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본 6.25 영화 7편 - Best to Worst
오늘은 6.25 전쟁 발발 71주년 되는 날입니다.
이미 수위아저씨께서 깔끔하게 정리한 글을 쓰셨지만, 저도 뒤이어서 짧게나마 적어봅니다 ㅎㅎ
전쟁 배경이 짧게 나오고 지나가는 경우는 뺐고, 영화의 주된 소재나 배경이 한국전쟁인 작품들만 포함시켰습니다. 그 외에 리스트에 없는건 제가 안 본 영화들일 거예요.
1위. 고지전 (2011)
'전쟁의 허망함'이란 주제의식이 몹시 선명하고 강렬하게 드러나는 작품입니다. 시원하게 울고 난 뒤의 후련함이나 호국 영령에 대한 감사와 추모의 마음 대신, 찝찝한 회의감과 짙은 슬픔이 남는 영화구요.
어둡고 허무주의적인 내용 탓인지 흥행에 실패한 것이 못내 아쉽지만, 분명히 훌륭한 반전 영화고 제게는 한국전쟁 소재 영화들 중 확실한 최고작입니다.
2위. 태극기 휘날리며 (2004)
당대 최고 수준의 시각효과와 대규모의 스펙터클로 충격을 안겼습니다. 이후로도 대자본이 들어간 국산 전쟁영화가 몇편쯤 더 나왔지만, 아직도 스케일로 이 영화와 비견할 만한 영화는 거의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이 영화에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이란 타이틀을 안긴 것은 양 진영을 모두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균형감과 탄탄하고 감동적인 드라마였죠. 특히 막판의 강력한 신파는 오랫동안 수도꼭지 씬의 대표 격으로 회자되었습니다.
3위. 웰컴 투 동막골 (2005)
대북 관계가 짜게 식어버린 지금 와서 보면 시큰둥하거나 못마땅할 수 있는 영화지만, 남북 화합의 희망을 분명히 이야기할 수 있었던 2005년에는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당시엔 반미 감정도 심했죠ㅋㅋ)
분명히 전쟁을 소재로 깔고 반전을 이야기하고 있긴 한데, 굉장히 독특한 구성과 분위기를 장착한 영화입니다. 히사이시 조가 참여한 스코어도 그 독특한 풍미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4위. 스윙키즈 (2018)
위의 '동막골'과 비슷하게 비교적 경쾌한 분위기의 전쟁영화입니다. '탭댄스'라는 엉뚱한 소재를 과감히 극의 중심에 놓은 것이 굉장히 신선하고 유효했다고 봅니다.
하지만 소재의 흥겨움과 전쟁이란 배경의 무거움이 중반 이후 상당한 마찰을 일으키면서 위화감을 줍니다. '동막골'은 영화의 '밝음'에서 '어두움'으로의 전환이 비교적 자연스러웠는데, 이 작품은 냉온탕을 너무 급하게 오고가는 느낌에 얼떨떨했달까요...
5. 아일라 (2017)
이 작품은 익무에서도 본 분들이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네요. 한국전쟁의 주요 참전국이자 자칭 '형제의 나라'인 터키에서 제작한 작품입니다.
전쟁 중에 한 터키 병사의 손에 자란 고아 소녀 '아일라'의 실화를 소재로 만들었는데, 전쟁은 단순 배경에 가깝고 사실상 두 인물 사이의 휴먼 드라마가 중심입니다. 제가 보기엔 연출과 각본이 좀 고루하고 촌스럽게 느껴졌었는데, 실화 자체는 정말 감동적이긴 하더라구요.
6.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 (2019)
초반 상륙 작전과 고지 탈환 장면의 박력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그렇게 초반부에 모든 힘을 쏟은 영화는 각 인물들이 늘어놓은 드라마의 수렁에 빠져 허우적대다가 거짓말처럼 급하게 내리막을 타고 말았습니다.
7위. 포화 속으로 (2010)
비장미..! 그저 비장미로만 영화를 꽉꽉 채우니 질식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영화를 잘 모를 때 봤어도 이게 정말 구식이고 촌스럽다는 것은 느껴지더라구요. 후반 들어 끝없이 이어지는 신파의 행렬... 그리고 전쟁영화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홍콩 느와르식 무쌍 액션까지.
이걸 연출한 이재한 감독의 후속 장편영화가 <인천상륙작전>입니다. 제가 <포화 속으로>를 정말 재미없게 봐서 고민하다가 걸렀는데, 이것보다 더 굉장한 물건이 나왔다는 풍문이 들리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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