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사 '지금 우리 학교는'이 세계적으로 대히트한 이유
일본의 저널리스트 마츠타니 소이치로가 <지금 우리 학교는>의 성공 요인을 분석한 글을 우리말로 옮겨봤습니다.
이야기 설정 관련 스포일러를 좀 담고 있는 것 같으니, 아직 못 본 분들은 그점 주의하시고요.
(원문) https://news.yahoo.co.jp/byline/soichiromatsutani/20220208-00281130
좀비물의 역사부터 시작해서, <지금 우리 학교는>이 다른 좀비물과 차별화되는 점 등을 설득력 있게 쓴 것 같습니다. 외부인의 관점에서... 한국 사람들이 보는 것과 꽤 다르게 본 것 같아요.
앞서 <오징어 게임> 관련 좋은 글도 썼던 일본 기자입니다. 아래 글도 같이 보시면 좋습니다.^^
https://extmovie.com/movietalk/68905474
<지금 우리 학교는>은 코로나 시대에 좀비를 재정의한다.
<오징어 게임>에 이은 한국 드라마의 대히트
9일 연속 세계 1위 경신 중
<오징어 게임>의 전 세계적인 히트가 생생히 기억되는 한국 드라마, 그런데 그 뒤를 이을 작품이 또 나타났다. 1월 28일부터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좀비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전 12화)다.
그 내용은 “학원 좀비”다. 감염이 점점 확산되는 가운데, 학교 내에 고립된 학생들의 서바이벌을 공들여 그린 작품이다. 이야기의 대부분은 한국의 고등학교가 무대이고, 출연진 대부분이 지명도가 높지 않은 젊은 배우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구를 포함한 전 세계에서 공개 직후부터 대히트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발표 랭킹에서는, 비영어 드라마로 첫 등장 1위를 기록(1월 30 일자). 영어 드라마와 영화(영어/비영어)를 포함해도 1위의 성적이다. 또한 스트리밍 서비스 랭킹 사이트 FlixPatrol에서도, 첫 공개일부터 9일 동안 일본을 포함한 40~50개국에서 1위를 유지하고 있다(2022년 5주차). 이는 넷플릭스 최대 히트작인 <오징어 게임>을 육박하는 기세다.
전 세계 사람들은 왜 <지금 우리들>에 끌린 것일까?
한국 고등학교에서 좀비 대발생
<지금 우리 학교는>의 무대는 지방 도시에 있는 효산 고교다. 그곳에 다니는 평범한 고교 2년생 온조(박지후)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녀의 남자 소꿉친구 청산(윤찬영)과 학교에 다니지만, 수혁(로몬)에게 살며시 마음을 두고 있다.
좀비 감염 확산은 여학생이 과학실에서 기르던 햄스터에게 손가락을 물리면서 시작된다. 발병한 그녀는 바이러스를 개발한 과학 교사에게 감금됐다가 가까스로 탈출한다. 그러나 그녀에게 물린 보건 교사를 통해 감염이 단숨에 퍼져나간다.
그 타이밍은 마침 점심시간이었다. 많은 학생이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있었는데, 그곳으로 좀비화된 학생이 달려온다. 아비규환 속에서 온조 등 13명은 가까스로 교실로 도망치지만, 그곳에도 좀비가 달려든다. 그녀들은 좀비를 피해 학교 건물 안으로 이동하며 탈출을 모색한다.
학교 안에 남겨진 학생들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나 외부와 차단된 공간에서 고교생들이 생존하는 과정에 있다. 교실에서 과학실, 방송실, 음악실로 학생들은 단계적으로 이동하고, 지혜를 모아 생존 투쟁을 이어간다. 특히 중반과 후반에 나오는 도서실과 체육관 장면은 그 공간성을 이용한 액션이 매우 흥미롭다.
이 액션 오락성의 퀄리티는 <타워링>(1974)나 <다이 하드>(1988)와도 통하는데, 학교 안 학생들의 생존 투쟁을 그린다는 점에선 우메즈 카즈오의 만화 <표류 교실>(1972)과 만화/애니메이션 <학원묵시록 HIGH SCHOOL OF THE DEAD>(2006/2010)과 비슷한 인상도 준다.
하지만 그러한 작품들과는 명확히 다른 독자성을 내세웠기 때문에 대히트한 것이 틀림없다. 거기에는 한국 콘텐츠답게, 과거의 좀비 작품들을 제대로 연구한 지성이 엿보인다.
생존자들을 이끄는 건 '반장'으로 불리는 공부벌레 남라(조이현)다.
‘감염’을 가시화하는 아이디어=좀비
원래 좀비는 영상 작품에 감염증 모티브를 적용할 때 해결책이 되는 측면이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나 세균은 영상으로 표현하기 어렵고, 감염증 자체를 다루는 영화는 대히트로 이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예컨대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 초기에 재평가된 영화 <컨테이젼>도 2011년 개봉 당시에는 제작비를 회수할 수 없을 정도로 히트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좀비는 ‘감염’을 가시화하는 아이디어다. 그것은 130년 가까운 역사를 지닌 영화에 있어 최대의 발명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그 역사에서 큰 포인트가 된 것은, 1968년에 공개된 조지 A. 로메로 감독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이다. 이 작품을 축으로 다양한 변종들을 낳으며 좀비는 발전돼 왔다.
1980년대 초반까지 (좀비물은) 컬트 무비로 취급되었지만, 그것을 전 세계에서 메이저화시킨 것은 1983년에 발표된 마이클 잭슨의 14분짜리 뮤직비디오 ‘스릴러’일 것이다.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좀비 무브먼트는 게임으로도 진출한다. 일본산 게임 <바이오하자드>(1996, 해외에선 ‘레지던트 이블’)가 세계적으로 대히트했고, 이후 <더 라스트 오브 어스>(2013) 등 게임에서는 주류라고도 부를 수 있는 장르로까지 성장했다. 2010년대에는 <워킹 데드>(2010년)와 <Z네이션>(2014년) 등 TV 드라마에서도 세계적인 대히트작이 탄생하게 된다.
하지만 2000년대까지 좀비 작품은 서구를 무대로 한 작품들이 중심이었다. 아시아를 무대로 한 작품이 늘어난 건,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다. (일본을 무대로 한 게임 <사이렌>의 히트는 예외적이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최근 5년 사이다. 2016년, 같은 시기에 공개된 일본영화 <아이 엠 어 히어로>와 한국영화 <부산행>은 일본과 한국에서 각각 히트했다. 이후 넷플릭스에서 사극 좀비 드라마 <킹덤>(2019년), 영화 <#살아있다>(2020년)가 나왔고, 그리고 이번에 <지금 우리 학교는>이 나오게 된 것이다.
주요 좀비 영상 작품 | (시리즈는 1편만) | |
작품명 | 장르 | 공개연도 |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 영화 | 1968 |
시체들의 새벽 | 영화 | 1978 |
좀비 2 | 영화 | 1979 |
이블 데드 | 영화 | 1981 |
바탈리언 | 영화 | 1985 |
공포의 묘지 | 영화 | 1989 |
데드 얼라이브 | 영화 | 1992 |
바이오하자드 | 게임 | 1996 |
28일 후 | 영화 | 2002 |
레지던트 이블 | 영화 | 2002 |
사이렌 | 게임 | 2003 |
새벽의 저주 | 영화 | 2004 |
데드 라이징 | 게임 | 2006 |
REC | 영화 | 2007 |
좀비랜드 | 영화 | 2009 |
워킹 데드 | 드라마 | 2010 |
학원묵시록 | 애니 | 2010 |
더 라스트 오브 어스 | 게임 | 2013 |
월드워 Z | 영화 | 2013 |
Z네이션 | 드라마 | 2014 |
학교생활! | 애니 | 2015 |
다잉 라이트 | 게임 | 2015 |
아이 엠 어 히어로 | 영화 | 2016 |
부산행 | 영화 | 2016 |
좀비 랜드 사가 | 애니 | 2018 |
시인장의 살인 | 영화 | 2019 |
킹덤 | 드라마 | 2019 |
#살아있다 | 영화 | 2020 |
너와 세계가 끝나는 날에 | 드라마 | 2021 |
코로나 시대의 좀비 바이러스
이렇게 전 세계로 확산된 좀비 작품이지만, 주로 두 가지 점에서 차별화가 진행되어 왔다. 하나는 좀비 및 바이러스의 특징이고, 다른 하나는 좀비를 둘러싼 사회 환경이다. <지금 우리 학교는>의 세계적 히트는 바로 그 두 가지가 모두 뛰어났기 때문이다.
우선 전자에 관해서, 좀비 그 자체 생태에 별다른 특징은 없지만(달리는 좀비는 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 바이러스의 기원을 명확히 하고, 감염 후 증상을 복잡하게 만든 점이 포인트다.
그 중에서도 완전히 좀비화되지 않은 존재=‘반좀비’가 나오는 것이 특징적이다. 인간으로서 의식을 가지고 있지만 좀비로서의 능력도 지닌 존재다. <아이 엠 어 히어로>나 (좀비는 아니지만) <귀멸의 칼날>에서도 ‘반좀비’는 나오지만,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는 그러한 캐릭터가 큰 존재감을 발휘한다. 적으로도 아군으로도 그려지는 그 존재는 좀비와 인간의 양자 대립 상황에 새로운 자극을 주고 있다.
또 큰 수수께끼를 남기는 묘사도 있다. 1화를 다시 보면 알 수 있는데, 주인공 온조는 보건실에서 동급생 감염자에게 왼쪽 손목을 물려서 치료도 받고 있다. 그런데 그녀는 이후로도 발병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전혀 설명돼 있지 않다.
만약 코로나 사태 이전이라면 이는 단순한 각본 오류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 2년 동안에 바이러스에 관한 지식이 늘게 된 우리는, 거기에서 무증상 감염의 가능성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이 묘사가 의도적인 것이라면, 그것은 바로 코로나 시대이기에 가능해진 좀비에 대한 재정의이며, 그리고 그 힌트를 통해 만들어지게 될 속편에 대한 큰 복선이 될 것이다.
일진 패거리 소속 귀남(유인수)은 이 작품에서 가장 눈에 띄는 캐릭터다.
좀비 작품으로 떠올리게 되는 세월호 사고
또 다른 포인트는 한국의 고등학교를 무대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기생충>(2019)과 <오징어 게임>(2021) 등, 기존의 글로벌 히트와 마찬가지로 현대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가 제대로 담겨 있다.
이 드라마는 고교생들의 집단 괴롭힘 장면으로부터 시작되는데, 좀비 바이러스의 기원도 그것이 계기가 된다. 작품 속에서 아주 지독하게 괴롭힘 당하는 여학생 은지(오혜수)가 나오는데, 그 장면의 묘사는 한국에서도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괴롭히는 귀남(유인수)도 일진 패거리들 사이에선 따까리다. 좀비들은 이러한 학교 내 계급 속에서 발생한다.
생존 투쟁을 이어가는 학생들의 관계도, 가정의 경제 형편 차이에 따라 삐걱거린다. 그중에서도 부유층들을 위한 고급 아파트에 사는 나연(이유미)는 고압적인 태도로 주위에 화풀이하고, 동급생을 상대로 지독한 차별 발언까지 한다. 그녀의 안하무인한 행동은 폐쇄 환경 속에서의 팀워크에 방해되기만 한다.
그리고 고등학생들이 이러한 극한 상황에 놓이는 사태는, 역시나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고를 떠올리게 한다.
300명이 넘는 희생자 가운데 대부분이 수학여행 중인 고교 2학년생들이었던 이 사고는, 선내 학생들을 버리고 도망친 선장과 승무원들 등 어른들의 존재가 큰 문제가 되었다. 이 작품에서도 무책임한 어른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교장은 학생들을 버리고 방에 틀어박히고, 다른 교사들도 독선적인 행동으로 학생들을 혼란에 빠트린다.
이야기 중반에 생존 투쟁을 벌이던 학생들이 비디오카메라에 메시지를 남기는 장면은 세월호 사고에서 보았던 슬픈 동영상 그 자체였다.
좀비를 모티브로 한 현실에선 있을 수 없는 설정이어도, 거기에서 한국 사회가 확고하게 드러난다. 바로 그 부분이 기존 할리우드 대작과의 큰 차이점이며, 동시에 넷플릭스를 통해 글로벌하게 전달될 때 큰 이점이 되고 있다.
학생들은 주위에 있는 사물을 이용해 좀비에게 대항해야 한다
코로나 시대이기에 효과적인 직구
좀비 및 바이러스의 특징과 좀비를 둘러싼 사회 환경 ―― <지금 우리 학교는>은 그 두 가지 점에서 과거의 좀비 작품들과는 확실히 차별화돼 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접근법은 직구이기도 하다. 두 가지 포인트 모두 리얼리티 라인을 현실에 가깝게 했을 뿐, 아크로바틱한 수법을 채택한 것은 아니다.
거기에는 뉴질랜드 영화 <데드 얼라이브>(1992)와 같은 코미디 취향이나, 일본의 만화/애니메이션 <학교생활!>(2012/2017) 같은 기묘한 가벼움도 없다. 혹은 미국에서 끝없이 만들어지고 있는 B급 작품 같은 쌈마이함도 없다.
<지금 우리 학교는>의 방법론은 데스게임을 다룬 <오징어 게임>에 가깝다. 지금의 한국에서 좀비가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까 ―― 그것을 철저히 진지하게 그렸을 뿐이라고 해도 그만이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코로나 시대이기 때문에 그러한 접근법을 채택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앞서도 말했듯이 우리는 코로나 이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전염병에 대한 지식을 얻었기 때문이다. 이런 코로나 사태의 현실에 계속 직면해온 우리에게 있어서, 좀비 작품에 관한 기준점은 현격히 올라갔을 가능성이 있다.
이 작품에서 등장인물들이 가차 없이 퇴장해버리는 것도, 바이러스의 무서움을 알게 된 현재이기에 설득력을 가진다. 지금은 아무리 좀비 작품이라도 세계는 변화구를 즐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런 시대이기에 좀비를 재정의하는 <지금 우리 학교는>이 대히트한 것이다.
gol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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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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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한국에서 좀비가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까 ―― 그것을 철저히 진지하게 그렸을 뿐이라고 해도 그만이다.‘
인상깊은 한마디
생각해 볼 논조라 생각됩니다
콘텐츠의 그 부분들로부터 전체의 움직임을 평가하느냐,
이야기 전체 안에서 그 부분이 어떻게 작동하는 것인가...
관점의 방향을 어느 위치에 놓고 균형감의 저울질해 평가하는가,는 참으로 어려운 문제인 듯 합니다 :)
읽어볼 만한 논점과 감독의 '변'도 추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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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타니 소이치로입니다. 당연히 본인이죠.
그동안 여러 번 제 기사를 번역하여 호의적으로 소개받아서 기쁘게 생각합니다.
다만 저는 최근 네이버에서 한국어 블로그를 시작했습니다.
https://blog.naver.com/trickflesh
이 '지금 우리 학교는' 기사도 이미 올라왔고요.그냥 papago 검색만 해서 완벽하지는 않을지 모르지만요.
이미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일본어로 발표한 과거 기사나 최신 기사를 싣고 있습니다.
만약 가능하다면, 앞으로는 제 이 블로그에 링크를 붙이는 것으로만 해 주실 수 있을까요.
이상 검토해주셨으면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아.. 알겠습니다.
허락을 받고 번역을 하는 게 옳은 일인데, 제가 일본어로 글을 쓰는 건 여러모로 부족해서 결례를 범한 것 같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서 죄송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또 한편으로 기쁘게 생각해주신다니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는 마쓰타니 소이치로님 블로그 글을 북마크해두고 게시판에 소개하겠습니다.
그리고 파파고 성능이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일본어-한국어 번역 과정에서 뜻이 어긋나서 오해를 살만한 경우가 꽤 많아요. 그 점도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아무튼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papago번역에 맡겨두고 있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혹시 번역에서 이상한 부분이 있으면 코멘트란 등을 통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또, 집필에 요청등이 있으면 전해주세요.
시간은 한정되어 있지만 시간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검토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