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트로커] 고통에 봉인된, 혹은 고통을 봉인한 자들의 6가지 시퀀스 (스포, 스티븐킴님 나눔)
스티븐킴님의 익무예매 나눔으로 허트로커 보고 온 후기입니다.
(지방엔 상영관이 많이 열리지 않았나보군요. ㅠㅠ)
최근 재개봉작이 많아지길래 별관에 걸어줬음 하는 전쟁영화들 꼽으며 [밀덕시리즈] 작성했었는데...
그때 허트로커에 빨간색으로 밑줄 쫙!! 쳐놨었더랬죠. :)
근데 드디어!! 소원 성취했습니다! +_+ ㅎㅎㅎ
허트 로커(Hurt Locker), 말그대로 고통 속에 갇힌 채 살아가는 이라크의 군인들 이야기입니다.
엘드리지는 그나마 군의관에게 상담도 받으며 죽음의 공포를 밖으로 조금씩 분출하는 편이고,
샌본은 나름 가장 이상적으로 냉철하게 고통을 회피/처리하는 듯 보입니다.
그러나 실제론 자기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상사를 사고사인 것처럼 죽일 생각을 할정도로 곪아있죠.
그도 결국 조끼폭탄 사건 후, 자신의 고통을 솔직하게 마주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문제적 인간 윌(윌리엄) 제임스,
그는 자기 목숨따윈 안중에도 없는 듯 폭발물 앞에서 방호복을 다 벗어던지는 등 마치 공포를 모르는 인간처럼 굽니다.
오히려 고통을 단단하게 봉인한 사람으로 보이죠.
그러나 DVD 소년(인줄 알았던) 시체사건에 돌발행동을 하고, 이후 소년을 외면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
고통에 깊이 잠식당해 현실도피를 하는 걸지도...
아마도 엘드리지가 욕을 퍼부은 "아드레날린 중독자" 란 표현처럼,
또 앞서 인트로에 나온 "전쟁은 마약"이란 얘기처럼 고통을 잠궈둔 것 같지만 가장 깊이 잠겨있는 사람인 듯 합니다.
[맨처음 톰슨 중사의 폭탄 시퀀스]
로봇 덕에 뭔가 간단한 일 같아보이면서도 불안감이 엄습하는 폭탄 해체의 상황,
의심되는 누군가를 죽이는 판단을 동료가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된다면 그 결과는...
방호복을 입었다 하더라도 파편에 맞아 헬멧 안에서 피가 팍 터져버립니다.
전쟁이란 게 어떤 것인지 바로 와닿게 만드는 도입부지요.
(거의 유일?하게 두근거리는 사운드가 입혀진 걸 느낀 시퀀스이기도 합니다)
[안개 속 의심을 마주한 뭉탱이 폭탄]
적군 뿐 아니라 아군의 시야마저 가려버린 연막탄의 안개 속, 누가 봐도 의심되는 질주하는 택시
새로온 제임스 중사는 동료와의 소통을 무시하면서도 모든 의심의 위기를 넘긴 채
능수능란하게 폭탄 뭉탱이를 해체합니다.
하나인 줄 알았으나 고구마 줄기처럼 여러개가 이어져 나오는 폭탄들은
걷어내고 또 걷어내도 끊임없이 피어오르는 전쟁을 표현한 게 아닐런지...
[자동차 트렁크 폭탄]
킬존이 가늠안될 정도로 엄청난 양의 폭탄들과 시간이 지날수록 경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점차 늘어가는 구경꾼들...
판단의 정확성과 속도, 그리고 뚝심?이 얼마나 어렵고 또 중요한 일인지 알려주는 듯 합니다.
제임스는 샌본의 잔소리?가 들리는 헤드셋을 벗어던진채 본인의 판단을 밀어붙이고,
저또한 해결의 기미는 안보이면서 점차 옥죄어오는 상황들에 샌본의 말처럼 차라리 포기하고 빨리 나오길 바랄 뿐이지만
운좋게도? 그는 자신의 고집을 밀어붙인 결과, 해체에 성공하죠.
(영화에선 다행이었지만 현실에선 과연 잘내린 판단이라 할 수 있을지...)
[사막에서의 대치]
적군인지 아군인지 분간이 안되는 상황...
샌본은 자꾸만 위험한 상황을 만드는 상사 제임스를 죽여버릴까?란 생각을 하기도 하고,
해체반은 사막에서 만난 현상금 사냥꾼 용병을 자칫 죽일 뻔 하기도 합니다.
시야가 흐릿 해진 뜨거운 사막에서 몸을 숨긴채 저격으로 헤쳐나가야하는 상황,
적이 어디에 있는지, 혹 염소 떼인지 사람인지, 누군가 남아있는지 파악하기 어려운 가운데...
제임스는 샌본과 엘드리지를 다독이며 이들의 좋은 판단을 이끌어내 위기를 넘깁니다.
[소년의 시체 속 인간폭탄]
유일하게 제임스가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며 친밀한 관계를 맺었던 DVD 소년...
쳐들어간 폭탄제조 본거지에는 그 소년(으로 착각한)의 시체 속에 폭탄이 들어있고,
포기하기로 했다가도 미련을 버리지 못한 그는 소년의 뱃속을 헤집은 뒤 시신을 거두어주고
분노에 휩싸여 무리한 수색작전을 펼칩니다.
동료를 위험에 빠뜨리기도 하고, 사복입고 홀로 이탈해 가정집을 들쑤셔서 복귀할 때 본인이 위험에 빠지기도 하죠.
다시만난 DVD소년을 멀리하는 제임스는 아마 한단계 더 깊숙한 곳으로 잠겨들어갔을지도....
[폭탄조끼를 두른 이라크인의 폭발]
광장에 자살테러리스트인지 인간폭탄인지 헷갈리는 시한폭탄 조끼를 두른 이라크인,
그는 가족이 있다며, 아이가 넷이나 있다며 끊임없이 도움을 호소하고
모두들 만류하는 가운데 제임스는 어떻게든 폭탄을 해체하려 하지만....
결국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순간 중도포기 하고, 폭발의 충격에 날아간뒤 하늘에 날리는 연을 바라봅니다.
이후 감독은 얼굴이 잔뜩 긁힌 제임스와 샌본을 잔뜩 클로즈업하는데...
샌본은 봉인이 해제된 듯 처음으로 죽음의 두려움과 미래의 삶에 대한 애착을 드러내고, 제임스는 그저 말없이 듣고있죠.
이후 본국으로 복귀한 그의 짧은 일상의 단편들 속에서 그는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것 마냥 얼이 빠져있습니다.
[다시금 전장으로 복귀한 그의 뒷모습]
방호복을 입고 걸어가는 그의 뒷모습 위로 복귀 365일 전이라는 자막이 뜨는데... 과연 그는 1년뒤 무사히 복귀할 수 있을까요?
왠지 여기에서 죽지않고 살아남는다 하더라도 이미 강하게 붙잡혀있는 듯한 그의 모습은
관객들로 하여금 언젠가 전장에서 최후를 맞이할 때까지 그는 멈출 수 없으리라 예상하게 만드는 대단한 결말입니다.
전 개인적으로 6개의 폭탄/전투 시퀀스는 요런 역할이었다고 느꼈습니다.
⦁ 1폭탄 : 쉽게보면 안될, 죽음이 코앞인 전쟁
⦁ 2폭탄 : 안개속 고구마줄기처럼 이어진 전쟁
⦁ 3폭탄 : 판단력의 속도, 정확성이 좌우하는 전쟁
⦁ 4전투 : 아군&적군 피아식별이 어려운 전쟁
⦁ 5폭탄 : 인간성을 눌러야 덜괴로운 전쟁
⦁ 6폭탄 : 미래 삶에 대한 애착으로 힘겨운 전쟁
이 영화, 총격이 난무하지 않음에도 호흡 하나하나를 조심하도록 만드는... 긴장감을 정말 잘 표현한 수작이지요.
모골이 송연해지고, 심장이 쪼여오며, 두근두근 맥박뛰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은 아드레날린을 온몸으로 느끼고픈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
10년전엔 한참 정신없이 바쁠때라 극장에서 못보고 나중에 집에서 찾아보면서 엄청나게 후회했건만...
이번에 4K(용산 15관)로 볼수 있어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어헝엉.... ㅜㅜ
(저는 전쟁영화에 중독된 걸지도. ㅎㅎ)
+다른 전쟁영화들도 또 재개봉하겠죠? 영화관 관계자님들 부디 라일구 좀...ㅜㅜ
+(별★관추천) 해외 밀리터리 영화 모음은 요기요기!
https://extmovie.com/movietalk/61320996
+극장에서 너무나 보고팠던 허트로커, 아쉽게도 근처에 상영관이 없어 못보게되어 나눔주신 스티븐님께 위로와 감사를 전합니다.
Nashira
추천인 7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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