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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 리차드] 간략후기

jimm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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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 스미스를 올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유력 후보에 올려놓은 영화 <킹 리차드>를 개봉 전 프리미어로 미리 보았습니다.

불세출의 테니스 스타 자매 비너스-세레나 윌리엄스를 키워낸 아버지 리차드 윌리엄스의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는

척박한 환경을 딛고 세상이 환호하는 챔피언으로 성장하는 주인공이 나오는 스포츠 드라마의 전형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주인공이 아닌 주인공의 아버지를 중심에 세운다는 점에서 오는 차별화가 생각보다 크게 느껴집니다.

자매는 이미 테니스 재목으로서의 역량과 덕을 충분히 지녔다면 이야기는 어떻게 될 것인지, 영화는 흥미롭게 보여줍니다.

 

훗날 세계 테니스계를 제패하게 되는 윌리엄스 자매의 아버지 리차드 윌리엄스(윌 스미스)는

그들이 태어나기 전부터 그들을 챔피언으로 만들 계획을 78페이지에 걸쳐 만들어 두었습니다.

리차드의 눈에 들어온 것은 챔피언에게 부와 명예를 선사하는 테니스였고, 두 딸에게서 천부적인 재능을 발견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살고 있는 캘리포니아 컴턴은 언제 어디서 갱단의 총성이 울릴지 모르는 말 그대로 우범지대.

리차드는 딸들이 더는 이런 곳에서 살지 않도록 하고자 자매를 전적으로 서포트하며 훈련을 시킵니다.

그러나 열악한 훈련 환경과 위태로운 주변 분위기로 인해 이곳에서 리차드의 코칭만으로 훈련하는 것은 당연히 무리가 따릅니다.

리차드는 자매가 훈련할 수 있는 최상의 환경을 마련해 주기 위해 내로라 하는 코치진들을 수소문하고,

그들을 만날 때마다 당돌하다시피 한 제안을 합니다. '이 아이들은 반드시 챔피언이 될 것이니 무료로 가르쳐달라'는 것이죠.

당연히 대부분은 그 말을 듣자마자 코웃음을 치지만, 자매의 실력까지 본 극히 일부 코치진들은 놀랍게도 그 제안을 받아들이고,

그렇게 리차드 윌리엄스의 호언장담대로 두 자매는 세계가 이미 알고 있는 신화를 써내려 가기 시작합니다.

 

인기 TV 프로그램인 '금쪽 같은 내새끼'의 솔루션이 문제 많아 보이는 '금쪽이'가 아니라 결국 그 부모들에게 향하듯,

<킹 리차드>의 초점 역시 스포츠 히어로의 탄생기를 그리지만 그 히어로를 키워낸 아버지에게 향합니다.

아버지를 중심으로 한 많은 어른들의 지지와 지원 속에서 더 큰 세계로 나아가 이름을 떨치는 자매들의 모습을 통해,

제 아무리 스스로 이미 완벽해도 세상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 챔피언, 히어로는 홀로 탄생할 수 없음을 이야기하죠.

하지만 그렇다고 리차드가 자매에게 늘 이상적이고 틀림없는 길을 늘 바람직한 방법으로 제시하는 성인군자인 건 아닙니다.

더 이상은 위험하고 힘겨운 사회에서 딸들이 살지 않도록 할 거라는, 돈 많은 백인들의 전유물이었던 테니스계에서

가난한 흑인 자매임에도 챔피언 자리에 오르도록 할 거라는 의지가 단단했던 아버지는 '모질고 독한 부모'라는 손가락질을 감수합니다. 

영화의 제목이자 극중 리차드의 별명인 '킹 리차드'라는 표현이 암시하듯 때론 권위적이고 막무가내인 태도로,

리차드는 자신이 예전부터 세워온 철저한 '계획'을 근거삼아 딸들에게 자신의 방법론을 단호하게 강요하기도 합니다.

'이러면 어떨까'하며 상의의 여지를 마련하지 않고 자신의 계획은 완벽하고 불변하니 '앞으로 이렇게 해'라고 지시부터 합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가 자신의 성공 욕구를 딸들에게 대입해 혹사시키는 나쁜 부모인가 하면 또 그렇지도 않습니다.

그는 언제나 딸들의 가능성을 믿고 자존감을 지켜주며, 예상한 성과가 나와도 당연시하지 않고 예기치 못한 실패도 힐난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런 리차드의 태도는 리차드의 훈련을 받아들여 실행하는 자매들의 모습을 통해 그 효과를 고스란히 나타냅니다.

가족애는 돈독하고 자매들은 언제나 경쾌한 수다로 조용할 날 없으며, 매 훈련마다 지치거나 싫은 기색 없이 전력으로 임하죠.

 

<킹 리차드>는 주인공인 리차드 윌리엄스가 '위대한 영웅을 낳은 완벽한 아버지'로 그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인간적으로 불완전해 보일 수 있는 인물임에도 어떻게 그런 완벽한 챔피언을 만들어 냈는지를 들여다 봅니다.

그리고 그 해답의 중심에는 그 단호한 태도만큼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는 아버지의 헌신과 냉철하고 침착한 어머니의 통찰력,

그런 부모의 균형 위에서 자신들의 앞날을 향해 망설임 없이 나아가는 자매의 확신이 있습니다.

아버지 리차드에게는 딸들을 챔피언으로 만들겠다는 자신의 계획에 대한 믿음, 딸들의 가능성에 대한 믿음이 있었지만

그로 인해 딸들이 스스로 발현해낸 의지 앞에서는 믿기보다 그보다도 자신의 믿음이 더 확실하다고 여겼을 것입니다.

그런 리차드에게 아내이자 자매의 어머니 오라신(언자누 엘리스)은 헌신으로 인해 놓쳤던 것을 발견케 하는 침착한 길잡이가 됩니다.

나의 믿음이 누군가에게는 장벽이 될 수 있다는 걸 깨우치게 하며, 믿음 역시 오고 가야 한다는 것을 알게 하죠.

그리고 이런 부모들의 노력을 결코 모르는 바 아닌 대견한 자매들은 부모들의 의지를 믿고,

아버지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강조해 온 자신들의 가능성 앞에서 의심하지 않고 확신에 찰 수 있게 됩니다.

서포트하는 이들과 서포트 받는 이들이 함께 성장하며 쓰여지는 성공신화는, 개인의 인생만이 아닌 세상의 인식을 변화시킵니다.

이처럼 <킹 리차드>는 누구 한 명의 일방적인 희생이나 통찰력이 아닌, 서로의 강한 점들이 빛을 발하고

부족한 점들이 메워지면서 채워지는 '믿음의 벨트'가 굳건한 챔피언의 탄생으로 이어짐을 이야기합니다.

 

<킹 리차드>는 윌 스미스의 연기를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리차드 윌리엄스의 꿈과 고집, 사람됨을 모두 표현하며 <행복을 찾아서> 이후 매우 오랜만에 가슴을 울리는 연기를 보여줍니다.

딸들의 가능성에 대한 전적인 믿음으로 때론 염치 없어 보일 만큼의 제안을 호기롭게 던지는 '극성 아버지'가 되다가도,

더 이상 딸들을 컴턴에 머물게 하지 않겠다는 절박함으로 결국 와 닿게 되는 아버지의 헌신을

상황에 철저히 스며들면서도 역동적인 연기로 그려내며 장면장면을 관객의 가슴에 또렷하게 때려박습니다.

한때 액션 영화에서 날아다니던 그가 영화 속에서 '영감' 소리를 듣는 모습이 격세지감을 느끼게도 하지만,

이제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부모의 가없는 마음과 세월의 흔적을 얼굴로 나타낼 줄 아는 명배우가 된 모습이 더 멋지기도 합니다.

때로 무모해지려는 아버지를 그에 상응하는 단호한 뜻으로 잡아주는 어머니 오라신 역의 언자누 엘리스도 기대 이상으로 돋보입니다.

이 영화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그녀는 리차드의 헌신 앞에 '맹목적인'이라는 형용사가 붙지 않도록,

깊고 넓은 통찰력으로 시야를 틔워주는 아내의 모습을 강인하고도 시원시원한 연기로 그리며 훌륭한 가족의 그림을 완성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늘 맡는 역할이 비슷해서 이번에도 콧수염부터가 뭔가 뒤에서 계략을 꾸밀 것만 같은데

알고보면 실력 있고 믿음직한 코치로 자매의 스타 탄생을 전적으로 돕는 코치를 능청스레 연기하는 존 번탈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한 명의 영웅이 태어나려면 온 사회가 바뀌어야 할 것입니다.

<킹 리차드>를 보다 보면 지금도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떨치고 있는 영웅'들'의 탄생을 위해 그 힘든 일들을 오롯이 힘겹게 해낸 아버지와

그의 계획이 실현될 수 있도록 함께 힘과 믿음을 실어준 가족들에 대한 경의가 샘솟게 됩니다. 

한 가족의 믿음이 한 영웅들을 낳고, 그 영웅들이 세상을 바꾸어 가고 있다는 증거를 발견하게 되는 지금,

계획을 이루어지게 하는 것은 철저함과 완벽함이 아니라 믿음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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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mmani 작성자
케이시존스
이번에도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22:03
22.03.20.
3등

당갈이랑 비슷한 스토리인가 보군요
기대가 됩니다

22:55
22.03.20.
jimmani 작성자
als
<당갈>도 실화 바탕인데 지구 반대편에 비슷한 실화가 있다는 게 참 신기하죠 ㅎㅎ
23:13
22.03.20.
profile image
목욜에 볼건데 좋은 후기를 읽으니 맘이 놓이는군요!! 잘읽었습니다~~♡
00:37
22.03.21.
jimmani 작성자
한솔2
감사합니다. 즐거운 관람 되시길!
00:46
22.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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