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차티드] 팬으로서 본 리뷰 및 다양한 오마주 포인트들. (영화 및 원작 스포)
저는 제 자신을 언차티드의 헤비까지는 아니어도 나름 팬이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영화에서도 네이트가 하고 다니는 프란시스 드레이크의 반지의 레플리카도 갖고 있을 정도입니다. 소니 쪽에서 만든 정품은 아니고 etsy에서 누가 정교하게 만든 걸 사긴 했지만요... (소니가 정품 굿즈로 만든건 3편 한정판 패키지밖에 없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런 입장에서 이번 영화를 (코로나나 여러가지 사정으로) 어렵게 보고난 후에는 참 이런 저런 생각이 많이 들더군요.
일단 언차티드의 판권을 갖고 있는 소니에서 만들었고, 개발사인 너티 독 측에서도 꽤나 관여를 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따가 리스트하겠지만 이 영화가 시리즈 전반의 다양한 세트피스들을 열심히 오마주하고 있는 것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것에 비해서 캐릭터 해석이 이상하게 꼬인 점은 많이 아쉽습니다.
먼저 톰 홀랜드가 분한 네이선 "네이트" 드레이크를 보죠. 그나마 원작과 제일 가까운 캐릭터성을 보여줍니다. 개인적으로 홀랜드의 초반 인터뷰 등을 보고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그래도 네이트의 천진난만하면서도 주변 사람들을 믿고 싶어하는 성격을 잘 그려낸 것 같습니다. 다만 여전히 나이가 많이 오프이긴 해요. 특히 게임 1편을 감안한 듯한 두 번째 쿠키 장면(이 부분은 제가 후술하겠습니다)을 감안하면 톰 홀랜드의 모습이 최소 1편의 네이트와 매우 비슷한 시기라는 얘기가 되는데, 뭔가 참... 어색하긴 합니다. 그리고 몇몇 분들이 지적하는 "라이언 레이놀즈마냥 스파이더맨이 모험가로 분한 것 같다"라는 지적도 어느 정도 이해는 할 수 있습니다. 물론 홀랜드의 연기력도 연기력이겠지만, 영화에서의 네이트의 말투나 이런 게 MCU 피터 파커랑 유사한 부분이 많은 건 연출이나 캐릭터를 잡아줘야 할 각본 쪽의 문제도 어느 정도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원작 팬으로서 영화의 가장 큰 문제는 마크 월버그의 빅터 "설리" 설리반입니다. 일단 미스캐스팅 문제는 물론이요, (네이트가 아직 초짜일 때라는 점을 감안해도 너무 젊은 이미지로 나옵니다) 원작을 아는 입장에서 보면 거의 캐릭터 파괴 수준입니다. 그냥 이름만 따 오고 완전히 다른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봐야 할 정도입니다. 물론 원작의 설리도 1편에서는 네이트가 자신을 배신했는지 오해를 할 만한 행동을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오해였고, 실제로 설리는 시리즈 내내 네이트의 아버지 노릇을 톡톡히 합니다. (3편에서는 아예 네이트를 자신의 아들처럼 생각한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했었고요) 하지만 영화에서의 설리는 애초부터 네이트를 이용하려고 끌어들인 것이었으며, 영화 내내 네이트와의 신뢰의 줄다리기를 계속 합니다. 솔직히 영화 종반에도 서로를 완전히 신뢰를 하기는 하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특히 첫 번째 쿠키 장면의 그 뉘앙스도 캐릭터 파괴라는 게 어느 정도 보입니다) 그리고... 설리라면 "Goddamn"을 해줘야 하는데, 했었는지 기억에 남지가 않을 정도입니다. 심각한 문제죠. (원작에서는 아예 중간 이름이 "Goddamn"이라고 할 정도입니다.)
(2편에서 언급되는 Victor "Goddamn" Sullivan)
설리에 비하면 소피아 알리의 클로에 프레이저는 캐릭터 파괴가 좀 덜한 편입니다. 사실 이번 영화에 클로에가 나온다는 것을 영화가 이미 개봉하고나서 알았기 때문에 도대체 어떻게 나올 건지 예측이 아예 힘들었는데요, (원작에서는 2편이 되어서야 나오는 캐릭터입니다) 딱 2편에서의 적인지 같은 편인지 헷갈리는 그 캐릭터성을 그대로 부여한 것 같습니다. 다만, 너무 분량이 적은 건 아쉽더군요. 꼭 네이트와 설리에 히로인 한 명을 억지로 끼워넣은 느낌이 강합니다. (원작에서 결국 네이트과 결혼하게 되는 엘레나는 아무리 원작 캐넌과 맞지 않더라도 지금 등장시키는 건 너무 무리수다 싶었는지 빼더군요.)
빌런인 산티아고 몬카다와 조 브래독은 후술하기도 하겠지만 4편의 빌런 듀오였던 레이프 애들러와 나딘 로스를 오마주한 느낌이 강합니다. 물론 모든 메인 언차티드 시리즈(PS 비타로 나왔던 작품은 제가 해보질 않아서 제외...)의 메인 빌런이 두 명이긴 하지만, 특히 4편의 빌런들 간에 보여주는 다이내믹이 많이 반영되었습니다.
영화의 전반적 플롯은 언차티드 게임의 전형적 스토리라인을 압축한 것 같습니다. 물론 깨는 데 8시간이 걸리는 게임을 2시간 이내로 줄이려면 당연히 줄일 수밖에 없었겠죠. 다만, 플롯에서 아쉬운 것은 보물을 찾는 그 여정보다 누가 누구를 배신하냐에 더 초점이 맞춰진 듯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일단 네이트와 설리 사이에서도 서로를 불신하는 상황인 데다가, 거기다가 클로에까지 겹치죠. 심지어 빌런들 사이에서도 서로를 못 믿는 상황이 연출됩니다. 이런 부분을 좀 줄이고 여정에 더 중점을 뒀으면 어땠을까 싶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래도 최소한 원작 팬 입장에서 어떤 요소가 원작을 오마주했고, 어떤 부분이 다른 지를 찾는 재미가 있었던 영화였습니다. 아마 원작을 모르시면 간단한 팝콘무비로 보기 좋을 것 같습니다.
아래는 제가 보면서 찾은 다양한 오마주 요소들과 원작과의 차이를 정리해봤습니다. (영화와 원작 양쪽 스포일러가 꽤 있으니 주의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초반과 중반의 비행기 시퀀스는 모두가 잘 아시다시피 3편의 하이라이트 장면을 오마주했습니다. 차이점이라면, 원작에서는 사막 한가운데에 떨어지지만, 영화에서는 바다에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둘 다 답 없는 건 똑같긴 하네요.그리고 원작에서는 비행기가 완전히 파괴됩니다. - 영화 초반에 네이트와 그의 형 샘의 장면은 4편과 유사합니다. 차이점이라면 원작에서 샘은 이미 수도원에서 쫓겨난 상태였고, 네이트가 샘을 따라 수도원을 나오게 된다는 점입니다. 또한, 원작에서는 네이트와 샘 형제가 성을 (다양한 이유로) 드레이크로 개명한 것이지만, 영화에서는 이 부분이 확실히 언급되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프랜시스 드레이크는 후사 없이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네이트가 프랜시스 드레이크의 반지를 입수한 경로도 원작과 다릅니다. 영화에서는 샘이 이미 갖고 있었고, 이를 네이트에게 물려주는 것으로 나오지만, 원작에서는 3편의 회상 장면에서 어린 네이트가 박물관에서 설리의 도움을 어느 정도 받아서 입수했습니다.
- 상술한 사건이 바로 원작에서 네이트와 설리가 처음 만나게 되는 순간입니다. 영화와는 많이 다르죠.
- 영화에서는 설리가 네이트를 찾아오기 전 샘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으로 묘사되지만, 원작에서는 확실히 묘사되지 않으나 설리가 네이트를 통해 샘을 알게 됐을 것으로 보입니다. 심지어 원작에서는 설리와 샘이 본격적으로 같이 일하게 되는 것도 4편의 엔딩에서 네이트가 완전히 은퇴하고 난 이후입니다.
- 초반에 네이트와 설리가 경매장에 침입해 경매에 올라온 십자가를 훔치는 시퀀스는 4편의 초반 시퀀스를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원작에서도 설리가 조 브래독의 모티브가 된 나딘 로스와 대담을 하게 되며, 몬카다의 모티브가 된 레이프 애들러가 십자가를 구매하려고 합니다. 심지어 원작에서도 네이트의 임무는 전기를 끊는 것이었습니다. 영화와 다른 점이라면, 원작의 네이트는 별탈없이 전원을 내리는 데 성공한다는 점입니다. 또한, 원작에서는 샘이 십자가를 훔치지만, 영화에서는 당연히 샘이 없기 때문에 그 역할을 설리가 대신 합니다. 십자가를 훔치기 위해 종업원으로 위장한다는 부분도 유사합니다. (다만 원작에서는 샘이 십자가를 훔쳤기 때문에 설리 대신 샘이 종업원으로 위장합니다.)
- 클로에의 과거사가 잠깐 나오는데, 원작과 많이 다릅니다. 원작에서 클로에의 아버지는 역시나 고고학자로, 아버지가 찾던 보물을 찾으러 간다는 내용이 4편 이후에 나온 스핀오프 잃어버린 유산의 줄거리입니다.
- 네이트가 샘이 죽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과정이 많이 다릅니다. 원작에서는 4편에서 파나마의 감옥 근처에 있는 보물에 대한 단서를 발굴해내기 위해 위장 투옥을 했다가 탈출을 하는 과정에서 샘이 총에 맞는 것을 직접 목격하게 되어 4편 시점까지 계속 형이 죽은 줄만 알고 있었습니다.
- 비행기 시퀀스 이후에 해안에 상륙해서 네이트와 대화한 관광객은 바로 원작의 네이트 성우인 놀런 노스입니다. 자신이 겪은 것을 설명하는 네이트에게 "그래 나도 그런 일 많이 겪어봤지"라고 말하는 노스의 모습은 사실상 배우 개그입니다.
- 제가 리뷰 부분에서 몬카다와 브래독의 모습이 4편의 메인 빌런인 레이프 애들러와 나딘 로스와 비슷하다고 이미 얘기했었지만, 실제로 브래독이 몬카다를 배신한다는 부분도 비슷합니다. 다만 배신의 이유가 정반대라고 볼 수 있는데요, 원작에서의 나딘은 레이프와 드레이크 형제가 보물을 병적으로 집착하는 모습, 그리고 거기에 자신의 용병단이 갈려나가는 모습에 질려버려서 레이프를 배신하게 되지만, 영화의 브래독은 보물에 대한 욕심과 클로에에게 지휘권을 빼앗긴 것에 대한 원한으로 몬카다를 배신합니다. 또한, 배신의 시점이 다른 것도 차이점이라면 차이점입니다. (원작에서는 엔딩 직전에 배신합니다.)
- 바다에서 접근할 수 있는 자연동굴 안에 보물이 가득 담긴 배가 숨겨져 있었다는 설정은 4편의 클라이막스에서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다만 영화와 달리 원작에서는 한 척이었고, 파괴되는 과정이 많이 다릅니다.
- 네이트가 보물을 주머니에 숨겨서 가져온다는 장면은 4편에서 샘이 보물 일부를 챙겨서 네이트의 아내인 엘레나의 주머니에 찔러줬다는 장면을 오마주한 것으로 보입니다. 엘레나와 네이트는 그 돈으로 네이트가 일하던 잠수 발굴 업체를 아예 사버려서 합법적으로 유물 발굴을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다는 것이 4편의 엔딩입니다.
- 첫 번째 쿠키에서 감옥에서 샘이 살아있다는 반전은 4편과 상당히 유사합니다.
- 두 번째 쿠키는 원작 1편에 대한 밑밥을 까는 것처럼 보입니다. 작중에 언급되는 로만은 실제로 1편의 빌런이며, 네이트와 거래를 하는 상대가 언급하는 나치 지도 또한 1편의 보물을 나치도 뒤쫓던 것을 오마주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드레이크의 반지가 중요한 단서로 이용되는 설정은 1편이 아닌 3편에서 활용됩니다. (또한, 3편에서 네이트는 종국에 드레이크의 반지를 완전히 잃어버립니다.)
추천인 10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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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PSP 버전 언차티드 빼곤 다 해봤지만, 이 정도로 꼼꼼하게 정리는 불가능해요. 디테일한 것들은 대부분 까먹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