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 나 이거 극장에서 봤다: 2015.5.19/20 메가박스 신촌
꼴에 그림쟁이랍시고 눈이 즐거운 작품에 지나치게 쏠려있는, 편식에 가까운 개인적 영화 취향상
그동안 스케일이 큰 물건들을 적잖이 봐 왔음에도 불구하고, 지축을 울리며 육박해 오는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의 화면을 접하고 있자니 '진짜 스펙터클'이라는 표현이 떠올랐습니다.
이건 레이 해리하우젠의 스톱모션 크리쳐들이 집게발을 딱딱거리며 이쪽을 향해 올 때면
행여나 내 몸에 닿을세라 진저리를 쳤던 어린 시절의 기억같은 것,
그러니까 최신의 기술로 섬세하게 만들어진 디지털 괴물들이 전해주지 못하는
'투박한 실재감'이 주는 날것스러운 느낌과 맞닿아 있는 감각입니다.
(노파심에 덧붙입니다만 이건 CG가 아날로그만 못하다 같은 이야기가 아닙니다.
지향하는 것이 같을지언정 전달되는 감각은 아무래도 다르더라는 얘기인 거죠)
분명 제 눈이 잡아내지 못하는 곳에서 컴퓨터 그래픽스를 비롯한 여러가지 기술들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겠지마는,
일단 그런 것들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게 하는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의 매 장면이 주는 감흥은,
그린 스크린 앞에서 촬영된 소스가 조합되어 만들어지는 가상의 스펙터클이 아닌 오래전 대작 영화들의 '진짜'와 닮아 있습니다.
영화가 지금과는 좀 다른 형태로 소비되던 시절에 '야, 정말 장관이구나' 소리가 나오게 만들던 장면들 말이죠.
끝도 없이 펼쳐진 황량한 땅과 기이하리만치 아름다운 하늘을 배경으로 작렬하는 폭발과 함께
질주하는 거대한 쇠붙이가 지축을 울리며 부서지고 튀는 가운데 기타가 불을 뿜는 동안
몸을 떨고 발을 구르며 쾌재를 부르게 만드는, 실로 오랜만에 느끼는 흥분으로 가득한 작품입니다.
'수많은 아류들을 통해 반복과 변주를 거듭하며 사골까지 다 우려먹었다는 표현마저 무색할 정도로 익숙한' 무언가를 가지고
이정도의 쾌감을 안겨주는데 대해 제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이미 터져나온 많은 사람들의 찬사에 그저
'끝내준다'는 표현 하나 정도 더 얹는 게 고작일 따름입니다.
러닝타임의 대부분을 달리고 충돌하고 터져나가는 데 할애하고 있지만,
그 와중에 정색을 한 설정이나 주인공들의 수다 등을 나열하기보다
더욱 효과적으로 인물과 인간에 대해 풀어내는 것에도 저으기 감탄했습니다.
일견 진부할 수 있는 화두를 오히려 솔직하게 다루는 데서 오는 담백함이나,
세계관의 태생적 한계가 느껴질 지언정 여성과 여성을 둘러싼 화두를 다루는 방식 또한 마음에 듭니다.
삭발에 팔 한쪽을 잘라내고 얼굴에 기름때를 발랐어도 일견 빛이 나는 듯 아름다운 퓨리오사는
영화에 등장했던 숱한 '싸우는' 캐릭터 중에서도 감히 첫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멋지고 매력적인 인물입니다.
장담하건대 언제가 되었건 간에 분명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를 실시간으로 극장에서 접한 기쁘고도 가슴 뛰는 시간을
웃으면서 반추할 날이 올 겁니다. 정말 재미있게 보거나 몇번을 반복해서 본 영화들은 적지 않지만,
'나, 그 영화 개봉했을 때 실시간으로 극장에서 봤다'고 무용담처럼 떠들만한 영화는 그리 많지 않거든요.
- EST였어요.
EST
추천인 3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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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크 엄청 자랑해야지
이 영화는 정말 극장서 실시간으로 본 거
후대에 자랑할 만하죠..^^
자다가 악몽을 꾸다가.... 영화감상기 읽다가.... 2015년 5월 26일 9시50분 ~ 11시 50분 롯데시네마 건대입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