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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원작자 하타사와 세이고 인터뷰

카란 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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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의 희곡 작가이자 극단 와타나베겐시로상점 대표, 그리고 현 고등학교 교사이기도 한 하타사와 세이고의 예전 인터뷰가 있어서 번역 정리해봤습니다.

영화와는 내용이 다르고 원작을 안 보신 분들께는 생소하실 수도 있지만 작가의 생각이나 의도 등을 참고 하시라고 올려봅니다.

 

zgzg.jpg 

- 2019년 삿포로에서 재공연된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를 어떻게 느끼셨나요?

 

하타사와: 이 희곡에 다시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 주셔서 작가로서 큰 기쁨을 느낍니다. 프로듀서 사이토 치즈씨, 연출 나야 마사히로씨, 이토 와카나씨, 스탭 여러분, 그리고 이 훌륭한 자리를 마련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그러나 동시에 슬프기도 했습니다. 이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는 언제쯤 옛이야기가 되어 줄까요. 현실세계에서 집단 따돌림이 사라지지 않는 한 이 이야기는 과거가 될 수 없습니다. 지금도 여기저기 교실을 뒤덮은 슬픈 안개가 하루빨리 걷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 저는 이번에 성인팀과 중고생팀 각각 2개의 공연을 봤는데 볼 때마다 다른 점을 느꼈어요. 괴롭힌 적이 있는 사람,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는 사람, 그리고 각각의 부모나 선생님……. 입장이 다르면 받아들이는 것도 전혀 다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단순한 '집단 따돌림 이야기'보다 더 근본적인 부분이 있는 것 같은데, 어떠셨나요?

 

하타사와 : 논어의 자로편에 유명한 구절이 있습니다. 섭공이 공자에게 말했다. 우리 마을에 궁이라는 정직한 사람이 있는데, 자기 아버지가 양을 훔친 것을 증언했다. 그는 아버지가 양을 훔쳤을 때 관리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이에 공자가 답했다. 우리 마을의 정직한 사람은 그와 다르다. 아버지는 자식의 잘못을 덮어주고 자식은 아버지의 잘못을 덮어준다. '정직'은 그 속에 있다. 라는 구절입니다.

여기서 정직정의또는 정의감이라고 번역해도 큰 문제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초나라 섭공은 아버지가 저지른 도둑질을 증언한 자에게 정의가 있다고 본 것이고, 공자는 아버지를 감싸는 것이 자식으로서의 정의라고 본 것이지요.

이렇듯 정의는 부모자식의 관계 속에서 크게 흔들립니다. 이 연극은 집단 따돌림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쓰고 싶었던 것은 집단 따돌림 그 자체가 아닙니다. 집단 따돌림을 통해 흔들리는 정의. 그것을 그리는 데에 구원의 길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 극중 무게가 실린 대사나 상황이 많았는데요, 예를 들면 자신의 아이의 이름이 쓰여진 유서를 공개하지 않도록 부모들이 요구하자 교장인 나카노와타리를 비롯한 직원들은 사실 확인이 될 때까지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합니다.

하지만 집단 따돌림 내용이 낱낱이 드러나자 교장은 유서를 공개하기로 하고, 이에 부모 중 한 사람인 하세베 료헤이는 , 갑자기 태도를 바꾼 겁니까?라고 묻습니다. 교장은 바꾼 게 아닙니다라고 대답합니다. 이 대사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하타자와: 글쎄요……대사의 해석은 각 무대마다, 배우에게, 연출자에게, 그리고 관객에게 맡겨져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반대로 당신은 어떻게 느끼셨나요?

 

- 교장들에게서는 처세나 학교의 명예를 제일로 여기는 인상을 별로 느끼지 못했습니다. 이 사태를 어떻게 다룰지에 대한 당혹감과 설사 가해자 학생들이라도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유서가 없었다고 하는 건 당치도 않다고 마음속으로 생각하면서도 부모들의 압력에 굴복해 동의했지만, 움직일 수 없는 사실로 판단된 상황으로 전환되며, (원래 생각을) 바꾼 게 아니다라는 발언으로 이어진 거라 생각합니다만..세간의 주목을 피할 수 없다면 빨리 공개해 버리는 편이 낫겠다라는 속셈도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타자와: 당신이 느낀 것이 전부이고, 그걸로 된 거 아닐까요? 솔직히 작가가 정답을 말하건 촌스럽다고 생각해요. 느끼는 방법의 다양성이야말로 가치가 있는 것이죠.

 

- 또 하나 궁금했던 게 당신의 심정 이해합니다라는 대사였어요. 가해자 학생 부모들끼리의 대화에서 여러 번 나왔는데, 정말 상대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허울뿐인 말 아냐?라고 느꼈습니다. 이해하다는 상대방에게 다가서기 위한 중요한 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굉장히 위화감이 느껴졌어요.

 

하타자와: 공감하는 것, 혹은 공감하는 것처럼 행동하는 건, 공동 투쟁을 하기 위해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대사와 속내의 엇갈림을 느끼셨다면 그걸로 됐다고 생각해요.

 

- 허울이든 공감 혹은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이해한다고 말함으로써 연대감을 갖자는 거군요. 가해자 학생의 부모인 료헤이가 서로 협력해야죠」 「단결하기로 하죠라고 반복하듯이요.

다만 학교에 온 미치코의 어머니에게 한 료헤이의 대사 미치코 어머님 심정 백번 이해합니다. 하지만 (집단 따돌림은)사실인지 확실하지 않잖아요이해한다는 전혀 이해는 커녕, 상당히 잔인한 말이었어요.

 

하타자와: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 현실의 중고교생에게 부모가 이해한다고 해도 이해하긴, 잘 알지도 못하면서!라고 열을 내며 반항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이해한다와 공동 투쟁을 하기 위한 이해한다에는 어떤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하타자와: 이 경우의 이해한다는 아이가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부모가 생각해주었으면하는..즉 응석입니다. 반항으로 응석을 부리는 것이죠. 공동 투쟁을 하기 위한 이해한다는 단순히 전략일 뿐, 상대를 이해하는 것과는 관계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 마지막에 회의실에 남은 료헤이와 그의 아내 다에코에게 학년 주임인 하라다 선생이 다가가 미도리는 착한 애예요라고 합니다(미도리는 하세베 부부의 딸). 이것은 나쁜 아이가 집단 따돌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그 씨앗이 있고, 그것이 싹 트느냐 마느냐라는 생각이 담겨 있는 것 같았어요.

 

하타자와: 그렇게 느끼셨나요? 작가적으로는 다의적이고 좋은 대사를 썼다고 생각해요.

 

- 그리고 마지막에 하세베 다에코가 한 대사 살아야 하니까에 나타나듯이 죽은 이노우에 미치코 외의 다른 사람은 계속 살아야 한다. 이 결말 이후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하타자와: 가해자 학생들은 큰 상처를 안고 살아갔으면 하지만, 그렇지는 않겠지요. 큰 상처를 안고 사는 건 미치코의 어머니와 담임인 도다 선생뿐일지도 모릅니다. 도다 선생은 마지막에 교사로서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이 세상에서 그 아이들을 가장 죽이고 싶은 사람은 미치코 어머니가 아니예요. 바로 저예요라는 말을 하죠. 이후 교사 생활을 계속하는 건 어렵겠지요.

 

- 2008년 초연부터 지금까지 10년이 넘었는데요, 그 동안 이 희곡과 관련해서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점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하타자와: 집단 따돌림 방법이 교묘하고 교활하게 더 잔인해지고 있어요. LINE SNS 발달 이전과 이후가 완전히 다르죠. 다만, 집단 따돌림의 원리나 메커니즘 자체는 별로 변한 게 없는 것 같아요.

 

- 마지막으로 현재 중고교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하타자와: 집단 따돌림을 당하면 도망가세요. LINE 같은 건 하지 마세요. 학교에 가지 않아도 좋아요. 당신이 죽어도 당신을 괴롭히는 사람들은 상처받거나 하지 않아요. 아무튼 죽지 마세요. 그리고 이 희곡은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의미가 생기는 이야기입니다. 꼭 자기의 눈으로 보고 느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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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image 1등

마지막 말이 인상적이네요.

학교는 일종의 폐쇄된 사회 같습니다. 그 안에서 도저히 해결 안되겠다 싶으면 외부에 도움을 요청해서라도 빠져나오는 수밖에 없겠어요.

09:29
22.04.20.
profile image 2등

공감합니다. 다만 가해자들은 이런 작품 봐도 털끝만큼도 죄책감을 못느낀다는 게 문제죠...

09:45
22.04.20.
3등
공감가는 부분이 많네요
이런 이야기가 과거가 되지 못하고 계속 현재성을 띤디른 게 가슴 아픕니다...
11:04
22.04.20.
profile image

당신이 죽어도 당신을 괴롭히는 사람들은 상처받거나 하지 않아요. 아무튼 죽지 마세요.

ㅠㅠ 너무 솔직해서 슬프네요.. 가해자들에게 죄책감을 강제할 수 없다는 게 참...
정말 반성을 하는 사람들도 물론 일부 있겠지만 피해자들은 평생을 고통 속에 살아가는데
그 일 이후에도 잘 사는 가해자들과 그 사람을 감싸는 주변 사람들을 뉴스에서나 실제로 보면 허탈하고 허무해요
그래서 더더욱 포기하지 말고 피해자들이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누구 보란듯이 잘 살 필요도 없고 그냥 살아가는걸로 충분해요

11:16
22.04.20.
profile image
마지막 말씀...
학교에서 도망친다고 세상 끝나는 게 아닌데, 그게 삶의, 세상의 전부가 아닌데,
그런데 또 그 나이에는 이런 생각하기 쉽지 않죠. 그래서 어린 것이고요.
결국 이런 건 끊임 없이 교육하고 알려줘야 하는 일이 아닐까 싶네요.
11:48
22.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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