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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벨 위페르-하마구치 류스케] 배우/감독 대담 2편 - 2021도쿄국제영화제 (1편에서 이어집니다)

링마벨 링마벨
3606 15 11

안녕하세요, 링마벨입니다.

(아니 근데 제가 이렇게 글 처음에 아이디를 썼던 이유가 나중에 아이디 검색해서 제 글 찾아보려고 했던 건데,

회원메뉴에 보니까 '작성 글'이  있더라고요??? 몰랐어요... 오늘도 조금씩 배워가는 저렙 링마벨입니다ㅋㅋ)

 

익무에 가입한지 서너 달, 덕분에 시사회도 많이 볼 수 있었고 이런 저런 영화나 극장 관련된 정보도 많이 얻어서

은혜갚는 까치 같은 마음으로 지난 번에 이자벨 위페르-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대담 내용을 번역해서 올렸는데,

여러분들의 매우 뜨거운!! ㅋㅋㅋㅋ  반응에 힘입어 2탄으로 돌아왔습니다. 

 

아니 근데 제가 번역을 하면서도, 아오, 이거 좀 많은 분들이 읽어보셨으면 좋겠다, 할 정도로 내용이 좋았어요.

꼭 읽어보시길 바래요 (번역자로서는 낯부끄럽습니다만, 두 분 말씀들이 정말 영화 뿐만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좋은 말들이 많았어요)

 

1탄을 아직 못 보신 분들은 제가 이 글을 쓰게 된 이유가 잘 나와 있는, 그리고 대담의 전반부가 나와 있는

 

https://extmovie.com/movietalk/73617431

 

이 글을 먼저 읽고 와 주세요!

 

이자벨 위페르와 하마구치 감독의 대담 유튜브 동영상은 

https://www.youtube.com/watch?v=y0rxNOQrP-o&t=1936s

요거 입니다.

 

그럼 ! 

(아참 그리고 영화 제목이나 감독 이름이, 제가 일본어로 듣거나 아니면 영어 자막 보고 쓴 건데 한국판 제목이나 이름을 모르겠어서요.

좀 틀렸을 수가 있는데, 아시는 분 계시면 알려주시면 수정할게요!)

 

대담 2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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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자 : 오늘 사실은 보시는 분들께 질문을 받아서요, 관객분들이 보내주신 질문이 몇개 있습니다. 하마구치 감독이 카메라와 배우와의 관계에 대해서 말씀하셨죠. 영화의 언어는 카메라와 배우사이의 신뢰관계에 기반을 두고 생겨난다고요. 위페르씨는 영화 뿐 아니라 연극에도 많이 참여하셨습니다. 로버트 모리슨의 연극 무대를 예로 들 수 있겠네요. 하마구치 감독의 드라이브 마이카에도 베케트와 체홉의 연극이 중요하게 들어가 있고요. 그런 점에서 연극과 영화의 연기 차이는 어떤 게 있는지, 두 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그리고 카메라라는 것이 있고 없고가 어떤 영향이 있는지 알고 싶다고 질문한 분이 계셨어요.

 

-위페르 : 연극과 영화에 관해서, 저는 흥미롭기도 했고 동시에 조금 놀라기도 했는데요. 하마구치 감독은 영화 속에 연극을 자주 쓰시죠. 이 두 개는 전혀 다른 세계이기 때문에 굉장히 드문 일이에요. ‘드라이브 마이카의 마지막 장면은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체홉의 정신이 갑자기 눈앞에 체현되어서, 관객에게 강력한 어떤 감정을 가져다 줍니다. 이렇게 연극이 영화 속으로 훅 들어오는 것은 굉장히 보기 힘든 일이죠. 왜냐하면 영화에는 연극에서 촉발되는 것과는 상관 없는 것이 많기 때문이에요. 하마구치 감독은 연극에 대해서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계시나요? 감독님의 작품에는 연극이 아주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잖아요.

 

-하마구치 : 솔직히 말하면 이런 질문을 받으면 정말 당황스러워요. 저는 연극에 대해서는 솔직히 잘 몰라요. 연극은 좋아해서 일년에 몇번 무대를 보러가는 정도고, 솔직히 영화나 연극이나 연기에 있어서 뭐가 다른지는 잘 이해를 못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그걸 이해하기 위해서 이렇게 쓴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드라이브 마이 카에서는 영화의 연기와 연극의 연기가 따로 있다는 생각은 별로 안했어요. 이건 카메라로 찍는 거니까, 뭐 연극이든 영화든 여기서 하는 건 다 영화의 연기라고 생각했어요. 어디까지나 그들은 카메라를 대하고 연기를 한다, 카메라 위치를 마주하고 연기를 한다,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다만 무대 공간 위에 있거나, 리허설 공간 안에 있으니까, 그들이 하는 연기에 카메라 만이 영향을 주는 건 아니겠죠. 보시는 관객이 주는 영향력도 있으니까요. 그렇다보면 영화 연기와 연극 연기가 다 합쳐진 뭐랄까 혼합체같은 연기가 되겠지, 다르게 말하자면 그냥 단순하게 말 그대로 연기가 되겠지 생각했어요. 영화 연기는 어떻고 연극 연기는 또 어떻게 다르냐, 이렇게 질문 받으면 저는 잘 모르겠어요.

 

-위페르 : 저의 경우에는 영화이든 연극이든 연기하는 방법을 바꾸지는 않아요. 일단 연극은 긴 시간을 거쳐서 변화를 겪어 왔죠. 영화는 연극의 미학에 천천히 통합되고 가고 있고요. 또 연극 관객도 이 20-30년 사이에 굉장히 바뀌었어요. 50년전의 관객이나 고대의 관객과는 매우 다르죠. 그러므로 연극은 변화한 관객들의 기대에 응답하고 있다고 봅니다. 이젠 대부분의 경우 연극에 음향장치도 쓰고요. 이전처럼 연극 배우가 크게 발성하는 것은 더이상 필요가 없게 됐어요. 또 저는 독특한 미의식을 가진 사람들과 연극 바닥에서 일해 왔어요. 예를 들면 로버트 윌슨이나, 클로드 레지 같은 프랑스의 명 연출가들이죠. 이런 분들과 일하면서, 영화와 연극을 전혀 구별하지 않게 됐어요. 근본적인 차이라면 영화에는 카메라라는 눈이 있다는 건데, 연극에는 관객들의 눈이 있잖아요. 그래서 저는 연극에 특수한 발성이 필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고, 어떤 종류의 연극성에 대한 집착도 없어요. 고전적인 희곡을 연기한 적도 있죠. 셰익스피어나 마리보 같은 작품이요. 지금은 체홉의 벚꽃동산에 출연하고 있고요. 그런 경우 희극의 텍스트를 신뢰하고, 가능한한 자연스럽게 재현하려고 노력해요. 그렇게만 되면 언어나 언어가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을 해치는 일은 없어요. 그러므로 전 영화배우이기도 하고 연극 배우이기도 하죠. 연극에도 나오고 카메라 앞에도 서고요.    

 

-사회자 : 하마구치 감독의 경우는 연기 워크샵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시지 않나 싶어요. 영화에 나오는 배우들이 연기 워크샵이라고 해야할지, 아무튼 이런 대본을 계속 읽고 하는 과정을 통해서 바뀌어 가는 것이 필수불가결한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고 느꼈는데 어떠신가요.

 

-하마구치 : 그렇게 깊게 사실은 생각하지 않았어요. 뭔가를 할 때는 항상 해 보지 뭐이런 마음이거든요.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 거죠. 방금 전에 말씀 드린 것처럼, 저는 연기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모릅니다아주 조금, 도대체 어떻게 하면 이 연기라는 게 제가 봤을 때 위화감 없는 것이 되려나 이것만 생각하고요. 위화감 없는 연기를 만들려면 배우들 서로가 잘 합을 맞춰야 된다, 그리고 텍스트와 배우의 신체가 잘 맞붙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거죠. 뭐 꼭 그래야된다는 건 아니지만, 지금의 제가 생각하기에는 그게 되어야 제가 원하는 결과가 나오기 쉽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워크샵을 하는 건, 제가 메소드라든지 뭐 그런걸 잘 알고 가지고 있어서가 아니고 그때마다 도대체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를 배우들과 함께 찾아야 하기 때문이에요. 그 방법을 찾는 과정이라고 하겠습니다.

 

-사회자 ; 그런데 그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것이, 감독님은 영화를 찍기 훨씬 이전부터 대본을 배우들에게 주고 만나서 같이 읽으시고요, 그 배우들과 읽으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그 나온 이야기들로 자유롭게 대본을 바꾸시기도 하잖아요. 아마 보통 영화 촬영보다는 훨씬 시간이 많이 걸리는 방법이 아닌가 해요. 질문하신 분께서도 아마 그게 감독님께 중요하다는 걸 알고 질문을 주신 것 같기는 합니다.

 

-하마구치 : 그렇죠. 시간을 많이 들일 수 밖에 없는 건 제가 정답을 모르기 때문이에요. 저에게는 시행착오를 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실패하고 답을 같이 찾아가는 과정이 꼭 필요하고요. 그래서 시간이 많이 걸려요. 그리고 대본은 자유롭게 바꾼다고 하기 보다는, 일단 이렇게 한번 해 보고나서, 아 그렇게 했더니 안되더라, 라는 게 확실해지면 그때 다른 방법을 찾아서 바꾼다,라고 하시는 게 정확한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는 저와 같이 일하는 스탭들에게 미안하죠. 하지만 저는 그렇게 합니다. 그래서 위페르씨에게 질문하고 싶은게 있는데요. 홍상수감독이랑 일을 하셨잖아요. 그리고 홍상수 감독님 스타일은 약간 전설처럼 전해지는 얘기가 있죠. 촬영당일날 아침에 대본을 주신다는 얘기요. 홍감독님은 세상 사람들에게는 정말 극단적으로 자유로운 영화 촬영 스타일이라고 알려져 있으신데요. 위페르씨는 그 점에 대해서는 어떠셨어요? 실제로 촬영 해 보니 어떠시던가요?

 

-위페르 : 홍상수 감독이랑 일한 건 제 인생에서 정말 가장 멋진 경험이었어요. 홍상수 감독 촬영 방법은 정말 독특했죠. 시간 절약 방법은 물론이고, 대사를 만드는 방법도 독특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매우 좋은 영화가 완성되었죠. 하지만 그 모든 것이 그 분만이 오랫동안 해 온 독특한 방법이었기 때문에, 정말 철두철미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제가 한번도 해 본 적 없는 유니크한 모험이 되었어요. 저희가 처음에 만나게 된 것도 굉장한 우연이었고요. 홍 감독님은 클레어의 카메라를 만들 때 장소를 찾는 것부터 시작하셨어요. 거기에는 의미가 있는데, 그는 먼저 장소를 고른다는 방식으로 영화를 시작하는 거예요. 영화는 몽상이고, 어떤 장소나 인물을 꿈꾸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그래서 그는 처음에 장소를 고른 것이죠. 그런 거 있잖아요. 아이가 종이에다가 집을 먼저 그린 다음에 인물을 그리는 거요. 그는 장소를 먼저 찾은 다음에, 저에게 이 집에 놀러 올래?”라고 초대했어요. 저는 그것에 응했고요. 그 뒤에 그는 이야기의 줄거리를 세웠고, 배우들 몇명을 추가로 부른 거죠. 그런데 대본은 없었어요. 하지만 영화에 대한 정보는 이미 충분히 받았으니까 대본이 없어도 저는 상상력을 활용할 수 있었어요. 3부 구성이라는 것이나, 각 부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조금씩 알았어요. 그렇긴해도 실제로 감독이 대사를 주신 건 당일날이나 전날이었어요. 대사가 많았어요. 감독은 매일 대사를 쓰고 있었죠. 그리고 9일만에 촬영이 끝났어요. 그것도 놀랍다고 생각해요. 나중에 생각하면 정말 신기한 일이지만, 그렇게 할래? 이렇게 하자! 라고 즉흥적으로 갑자기 정해진 씬은 거의 없습니다. 이런 촬영방법이라면 보통 즉흥적인 공상 같은 게 여기저기에 막 날아다닐 거 같죠. 연기도 최소한이고, 대본도 없으니 보통은 테이크도 적을 것이고 즉흥적으로 촬영할 거라고 생각하잖아요.  하지만 사실은 정 반대로 테이크도 많고 즉흥적이지 않았어요. 그런 식으로 갑자기 영화의 어떤 파워가, 그것이 꼭 있어야 할 곳에, 가장 바람직한 형태가 되어 그 장소에 짠!하고 나타나는 거예요. 처음에는 무질서하게 보이지만 최종적으로는 매우 완성도 있게 정리되는 거죠. 그러니까 정말 너무나 훌륭한 경험을 저에게 하게 해 주셨다고 생각해요. 유일무이한 경험이고, 영화의 파워라는 걸 다시한번 실감하게 해 주신 경험이었어요.

 

-하마구치 : 감사해요. 위페르씨가 나온 홍상수 감독의 다른 나라에서클레어의 카메라는 지금까지 위페르씨가 나온 영화 중에서 가장 순수하게 매력적이라고 해야할지, 좀 실례입니다만 귀엽다고 해야할지 그런 영화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말씀을 들을 수 있어서 정말 기쁩니다. 저도 언젠가 그런 경지에 다다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어요.

 

-사회자 : 아까 대기실에서 처음 인사 드렸을 때 위페르씨가 우연과 상상을 보셨다고 했어요, 이 영화는 원래는 7편이 이어지는 건데 위페르씨가 보신 건 어제 필름엑스에서 상영한 3개의 에피소드를 보셨고요. 3편을 보시고는 음악이 어떤 계기가 되어서 이 3개의 에피소드가 연결되는 것이 홍상수의 감독을 떠올리게 한다, 라고 말씀하셨거든요. 그래서 하마구치 감독이 되게 기뻐하셨고요.

 

-하마구치 : 그쵸, 제가 너무 좋아했죠. 제가 너무 노골적으로 말씀을 드렸기 때문에 아마 좋다고 하실 수 밖에 없으셨겠습니다만 (웃음)                                                                                                                                                                                

 

 -사회자 : 아까 모리스 피알라의 루루에 대해서 말씀하셨는데, 하마구치 감독이랑 사전미팅 했을 때도 좀 여쭤보고 싶다고 말한 부분입니다만, 이 작품이 1980년인데요, 이 해는 위페르씨가 말씀하셨듯이 고다르가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인생(도망쳐라:인생)’를 만든 해이기도 하고, 마이클 치미노가 천국의 문을 만든 해이기도 하고요. 어떻게 한 해에 이런 세 편의 영화가 나왔지 싶을 정도인데요, 물론 완전히 같지는 않습니다만 루루는 어떤 면에서는 하마구치 감독의 작업방식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뭐냐하면, 영화를 만들면서 배우들과 함께 만들어 가면서 수정하고 또 만들고 수정하고, 그래서 많은 시간을 들이고 커뮤니케이션도 많이 하고 그런 작품이라는 거죠. 모리스 피알라 감독이 돌아가셨을 때 위페르씨가 추도문을 쓰셨어요. ‘피알라와의 작업을 하면서 나는 일을 한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산다는 것의 의미를 경험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라고 말씀하셨었죠. 저는 두 분의 오늘 말씀을 들으면서, 연기자나 스탭, 감독을 다 포함에서 촬영 자체는 굉장히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함으로서 모두가 그 작품에 참여하는 것이 살아가는 기쁨 중의 하나가 아닌가 생각했어요.

 

-하마구치 :제 영화가 피알라 같은 경지에 이르렀다고는 1도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해요. 저도 루루에 대해서는 질문하고 싶은 게 있었는데요, 영화의 아주 마지막 부분이죠, 제라르 드 빠르디유와 그 친구들의 집에 갔을 때 총격전이 벌어집니다. 위페르씨는 별 대사가 없고요. 그 다음에 나오는 씬 말인데요, 아까도 제가 위페르씨는 내부에서 계속 어떤 감정을 쌓아가는 배우인 것 같다고 말씀 드렸습니다만, 그 씬에서 위페르씨의 감정이라는 건 뭐랄까 컵에 물이 가득 담긴 것 같은, 지금이라도 곧 넘칠 것 같이 아주 출렁일정도로 가득 담겨있는 느낌이었죠. 매우 강한 감정 상태로 카메라 앞에 서 계시다고 느꼈습니다. 모리스 피알라씨와의 작업은 어떠셨는지, 방금 전에 사회자님께서 해 주신 얘기와 더불어서 대답해주시면 좋겠어요.

 

-위페르 : 방금 말씀하신 씬은, 그 씬의 상황에 맞춰서 표정을 한 것 뿐이에요. 그건 정말 이야기의 어떤 전환점이 되는 씬이어서, 그녀가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는 씬이죠. 그녀의 그 때의 감정을 표현한 거예요. 씬은 비극이 있고 위험도 있고 폭력도 있어요. 그 장면에 나오는 인물은 어떤 종류의 감정을 가슴 속에 숨기고 있죠. 총을 든 두 명의 배우가 충돌합니다만 저를 포함한 주위 사람들은 뭐가 일어나고 있는지, 어떤 결말이 될 건지 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루루나 아기와의 이별을 알고 있는 거죠. 그러므로 일부러 연기를 할 필요는 없었어요. 그 씬에는 뭔가가 무너져내리는 것에 대한 공포가 있어요. 모리스 피알라의 촬영방법도 참 특이합니다. 아까 제가 피알라가 최고의 영화란 잘 보여지지 않는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말씀 드렸잖아요. 비관적인 사람처럼 들리지만, 저희들을 낙관적으로 만들어 주고 때로는 유머도 보여주는 사람이었어요. 피알라 감독의 영화에는 정말 주의깊게 잘 만들어진 장면이 많고, 감독이 굉장히 주도면밀하게 준비를 합니다만 동시에 즉흥성의 천재이기도 했어요. 그는 갑자기 지시를 하고 카메라를 돌려요. 즉흥이라는 건 위험을 동반하는 개념이고 애매하기도 하죠. 로버트 윌슨은 항상 즉흥은 연기를 정의하는 말이다(즉흥은 연기라는 뜻이다)”, 라고 말할 정도였으니까요. 그 말인즉슨, 짜여진 연기를 하면서 동시에 즉흥을 하는 것이 좋은 연기가 되기 때문이에요. 즉흥연기라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겠습니다만 피알라 감독의 경우, 즉흥은 의미가 깊어요. 배우는 갑자기 즉흥을 요구받으니까요. 그런데 참 희안하게도, 즉흥적으로 해도 그게 영화의 본래 줄거리를 벗어나지 않아요. 즉흥이라는 건 어떤 종류의 감정을 끌어 올리는 것 같아요. 즉흥이라는 건 제어할 수 없다는 뜻이지만, 피알라감독에 의한 즉흥은 항상 그가 준비한 장치들에 통합되었고, 완전하게 콘트롤 되고 있었어요. 그건 배우로서도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죠. 제가 제라르 드 빠르디유하고 둘이서 수다를 떨고 있었을 때의 일이에요. 저희는 씬을 연기하고 있지 않았어요. 근데 갑자기 감독님이 촬영기사님이랑 신호를 주고 받더니 촬영을 시작하는 거에요. 촬영을 할 때는 액션!’을 먼저 하고 카메라를 돌린다는 순서를 무시하는 거죠. 배우는 카메라가 도니까 놀라면서도 그것에 맞추어서 그 장면을 연기하기 시작하는 거예요. 그렇게 현실에서 픽션으로 매우 부드럽게 스르륵 옮겨가 버리는 거죠.

다른 이야기입니다만, 하지만 저는 하마구치 감독 작품을 보면서 이건 정말 진실이구나라고 생각되는 것, 자연스러운 것이 있다고 느꼈어요. 카메라 지금 돌고 있어? 찍는 거 맞아? 라고 몇번이나 의심할 정도로요. 물론 제가 스크린에서 봤으니 카메라는 돌고 있었겠죠. 당연한 일이잖아요. 감독님은 어떻게 촬영을 시작하세요? 액션! 하고 말로 하시나요? 예를 들면, 영화의 처음 부분에 워크숍 씬에서는 카메라나 스텝들이 어떤 식으로 배치되어 있었을까요? 스탭분들은 다 어디 계셨어요? 저는 진짜 모르겠더라고요.

 

- 하마구치 : 모리스 피알라 감독과의 작업에 대해서 이렇게 자세히 말씀해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임프로비-제이션, 그러니까 즉흥에 관해서는 저는 항상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애드립이라고도 하죠, 즉흥적인 연기는 항상 흥미로운데, 단지 그게 굉장히 위험한 것이기도 하잖아요. 어딘가 전혀 다른 곳으로 갑자기 날아가버리기도 하니까, 저는 그게 좀 위험하다고 생각해서 아직까지 그 방식을 채용하지는 않았어요. 물론 조금 넣어본 적은 있죠. 하지만 1부터 10까지 다 즉흥으로 가는 경지에 제가 오르지 못해서요. 제가 영화를 찍기 시작하고, 요 근래 10년 정도 기간 동안에는 피알라 감독이 말씀하신 것이 정말 맞구나 하는 것 정도는 알게 됐어요. 카메라를 돌리기 시작하면 정말 멋있는 일은 일어나지 않더라고요. , 이 장소에 카메라만 없다면 얼마나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라는, 모순되고 좀 이상한 말이기는 합니다만, 그렇게 생각했어요. 카메라가 있어야 영화가 되지만, 카메라가 있음으로 인해서 좋은 영화를 찍을 수 없게 되어 버리니까요. 카메라라는 건 영화를 찍기 위한 정말 최소한의 필수조건일 뿐이다, 라고 받아들이게 되었죠. 그래서 제가 하는 일은 그것을 공유하는 것 뿐이죠. , 여기 카메라가 있고 저희는 찍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연기를 하고 있는 거고요, 그러니까 우리가 하는 건 만들어진 것, 픽션일 뿐이죠, 그리고 이것을 통해서 우리가 진실에 다가갈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희박합니다, 라는 사실을 영화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다 같이 공유하는 거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는 이것을 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으니 이걸 열심히 합시다, 라는 걸 공유하는 거고요. 우리가 하는 일은 기본적으로 불가능한 것인데,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공유하는 겁니다. 이게 피알라 감독이 말한 것과 통하는 부분일 수도 있어요. 이게 기본적으로 불가능한 거다, 라는 걸 알게 되면 마음이 한결 편해지죠. 저는 정말 행운인게, 그렇게 불가능한 거라고 인정을 하고 찍고 있다보면 배우 여러분들이 정말 높은 차원에 도달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걸 제가 볼 수 있죠. 그게 어떻게 가능한지는 저도 잘 모릅니다. 그건 영화 한 편을 찍으면서 정말 몇 번 있을까 말까한 일이라서, 저는 어떻게 해야 그걸 반복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을까 찾는 거죠. 이런저런 방법을 써 보면서요. 근본에 있는 건 우리는 영화를 찍고 있다라는 걸 자각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자 : 역시 이럴 줄은 알았습니다만, 정말 시간이 빨리 갔고, 또 모자라네요. 아시아 교류 라운지의 첫 대담이기도 해서 이 자리에서는 영화 이야기를 많이 하고 싶었는데, 제 바람대로 진짜 영화 얘기로 가득해서 기쁩니다. 오늘 아직 더 하고 싶은 얘기가 있고, 질문도 정말 많습니다만, 이제 마무리할 시간이에요. 여기 계신 기자분들 중에서 질문 한가지만 받고 끝내겠습니다. 질문 있으신 분 해주세요.

 

-관객질문 : 위페르씨가 지금까지 해 오신 역할들, 여성 캐릭터들을 필모그래피를 주욱 따라가 보면요. 데뷔작이신 레이스를 만드는 여자부터 해서 최근의 엘르나 홍상수 감독의 영화도 그렇고, 조금 뭐랄까 보통이라고 해야할지 평균이랄지와 먼, 소위 사회적 규범과 거리가 있는 여성 역할이 많았어요. 요즘 특히 미투 운동 이후로 페미니즘 운동도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데, 특히 그런 부분을 의식하지 않고 연기를 하셨는지 궁금하고요. 또 위페르씨 덕분에 바바라 로덴의 완다가 프랑스에서 개봉되어 일본에서도 조금 상영을 할 수 있었는데, 위페르씨가 직접 이 바바라 로덴이라는 여성 감독의 작품을 배급을 하신 이유가 있는지 듣고 싶습니다.

 

-위페르 : 저는 항상 직감적으로 일들을 해 왔어요. 저는 결코 특별하지 않아요. 누구나 직감적으로 선택하죠. 그래서 제가 뭐 꼭 어떤 종류의 여성을 연기해야겠다, 그런 고집은 전혀 없어요. 제가 흥미롭다고 느끼는 여성을 연기하죠. 저는 희생자는 아니에요. 무슨 말이냐 하면, 어떤 영화에서 내용상 희생되는 역할이라고 하더라도 그 인물이 모든 면에서 다 희생당하는 일는 없잖아요. 저는 희생하는 것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여성들에게 관심이 있어요. 이런 건 사실 처음에는 모르죠. 아주 마지막이 되어야 그랬구나 하고 깨닫게 되는 종류의 것이긴 한데, 저는 그런 여성들의 표상에 본능적으로 끌려요. 어떤 형태로든 끝까지 살아 남는 여성이나, 제 스스로가 마음 깊은 곳에서 반해버린 여성을 표상하는 것이 저에게는 중요해요. 저는 이게 영화를 묶어줄 때의 포지션으로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포지션이라는 건 역할의 캐릭터에 관한 것이기도 하죠. 사람은 위치를 점하는 것을 통해 관점을 가지게 됩니다. 어떤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자기가 보는 관점, 그리고 자기를 누군가 바라보는 관점이 생기거든요. 그리고 저는 누군가를 연기하는 것으로, 그 인물을 통해 저 스스로의 주관성을 내보인다고 생각하는데요, 그건 여배우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거에요. 그 역할에 저의 주관성을 새겨 넣는다고도 할 수 있겠죠. 어떤 포지션을 점하는가에 따라, 그리고 어떤 식으로 보여지는가에 따라 그 역할로서의 주장 뿐 아니라, 저 자신을 주장하는 일도 가능해집니다. 저는 항상 그걸 너무나 원해 왔고 조금이라도 그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해서 노력했고요, 지금까지 1000%이상 이루었다고 생각해요. 바바라 로덴에 대해서는, 오늘 여기 같이 와 있는 장 미셸 프로돈 덕분에 제가 완다라는 작품을 만날 수 있었죠. . 그래서 그냥 왜 안돼? 내가 배급하자고 생각했어요. 영화가 공개 되었을 당시에 마르그리트 뒤라스 등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어요. 나중에 완다는 조금 잊혀졌지만 재개봉 되어서 미국에서도 상영되었습니다. ‘완다는 정말 유일무이한, 다른 데서는 볼 수 없는 작품으로 바바라 로덴의 유일한 작품이에요. 그녀는 작품 완성후 얼마 안되어 세상을 떠났죠. 그녀가 어떤 마음으로 완다를 만들었는지 저는 모릅니다만 완다라는 영화는 비유적인 방법으로 그녀 자신이나, 영화에 대해서 정말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죠. 그리고 영화에서는 극히 표현하기 힘든 시(poetry)적인 것을 가지고 있어요. 정말 귀중한 영화입니다.

 

-사회자 : 바바라 로덴은 엘리야 카잔의 아내였죠. 일본에서는 꽤 특수한 형태로 상영회를 했지만 개봉은 한 적이 없어서, 개인적으로는 혹시 오늘 여기 배급회사 분들 계시면 좀 누가 배급을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오늘 두분 정말 나와주셔서 감사하고,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오늘 받은 질문 중에 위페르씨는 하마구치씨 영화에 나오실 계획은 있으신가요?”라는 질문도 있었고 하마구치 감독은 위페르씨를 캐스팅하실 의향이 있나요라는 질문도 있었는데, 어떠신지요?

 

-하마구치 :그건 저희 둘에게 맡겨 주세요. 저희가 알아서 잘 하겠습니다.(웃음

 

-위페르 : 사람들 앞에서는(공개적으로는) 결혼식을 하지 않아요.(웃음)

 

-사회자 : 하마구치 감독의 우연과 상상은 일본에서는 12월에 개봉합니다. 위페르씨의 새 영화 약속은 일본에서는 다음 주에 열리는 프랑스 영화제에서 상영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링마벨 링마벨
9 Lv. 8741/9000P

추앙하고 싶었는데...

저는요, 완전히 붕괴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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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profile image 1등
링마벨 작성자
게시글 등록할랬더니 '비'제이'는 사용금지 단어입니다! 라고 나와서 깜짝 놀랐네요.
중간에 즉흥, 임프로비'제이션, 이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그거 때문인가봐요!!! ㅋㅋㅋㅋㅋ 그래서 임프로비-제이션 이 되었습니다 ㅎ
10:59
22.02.13.
profile image 2등
감사합니다! keep해두고 시간 될때 정독해볼께요😊 수고하셨습니다!!
11:18
22.02.13.
profile image
링마벨 작성자
푸른정원
네네 내용이 좋아요, 꼭 읽어보세용
11:48
22.02.13.
3등
이런 수고하신글을 그냥 편히 볼려니 죄송함이 밀려오네요..
홍상수감독부분 무척 흥미롭네요.
다른 나라에서,보면서 감탄했거든요.
번역을 너무 잘하시네요!! 자연스럽고 쉽게 읽을수 있어서 내용파악이 쉽네요
고맙습니다 정말.
11:42
22.02.13.
profile image
링마벨 작성자
록산
그죠, 저도 홍상수 감독 걍 생각나는대로 대충 찍나 했었는데, 역시 대가는 다른가봐요.
칭찬 감사합니다! 덩실덩실 (칭찬받으면 춤추는 타입 ㅋㅋㅋ)
11:49
22.02.13.
profile image
링마벨 작성자
젊은이를위한나라도없다
옷! 다 읽어주셨군요! 감사합니다
20:31
22.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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