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칸토] 아부엘라의 능력은 뭘까요? (스포)

처음에 볼 때는 모든 갈등이 이렇게 쉽고 성급하게 치유될 수 있는 거였다면 왜 그랬어?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결말이 성급했던터라 별로였는데 다시 보면서 정리하니 이 영화의 메시지가 조금이나마 느껴지는 거 같습니다.
영화는 [겨울왕국]과 모든 면에서 대척점에 있습니다. 추운 북유럽을 모티브로 한 도시 국가와 마법이 살아있는 땅이지만 배척 당하고 숨겨야 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시대에 유일한 능력자가 스스로를 구원하고 왕국을 구하는 이야기와
따뜻한 남미를 모티브로 한 작은 마을, 마법은 공동체의 것이라며 봉사하기를 당연하게 요구하고, 그 기적을 갖고 있는 혈족, 그 중에서 유일한 무능력자가 타인을 용서하여 가족을 구하는 이야기
특징들은 반대되지만 둘을 자책감에 빠트린 것이 능력을 가둬야 한다 말한 부모, 능력이 없으면 가만히 있어달라는 할머니처럼 가까운 친족이었다는 점, 결국 능력의 유무보다 담대한 용기와 사랑이 공동체를 구하게 되는 영웅서사라는 점에서 일맥상통합니다.
그나저나, 이 마드리갈의 가주 아부엘라의 능력은 뭘까요? 가족을 소개하는 노래에서도 '우리 할머니, 기적을 발견했지' 정도로만 나오고 다른 가족들처럼 어떤 능력을 갖고 있는지 명확하게 말하지 않습니다.
그가 들고 있던 촛불이 카시타를 유지하는 힘과 가족들이 받는 기적의 원천이 되었다는 점에서 분명 미라벨같은 무능력자는 아니고
그 촛불을 유지하는 거 자체가 능력이라면, 처음부터 기적을 위협하는 건 아부엘라 알마 마드리갈 그 자신의 기적을 향한 집착과 가족에 대한 불신 아닌가요?
처음에 엔칸토가 마음에 안 들었던 건 자식, 손주들이 어릴 때부터 기적에 대한 집착으로 아이들을 정서학대한 할머니와 마을 사람들이 노래 한 곡으로 퉁치고 없던 일로 만드는 게 너무 어이없어서였습니다.
할머니의 집착도 이해할 만은 합니다. 아마도 콜롬비아의 내전을 직접 경험했을 것으로 추측되는 그의 과거사와, 폐쇄된 공동체 안에서 "날씨를 조절해 농사에 영향을 미치고 한계없난 치유의 힘"같은 것들이 얼마나 소중했겠어요. (그런거치고 마을 사람들은 마드리갈 가족을 얼마나 의지하고 믿었던건지-뭐 미라벨이 없다고 그 자식도 능력이 없겠느냐 생각했을지도- 무능력자지만 야 너도 마드리갈이잖아! 슬퍼도 힘내라! 하는 태도인 것도 신기) 그런데 능력이 없다고 애를 그렇게 쓸모없는 취급을 하고 넌 기대받을 자격이 없기 때문에 기대하지 않는다는게 얼마나 폭력적인지도 인지하지 못한테 수십년간 남에게만 책임을 전가해오다가 '사실 내가 너무 힘들었고, 그럴 수 밖에 없었다, 미안하다' 한 곡으로 봉합해버리는 게 너무 부당하게 느껴졌어요. 결국 가족들에게 사과는 부르노만 했고 마지막엔 미라벨에게 눈을 떠보라 하는 것도 할머니였죠. (본인의 눈을 뜨게 해 준 게 미라벨인데? 가족들 앞에서 사과와 감사 인사는 하셨어요?) 부르노 말처럼 나도 뭘 중요한 걸 더 놓쳤나? 싶은. 그런 환경 속에서도 밝고 포용력있게 큰 미라벨이 너무 대견했습니다(할머니가 그런 와중에도 사랑을 퍼부어준 부모 덕분인지).
사실 이 미라벨의 용기야말로 가장 큰 기적일지도요. 사소한 질투심은 있을지언정 가족 모두를 사랑하고 그들의 불안감을 이해하며 자기에게 능력을 허락하지 않는 기적과 카시타를 원망하지 않으니까요. 이 영화는 가족 모두가 자기처럼 공평하게 무능력자가 될 수 있는데도 그들을 위해서 기적을 되찾아주려는 이야기이고, 이게 가능하기에 그가 이 이야기의 영웅일 수 있는거겠죠.
자막판에 이어 더빙판을 봤었는데 왜 자막판을 먼저 보라고 하신 건지 시작하자마자 알았습니다. 진짜 무슨 말을 하는지 노래의 반쯤은 못 알아듣겠어요. 특정 캐릭터만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다. 발음을 너무 꼭꼭 씹어가며 하려다보니 오히려 어색하고 틀린 발음이 되어 반주에 뭉개지거나 안 들리기도 하고 '나 연기한다!!'같은 느낌도 들었습니다.
함연지 배우는 워낙 혹평이라 말을 더 얹고 싶지 않지만... 일단 음역대가 너무 안 맞는 거 같아요. 쾌활한 말괄량이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던건지 평소보다 톤을 낮춰서 쓰던데 (유튜브가 평소보다 높은 거일지도 모르지만) 노래의 음역대마저 그러니 그나마 장점인 맑은 톤은 선보이지도 못 하고 목졸린(말 그대로 성대를 조여낸) 텁텁한 소리가 나옵니다.
연기는 뭐, 공식 영상으로 미리 봤을 때의 처참함 보다는 그나마 애니메이션과 함께 하니 참아줄만 합니다. 좋다는 건 아니에요.
톤을 바꾼 좋은 예가 루이사인데 캐릭터에 맞춰 대사와 노래 톤을 다 맞추고 가성 등에서 원래의 톤이 나올 때와 크게 어색함없이 체인지가 됩니다. 함연지 배우님은 본인 목소리를 체인지 하는 거 자체가 안 되는 거 같은데 이건 재능의 영역인지라 (목소리 유튜버 임한올씨 영상 보면 목소리를 자유자재로 바꾸면서 그 톤으로 자연스럽게 노래하고 연기하는게 어떤 경지인지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어차피 자막판에서도 딱히 목소리와 캐디가 맞는다는 느낌이 없었어서 차라리 본인의 톤을 살리는 게 나았을 거 같아요. 그 억눌린 톤으로 추임새 넣을 때 특히 이상하게 들려요.
+
단편 영화는 좀 심심했어서 단편 상영 끝나고 입장했더니 예매가 안 된 제 주변 좌석에 다 애들 데리고 앉아계시던데 아이가 부모의 행동을 따라하며 성장한다는 내용을 담은 단편을 무슨 생각으로 보셨을지 참 궁금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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