 프랑스어만(?) 잘 할 줄 알게 된다면 여기에 눌러 살고 싶을 정도예요ㅋㅋ
저도 한국에서는 1일1편 이렇게 봤는데 여기서는 1일n편을 해도 부족할 것 같아요
진짜 영화의 바다...
넘 좋은글이에요 +_+
외국인들과 한국영화 같이 보는거 특별한 체험인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