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봉준호, 박찬욱, 류승완 감독 대담 중 공감되는 대목
지금은 폐간된 영화 잡지 '필름 2.0'에 실렸던,
2007년 시네마테크 친구들 영화제 기념 봉준호, 박찬욱, 류승완 세 감독님의 대담을 읽던 중 개인적으로 공감되는 대목이 있어 살짝 옮겨봅니다.
물론 '고전'이라는 라벨이 붙었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찬양해야할 이유는 없지만, 아무리 좋은 영화라도 모든 사람이 봐야할 영화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지만, 특정 영화를 봐야지만 올바른 관객인 것도 결코 아니지만, 어떤 영화를 보고 즐기건 (심지어 영화를 아예 보지 않거나 영화라는 예술 자체를 하찮게 생각하는 것조차) 순전히 개개인의 자유일 뿐이지만 일반 관객은 물론이고 전공자들에게까지 고전이 도외시된다거나 고전이란 이름의 무게에 짓눌려 그러한 영화들에 접근하길 꺼려하는 일련의 풍토가 개인적으로 다소 안타까워 무척 공감이 되는 대담 내용입니다.
봉준호 감독님의 말씀처럼 많은 경우 "현재 영화와 과거 영화에 대해 이분법적으로 생각이 갈려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반짝거리는 비닐로 싹 갈아놓으면 신품인 줄 알고 잘 빌려 간다"는 류승완 감독님의 웃픈 일화가 잘 보여주듯 말이죠.
하지만 '옛날 영화'와 '요즘 영화'는 칼로 무 자르듯 그 경계를 손쉽게 구획화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요즘에 제작되는 영화들을 보며 느끼는 관객 저마다의 천차만별 다양한 반응들처럼 소위 고전으로 일컬어지는 영화들도 개별 영화들마다 매우 다채로운 결을 가지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PTA와 놀란의 영화를 누군간 즐기고 누군간 즐기지 않듯, 존 포드의 어떤 영화를 보고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관객이 존 포드의 다른 영화를 보곤 대체불가한 큰 감흥을 느낄 수도 있고, 존 포드 영화가 와닿지 않았던 관객이 장 르누아르 영화에 깊이 매료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음대생들은 지금도 모차르트를 듣고 문학 전공하는 학생은 톨스토이를 읽는데 영화만 유독 고전을 도외시한다. 옛날 건 딴 세상 이야기 취급하고 요즘 것만 찾는다. 영화잡지도 아니도 왜 새로운 것만 봐야 되는 거야?" 라는 박찬욱 감독님의 말씀이 조금은 통쾌하게까지도 다가옵니다.
결국은 "체험을 하면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는 봉준호 감독님의 말씀마따나 중요한 것은 자주 접하면서 직접 느끼는 체험인 것 같습니다. 저도 아직 많은 영화를 접하지 못했지만 제가 지금보다 어렸을 때, 고전이라 불리우는 영화를 처음 막 관심있게 감상하기 시작했던 시기에 본 영화들에서 느꼈던 감흥들은 쉬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하워드 혹스나 히치콕의 영화를 보며 그 절묘하며 세련된 표현법에 감탄을 금치 못하고, 찰리 채플린의 유머 아래 깔린 짙은 페이소스와 버스터 키튼의 활동사진적 쾌감에 열광하며, 나루세 미키오나 더글라스 서크의 근사한 멜로드라마에 눈물지은 기억들. 동시에 일말의 허영으로 접근했으나 한 순간도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었던 부뉴엘, 브레송, 베리만의 영화, 마야 데렌과 케네스 앵거, 크리스 마르케의 실험 영화에서 느낀 파격성.
고고하지만 따분한 교과서 속 유물인줄로만 알았던 오손 웰즈의 <시민 케인>을 스크린을 통해 그 형식미가 주는 감동을 가슴으로 느끼고, 프랑스 영화의 엄숙한 전통 그 기존의 문법을 쇄신하고자 했던 누벨바그 세대를 필두로 한 전세계의 '건방진' 뉴웨이브 감독들이 카메라에 포착한 자유분방한 활력을 체감하면서, <석양의 무법자>를 비롯한 세르지오 레오네의 웨스턴을 보며 완벽한 영화적 리듬과 더없는 장르적 생명력에 흥분한 순간들.
빌리 와일더의 <선셋 대로>, 앙리 조르쥬 클루조의 <공포의 보수>, 구로사와 아키라의 <7인의 사무라이>, <거미집의 성>, 찰스 로튼의 <사냥꾼의 밤>, 고바야시 마사키의 <하라키리>, <죠이우치> 같은 수십 년 전 흑백 영화들 속에서 현대의 여느 컬러 영화에서도 쉽게 느끼기 힘든 엄청난 에너지와 아름다운 조형성을 발견하고, 또 김기영과 이만희를 비롯한 이 땅의 대가들로부터 20세기 한국영화의 독창성과 의외성 그 파괴력을 알게 되었던 이 모든 관람 체험들은 지금도 제가 고전이라 불리는 영화들에 더 가까이 다가가고 더 많이 알고 싶은 원동력입니다.
재차 조심스레 말씀드리지만 고전을 즐길 수 있다고 해서 더 좋은 관객, 더 지성적인 관객인 것은 결코 아니며 모든 사람이 고전을 봐야한다는 강박을 가질 의무와 이유는 하등 없습니다. 그저 자기 자신이 당장 끌리는 영화를 우선적으로 찾아보는 것이 최고의 감상법이라고 느낍니다. 고전이 부담스러우면 굳이 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고전을 찾아보다 보면 즐길 수 있는 영화의 저변이 조금 더 넓고 풍부해지는 것도 사실인 것 같습니다. 충분히 보고 즐기면서 크게 고무될 수 있는 고전들이 많음에도 고전을 바라보는 일련의 규격화, 신화화적인 시각들로 인해 그 보석 같은 만남이 원천 차단되는 것은 안타깝다는 마음이 들어 글을 써봤습니다. 구구절절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모두 취향에 맞는 영화, 마음에 와닿는 영화 많이 만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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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사와 영화는 화면에 담겨있는 에너지가 엄청나다고 느낍니다:) 좋은 작품 많이 만나시길 바랍니다!
영화학과 학생들이 고전 영화에 저 정도로 거리를 둔다는 건 몰랐어요.
저는 <시민 케인>을 처음 봤을 때 단지 이야기에만 집중해서 왜 많은 이들에게 호평을 받는 건지 몰랐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추리극과 회고록이 섞인 듯한 느낌을 받았다는 걸 기억해냈고, 그 당시에는 익숙치 않았던 비선형적 구조를 확실히 자리 잡게 만든 작품이라는 걸 알고 나니 왜 걸작이라 불리는지 이해가 되더군요.
고전은 하나의 기준이 되니 결국 전설로 남는 거였죠.
더 예를 들어볼게요. 빅터 플레밍에 대해서는 매우 비호감이지만 플레밍이 연출한 <오즈의 마법사>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작품 자체로는 잘 만들었다고 봐요. 제작 현장에서의 논란이나 편파적인 이야기가 걸림돌일 수는 있어도, 그 당시에 가능했던 기술력을 최대한 끌어모아 만든 뮤지컬 동화와 대서사시였죠. 이 작품들도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는 거예요.
저는 아직까지도 누군가는 알 만한 고전 영화를 보지 못한 게 많이 아쉬울 때가 있어요. 특히 구로사와 아키라의 작품을 <라쇼몽>만 봤다는 것과, 20세기에 만들어진 유명한 프랑스 영화(예: <400번의 구타>, <네 멋대로 해라>, <쉘부르의 우산> 등)를 본 게 별로 없다는 데서 가장 크게 아쉬운 마음을 느끼죠. 언제가 되든, 지금보다 더 여유가 생겼을 때 볼 수 있었으면 하고 바라요. 😊
빅터 플레밍의 두 작품 모두 미학외적으로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은데 대단한 영화들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아요. 특히 <오즈의 마법사>를 처음 봤을 때 그 황홀함은 잊기 힘드네요.
아직 안 보신 고전들이 여럿 있다는 것은 앞으로 설렐 기회가 더욱 많다는 뜻으로 느껴집니다:) 저는 가끔 특정 작품들을 더 좋은 환경에서 처음 접했으면 더 좋았을텐데 하고 아쉬울 때가 있는데 bonvoyage님께선 지금보다 더 여유가 생기셨을 때 최적의 환경에서 멋진 고전들을 접하셨으면 좋겠습니다 🤗
제가 스타워즈 오리지널 3부작에 느껴왔던 막연한 거리감을, 지금 어린 친구들은 (제가 너무나 사랑했던) 반지의 제왕에게서 느끼게 될거라 생각하니...
통증은 가라앉고 편안함은 영원한 터미네이터 더블액션.. .
재작년까지 대학교 영화과를 다닌 입장에서 그런 풍토를 정말 느꼈어요.
물론 영화는 대중매체이고 오락거리이지만, 학생들 분위기가 예술이라 생각하고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아니었어요. 학생들이 각자 좋아하는 영화는 있어도 영화를 공부한다는 입장에서 자신의 취향 바깥을 탐색하는 시도도 거의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저도 그런 분위기 안에서 고전영화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깨는 데 시간이 좀 걸렸었습니다.
사실 지금 관객 입장에서 고전영화를 본다는 건 낯선 체험이긴 합니다. 배우들의 연기법도 감독의 연출 기법도 현대와 다르죠. 영상 이미지는 특정한 시간을 봉인하는 대신 시간에 대한 거리감도 만드니까요. 그게 다른 예술의 고전보다 영화의 고전이 멀게 느껴지는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저는 현란한 그래픽으로 치장해가는 현대영화의 주류 흐름을 겪다가 고전영화를 보면 새삼 풍성한 감각이 일깨워지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아요.
얼마전까지 그런 풍토를 직접 체감을 하셨었군요.. 개인적으로 갈수록 그런 풍토가 심화되진 않을까 다소 우려스럽기도 합니다😢 단순히 고전을 안 본다를 넘어 전공자들이 영화에 접근하는 방식이 획일화가 되어선 영화의 미래에 있어 별로 좋을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ㅜㅜ
말씀처럼 시간을 보존하는 대신 그 시간의 간극도 극명하게 드러날 수밖에 없고, 테크놀로지와 밀접하다는 영화 매체의 특성상 타 예술에 비해 더욱 진입장벽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고전의 감상을 통해 더욱 풍성한 감각이 일깨워지는 느낌을 받는다는 말씀에 백번 공감합니다. 나날이 발전하는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오래된 미래'와 같은 고전에서 오히려 더욱 '모던'한 감각과 풍성한 질감을 마주하는 경험이 많습니다:)
영화에 관심없던 시기만 해도 고전영화는 낡고 재미없다는 선입견을 가지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어느날 영화에 빠져들게 되면서 개봉하는 상업영화들을 모두 섭렵하곤했는데 이것도 계속 보다보니깐 왠지 모를 갈증이 느껴져서 예술영화를 찾아가게됩니다. 상업영화에서 느끼지 못한 것을 예술영화에서 찾게되었고 그러면서 점차 고전영화들도 챙겨보게 되었습니다. 고전영화를 보게되면서 이전에는 낡았다고 생각했던게 다르게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각 시대별마다 특징이 있고 이제는 그렇게 만들고싶어도 못 만드는 하나의 독보적인 영역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거죠.
만약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이나 주변 어른들을 통해서 고전영화를 보는 습관을 가졌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않은 경우에는 스스로 고전까지 도달하게되는 과정이 그리 쉽지가 않더군요. 영화를 취미로 둔 주변 지인들을 봐도 고전을 좋아하는 경우가 그리 많지가 않아서 영화를 좋아한다고해서 모두가 고전에 빠지는게 아니구나라는 생각도 들어요.
박찬욱 감독의 '왜 자꾸 새로운것만 찾는거야?'라는 말은 공감하기 힘드네요.
봤던것 말고 새로운것을 보고 싶은것은 인간의 본능이기도 하고, 봤던것은 기존작품을 보면 되니까 굳이 신작에서 또 볼필요가 없는것도 사실인데.
애초에 발전없는 감독에 누가 기대를 합니까
그니까 그 '고전을 도외시하는 풍토'에 있어 어떻게 영화의 신선함을 보여주는게 중요하지 않냐는겁니다.
사람들이 단순히 '옛것은 그냥 옛것이라 싫어!' 하고 안보는게 아니라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건데 감독이란 사람이 그걸 헤아려보려고는 하지 않고, 관객탓을 하는게 어이가 없다는겁니다.
특히나 박찬욱 감독은 시민 케인, 사이코 등의 고전 명작을 과대평가라고 해왔던 감독인지라 더더욱 내로남불이라 느껴집니다.
그리고 일단 저 대담에서 주로 이야기하는 대상은 다수의 일반 관객이 아니라 영화 전공자들이라는 점은 전제되어야 할 것 같아요. 타 예술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공자들마저 고전을 막연히 멀게 느끼는 것에 대해 감독으로서, 한 명의 시네필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관객 탓'을 하는 것이 아니라요.
<시민 케인>, <싸이코> 등의 개별 작품들에 대한 박찬욱 감독의 견해와 고전을 도외시하는 풍토에 대한 지적은 논리적으로 충돌하는 견해가 아닙니다. 제가 본문에도 썼지만 '요즘 영화'건 '옛날 영화'건 개별 영화들마다 가진 결도 다르고, 관객들 반응도 다양하죠. 그래서 박찬욱 감독의 태도는 '내로남불'이라는 용어와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과대평가'라는 것은 박찬욱 감독의 저 개별 작품들에 대한 견해지 모든 고전 자체에 대한 견해가 아니니까요. (심지어 박찬욱 감독의 '과대평가' 글 원문을 보시면 <시민 케인>, <싸이코> 등의 영화에 대해서도 '물론 다 뛰어난 영화들'인데 그 영화들이 차지하는 영화사적으로 받는 찬사, 위상에 비해서는 과대평가라는 식의 전제가 있어요.) 누구나 고전을 다 봐야할 의무는 없으니 마음 가시는대로 취향에 맞으시는 영화 많이 만나시길 바랍니다:)
옛날 영화는 우리가 봐왔던 것들이거나,
그 영화들에 영감을 받은 영화들 때문에
우리에게 익숙해져서 신선하지 않다고 느껴진다는 겁니다.
신선한 연출에 핵심을 둔 이유도, 옛 영화와 새로운 영화와의 차이점이 바로 그 '신선함'이니까요.
시민케인과 사이코가 개봉했던 시대에는 이 영화들이 말도 안되게 신선했던 영화이지만, 박찬욱의 시대에선 과대평가라 느껴지는것처럼요.
그래서 시민케인과 사이코를 언급하며 내로남불이라 느껴졌다고 말한겁니다.
본인마저도 옛것에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데, 본인과 똑같은 이유로 옛것을 보지 않는 현시대를 꼬집는게 꼰대라고 느껴져서요.
그리고 현 영화계는 이제서야 아이디어가 바닥났지만, 클래식 음악은 이미 백년도 더 전에 아이디어가 바닥났기 때문에
클래식 전공자들은 옛 음악들을 들으며 공부할수 밖에 없는것이구요.
영화에서 받는 감흥의 여부는 단지 '기법'으로만 판결되는 것이 아니며 기술적, 서사적 익숙함이 미학적 호소력이나 '감응'을 결정짓지는 않는다는 말씀을 드려봅니다. 과연 신선함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질문해 볼 수 있습니다.
어느 시대건 다수의 영화는 주류적 형식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요즘에 새로 나오는 영화 대부분도 영화사 초기부터 구축해온 주류적 영화 언어에 빚지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새로운 형식, 진취적인 형식은 옛날이든 지금이든 언제나 드뭅니다. 대중 영화만을 즐겨 보는 요즘의 어떤 관객이 1960년대 유럽 모더니즘 영화와 현 시대 주류 영화를 연달아 본다면 작품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전자를 더 새롭다고 느낄 것입니다. ('신선함'에 대한 감각에는 감상자의 영화 매체에 대한 취향과 관심도, 식견 등 주관적, 개별적 요소들도 어쩔 수 없이 작용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1년에 영화를 2편 보는 관객이 인지하는 신선함과 200편을 보면서 비평과 영화 서적을 읽는 관객의 신선함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박찬욱 감독이 <시민 케인>, <싸이코>를 상대적으로 저평가하는 이유가 '옛것'이기 때문이라고 단정적으로 전제하시지만 이는 몹시 비약적이고 다소 위험해보이기까지 합니다. 일례로 박찬욱 감독의 올 타임 베스트 리스트의 영화들은 대다수가 '옛 영화'입니다. 세상의 어떤 '걸작', '고전'도 오로지 일방통행으로 찬사만을 받는 경우는 없습니다. 지금은 <싸이코>보다 더 높은 위상을 가지고 있다고도 할 수 있고, 보통 영화사 최고의 걸작 중 하나로 꼽히는 히치콕의 작품 <현기증>은 개봉 당시 즉각적으로 만장일치의 찬사를 받은 작품이 아니었습니다. 일종의 흐름, 다수적 견해는 있겠지만 감상자, 비평가들마다 존 포드의 최고작을 각자 다르게 꼽기도 합니다. 그만큼 고전을 보는 데 있어서도 개별 감상자의 관점이나 취향이 개입됩니다. 민트초코캬라멜팝콘님의 말씀과 입장도 존중합니다. 많은 말씀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단지 기법만이 신선함을 결정짓는다고 한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저는 대중 영화만을 즐겨 보지도 않구요. 오히려
신선함 보다 대중들에게 익숙함을 추구하는 대중영화를 꺼려하고, 신선함(독창성)을 추구하는 예술영화를 즐기는 사람입니다.
제 말을 다른 쪽으로 이해하신것 같은데, 저는 예술영화와 상업영화를 비교하며, '새로 나온 상업영화가 더 신선하다' 라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옛 예술영화에 영감을 받은 현대 예술영화인들의 영화에서 그들의 향수를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이 원조라 해서 현대인들이 무조건 그들의 영화에 신선함을 느끼는게 아니라, 오히려 신선함을 느끼지 못할수 있다는것을 말씀드리는겁니다.
박찬욱 감독이 단순히 싸이코 보다 현기증이 뛰어나다 한것이 아닌, '싸이코를 보고 기억에 남는건 음악과 여배우 뿐이다' 라거나, '시민케인은 테크닉으로 떡칠한 영화다'라고 치부한데에 있어서는 단순히 취향의 문제보다, 세대의 한계를 이해하지 못하고 질투심에 사로 잡혀 까내리는것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에 언급한겁니다.
박찬욱 감독이 시민 케인과 싸이코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한것처럼 현세대의 전공자들 또한, 고전 영화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것일 수 있는데 본인은 그걸 헤아리지 않으려 하는 이기심이 불쾌하게 느껴졌을 뿐입니다.
물론 놀스님의 말씀과 입장도 존중합니다. 많은 말씀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익무님도 제 말을 다른 쪽으로 이해하신 것 같습니다.. 저도 익무님이 대중 영화만 즐겨 보신다고 말한 적 없습니다. 또한 저는 '예술 영화'가 '대중 영화'보다 독창적이라는 데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훌륭한 예술 영화, 훌륭한 대중 영화가 있을뿐이지 대중 영화이냐 예술 영화이냐 그 자체가 영화의 예술적 가치를 대변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익숙함을 추구하는 방식(대중적인 화법)으로도 독창적인 예술이 될 수 있으며, 독창적인 것을 의도했음에도 결과적으로 게으른 작품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반대도 마찬가지고요. 애초에 그것들은 편의상 구분된, (미학보단) 산업적인 용어에 가깝다고 보고 그 이분법을 개인적으로 좋아하지도 않습니다. 박찬욱 감독님 견해가 '세대의 한계를 이해하지 못하고 질투심에 사로 잡혀 까내리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는 것은 순전히 익무님의 주관적 감정이고 판단이니 어쩔 수 없지만 그것이 박찬욱 감독님이 '세대의 한계를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논거가 될 순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만 말 줄이겠습니다.
저는 예술영화가 '대중'영화보다 뛰어나다고 한적 없습니다만?ㅋㅋㅋㅋ
저는 분명히 '상업'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대중'과 '상업'은 엄연히 구분하시죠?
그리고 저는 상업영화가 예술영화처럼 독창적인 예술일 수 있다는 의견에 전혀 동의 할수없습니다만?
예술이라는 단어는 대중적으로 '극찬'의 의미로 사용되지만, 문화계에서 예술영화라 칭할때의 예술은
같은것을 표현해도 남들과는 다르게 '나만의 방식' 표현하는것.
즉, '독창성'을 의미하는것입니다.
그런데 독창성을 핵심적으로 추구하는 예술영화보다
더더욱 뛰어난 상업영화라니 ㅋㅋㅋㅋ
상업영화에서 익숙함을 추구하는 방식에 화법만이 있는것이 아닐뿐더러.. 화법 뿐 이라도 나만의 방식이 아닌,
익숙한 방식을 사용하는것부터 독창성이 떨어지는겁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제 말은 예술영화 전체와 상업영화 전체를 말한게 아닌, 통상적인 비교를 하는것 뿐이니
'이 영화는 예술적인 의도가 있지만 퀄리티가 상당히 부실한데요!!' 하는 어리석은 해석은 하지마시기 바랍니다.
영화인들도 사람인데 분명 저점이 있고, 고점 또한 있는것이 분명하죠.
상대방의 말에 융통성을 가지시고 보다 성장하기 바라는 마음에 글씁니다 ㅋㅋ
이만 말 줄이겠습니다.
이 정도 수위의 조롱은 공지 위반입니다다만.. 결국 선을 넘어버리시네요...
+존 포드의 <수색자>는 '상업영화'인가요? '예술영화'인가요? <수색자>는 헐리우드 스튜디오 영화고 산업적인 측면에서 상업영화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예술성이 가장 뛰어난 작품, 즉 영화사상 최고의 걸작 중 하나로 자주 거론되곤 합니다. 헐리우드 스튜디오 시스템 아래에서 활동한 감독 존 포드는 역대 최고의 감독 중 한 명으로 손꼽히며 예술영화 감독인 장 마리 스트로브-다니엘 위예, 페드로 코스타, 아오야마 신지 등의 감독들도 존 포드를 존경합니다. 상업영화인지, 예술영화인지 그 라벨링 여부 자체로 영화의 예술성을 판별하려는 시도가 얼마나 공허한 것인지 설명이 되었으리라 봅니다.
그럼 아디오스😉
꽤나 예민하시네요...
이런 분인줄 알았으면 말도 안섞었을겁니다..
정말 좋은 글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저도 예전에 한 친구에게 매트릭스(1999)를 꼭 보라고 권유했다가
“그렇게 옛날 영화를 어떻게 봐”라는 충격적인 말을 듣고 현실을 깨달았던 적이 있죠… 매트릭스가 (영화역사를 놓고 보면) 전혀 옛날 영화가 아님에도 옛날영화라고 생각하던 그 친구의 분류법보다도 “옛날 영화는 못 본다”라고 하는 무조건적인 거부감이 가장 안타까웠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 면에서 EBS에서 해주는 영화들 - 토요일 밤 세계의 명화 등등 - 을 예전부터 챙겨봤던 것이 참 좋았고 다행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다른 케이블 영화채널에서 다루지 않는 고전이나 예술영화들도 곧잘 해주고 무엇보다, 저의 취향이나 선입견에 따라 선정된 영화가 아니라 순전히 ebs의 편성에 따라 영화를 보게 되므로 그보다 좋은 경험은 없죠. 고등학교 때 'For a few dollars more' (1965) (우리말 제목을 까먹었네요 ㅋㅋ) 나 '타워링'(1974) 를 인상적으로 봤던 것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 걸 보면 참 좋았던 것 같습니다.
옛날 영화는 흥미롭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가 안타깝네요 ㅜㅜ 조금만 세월이 지난 작품이어도, 박찬욱 감독님 말씀처럼 나랑 상관없는 딴 세상 이야기로 종종 인식되어지는 것 같습니다..
저도 EBS에서 틀어주었던 영화들을 꽤 많이 보았네요. 세르지오 레오네의 영화를 처음 본 것도 EBS 영화 편성을 통해서 인 듯합니다. 말씀하신 작품은 국내에선 <석양의 건맨>이란 제목으로ㅎㅎ 정말 걸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볼 때마다 절로 몰입해서 보게 되는 작품이에요:) <타워링>도 참 재미난 영화인데 지금도 EBS에서 몇 년 주기로 틀어주곤 하는 것 같더라구요. 저도 어린 시절 TV에서 방영하는 고전들을 흥미진진하게 본 체험들이, 지금 생각하면 영화를 즐기는데 꽤 큰 도움이 된 듯합니다. 어떤 식으로든 직접 접하고 느끼면서 자연스레 선입견이 허물어지는 경험을 하다보면 더 다채로운 영화를 즐길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에고 제가 늦었네요^^; 다른 분께서 먼저 링크 걸어주셨군요:) 글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큰 공감을 표해주셔서 뿌듯하기까지 하네요 ㅎㅎ 영화에 대한 애정이 듬뿍 묻어나는 세 감독님의 대담 내용이 무척 공감되기도 하고 고전에 대해 막연한 거리감을 가지는 경우들이 안타까워서 좁은 시각으로 몇자 적어 보았습니다ㅠㅠ 저도 영화를 접하면 접할수록 고전에 대한 애착이 깊어지는 것 같아요. 존 포드, 알프레드 히치콕, 하워드 혹스, 장 르누아르, 오즈 야스지로 등과 같은 감독들이 음악으로 따지면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 같은 존재라는 말씀 깊이 공감합니다. 영화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각자의 미학으로 제시한 고전 감독들의 영화를 통해, 영화라는 매체의 어떤 정수를 알고 느끼고 경험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고전을 즐기는 시대착오자는 가장 멋진 시대착오자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스코티님만큼 식견이 깊지 못할 터라 '보지 못한 영화는 모두 신작'이라는 마음으로 더 많은 고전들을 접하면서 앞으로 그 즐거움과 위대함을 더욱 풍성하게 느끼고 싶습니다😄
고전은 최근작에 비해서 노잼일거라는 단정짓기는
아무리, 아무리 생각해도 동의할 수가 없습니다..
윗분 말대로 고전 안 보는건 손해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