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use (1977) 괴작 호러영화. 스포일러 있음.
실험영화를 만들던 감독이, 소녀 취향의 센티멘털한 그림 풍으로 호러영화를 만들었다.
당시 기술의 한계도 생각하지 않고, "이런 표현 못한다고? 그냥 밀어붙여!" 하는 식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무섭게 하라고 만들었는데, 코믹한 장면이 되기도 한다. 무슨 생각으로 이런 영화를 만들었나 궁금해지기도 한다.
고져스, 프로페서, 쿵후, 스위트, 환타지 등 듣기만 해도 손이 오그라드는 별명을 가진
소녀들이 어느 외딴 지방 대저택에 놀러가서
한명 한명 저택에 잡아먹히는 이야기다.
흠, 뭐 이블 데드같은 영화를 상상하시면 안된다. 그랬다면 이렇게까지 이름이 남지 않았다.
바로 위의 화면같은 뭐라 말하기 묘한 영화다. 울긋불긋한 소녀풍의 센티멘털한 배경에 화려하고 동화틱한
묘사, 코믹하고 유치하기까지 한 연출이 영화를 가득 채운다. 이거 무서우라고 만든 영화가 맞는가?
영화 처음에 등장하는 장면인데, 영화가 진행될수록 이 장면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심지어는 영화음악조차 소녀풍의 센티멘털한 음악이다. 그것도 쉬지 않고 계속 나온다.
아바지 재혼 소식에 삐진 여고생 고져스는, 함께 휴가를 가자는 아버지 말을 듣지 않고,
친구들과 함께 어느 시골구석에 있는 이모 저택에 놀러간다. 호러영화에서 부모말을 듣지 않으면 뭐다? 무서운 일을 겪게 된다.
2차세게대전 때 군대에 나간 애인을 기다리며 혼자 늙은 이모다. 순애보라고 하기에는 너무 동화틱해서,
잘 와닿지 않는다. 어쨌든 오지 않는 애인을 기다리며, 이모는 죽지 않고 기다리기로 결심(?)한다.
고져스가 친구들과 함께 저택을 찾아가자, 늙은 이모는 웬일인지(?) 무척 기뻐한다.
그리고 고져스의 친구들은 하나 하나 저택에 잡아먹힌다. 친구들이 잡아먹힐 때마다, 이모는 조금씩 젊어진다.
끔찍한 장면도 코믹하고 순정만화 풍으로 만드는 유니크한 스타일을 갖고 있다.
고져스의 친구 하나가 우물에 갔다가 실종된다. 고져스가 가 보니 우물 안에 수박 하나가 들어가 있다.
친구들과 이모가 수박을 쪼개 먹는데, 그거 사실은 고져스 친구의 머리를 쪼개서 나눠먹는 거다.
생각해 보면 끔찍한 장면인데, 동화틱하고 센티멘털한 음악에, 우애 넘치는 친구들의 따뜻한 모습 그리고
이모의 코믹한 연기, 촉촉하고 감성 넘치는 화면 등이 어울려 뭐라 말하기 어려운 인상을 준다. 아래 장면 같은......
이모가 고져스 친구 눈알을 먹는 끔찍한 장면인데, 이거 코메디도 아니고 감독의 의도는 뭔가?
고져스 친구들이 하나 하나 산채로 씹혀먹히기도 하고 온몸이 녹아버리는 혐오스런 장면들이 이어진다.
잔인함만 따지면 이블 데드 못지 않다. 그런데 그 표현이 이러니, 무섭지도 않고, 혐오스럽지도 않고,
순정만화적이고 동화적이고 센티멘털하고 화려하고 환상적이고 사이키델릭하고 그렇다.
유니크한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굉장히 오랜 역사를 가진 호러영화 쟝르에 맞짱을 떠서
하늘 아래 새로운 호러영화를 만들겠다 하는 각오로 이 영화를 만들었다면
200% 성공했다. 일본 망가 + 슬래셔 무비 + 고딕호러영화 + 1970년대 일본의 장중하고 화려한 시각적 스타일 + 가법지 않고 묵직 장중한 1970년대 일본 영화 스타일 + 뮤지칼 + 쿵후영화 + 가족 코메디 + 실험 영화가 섞인
괴작인지 걸작인지 아리송한 영화다. 쟝르 초월 정도가 아니라, 이 영화 하나 안에
모든 쟝르를 다 잡탕으로 섞어놓은 것 같다.
못 만든 영화는 절대 아니고, 영화의 일관성과 통일성은 강하게 유지된다.
무엇보다도 감독이 이런 난장판 속을 하나의 일관된 호흡으로 쭈욱 밀고가기 때문에, 영화가 굉장히
통일적이고 안정적으로 느껴진다.
유명한 장면은, 고져스의 친구 하나가 피아노를 치다가, 피아노에 잡아먹히는 장면이다. 무섭지도 않고, 코믹하지도 않고, 그 중간 어디쯤 되는 장면이다.
고져스의 친구들은 하나 하나 집에 잡아먹혀서 집의 일부가 되어 버리고,
순애보의 주인공 이모는 젊어져서 애인을 기다리게 되었다고 기뻐하는 훈훈한 (?) 엔딩이다.
어떻게 이런 영화를 만들 생각을 했으며, 이런 표현을 뚝심 있게 밀어붙일 생각을 했을까? 그것도 상업영화에서 말이다. 호러영화 쟝르 문법을 근본부터 확 뒤집어놓은 대단한 작품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소재도 주제도 사건도
전통적인 호러영화 그것에 충실한 데 말이다.
굉장히 즐거워할 관객도 있을 것이고, 감독의 창의력과 상상력, 표현력에 감탄할 관객도 있을 것이고,
흥미롭고 재밌는 영화라고 생각할 관객도 있을 것이고, 저게 뭐야 하는 관객도 있을 것이다.
추천인 15
댓글 14
댓글 쓰기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오샤레...가 영어 자막으로 고져스가 됐군요. 한국어론 멋쟁이.. 그런 느낌인데 아무래도 뉘앙스가 안 살아요.
엔딩 직전 나오는 노래 장면에서 숨도 못쉴 정도로 웃었는데 영어 자막이 잘 살렸을지 좀 걱정듭니다.^^

재밌겠어요~ 여죄수 사소리
부터 저 당시 일본영화 정말
구할수만 있다면 챙겨보고 싶네요

당시 일본 개봉 때 히트를 쳤다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