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더스 오브 저스티스] 각 인물들 조합을 통한 심리치유 영화 (강스포 해석후기)
예고편보고 테이큰처럼 묵직한 액션인가? 싶다가
너드들도 나오고 코미디가 녹아있는 거 같길래...
혹 노바디 같은 영환가? 하고 단단히 착각했었습니다. ㅋㅋㅋ
근데 의외로 액션물이라기 보단 운명론적? 종교적?인 시각이 은근슬쩍 내포된 트라우마 심리상담 영화였군요.
장르를 한참이나 착각했었지만 전 영화가 상당히 맘에 들었습니다. ^^
단, 액션에 대한 기대를 많이 하신다면 실망하실듯...
(마치 보이저스의 우주분량 같은? ㅋㅋ)
또한 개그감이 집중된 알고리즘 너드들과 아기돼지의 투닥거림이 전 꽤 유쾌했습니다만, 요것도 취향을 좀 탈듯 하네요.
나름 취향에 맞았던 영화라... 세가지 주제를 유추해본 강스포 후기를 적어봅니다.
[운명과 인연에 대한 종교적인 영화]
일단 영화는 쌩뚱맞게, 전혀 다른 곳에서 크리스마스 선물주려는 할아버지와 손녀 이야기로 시작해서
손녀가 크리스마스에 받은 자전거를 타고 뱅글뱅글 도는 것으로 끝납니다.
빨간 색이 아닌 파란색 자전거를 원하는 손녀와
아마도 그얘길 듣고 파란자전거를 훔친 자전거 중고판매상...
그뒤로 영화는 메인 주인공들 이야기 사이사이에 묘하게 나비효과 같은 운명론적? 시각을 끼워둡니다.
주인공 중 하나인 오토가 미래 결과를 예측하는 알고리즘에 푹 빠져있는 것도,
트라우마를 겪은 딸이 왜 이런일이 생겼는지 과거의 원인을 하나하나 거슬러 가는 것도,
종교를 믿지 않은 아빠 밑에서 자란 종교에 막 관심이 생긴 딸과
딸에게 십자가 목걸이를 걸어주는 가정부? 보다시카까지...
애초에 크리스마스 선물준비로 시작해서 크리스마스 선물로 끝나는 영화인지라,
감독이 종교적인 색채를 집어넣은 게 아닐까란 합리적인 의심이? 들긴하지만...
워낙 은근슬쩍 묻혀두었기에 무신론자에게도 이러한 시각이 딱히 불편하진 않을듯 합니다.
수학자 오토는 마르쿠스의 딸 마틸드에게 운으로는 이길 수 없는 게임, 체스를 가르쳐주는데,
본인도 알고리즘빠이면서 사고의 인과관계 알고리즘을 파헤치며 과거에 집착하는 오동통 순대에게...
개별 사건의 또다른 고구마줄기들이 있으니 이러한 원인찾기는 무의미하다며,
모든 인과관계를 다 쫒아가는 건 불가능하다고, 그런 큰그림 전체를 파악할 수 있는 존재는 없다는 듯 이야기합니다.
아마 유신론자들은 여기서 이마를 탁 치며,
그런 존재가 하나 있지!란 생각을 하겠구나 싶더란...
묘하게 이 영화는 이 사건들 뒤에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신의 섭리?가 있다는 듯한 운명론적인 늬앙스를 풍기는군요.
[사람과 사람이 만나 힐링하는 영화]
예고편과 포스터는 마치 액션?영화같아 보이지만,
개인적으로 이 영화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 각자/자신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힐링 영화란 생각입니다.
졸지에 아내/엄마를 잃은 아버지 마르쿠스와 딸 마틸드에게는 깊은 트라우마가 생겼고,
곳곳에서 심리상담사가 필요하다고 말해줍니다.
딸은 그게 꼭 필요하다 여기지만...
아버지는 이런 끔찍한 죽음이 일상화?된 직업군인인지라...
그저 꾹 참고 누른채, 지나갈(버텨야할) 일이라 여기며 점차 곪아갑니다.
동시에 그가 가진 직업병? 대로 이사태를 만든 이를 응징하는... 폭력적인 해결책에 집착하죠.
두번째 주인공 수학자 오토는 자기가 자리를 양보해준 탓에,
쥔공인 마르쿠스의 가족을 죽게 만들었다는 일종의 죄책감을 갖고있습니다.
또한 과거에 자신의 실수로 딸을 죽게 만든 죄책감과 후회로
마르쿠스-마틸드의 부녀관계에 계속 눈길이 갑니다.
1. 딸을 잃은 오토+딸만 남은 마르쿠스
오토는 마르쿠스에게 남은 딸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그리고 앞으론 딸과 소통하며 살아가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마르쿠스는 마치 모르는 척 오토의 가슴을 후벼파는군요.
네 딸(가족)이나 신경써! 였던가요?
(솔직히 넘 잔인한 말이라 순간 뜨헉!했다는...)
의외로 서로의 상처에 소금을 뿌렸는데,
이를 통해 각자의 상처를 직시하고,
새로운 가족이 되는 묘한 흐름으로 둘의 관계는 나아갑니다.
2. 알고리즘 너드+포스트잇 붙이는 소녀
딸은 엄마가 죽은 사고의 인과관계를 거슬러가다 본인이 찾아낼 수 있는 최초의 사건인 자전거분실 때문이란 결론에 자책하게 됩니다.
이 때 누구보다 자신의 실수를 자책하며 이짓거리를 해봤을...
또한 누구보다 알고리즘 잘알인 오토는 딸에게 이런짓이 무의미함을 이야기해줍니다.
이 끔찍한 일은 너의 손을 벗어난 영역의 것이라고, 네탓이 아니라고 말해주며 그녀를 편안하게 해주네요.
3. 저돌적인 군인+돌파를 못하는 호른 포기자
우리 안면인식 데이터 분석가 아기돼지 에멘탈러는 수치 98.몇?%와 모니터, 케이블에 집착하는 게...
여러 강박증에 걸려있는 듯한 모양새입니다.
호른은 조립하기 매우 복잡한... 엄청 배배 꼬인 관악기로 알고있는데,
아마 그덕에 다른 너드들과 달리 총기 조립도 척척 해냈겠지요.
과거의 트라우마로 호른을 불지 못했던 그에게
마찬가지로 여러 강박적인 성향을 갖고 있음에도,
생각을 비우고 바로 돌진하는 마르쿠스의 모습은 꼭 닮고싶은 거였을 겁니다.
그래서 그는 총을 쏘는 것을 통해 자신의 허들을 넘어보려했으나...
아기돼지의 길은 사람을 죽이는 게 아니죠.
결국 그는 결정적인 순간 총을 쏘지 못한 것땜에 크게 한번 무너진 이후,
다시 찾아온 절체절명의 순간 제대로 갈겨대고!
크리스마스에 그에게서 선물받은 호른을 불어냄으로써 자신의 벽을 허물어냅니다.
4. 자신을 옭아매는 FM가족+마구 튀는 해커
딸의 체중조절부터 시작해 별의별 제약을 다 두는 등
일상생활에도 군기가 바짝 들어있는 군인가족에게,
여기저기 마구 헤집으며 자유롭게 사는 해커는 참 안맞는 조합입니다.
결국 정신과 상담이력 만렙 덕에 상담사 흉내를 낼 수 있던 레나르트에게 괜히 딸을 맡겼다가
오동통한 순대에게 폭식과 콜라를 허하는 대참ㅅㅏ...아니 대축제가!!! ^^ ㅋㅋㅋㅋㅋㅋ
5. 어린시절 학대당한 렌나르트+최근까지 성적학대를 당한 보다시카
맨처음 그 95% 닮은 갱단 동생?네 집에서 묶여있는 보다시카를 봐놓고도 내팽게치고 나온 해커를 보면서
뭐지?? 왜 안풀어줘?? 싶어서 너무 이상했었는데...
알고보니 트라우마 땜에 그냥 도망친거였겠네요.
비슷한 학대를 받은 둘은... 상상도 못할 호의?와 거절을 서로 나누는데 뭔가 참 짠하더란.....
아마도 이둘은 계속 서로를 거울삼아 자신을 마주하며 상처를 보듬어갈 것 같습니다.
6. 엄마가 되어줄 거 같은 보다시카+오동통 순대
참 딱딱하고, 공감력 부족한 아빠와 남자들만 드글거리는 상황에서
딸에게는 심적으로 의지하고 따뜻한 집을 만들어줄 존재가 필요하겠죠.
특히나 이렇게 끔찍하게 힘든 시기에는 신을 찾게되는 경우가 많은데...
가정부 보다시카의 합류는 그녀에게 깊은 공감대와 안정감을 선사해줄 듯 싶습니다.
(왜 이 캐릭터까지 굳이 남성으로 설정했는지는 살짝 이해가 안가긴 합니다만...
혹 여성 캐릭터였다면 학대씬이나 해커와의 공감씬이 불편해졌을까요?)
7. 팔을 잃은 오토, 가족을 껴안다.
자신의 실수로 가족과 한쪽 팔이 불에 탄 오토는,
다른 가족의 아픔을 눈여겨 볼 수 있는 눈을 갖게 되었고,
다사다난?한 사건들을 겪으며 그의 팔로 다른 이들을 껴안아 결국 새로운 가족을 한데 규합하게 됩니다.
이 모든일의 중심에는 오토가 있죠.
참고로 otto는 풍요롭다란 뜻의 독일식 이름이고,
marcus는 마르코란 세례명이기도 하지만 전쟁의 신, 화성을 뜻하는 이름이라는...
만복이와 강철이?같은 이름이랄까...ㅋㅋㅋ
8. 알고리즘 너드들과 아기돼지의 투닥거림
이들의 대화는 제대로 끝까지 이어지는 적이 별로 없습니다.
가족/친구사이란 서로를 너무나 오랫동안 잘 알고있는만큼, 뭐만 얘기하면 자주 듣던거라 지겹기도 하고,
때론 자기말만 하느라 서로 듣지도 않고, 복장도 터지고, 그럼에도 서로의 아픈 내막은 누구보다 잘 알고있습니다.
이들이 대화할 때마다 대환장 쇼가 이어지는데... 그 모습이 참 현실적이고 웃기더군요.
아마 이들 케미가 이루어내는 뻘한 개그코드는 사람마다 반응이 꽤나 갈릴 듯 한데,
전 개인적으로 이부분이 참 좋았습니다.
소통은 복장터지도록 더럽게 잘 안되는데 나름 끈끈한 가족... 저만 공감가나요? ㅋㅋㅋㅋㅋㅋ
[정의의 집행, 복수를 만류하는 영화?]
영화를 다 보고나니.... 왠지 보고싶은(보이는) 것만 보지(믿지)말라고,
그리고 직접 복수하지 말라고 얘기하는 듯 합니다.
오토의 초반 갱단을 향한 추론은 꽤나 설득력이 높았습니다.
이견은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요.
그러나 한가지 방향으로만 생각을 몰아가던 그는...
98.몇이 아닌 95%쯤으로 기준을 내려버리고,
(아마 관객들 모두 아기돼지가 꽉막혔다며 동의했을 듯!ㅋ)
위험한 확증편향에 빠져 진짜 걍 샌드위치를 버렸던 외국 관광객을 갱단두목의 동생으로 착각하는 크나큰 사고를 쳐버리죠.
참고로 오토 말고도 보고싶은 것만 보는 대표적인 인물은 바로 딸의 남친, 시리우스입니다.
이름은 하늘에서 제일 밝게 빛나는 별에서 따왔는데...
자기가 (잘)알고 있다고 믿는 세상, 심리상담 중이란 프레임에 갖혀...
모든일을 참 끝내주게 잘못 조명하고 있는 치기어린 사춘기 소년다운 모습입니다.
(부디 부러진 손꾸락 다 폈기를...ㅜㅜ, 앞으론 제대로 세상을 보고 가리키자!)
주인공 일행은 엄한 사람을 착각해서 갱단을 잔뜩 죽여버렸습니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알고 자신들의 뻘짓에 엄청나게 후회하며 화풀 곳을 잃은 마르쿠스는 크게 무너집니다.
무엇을 위해, 무엇 때문에 이짓을 벌인 걸까요.
한편으론 아마도 죽여? 마땅했을 그 라이더스 오브 저스티스란 갱단은...
착각들 땜에 괜히? 주인공들 손에 죽어버렸습니다.
참으로 묘한 운명과 인연들이 만들어낸 사건이네요.
중국속담에선가,
나를 엄청나게 괴롭힌 누군가가 있어도 직접 앙갚음하려 들지 말고,
나가서 흐르는 강물을 보다보면... 어느날엔가 그의 시체가 둥둥 떠내려오는 걸 볼수 있을것이라는 얘기가 생각납니다.
왠지 이 영화에 찰떡인 속담같더라는...
누군가의 빌런이자 엄하게 둥둥 떠내려온 시체들?인 갱단의 이름, 정의의 기수?들로 제목을 삼은 것도 참 오묘하군요. ㅎㅎㅎ
이 영화는 복수를 정의로 삼지 말라고,
모든 일에는 이해할 수 없는 거대한 신의 알고리즘이 있으니,
그저... 사람과 사람이 만나 상처를 보듬어주라고 이야기하는 듯 합니다.
(어쩌면 이조차 저의 편협한 시각으로 이영화를 오해한 걸지도...ㅋ)
Nashi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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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스 토마스 얀센 영화를 좋아해서 국내 '정식개봉' 한 게 반가웠는데 감독의 전작들과 비슷한 정서를 공유하고 있어서 좋았습니다.
gv에서 이 감독의 특징이 가족에게 상처받은 남자들이 유사 가족을 이루는거라고 하셨는데 (주로 중년 남성 4~5명) 그래서 보다시카도 남성이었던 거 아닐까요. 딸은 한 명이면 충분하니
한명 정도는 여성캐릭 넣어도 될거 같았는데... 감독 성향이었군요. ㅎㅎ
소통능력이 약간 덜떨어지는? 중년남성들에 대한 애잔함을 갖고있는 듯 했습니다. ㅋ ^^;;
전혀 다른 영화더군요. 근데 너무 재미지게 잘 봤네요. 너무나도 신선신선
캐릭터의 합을 잘 짰더라구요. ^^
죄다 나름의 매력과 의미가 있더라는...
중국속담 저도 라오저보면서 떠오르더라구요. 뭐든 주관적폭력은 구조적폭력 아래 관측이 될뿐 본질적 원인은 아니기때문에 복수해봤자 끝은 허무뿐인것 같아요. 글 잘 읽었습니다
여러모로 심정은 공감하나... 복수가 답은 아니겠지요.
무식한 공돌이는 범접못할....
근데 저도 이과감성 충만한 (건축)공돌이랍니다. 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