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영화 화제작 '실종' 감독 인터뷰 번역
지난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이었던 <실종>이 최근 일본서 개봉돼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데...
일본 뉴스 사이트에 카타야마 신조 감독 인터뷰가 나와서 옮겨봤습니다.
https://wpb.shueisha.co.jp/news/entertainment/2022/01/29/115367/
스포일러는 없는 것 같고요. 영화 보신 분, 아직 안 본 분들에게 좋은 내용이 될 것 같습니다.
영화 <실종>이 (일본) 전국에서 화제!
세계를 놀라게 할 차기 일본 감독은 카타야마 신조다!
“상업성과 작가성이 잘 융합된 작품을 히트시킨다. 제 영화가 그 선두가 된다면 좋겠습니다.”
“이 이야기, 대체 어떻게 되는 거야?”
뜻밖의 전개가 잇달아 덮쳐 오는 영화 <실종>은 저절로 그런 소리가 튀어나올 것 같은 작품이다. 감독은 현재 세계적인 영화감독이 된 봉준호의 조감독 등을 맡았던 경력 등으로 유명하고, 이번 작품으로 장편 영화를 2편 찍은 카타야마 신조. 이 이름을 기억해두면 좋을 것이다!
■ “승패가 없는 세계에서 살고 싶었다.”
2018년 독립영화 <벼랑 끝의 남매>(岬の兄妹)로 센세이션을 일으킨 카타야마 신조 감독이, 상업영화 데뷔작 <실종>을 완성시켰다.
<벼랑 끝의 남매>는 장애인 오빠와 자폐증 여동생이 성매매 사업에 나선다는, 무거운 소재를 에너지 넘치는 오락 작품으로 만들어 화제를 모았다. <실종>에선 갑자기 실종된 아버지(사토 지로), 아버지의 행방을 좇는 여중생(이토 아오이), 지명수배 중인 살인범(시미즈 히로야), 이들 세 사람의 시점을 통해 복잡기괴한 사건의 전말을 강렬하게 그리고 있다.
현실의 사건과 사회문제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서, 인간 드라마에 유머를 섞은 작품 스타일은 2번째 작품에서도 탁월하다. 향후 일본영화를 견인할 것으로 주목되는 인재와 인터뷰했다!
Q: 언제부터 영화 일을 하기로 결심했나요?
카타야마: 중학교 다닐 무렵부터 막연히 영화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Q: 출연이 아니라 만들고 싶었다는 건가요?
카타야마: 예. 승패가 없는 세계에서 살고 싶었어요. 영화는 흥행 수입이라는 숫자로 상업적인 성과를 가늠할 수 있지만, 작품의 평가 자체는 100명이면 100명 다 다르죠.
저는 수험 전쟁 세대여서 어려서부터 경쟁하며 자랐지만 공부를 못했어요. 그래서 중2때부터 생각한 게 개그맨이나 만화가, 혹은 영화감독이었죠. 그중에서 ‘여러 사람과 함께 만드는’ 것이 적합하겠다고 생각했어요.
Q: 그리고 고등학교를 나와서 영화 학교에 갔던 거군요.
카타야마: 도쿄에 있던 ‘영상학원’이라는 학교에서 1년. 이후 히로키 류이치 감독의 <사랑의 노래>라는 드라마 촬영 현장에 들어가서 <실종>의 (배우) 사토 지로 씨와 알게 됐어요.
Q: <기생충> 등으로 유명한 봉준호 감독의 현장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요?
카타야마: 처음 계기는 봉준호가 도쿄에서 촬영한 <도쿄!>라는 단편 옴니버스 작품이었죠. 한국 국적의 조감독이 친구였는데, 한국영화를 좋아한다고 계속 얘기했더니, “봉준호 감독의 현장에 참여하게 됐는데 같이 할래요?”라며 절 불러줬거든요.
Q: 그 뒤로 한국에 건너가 봉준호 감독의 <마더>에 조감독으로 참여하셨는데, 한국어를 할 줄 아셨나요?
카타야마: 말은 못했어요. 처음에는 전혀요. 하지만 노 개런티라도 좋으니 배울 수 있게 해달라고 전했더니 OK 해주셨어요. 감독이 보는 모니터를 세팅하거나, 현장에 텐트를 세우는 등, 말을 못 해도 되는 그런 일들을 했죠.
Q: 일본의 현장과 어떤 차이를 느끼셨나요?
카타야마: 한 가지 예를 들자면, 한국영화는 시간을 들여서 촬영을 하는 것이죠. 한 편의 영화를 만드는데 반년에 걸쳐 촬영하고, 하루에 촬영할 컷의 수도 적어요. 아침부터 저녁 동안에 4~10컷 정도를 공들여서 촬영했어요.
한편 일본영화는 촬영 기간이 기본적으로 짧고, 하루에 찍는 컷의 수가 많아요. 그러면 필연적으로 퀄리티를 타협하지 않으면 안 되는 부분도 생기는 거죠. 조감독의 입장에서도 “이거 OK 컷이 됐는데, 정말 괜찮을까?”라는 불안감을 갖고 진행한 일도 허다했어요.
그래서 한국영화 현장에선 시간을 들여서 찍는 것이 작품의 질로 이어진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죠. 또 핑계가 될 수도 없고요.
■ '현재의 *니시나리'를 포착하다.
(일본 오사카 시 니시나리 구. 일본 최대의 우범지역 슬럼가로 유명)
Q: 전작 <벼랑 끝의 남매>는 본인의 돈을 가지고 만든 영화였죠. 조감독 일을 계속 하고 있던 상황에서 그렇게 도전했던 이유는요?
카타야마: “지금 오리지널 작품을 연출해두지 않으면 영화작가로서의 경력이 위태로워진다”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큰맘 먹고 독립영화를 만들었죠. '난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감독이다'라는 걸 나타내는, 명함을 대신할 작품이 없으면 작업 의뢰도 들어오지 않을 거란 생각도 있었고요.
Q: <벼랑 끝의 남매>는 빈곤, 매춘, 자폐증 등 매우 민감한 문제를 다루면서도, 웃기기도 하고, 깜짝 놀랄 “배틀 씬”도 있는 등, 빈말이 아니고 오락영화로서 재밌는 작품이었어요.
카타야마: 그 점에 있어서, 어느 정도 전략적인 부분도 있었는데, 보는 사람이 감독으로서의 가능성을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요소를 집어넣었죠. <벼랑 끝의 남매>를 계기로 호러나 스릴러 작품에 대한 제안이 오게 됐어요. 아직 연애물 제안은 들어오지 않았지만요. (웃음)
Q: 무거운 소재임에도 천연덕스런 스타일은 <실종>도 마찬가지인데요. 이번엔 좀 복잡한 내용이 되었네요.
카타야마: 처음에는 구제불능 아버지와 그에게 질려버린 딸이 있고, 아버지가 고액의 현상금이 걸린 살인범을 찾는 가운데, 결국 딸과 신뢰 관계를 되찾는다, 는 식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Q: 그런 이야기였나요?
카타야마: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됐죠. (웃음) 처음에는 아이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를 생각했지만, 각본을 수정하는 가운데, 아버지와 어른들의 이야기도 점점 늘게 된 것 같아요.
Q: 양육 방치 문제나 <벼랑 끝의 남매>와도 통하는 빈곤 문제는 어떻게 떠올리게 됐나요?
카타야마: 현실에서 벌어진 사건을 모티브로 여러 가질 생각하고, 작품 속에 집어넣었습니다. 사건들을 모아두는 걸 좋아하거든요.
Q: 실종의 무대인 오사카 시 니시나리 구는, 오사카 출신 감독으로서 아무래도 친숙한 땅이었겠죠?
카타야마: 어릴 때 부모님이 “그 동네는 가지 마”라고 자주 얘기하셨어요. 하지만 가지 말라고 하면 더 가게 되잖아요. (웃음) 고등학생 때 선배가 차로 데리고 가줬어요. 차창 밖으로 보니 엄청 위험해 보이는 사람들이 잔뜩 있었죠. 재밌는 거리였고, 언젠가 그 분위기를 영화로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Q: 피사체로서 니시나리를 어떻게 찍으려 했나요?
카타야마: 최근에는 행정적 손길이 닿은 덕분에, 현재 니시나리는 옛날만큼 ‘나쁜 장소’는 아니게 됐죠. 거리의 사람들이 촬영에 협조적이었고, ‘니시나리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줄 촬영은 하지 말았으면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빈민가처럼 그리는 대신, 어디까지나 등장인물의 배경으로서 담았죠.
<실종>에는 삼각공원(하기노챠야미나미 공원)에서 사람들에게 공짜 식사를 제공하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거기선 실제로 그렇게 식사를 제공하고 있고, 그곳 사람들이 카레를 받기 위해 줄을 서기 전에 촬영했어요. 지금 현재 니시나리의 모습을 포착한 좋은 샷이라고 생각합니다.
Q: <벼랑 끝의 남매>에서도 풍경의 아름다움을 공들여서 찍었다는 인상이 강했는데요, <실종>에서 꼭 영상으로 담고 싶다고 생각한 풍경이 있었나요?
카타야마: 장례식에서 돌아오는 장면이 나오는데, 오사카의 골목은 직진으로 쭉 이어져 있고, 실제 비도 리얼하게 내려서, 아주 좋은 컷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Q: 앞으로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다, 혹은 어떤 활동을 하고 싶다, 라는 목표가 있나요?
카타야마: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관객이 들 만한 영화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 모색하고 있죠. 한국은 상업성과 작가성이 잘 융합된 영화가 많죠. 일본에서도 늘어났으면 좋겠고, 제 영화가 그 선두가 된다면 좋겠습니다. 다양한 세대의 분들이 <실종>을 봐주셨으면 합니다!
gol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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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튼 신경 쓰이신다면 나중에 꼭 보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