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무 시사)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리뷰
와. 아직도 여운이 가시지 않네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어쨌든 리뷰를 시작해 봅니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황금기.
최근 영화 <메리 포핀스 리턴즈>가 3억3천만 달러 정도의 대흥행을 기록한 것에 반해, <캣츠>가 혹평 세례를 받으며 브로드웨이 뮤지컬 영화가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웠습니다. 이러한 이면에는 무려 60년이 넘도록 브로드웨이의 황금기를 구가했던 영화에 대한 향수와 더불어 새로운 경지로 수익을 넓히려는 여러 의도가 맞닿아 있을 겁니다.
다른 여담으로 덕후 중에 뮤지컬 덕후는 집안 기둥 뿌리까지 들어 먹는다는 말마저 돕니다. 배우의 퇴근길을 챙겨주는 팬들의 모습 등은 낯선 이들에게는 상당히 이질적인 풍경으로 다가옵니다만 그만큼 중독성이 강하다고도 하겠습니다.
이러한 뮤지컬의 황금기에 제작되었던 작품이 이름만 들어도 익히 알 만한 <오클라호마>, <아가씨와 건달들>, <왕과 나>, <마이 페어 레이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사운드 오브 뮤직>, <지붕 위의 바이올린>, <맨 오브 라만차> 등입니다. 굵직한 성과를 남긴 이 작품들은 <맨 오브 라만차>정도를 마지막으로 브로드웨이 뮤지컬 황금기가 끝났음을 알립니다.
다만 이러한 황금기를 발판 삼아 앞서 언급했던 작품들의 OSMU를 통한 여러 시도가 상업과 예술이라는 측면에서 성공과 실패를 지난하게 반목해 왔음은 익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여담입니다만 최근 화제였던 스파이더맨 역시 10여 년쯤 전에 뮤지컬로 만들어졌습니다. 아마 세트장이 무너지며 큰 사고가 났던 기억이 스칩니다.
<메리 포핀스>의 경우는 소설을 원작으로 뮤지컬 영화가 만들어진 사례입니다. <사랑은 비를 타고> 역시 원작이 영화입니다.
아마도 1940년대 즈음에서 1960년대 정도까지, 브로드웨이 황금기로 일컬어지는 이 시기가 미국의 부흥과 함께 뮤지컬이 활황하고, 또한 뮤지컬 영화 역시 활황했던 시기라 하겠습니다.(TMI이겠습니다만 그보다 십여 년 이른 시기, 미국의 대공황을 극복할 영웅을 기린 코믹스로 <슈퍼맨>이 등장했음은 반대적인 측면에서 유명한 사례이기도 하네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1957년 초연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1961년 영화화되었습니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이러한 브로드웨이 활황기에서 또다른 전화점의 하나로 평가합니다. 드라마보다 음악, 탭댄스와 재즈로 대표할 춤과 노래, 그리고 객석을 떠들썩하게 만들 코미디 위주였던 뮤지컬을 "온연한 형태의 플롯을 가진 이야기에 음악을 넣는" 뮤지컬로 탈바꿈시킨 작품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사회 문제를 기반해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각색했으며, 그간 주를 이루었던 유쾌한 가족 이야기 형태의 해피엔딩이 아닌 치열하고 피 터지는 폭력마저 가미한 차별성으로 엔딩을 맞습니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한마디로 제가 표현한다면, "눈과 귀의 무한 호강"입니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번스타인의 음악과 맞물려 뮤지컬이 주는 극한의 쾌감을 선물하는 작품이라 하겠습니다. 특히 1961년 작 영화의 도입부는 <라라랜드>의 도입부와 견주어도 절대 꿀리지 않을 영화사의 명장면입니다.
할리우드의 리메이크 공식을 깨다
"시퀄은 20년을 마지막 기점으로, 리부트나 리메이크는 30년을 기점으로." 같은 내용으로 세계를 돌며 할리우드 작가들이 작법을 가르칩니다. 여기에 기반하는 사례는 주로 <스타워즈>입니다. 영화진흥위원회 등에서 주최한 할리우드 작가 초청 강연에서도 여러 번 다루어졌던 바이지만 이러한 공공연한 이야기를 뒤집으면, 30년이 넘어버린 작품의 리메이크나 리부트는 딱히 상업성이 없다는 말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별 것 아닌 듯하지만 30년이라는 단어에는 "세대"라는 말이 숨어 있습니다. 그러한 까닭에 한 세대를 건너뛴 리메이크는 그만큼 화제성이 사라진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할리우드의 시나리오 작법을 가뿐히 무시하기라도 하겠다는 듯 나타나 히트를 쳤던 작품이 <메리 포핀스 리턴즈>였습니다. 1964년작인 <메리 포핀스>의 시퀄 성공은 여러 분석가나 평론가를 혼란하게 만들었습니다. 일반화시키기는 어렵겠으나, 동심에 기반한 새로운 향수의 자극은 세대를 건너뛰어도 성공할 수 있다는 작은 사례로 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무려 50년 만에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에 의해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재탄생했습니다. 이 영화가 성공한다면 할리우드 리메이크의 공식을 깨는 사례가 뮤지컬 영화에서 또 하나 생겨난다 하겠습니다.
마스터피스 스티븐 스필버그
스티븐 스필버그와 시대를 같이 한 관객에게는 익숙한 이야기이겠지만, 한때 대한민국에서도 스티븐 스필버그 이름만 달아도 흥행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위에 보이는 <구니스>만 해도 <슈퍼맨>을 만든 리차드 도너가 감독한 영화입니다만, 스필버그의 이름이 걸렸습니다. <죠스>, <레이더스>, <ET>의 연이은 성공과 인지도 덕이겠지만 스필버그가 참여하기만 해도 한국에서는 "스필버그"라는 이름을 달아 광고를 했습니다. "스필버그 사단" 같은 말로 라디오나 TV 광고를 한 사례도 한둘이 아니었을 겁니다.
이러한 명성이 과장되지 않았던 것이, 스티븐 스필버그는 누구나 알 만한 영화를 통해 가장 쉽고 대중적으로 영화적 격변을 만들어 갔습니다. 지금도 우스갯소리로 회자되는 <영구와 공룡 쭈쭈>를 심형래가 만들던 시절에 개봉된 <쥬라기 공원>의 비주얼 쇼크는 가히 혁명이었습니다. 블록버스터라는 단어를 사용하게 했던 영화 <죠스>, 전쟁 영화의 변곡점 하나를 만든 <라이언 일병 구하기>, 게임과 애니 덕후를 열광시켰던 <레디 플레이어 원> 등 극 메가폰을 잡거나 참여한 영화는 하나같이 할리우드에서 굵직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냈습니다. 현존하는 할리우드 최고의 마스터피스 중 한 명인 스필버그!
그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만들었습니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스티븐 스필버그
서부 변두리 아이들의 반항과 사랑, 폭력과 대립, 화해와 용서를 담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스필버그의 손을 거쳐 어떻게 탄생했을까요? 익히 기사를 통해 알려진 대로 스필버그의 첫 리메이크 뮤지컬 영화입니다.
<베이비 드라이버>로 한국에도 꽤 많은 팬을 거느린 안셀 엘고트나 <앤트맨>에 등장한 코리 스톨 정도를 제외하면 일반적인 관객이 아는 배우는 드물 거라 생각됩니다. 물론 반전처럼 한 배우가 자리하고 있기는 합니다. 바로 1961년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서 아니타 역으로 분했고, 이번에는 (닥을 대신하는)발렌티나로 분한 리타 모레노입니다.
이제부터 영화에 들어가 봅니다.
질감까지 만들어내다
영화를 처음 본 순간 놀란 것은 영화의 질감입니다. 최근 극장 대부분이 2K상영인 것을 감안하면 잠시 눈을 의심하는 질감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이내 깨닫게 됩니다.
마스터피스 스필버그의 의도를!
스필버그는 "1950년대 서부 외곽 지역 '링컨 스퀘어'"를 보여주기 위해, 당시의 영상 질감, 색감, 그리고 배우의 옷 차림, 헤어스타일 등 그 모든 것을 통제하고 정확히 영상으로 구현했습니다.
도입부 장면과 넘버인 "아메리카" 장면 등에서는 거장이 미쟝센에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를 단번에 일깨웁니다. 싱어롱 상영이었다면 저는 분명 일어나 손뼉치고 즐어워했을 겁니다.
배우의 춤, 동선, 노래, 조명, 구도 등 구성이 모여 하나의 컷으로 만들어지고 이것이 엮여 씬으로 구현한 하나하나가 놀라울 따름입니다. 보는 내내 눈이 휘둥그레집니다. 계산되지 않은 것이 없고, 그러한 가운데에서 원작을 정확히 이해하고 넘어선 거장의 연출이 빛납니다.
원작에 대한 존중과 경배
스필버그는 어린 시절부터 이 영화를 꼭 만들고 싶었다는 인터뷰를 했습니다. 그만큼 그의 마음에 자리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강렬했다는 뜻이겠지요. 반면 전 세계인 누구라도 스필버그가 그 어떻게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연출한다고 해도, 비난할 이는 없을 겁니다. 그가 해왔던 업적이 이를 대변하니까요. 그런데, 아니 그럼에도 스필버그는 원작을 손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원작에 충실하고, 이 원작을 뮤지컬에서 더욱 영화적으로 돋보이도록 만들었을 뿐 소위 말하는 "재해석"을 하지 않았습니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얼마나 원작에 대해 존중하고 경배했는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완성도를 더욱 높여 춤과 노래를 보여주고, 이를 영화적인 구도와 구조, 조명과 여러 기술로 퍼펙트한 장면으로 구현해 내었습니다.
묵직하게 건드리는 미국의 사회 문제
영화 속에서는 푸에르토리코 집단(샤크 파)과 폴란드계 집단(샤크 파)이 재개발 구역인 "링컨스퀘어"를 중심으로 대립하고 반목하는 모습을 다룹니다.
여기서 짚어보게 됩니다. 왜 스필버그는 30년 전에도 만들 수 있었고, 20년 전에도 만들 수 있었던 영화를 지금에야 꺼낸 것일까?
이는 현재의 미국 상황과 맞닿아 있습니다. 극단으로 치달은 정치 대립과 그 사이에서 날을 세운 사람들, 코로나 이후 우후죽순 퍼져나가는 아시아 인에 대한 혐오 등. 특히 대통령이었던 트럼프로 인해 불거진 이민 정책이나 여러 차별, 그와 대립하는 문화 예술인들의 잡음은 하루이틀이 아니었습니다. 발렌티나의 역할이 돋보이던 이유 역시 여러 가지로 해석이 가능할 겁니다.
죽음도 불사하는 화합,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필요한 메시지를 보내는 적기라고 판단한 때문은 아니었을까!
환상적인 캐스팅의 열연
안셀 엘고트와 레이첼 지글러로 대표할 토니와 마리아의 소위 로미오와 줄리엣 연기는 환상적이었습니다. 두 사람이 함께 부르는 "Tonight"은 너무 다정해서 질투가 날 정도였습니다. 여기에 더해, 리프 역을 맡았던 마이크 파이스트는 정말 1950년대를 살다가 온 듯한 모습으로 열연합니다. 아니타로 분한 아리아나 데보스는 사랑에 한없이 연약하면서도 강인한 모습으로 동정을 일으켰고, 리타 모레노가 분한 발렌티나는 마지막까지 두 세력의 화합을 위해 힘쓰는 어른의 모습으로 영화 전반을 지휘했습니다.
치기 어린 사랑은 그만큼 많은 파국을 몰고 올 따름이지만, 이를 통해 화합으로 치닫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몇몇 관객이 흐느끼는 소리도 들려오더군요. 그만큼 몰입하고 동화되어 관람했다는 뜻이겠지요.
걸작! 걸작!! 걸작!!!
작년 한해를 통틀어 제게 가장 큰 감명을 준 영화를 꼽으라면 <노 매드 랜드>였습니다. 인구에 엄청나게 회자되지는 않을지라도 오롯이 영화가 가진 드라마의 힘을 보여준 명작이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나타났습니다. 엔딩타이틀이 모두 끝났을 때 저는 박수를 쳤습니다. 경배와 찬사였습니다.
아마도 제 생애에 두 번 보기 힘든 걸작이 아니었을까.
영화적 성취도, 장면적 완성도, 배우의 이해도, 영화적 전달력 등 어느 하나 흠잡을 데 없었습니다. 러닝타임이 무려 156분이었습니다만 저는 제가 어디서 숨을 쉬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푹 빠져서 보았습니다. 보는 내내 황홀했고, 1950년 서부 변두리에 위치한 "링컨스퀘어"에 다녀왔으며 발렌티나가 흘리는 눈물의 의미와 아이들에 대한 비난마저 이해하고 동정했습니다.
2022년 아카데미를 몰빵해 준다고 해도 고개 끄덕일 단 하나의 작품!
그저 걸작! 걸작!! 걸작!!!
마스터피스 스필버그가 1950년대 브로드웨이 황금기에 바친 위대한 헌사!
종합 예술을 직접 경험하고 싶다면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한편으로!!!
영화를 사랑하고 영화로 행복해 하는 이유를 증명해준 작품이었습니다. 영화가 끝나자 마자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또 보고 싶다! 물론 영화의 감상은 개인에 따라 다르므로 절대적일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완성도와 성취도는 그 어떤 영화도 따라올 수 없는 경지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에 대한 존중과 헌사, 그리고 이를 50년이 지난 현재로 가져와, 미래에 함께 할 관객에게 주는 감동! 그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을 겁니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바로 그러한 영화가 주는 감동을 고스란히 전해준 걸작이었습니다.
추천인 15
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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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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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일 마치고 좀 시간이 나서, 쓴 겁니다. 칭찬 감사해요.
벌써 밤이 깊어가네요. 오늘도 마무리 잘하시고 내일 또 익무에서 뵈어요!!!
내일 또 익무에서 뵙겠습니다!!!
감기 조심하세요. 저 감기 몸살 와 가지고 연말부터 어제까지도 몽롱하게 살았답니다.
소설가님도 이 추운 시기, 남은시간
만큼은 따듯하게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영화를 보신 감정이 그대로 느껴지는 글입니다 +_+
넘 잘 읽었습니다~!!!
늘 익무에서 너무 많은 것을 받아요. 그래서 행복합니다.
밤이 깊어가는데 잘 쉬시고 내일도 익무에서 뵐게요!!!
오프닝에서부터 좀 놀랐습니다.
요즘 작품이 아니라 1960년대 느낌이 나도록 만들었더군요.
엔딩까지 딱 그 시절의 감성으로 마무리지어서 감탄했습니다. 요즘에는 블록버스터영화에서 보기 힘든 결말이죠.
다만 고전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들은 좋아할 수는 있어도 그렇지않은 관객들이 보면 좀 갸우뚱할 것 같습니다.
정말 멋진 소개, 리뷰 감사합니다.
요즘 신세대들은 잘 모를 거예요. 8~90년대 스필버그란 이름의 무게감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요즘 잘나가는 감독들 다 합쳐도 당시 위상엔 못 덤빌 것 같은데...^^
말씀처럼 스필버그의 위상과 무게감을 어떻게 설명하겠습니까!!!
영화 정말 잘 봤습니다!!!
메리 포핀스 리턴스...
저는 정말 좋았는데,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20만명 살짝 넘어서 흥행 실패애...ㅠㅠ
안타까웠었는데, 이번엔 이 작품 사람들이 많이 봐줬으면 좋겠네요.
생각보다 뮤지컬 영화가 흥행이 잘 안되어서 걱정됩니다.
전 개봉하면 엄빠랑 같이 보러 가려구요.
저도 오늘 개봉일에 예매하려다가 시간이 좀 안 맞아서. 이왕이면 사운드 좋은 데서 보십시오!!!
전 동네에 제발 리클라이너 관 좀 생겼으면 좋겠어요.ㅠㅠ
부모님이 저번에도 오래 앉아있었더니 힘드네 하시더라구요...
설마 이 리뷰인가요???? 너무나 정성가득 웰메이드 리뷰인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