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남색대문] 여름이 지나가고, 우리는 어떻게 변할까?

이 리뷰는 영화보고 읽어주셨으면 좋겠어요. :)
여름을 좋아하시나요?
학창시절 저는 여름을 무척이나 좋아했습니다.
여름에 태어난 여름아이이기도 하고, 여름의 시작은 방학과 휴식의 시간이었지요.
여름하면 떠오르는 바다와 푸르름을 사랑했습니다.
청춘은 왜 여름을 상징할까요?
빛나고 푸르지만, 그 누구도 그 시절이 그렇게 빨리 지나갈지 몰라요.
청춘일 당시엔 자신이 빛나는지,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지 못합니다.
너무 덥고 무더워서, 빨리 지나갔으면 하지만,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어느순간 가을이라는 계절로 빠르게 넘어가요.
여름은 어쩌면, 가을로 지나가기 위한 관문의 계절이기도 새학기의 시작을 앞둔 계절이기도 합니다.
여름에서 가을 새학기로 넘어가는 순간, 늘 좀 더 다른 사람이 되어야 겠다고 다짐하곤 했습니다.
대만 청춘영화의 마스터 피스라는 문구를 보면서, 그동안 꾸준히 봐왔던 대만 로맨스 영화들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러나, 예상과 달리 뭔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던 영화였습니다.
지금까지 쭉봐온 대만청춘, 혹은 로맨스 영화들과는 뭔가 다른 지점들이 있었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일본 + 홍콩 + 대만 감성이 골고루 섞인 느낌이었고, 그때 그 시절로 회귀한 감성이었습니다.
영화에 더 친근감이 들었던 것은 아마도 계륜미, 진백림 두 배우의 데뷔작이었기에 풋풋하고 덜 다듬어진 것 같은 느낌,
딱 그 나이때의 고교생 느낌이어서 그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예전 고교시절을 떠올리면, 여고시절의 친구들과의 모습은 말할 수 없는 비밀의 계륜미의 모습이 아니라, 나의 여고시절에서 주인공의 변신전 모습이나 남색대문에서의 모습과 매우 유사한 느낌이었어요.
위쪽에 가까웠던 저의 여고시절. 솔직히 호르몬 왕성하고, 엄청 먹어대는데 아래와 같은 비주얼이 가당키나 한가요?
(하지만 존재하긴 했었죠. 제가 안 그랬을 뿐, 윗 사진 멘트 정정. 생각해보니 체육복 반바지나 쫄반바지 덧입고, 담타넘고 다녔음.)
수영부의 장시하오를 좋아하는 단짝친구 리위에전.
친구의 짝사랑을 열심히 응원하면서, 친구의 고민과 푸념을 들어주는 멍커로우.
흔하디 흔한 하이틴 로맨스물로 흘러가리라 생각했던 이 영화였었습니다.
하지만, 너무나 무더웠던 여름 두 소녀 앞에 나타난 장시하오.
이 세 명간의 관계가 묘하게 겹쳐지지 않고 먹이사슬(?)처럼 이어지면서 영화는 흥미로워집니다.
친구의 짝사랑을 응원해주던 소녀, 두 소녀 앞에 나타난 짝사랑의 상대
짝사랑하는 상대에게 직접 도전하기엔 뭔가 쑥쓰러웠던 리위에전은 친구인 멍카로우에게 도와달라고 하고.
멍카로우는 중간에서 장시하오에서 사랑의 메신저 역할을 하게 되는데,
장시하오는 멍카로우에게 마음이 가게 됩니다.
영화의 감정의 흐름이 살짝 불친절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자연스럽게 따라가다보면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저는 그래서 더 집중해서 영화를 볼 수 있었던 거 같아요.
그 흐름을 추적해나가는 게 꽤 흥미진진했었거든요.
누가 보낸 러브레터를 읽는 걸까요?
서로 상대방과 눈이 완전히 마주치지 않으면서, 조심스럽게 마주치는 눈빛.
자전거 경주, 바닷가를 함께 가면서 멍카로우와 장시하오는 점차 가까워지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둘의 관계.
장시하오의 입장에서는 뭔가 알 수 없는 멍카로우의 마음.
명확하고 선명하게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던 사랑의 감정이라는 게 이렇게나 알기 힘든 것이었나 싶습니다.
자신도 모르겠는 자신의 마음.
아니, 사실 알면서도 말할 수 없는 비밀(사실 이 영화의 부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었네요.)이 되어버린 감정의 실체 앞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방황하는 청춘들의 이야기가 담겨있어요.
눈빛의 교환, 즐거운 청춘들의 한때.
행복했던 바닷가에서의 두사람.
신체의 변화, 진로의 고민, 불확실한 미래, 불확실한 감정 속에서 혼돈 속에 빠져드는 소년 소녀의 이야기인데,
참 빠져들면서 봤습니다.
여름되어서 가을되면, 시간이 지나 어른이 되면 모든 게 선명해질까요?
아마도, 이 시기를 지나친 누구라도 알 수 있을 꺼예요.
선명해지는 건 없고, 삶이나 인생은 방황과 불확실함의 연속이라는 걸,
주인공들의 상황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걸.
그럼에도 타인의 감정이나 미래는 선명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자신의 감정이나 미래를 선명하게 알 수 없을 뿐.
당당하게 자신을 어필하고, 감정을 표현했던 장시하오
진백림과 계륜미는 데뷔작답게 풋풋하고 덜 다듬어진 싱그러움을 한껏 머금은 모습을 스크린에서 뽐냅니다.
사실 뽐내지 않아도 빛이 나는 두 사람이었습니다. (스크린으로 눈호강 맘껏 하세요!!)
특히 좋아하는 소녀에게 "전갈자리, 수영부, 나는 괜찮은 사람이야."라면서 맘껏 자신을 통성명하고, 속마음을 확실히 알려주지 않는 상대에게 반복해서 감정을 물어보고, 꾸준하게 자신을 어필하는 장시하오의 모습을 보면서 그 언젠가 저를 스쳐갔었던 사람들이 떠올랐습니다.
당시에는 모르고 지나가고 나서야 선명하게 잡히는 감정들이 보일 때가 있습니다.
그런 순간들이 있었다면, 이 영화를 더 재미나게 보실 수 있을 꺼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영화 속에서 인상적이었던 장면들
장시하오의 얼굴을 프린트한 가면을 쓴 멍카로우가 리위에전과 함께 춤추는 장면.
장시하오와 멍카로우가 전교생이 보는 앞에서 함께 편지를 신발로 떼내는 장면. 묘하게 겹치는 부분이 있어요.
주무시는 엄마와 함께 나누는 대화 내용을 들으면서 콜바넴의 부자간의 대화가 슬쩍 떠올랐고, 엄마가 눈물 흘리는 장면
벽에 멍카로우와 장시하오가 쓴 문장들. 처음에 화양연화같은 느낌의 자기 고백일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이 영화 보면서 떠오른 강경옥 선생님의 두 작품.
<17세의 나레이션>, <스타가 되고 싶어> 안 읽어보신 분들께 강추합니다.
아마도 이 작품 보신 분들이라면 남색대문을 정말 재미나게 감상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엔딩 크래딧과 함께 흐르는 곡 Frente! - Accidentally Kelly Street
가사가 영화의 주제를 함축하고 있어서 더 좋아요.
강스포일러에 가까운 영상이니, 영화를 감상하시고 여운을 남기기 위해서 보시길 바랍니다. :)
언론시사회 당시 버스 감차, 열차 지연으로 지각해서 본 영화라 앞부분을 조금 놓쳤고, A열에서 감상했지만 몰입해서 본 영화였습니다.
쥬쥬짱
추천인 5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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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이라는 단어를 정말 잘 활용한 영화였습니다.
대만 청춘물 보면 정말 그렇죠. 나의 소녀시대에는 정말 감정 이입해서 봤었던 기분이.ㅋㅋㅋ
(담 타넘어서, 학교 탈출해서 만화책 열심히 읽으면서 라면이나 떡볶이 먹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글 잘봤습니다. 거의 20년 지나 개봉할만 하군요.


영화를 보니 장시하오를 좋아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새록새록 되새김질 중입니다
엄치척 👍

마지막 영상이 저는 기억에 각인되더라구요.:)
계륜미 배우가 딱 그 나이에 맞는 역할을 맡아서인지 풋풋함이 더 살아났던 영화인 거 같습니다. 여름 하면 자연스럽게 청춘이라는 단어가 연상되는 걸 너무 잘 활용한 영화였다고나 할까요...
대만청춘물을 보고 나면 항상 학창시절을 되돌아보게 되는 것 같아요. 영화처럼 극적인 기억은 없지만 왠지 기분이 몽글몽글해진달까요ㅎㅎ 후기 잘 읽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