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크모드
  • 목록
  • 아래로
  • 위로
  • 댓글 13
  • 쓰기
  • 검색

[JIFF] 야밤에 고기집에서 이상일 감독님 만난 이야기

영화를본관람객 영화를본관람객
3391 33 13

 

 

지금 생각해도 너무 우연적으로 맞아떨어지고 감독님을 알아본 저도 너무 신기해서 놀랍기 그지 없었는데,

홍상수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를 정도로 참.. 정말 우연과 운명 그 자체가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입니다..하하..

 

 

난생 처음으로 영화제에서 GV가 아닌 사석에서 감독님을 만나는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때는 바야흐로 어제 밤 11시 30분...

이창동 다큐멘터리를 보고 저와 제 친한 동생 둘과 영화관 근처, 술 마실 식당을 찾아 배회하고 있었습니다.

<이창동 : 아이러니의 예술>이 너무나도 좋아서 그 흥에 취해 빨리 어디 자리잡아서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고,

그래서 숙소와 가까운 극장 근처에 늦게까지 문을 여는 음식점 위주로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음식점을 찾으며 이창동 감독님을 만난 사람들이 있다며, 다른 사람들과 전주에 온 친구들의 이야기를 동생들과 나누며

"야.. 우리는 이창동 감독님 언제보냐.. 하다 못해 다른 분이라도 보고싶다"하며

신세한탄과 부러움 섞인 말도 했습니다.. 아무래도 특히 이번 영화제는

이창동 감독님이 주인공급으로 비중과 인기가 엄청나기 때문이죠.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누며 식당을 찾던 도중, 작년에 전주 영화제에 왔던 한 동생이 어느 고기집에 앞에 멈추더니 

"여기 내가 저번에 왔던 곳인데, 나쁘지 않아. 갈래?"

라는 권유에.. 이상~하게 정감도 가고, 맛집일 거 같은 묘한 분위기에 이끌려 주저 않고 바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고기집 이름이 지금 가물가물해서 나중에 기억나면 따로 올려보겠습니다)

가게에 들어오니 저희를 제외한 두 그룹이 가게에 있었습니다. 

사람도 많지 않고 영화 얘기 씐나게 할 수 있겠구나 생각하면서 화장실 간 동생 한 친구를 제외하고 

나름 씨네필이라고 자부할 수 있는 한 동생과 단 둘이 남아 어떤 음식과 술을 마실지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저 멀리에 있던 한 그룹이 눈에 띄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제 귀가 일본어에 반응 해서 그 그룹에 시선이 같던 거 같습니다.

 

그 그룹에는 세 명의 여성분 (이 세 분은 통역사이셨습니다)과 남자 한 분이 계셨는데,

평소에 많이 찾아봤던 이미지의 남자분이 계셨습니다.

저는 나무위키나 네이버 정보로 감독님의 필모그래피를 찾아보거나 깨알 같은 정보,

사진들을 보는 걸 좋아하는데, 거기 딱! 저어어ㅓ엉말 절묘하게 이상일 감독님이 아주 편하게, 통역사 분들과 술을 드시고 계셨습니다.

 

처음엔 뭐지 싶었는데, 한 10초 고민하다가 확신이 들었습니다.

 

 

 

전주, 일본어, 인상, 통역사.. 모든 아다리가 떨어져 맞는 이 절묘함...

 

 

 

종종 히로세 스즈 배우님 관련된 이야기도 들려오는 거 같고 이거 뭐... 아 맞구나 그러면서 옆에 있는 시네필 동생을 붙잡으며

"영화 분노랑 악인 찍은 감독! 이상일 감독님 맞다.. 히야아..."라고 하는데, 이 친구는 영화를 보질 않아서 잘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감독님을 본 저희는 놀랐고, 화장실 갔던 동생이 돌아와 이야기를 꺼내니 그 친구도 놀라며.. 용기를 내 사진이나 뭐... 싸인을 받아오라고 막... 다들 어쩔 줄 몰라 흥분의 도가니가 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말 고민됐던 건 저는 감독님의 시간을 방해하는 건 아닐지 조심스러웠습니다.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계신데, 피해를 끼쳐 분위기를 망치는 건 아닐지, 인사를 드리더라도 나가실 때 인사를 드리는 게 맞지 않을까 고민했습니다.

때마침 막걸리와 고기가 도착해 음식과 음주로 시간을 보내는데, 역시.. 감독님께 시선을 뗄 수 없었습니다.

유랑의 달을 예매하지 못한 상태여서 한이 서릴 정도였고, 이대로 전주에서는 승산없는 전투를 마치고 가는 건가 싶었습니다.

이 절호의 기회를 또 놓칠 것인지... 내적 갈등만 켜켜이 쌓여가던 찰나에 끝내 용기를 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맥주병과 소주병이 좀 쌓여있는 이상일 감독님의 테이블에 가서 수줍게..

"저 혹시 이상일 감독님 맞으신가요..?" 하며 다른 통역사 분들과 이상일 감독님께 여쭤보니

한국 통역사 분이 너무 달갑게, 어떻게 아셨냐, 감독님 알아보는 사람도 있구나 하셨습니다.

저는 보잘 것 없는 일본어로 "감독님의 엄청난 팬이다.."라며 팬심도 밝히고..

주변에 계시던 일본어와 영어만 가능하신 통역사분, 일본어와 한국어가 가능하신 일본 통역사 분도

이걸 알아본다고? 하시면서 놀라시기도 하시면서 동시에 감독님을 바라보며 즐거워 하셨습니다.

 

감독님의 어떤 영화가 제일 좋냐, 이번에 유랑의 달 보러 왔냐, 감독님 어떻게 알아봤냐.. 하며 

소소한 토크를 하다가 조심스럽게 사진 찍을 수 있을지 부탁드렸는데, 통역사 분들이

감독님을 떠미는 느낌으로 '한 번 찍어요~'하시면서 사진을 찍어주셨습니다.

감독님도 처음엔 정중하게 거절하셨던 거로 아는데, 어느샌가 제 옆에 멋지게 포즈를 잡고 사진 찍기에 응해주셨습니다.

 

정말 감사하다며 아리가또 고자이마스 한 마디를 남기고 자리에 돌아오니..

난 이것만으로 이번 전주는 만족한다~ 하며 자급자족을 했고... 싸인을 받지 못한 것은 너무 한이었지만,

감독님께 방해되지 않게, 감독님을 만나뵐 수 있어 감사하고 행복했습니다.

GV를 위해 방문하신 거 같았는데, 저는 멀찍이서 이상일 감독님의 일상적인 모습을 힐끔힐끔 볼 수 있었던

그 순간들이 앞서 얘기했던 홍상수 영화 같기도 하고... 우연과 운명으로 가득한 순간이여서

가장 뜨겁고 행복했던 밤이었습니다..

 

 

 

 

칸토쿠.jpg

<2022 전주에서.. 이상일 감독님과 함께한 한 젊은이가>

 

 

 

P.S 이상일 감독님과의 만남이 끝나고, 바로 자리로 돌아가 긴장이 풀린 저는

동생들과 신나게 술을 마시며 아무렇지 않게 이창동 감독님의 영화와 한국영화 얘기를 나눴답니다.

영화를본관람객 영화를본관람..
4 Lv. 1999/2250P

기존의 것을 보고

새로운 것을 보고

또 다른 것을 보고

고전의 것을 본다는 것

신고공유스크랩

추천인 33

  • 쿨스
    쿨스
  • 아무도아닌
    아무도아닌

  • 무비맹

  • ㅇㄹㅈㅇ
  • chungha
    chungha
  • 뭇산
    뭇산

  • 어블

  • LIKE
  • zin
    zin
  • 시아z
    시아z

  • 알모도바르
  • golgo
    golgo
  • 12121234
    12121234

댓글 13

댓글 쓰기
추천+댓글을 달면 포인트가 더 올라갑니다
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1등
와우 부럽습니다!
무인도 아니고 일상속에서 만나는건 더 뜻깊은거같네요
유랑의 달 취켓팅 꼭 성공하시길!!
07:58
22.04.30.
2등
정말 뭔가 홍상수영화스러운 글이네여! 사진까지 완전 좋으셨겠어요 *_*
08:13
22.04.30.

와 [분노]의 이상일 감독님 만나셨다니 대박이네요.

저도 전주 갈 뻔 하다가 못 가고 온라인 상영작 보는 중인데 부럽습니다..ㅠㅠ

08:28
22.04.30.
간달프
관리자가 삭제한 댓글입니다.
08:59
22.04.30.
와진짜대박이네요… 부럽습니다…!!
09:39
22.04.30.
전주에서 생긴 일.. 진짜 이때만큼은 홍상수 영화의 주인공이네요
10:52
22.04.30.
이상일 감독님을 보다니 진짜 계타셨네요. 저도 넘 뵙고싶네요.
유랑의달예매는 성공하였으나 시간때문에 GV참석해야하느냐 아님 박하사탕을 보러 이동해야하나하는 딜레마에 빠져있는중인데..ㅠ.ㅠ
11:48
22.04.30.
profile image
결국 유랑의 달은 보지 못했지만.. (취켓팅을 실패했습니다..)
너무 뜻깊었습니다..! 다들 즐거운 영화관람되세요!!
21:47
22.05.01.
profile image
이런 맛에 영화제 가는 거죠. 알아보신 분이 기회를 얻네요. 축하드립니다.
이런 걸 영화같다고 하나요? ㅎㅎ
16:46
22.05.03.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아마데우스][브릭레이어][분리수거] 시사회 신청하세요 2 익무노예 익무노예 5일 전10:38 6614
HOT ‘머티리얼리스트‘ 뉴 인터내셔널 포스터 NeoSun NeoSun 1시간 전06:31 317
HOT ‘미션임파서블 파이널레코닝’ 첫로튼 88% 1 NeoSun NeoSun 1시간 전06:27 672
HOT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블러드라인 추천임돠 2 괴짜 괴짜 5시간 전02:45 497
HOT 노스포) 미션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 시사회로 보고 온 초장... 3 갓두조 갓두조 2시간 전05:48 874
HOT 약스포) <해벅>후기. B급이 컨셉인 것과 만듦새가 B급... 2 스누P 7시간 전00:51 708
HOT <슈퍼맨> 새로운 예고편 공개 5 밀크초코 밀크초코 7시간 전00:51 1472
HOT 2025년 5월 14일 국내 박스오피스 golgo golgo 7시간 전00:01 1043
HOT <그 자연이 네게 뭐라고 하니>를 보고 나서 (스포 O, ... 1 톰행크스 톰행크스 8시간 전23:51 729
HOT 크리스토퍼 맥쿼리 감독, “톰 크루즈의 새 스턴트..지구상 ... 4 카란 카란 8시간 전23:33 1413
HOT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블러드라인 리뷰 4 드니로옹 8시간 전23:04 1221
HOT 톰 크루즈, 칸영화제에서 맥쿼리 감독과의 협업을 언급하며 3 카란 카란 11시간 전20:51 1324
HOT 톰 크루즈, 시리즈와 함께 극장가의 전성기를 되찾을 수 있을까 6 카란 카란 11시간 전20:21 1575
HOT 썬더볼츠가 흥행이 안 되긴 하군요 5 말리 10시간 전21:44 2413
HOT 디플 ‘아이언하트’ 첫 트레일러, 포스터 3 NeoSun NeoSun 9시간 전22:03 1738
HOT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어벤져스: 둠스데이> 촬영 현... 1 카란 카란 10시간 전21:38 1610
HOT 스칼렛 요한슨 베니티페어 최신호 2 NeoSun NeoSun 10시간 전21:16 1091
HOT <어벤져스: 둠스데이> 엑스맨과 판타스틱4의 충돌 암시? 3 카란 카란 10시간 전21:25 1337
HOT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블러드라인] CGV 골든 에그 점수 94% 3 시작 시작 10시간 전21:19 868
HOT ‘위키드 포 굿‘ 첫포스터 공식 3 NeoSun NeoSun 10시간 전21:04 1209
HOT 영화 초보의 <범죄의 재구성>(2004) - 슴슴하게 간이 ... 2 매니아가되고싶은 16시간 전15:21 771
1175795
image
Tulee Tulee 7분 전07:50 46
1175794
image
Tulee Tulee 8분 전07:49 53
1175793
image
Tulee Tulee 8분 전07:49 58
1175792
image
Tulee Tulee 9분 전07:48 47
1175791
image
e260 e260 30분 전07:27 180
1175790
image
e260 e260 32분 전07:25 106
1175789
image
e260 e260 34분 전07:23 118
1175788
image
e260 e260 34분 전07:23 112
1175787
image
e260 e260 35분 전07:22 106
1175786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06:31 317
1175785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06:27 672
1175784
image
갓두조 갓두조 2시간 전05:48 874
1175783
normal
Worid120 4시간 전03:37 631
1175782
normal
괴짜 괴짜 5시간 전02:45 497
1175781
image
전단메니아 전단메니아 5시간 전01:59 558
1175780
normal
말리 6시간 전01:39 505
1175779
normal
갓두조 갓두조 6시간 전01:10 1350
1175778
image
zdmoon 7시간 전00:56 610
1175777
image
스누P 7시간 전00:51 708
1175776
image
밀크초코 밀크초코 7시간 전00:51 1472
1175775
image
golgo golgo 7시간 전00:01 1043
1175774
image
톰행크스 톰행크스 8시간 전23:51 729
1175773
image
카란 카란 8시간 전23:46 1185
1175772
image
GI 8시간 전23:35 451
1175771
image
카란 카란 8시간 전23:33 1413
1175770
normal
Sonatine Sonatine 8시간 전23:09 562
1175769
normal
드니로옹 8시간 전23:04 1221
1175768
image
NeoSun NeoSun 9시간 전22:52 784
1175767
image
NeoSun NeoSun 9시간 전22:49 512
1175766
normal
울프맨 9시간 전22:48 1220
1175765
image
NeoSun NeoSun 9시간 전22:13 1493
1175764
normal
아이언하이드 아이언하이드 9시간 전22:13 953
1175763
image
NeoSun NeoSun 9시간 전22:03 1738
1175762
image
NeoSun NeoSun 10시간 전21:45 813
1175761
normal
말리 10시간 전21:44 2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