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지 않은 사랑을 꿈꾸다, <동사서독 리덕스>(2008) 리뷰

<동사서독 리덕스>는 왕가위 영화의 집합체다. 스타일리시한 연출과 독보적 미장센은 눈과 귀는 물론이고 감성까지 뒤흔든다. 사막의 주막에 거주하며 현상금 사냥꾼들을 고용해 암살을 사주해 중개하는 구양봉(장국영)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주막에 들리는 사람들 모두가 사랑에 상처받은 이들이다. 무협영화지만 왕가위 영화답게 애틋한 사랑을 이야기한다. 물론 무술도 있다. 양가위 스타일의. 특히 맹무살수(양조위)가 등장하는 에피소드에서 마적대와 싸우는 전투신은 예술이다.
비록 텍스트로 전달하는 방식은 여전히 불친절하지만 이미지와 정서를 덧붙여 바라보면 컨텍스트가 이해된다. 원래 왕가위 영화가 다 그렇다. 그리고 영화 속 정서의 주파수에 제대로 한번 닿기만 한다면 진공청소기처럼 쑥 빨려 들어간다. 너무 좋다. 가장 기억에 남을 수 밖에 없는 장면은 역시나 자애인(장만옥)이 나오는 장면이다. 장만옥은 왕가위가 추구하는 사랑의 정서를 가장 제대로 이해하고 표현하는 배우다. 구양봉과 이뤄지지 못한 사랑에 대한 후회와 애틋한 감정을 떨리는 눈물로 담아내는 연기는 보는 이의 가슴을 맨손으로 잡아 찢는 듯이 전달된다.
그녀의 얼굴의 미세한 떨림, 섬세한 표정 변화와 눈물을 보고 있으면 과거 애정하고 후회하고 그리워했던 사랑의 모든 기억들이 뒤섞인 채 동시에 수면 위로 떠오른다. 왕가위 영화를 보고 있으면 사랑은 이뤄지지 않을 때야 비로소 진정 아름다울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래서 아름답지 않은 사랑을 꿈꾸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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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동성서취 보고 다른 의미로 와장창😂

다만 액션신보다는 개인과 사회의 변화쪽에 초점을 맞춰서 12세 관람가가 뜬듯해요😀 비중 문제나 편집 문제로 아쉬운점도 있었지만 그럭저럭 나쁘진 않았습니다😊


이야기 구성이 불친절하지만 마지막을 보고나면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그러고보니 <동사서독 리덕스>의 이야기 전개방식이 <2046>하고 비슷해보여요.
두 작품 다 불친절한 전개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지만 제가 좋아합니다.

어제 ebs에서 한 리덕스는 기존판이 아닌 다른 자막을 쓴 거 같아 좀 다른 느낌이었네요.

(리덕스 개봉시 인터뷰 https://youtu.be/NkI9K-sS4eg )
초반에 황약사가 마적대를 물리치는 장면이 직접 나오는데 리덕스에서는 대사 한마디로 끝나죠.
그리고 마지막 엔딩에서 구양봉이 싸우는 모습만 나오지만 극장판은 구양봉과 홍칠공이 재회하는 장면이나 다른 인물들까지 나옵니다.
https://youtu.be/tezGym9ot9M
그 외에도 좀 차이가 있는데 기억력과 글솜씨의 한계로 관련 링크로 대신합니다.
https://m.blog.naver.com/studioxx/22209236676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