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리 맥과이어>(1997), 이 영화가 채워주는 우리 삶의 무언가

톰 크루즈 하면 액션 영화들부터 온통 머릿속에 떠오른다. 그 이전에 다른 장르의 작품들도 많은데. 1996년작 <제리 맥과이어>도 놓칠 수 없다. 어릴 적 보고 오랜만에 다시 봤다. 너무 오래전이라 사실상 처음으로 감상하는 느낌이 들어 마치 톰 크루즈의 멜로 최신작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다.
잘나가던 스포츠 에이전시의 제리(톰 크루즈)는 어느 날 하루 돈만 좇는 자신의 모습에 회의감을 느끼고 회사에 이익에 반하는 제안서를 작성했다가 하루아침 실직자 신세가 된다. 자신의 제안서를 읽고 유일하게 마음이 동한 도로시(르네 젤위거)와 함께 나와 새로운 회사를 시작하려 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 영화는 스포츠 에이전시 업계의 명암을 깊게 파고드는 스포츠 드라마가 아니다. 메인 장르가 로맨스다. 그 중심에는 도로시가 있다. 그녀는 꼬마 남자아이가 있는 이혼한 여자고, 정기적으로 이혼 여성 모임을 가지는 친언니와 함께 살고 있다. 도로시는 자신의 심장을 뛰게 한 제리의 제안서를 읽고 그와 함께 회사를 나왔다. 물론 그 제안서 이전 제리를 처음 보는 순간부터 이미 심장은 뛰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실업자에 막 파혼까지 한 제리. 도로시가 그런 남자에게 이성적 감정을 갖는 것은 친언니 입장에선 천인공노할 일처럼 느껴지고 냉담한 태도를 취한다. 하지만 친언니는 결국 친언니다. 입으로는 투덜거리면서 동생이 원하는 길을 퉁명스럽게 닦아주는 츤데레한 모습이 귀엽다.
실업에 파혼을 겪은 남자의 정신 상태가 멀쩡하다면 더 이상할 것이다. "저 남자 손만 내밀면 물불 안 가리고 덤빌 것 같다."라고 하는 친언니의 말이 맞다. 그럼에도 도로시는 제리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믿는다. 제리는 내면의 폭풍 속에서도 결단에 결단을 내리며 도로시와 함께 나아간다. 힘겹게 행복하다. 누구나 자신이 타인에게 비치길 바라는 모습과 진짜 자신의 모습의 괴리를 인정하는 것은 어렵다. 더 어려운 것은 먼저 그 괴리를 발견하는 것이다.
상대방이 너무나도 좋은 사람임을 잘 알고 친구 이상의 이성적 감정을 느끼지만 그렇다고 평생을 같이 하고 싶은지 확신은 없을 때, 배려심이 많은 그녀는 그 감정을 이해하고 부담 주지 않기 위해 먼저 떠나려 한다. 바로 이때, 좋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본능. 즉, 타인에게 비치길 바라는 자신의 모습이 헐크처럼 몸밖으로 비집고 나오는 것을 막을 수 있을까? 용을 쓰고 막든 안 막든 어찌 됐든 간에 선택은 해야 한다. 후회 덜 할 선택을.
<제리 맥과이어>는 20년이 지난 지금 감상해도 전혀 촌스럽지 않다. 물론 이야기를 연결함에 세심함은 다소 부족해 보이지만 상업 영화임을 감안하면 훌륭하다. 전반적으로 유쾌하고 극적 순간도 많지만 가볍게 다루지 않고 무엇보다 진정성이 있다. 배우들 덕이다. 젊은 르넬 젤위거와 톰 크루즈를 만나는 것도 반갑다. 특히, 젊은 톰의 생기 넘치는 팔팔한 연기가 이야기의 가장 큰 활력소다.
로맨스 영화이지만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을 꼽으라면 제리가 퇴사하는 날의 장면을 꼽겠다. 절박한 심정으로 "Show me the money!", "I love black people!" 외치다 결국 실패하고 자신의 짐을 챙겨 나온다. 100명이 넘는 직원이 모여있는 사무실 로비에서 자신과 함께 진정성 있는 새로운 회사를 차리자고 일장 연설을 한다. 파김치가 된 모습으로 말이다. 100명의 냉소적 시선 아래 발악하는 한 남자의 절박한 심정과 진심을 카메라에 잘 담아냈다. 그 장면이 멋있지 않아서 좋았다. 하지만 마음을 움직이는 무언가가 있었다.
나 또한 그 자리에 있었더라도 그의 연설을 듣고 엉덩이는 들썩일언정 일어설 용기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 중에서 누군가는 또 나처럼 마음이 조금 움직였을 것이다. 뭐. 그 정도면 충분하다. 그 정도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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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큐 로맨틱 한 스푼 열리자마자 주말에 봤는대
너무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처음보는 느낌으로 관림했네요
너무 좋은 영화 였어요







DVD세계로 인도한 영화입니다.^^
르네젤위거도 너무 사랑스러웠고 탐형도 멋졌어요~

얼마전 우연히 다시 보는데 군데군데 웃음 코드에서도 역시 이 영화는 로맨스지라는 생각에 무척 반갑더군요.



저도 본지 오래돼서 다시 보면 느낌 새로울 것 같네요.
르네 젤위거 정말 예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