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 스포] 넷플릭스 '더 스트롱홀드' 초간단 리뷰
1. 넷플릭스에 올라온 프랑스 액션영화 중 '라 테르', '사라진 탄환', '카이드' 등을 본 적이 있다. 아기자기한 재미도 있었지만 굳이 귀한 시간 내서 챙겨볼 영화는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넷플릭스가 아니어도 프랑스 액션영화들은 귀여운 구석이 있었다. 뤽 베송의 '레옹'과 '니키타'로 문을 열고 '택시' 시리즈로 만개한 프랑스 액션영화는 '트랜스포터'와 '테이큰' 등으로 글로벌화됐다. 프랑스 특유의 익스트림 스포츠인 파쿠르를 내세운 액션영화들도 소소한 재미가 있다. 주로 미국의 액션영화들이 힘과 화약으로 밀어붙이고 영국의 액션영화들이 수트빨 세울 때 프랑스 액션영화는 속도로 밀어붙였다. 그래서 프랑스 액션영화는 속도가 살면 재미있는데 속도가 죽어버리면 엉망진창이 된다.
2. '더 스트롱홀드'는 볼 계획이 있는 영화는 아니었다. 순전히 넷플릭스 글로벌 순위를 보다가 영화부문 1위를 차지하고 있길래 "이건 뭐지?"라며 봤다. 시작하자마자 '실화에 기반하고 있다'는 자막에 당황했다. 내가 알던 프랑스 액션영화들과 결이 다른건지 궁금해졌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영화는 소소한 추격장면과 액션장면이 등장하지만 액션영화는 아니다. 게다가 흔히 아는 장르영화와도 다른 낯선 전개가 펼쳐진다. '더 스트롱홀드'는 꽤 개성이 강한 실화 기반 프랑스 영화다.
3. '더 스트롱홀드'는 프랑스 마르세유 북부 경찰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들은 시작부터 소소한 사건들을 해결하며 실적을 올린다. 이들에게는 독특한 룰이 있다. 공영주택에 머무는 마약조직은 건드리지 않는 것이다. 마약조직이 꽤 성행한 듯 보이지만 경찰은 이들을 손도 쓰지 못하고 있다. 경찰로서는 꽤 자존심 상할 일이다. 어느 날 온라인에 마약 조직의 선을 넘어버린 폭력 영상이 올라오고 지자체장이 크게 분노한다. 그에게 잘 보이기 위해 경찰은 마약조직을 검거할 전략을 세우게 된다. 그렉(길레스 를르슈)의 팀은 정보원을 확보하고 정보를 캐내려 하지만 경찰의 지원이 녹록치 않아 어려움을 겪는다. 결국 그렉의 팀은 편법으로 정보원에게 정보를 얻어내지만 이것이 화근이 돼 문제가 생긴다. 그 문제는 경찰 뱃지의 운명을 걸어야 하는 수준이다.
4. '더 스트롱홀드'의 경찰은 꽤 답답한 수준이다. 이는 라쥬 리의 '레미제라블'에서도 드러난다. 프랑스에서 시민의 인권이 어떻게 대접받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경찰이 범인을 검거하는데 신경 쓸 일이 많은 것은 확실한 모양이다. 그에 반해 시민은 자신의 권리를 무자비하게 내세우는 편이다. 공영주택의 범죄자들(유사시에 '시민의 권리'를 내세우며 땡깡부릴 사람들)은 경찰의 총구에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심지어 어린 아이조차 경찰에게 욕을 하며 대든다(촉법소년?). '더 스트롱홀드'에서는 이 같은 폐해가 공권력에 힘을 부여해주지 않은 제도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렉의 팀원인 앙트완(프랑소와 시빌)이 정보원 아멜(켄자 포르타스)에게 정보를 캐는 과정을 보자. 미국영화나 한국영화였다면 참고인으로 소환해 정보를 캐내고 구금(보호조치)했을 것이다(영화라면 범죄조직이 보호조치한 경찰서를 공격할 것이다). 그런데 이 영화 속 경찰은 정보를 캐기 위해 오랫동안 쩔절맨다.
5. 그리고 다른 나라였다면 공영주택 같은 위험한 범죄소굴이 형성되게 내버려두지도 않았을 것이며 그런 위험한 곳에 진입한다면 경찰특공대라도 진입했을 것이다. 영화나 드라마만 가지고 해당 국가의 치안을 정의내릴 순 없지만 최근 본 몇 개의 프랑스 영화('더 스트롱홀드', '레미제라블', '카이드')를 떠올려보면 프랑스의 치안은 브라질이나 인도네시아보다 못한 수준인 것 같다(실제로는 다를 수 있다). 어쩌면 '더 스트롱홀드'가 이런 실화를 영화화한 것은 프랑스의 치안이 이 모양이라는 걸 알리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나중에 그렉의 팀에게 문제가 되는 것도 정보원의 정보를 캐내는 과정에서다. 이 과정 때문에 그렉의 팀은 감옥에 가게 된다. 그들은 최소 5년 이상의 형을 받을 수 있다. 이 과정 역시 공권력의 나약함을 지적하고 있다. 그들이 얼마나 바보같이 수사하고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는지 보여주고 그동안 범죄자들은 얼마나 힘을 키웠는지 보여준다.
6. '프랑스의 나약한 공권력을 지적하겠다'는 의도가 명확한 탓에 이 영화는 드라마에 극적 효과를 주지 않는다. 마약조직을 소탕하는 장면, 그 이후에 진짜 클라이막스로 향하는 장면은 극적이지만 영화 전체의 중심에 머물지 않는다. 사실상 이 영화는 중심이 없는 영화다. 사건을 흐름에 따라 나열하지만 작은 흐름 각자에 힘을 주고 있을 뿐 영화 전체를 아우르는 중심은 없다. 이런 전개는 영화를 다 봤을 때 "이 영화는 뭘까?"라는 고민을 하게 한다. 큰 중심에 매몰돼 영화의 본질을 흐리지 않게 하고 영화의 모티브가 된 실제 사건이 남긴 것을 고민하게 만든다. 이는 꽤 지능적인 연출이다.
7. 결론: 프랑스와 멀리 떨어져있고 치안이 그럭저럭 괜찮은 한국에 살면서 프랑스의 치안을 걱정해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 장담할 순 없지만 여행에 크게 관심이 없어서 프랑스에 갈 일도, 갈 계획도 없다. 게다가 프랑스도 사람 사는 곳이고 그럭저럭 잘 사는 것 보면 영화보다 치안이 나쁘지 않은 모양이다. 어쨌든 영화는 재미있다. 소소한 전개는 생각보다 늘어지지 않고 예상치 못한 후반부는 영화를 끝까지 보게 만든다. 이렇다 할 카타르시스는 없지만 사회부 뉴스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같은 재미를 주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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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롭겠네요. 한번 봐야겠습니다.
다인종들이 섞인 나라는 충돌이 불가피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