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지금 시국에 맞는 한국형 레트로풍 판타지
역시나 아버지 모시고 보게 된 영화입니다.
저 혼자라면 안봤을 건데 이렇게 보게 되는 영화가 너무 많네요 ㅋㅋ
보고 나서 이 영화의 관람을 망설이는 주변 사람들에게
'90년대에 두산이 사고친 걸 가지고 롯데가 삼성을 까는 굉장한 영화' 라고 하면서
고아성 배우 머리 염색만 제외하면 레트로 영화로 한 번은 볼만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코로나 시국을 예상하고 만든 건 아니지만, 지금 상황에 개봉한 것도 용기있는 일이니까요.
늘 그렇듯 티켓 아래부터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이 있습니다.
한편 이 영화의 최대 단점은..
(GUESS - 랄라베어 콜라보라 참지 못하고 사버렸던 민트 티셔츠)
1991년 낙동강 페놀 유출 사건의 주체를 정확히 알고 있는 분이면
이 영화에 몰입이 안된다는 점입니다.
두산이 저 귀여운 랄라베어도 포기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였죠.
작중의 삼진그룹은 그 대기업으로 묘사됩니다.
작중 나오는 회장은 두산 당시 박용곤 회장이랑은 전~혀 안 닮았죠.
하필이면 삼성 협력사 중에 삼진전자(스마트 TV 리모콘 부품 위탁생산)가 있기 때문에 딱 헷갈리기 좋습니다.
그리고 배경을 95년으로 옮긴 만큼 외국계 자본이 국내 굴지의 대기업을 집어삼키려는 모습까지 함께합니다.
저도 사실 어? 왜 이야기가 이렇게 흘러가냐 당황했으니까요.
개인적으로는 삼인방이 타일러의 도움으로 시민단체와 연계해서 회사와 싸워나갈 줄 알았거든요.
CGV 에그지수에서 깨진 에그를 보면 '양키고홈'같은 반미감정이 갑자기 왜 나오냐는 평이 꽤 있는데,
두산그룹 페놀 유출 사건에 IMF와 론스타게이트까지 엮어서 그림을 만들어볼려던 시도는
이런 반응을 보면 무리수가 아니었나 싶어요.
클라이맥스에서 결말까지 달려가는 과정이 판타지로 지적받는 이유기도 하구요.
실화에서 페놀 사건은 영화보다 규모가 크고 심각했습니다.
공장은 구미시에 있었구요.
영화처럼 농촌 지역이 아니라 대구광역시의 취수장에 페놀이 흘러들어서 사건이 엄청 커졌죠.
'페놀 아줌마'를 중심으로 대구 시민들이 나서서 시민단체를 결성하고
OB맥주 불매운동 및 관련 조사요구에 나섰습니다.
이 정도가 아니었으면 두산 회장이 물러나는 일은 없었겠지요.
환경부 장관 2명이나 '배출'한 악명 높은 '낙동강 페놀사건'이란
https://news.joins.com/article/21655638
이 기사를 읽어보시면 좋습니다.
실화는 페놀 유출 양과 조사 기간 정도만 따온 것으로 보이구요.
코로나 시국이 아니었다면 이 영화가 어떤 평가를 받았을지 궁금해지는 부분이긴 합니다.
실화바탕 영화로는 <다크 워터스>와 여러모로 비슷한 면이 있는데,
삼토반은 당시 회사 안 약자인 여성간의 유대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며 좌절하다가 모든 구성원의 각성과 연대로 해피엔딩을 맞이하는
한국형 레트로풍 판타지의 길을 열었다고 봐도 좋겠네요.
한편으로는 당시 시대상으로 이런 일은 절대로 일어날 수 없었다는 게 이 영화를 슬프게 만듭니다.
실제로는 다크 워터스보단 덜하지만 역시나 새드엔딩이었습니다만
두산그룹이 이 이후로 계속 헛발질만 해대서
지금은 야구단 두산 베어스를 파네 마네 소리가 나올 정도이니
업보는 세게 받고 있다 생각합니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세 배우 간의 케미가 정말 좋고
코로나 상황을 전제로 만든 건 아니지만 지금같은 상황에 카타르시스를 줄 수 있는 전개,
(<담쟁이> 보고 나서 어이터졌던 건 상쇄되더군요)
그리고 지금같이 손익분기점도 넘기기 힘들지 모르는 가운데 개봉한 건 높게 살만한 영화입니다.
요즘 한국 영화가 쉽게 빠져드는
'뭘 좋아할 지 몰라서 다 준비해 봤어, 근데 수습이 안 되니까 어떻게든 결말은 내 볼게'
에 이 영화도 해당하는 게 아쉽지만..
감독님이 너무 무겁지 않은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면서 클라이막스 전개를 이렇게 했다고 인터뷰하셨더군요.
실화는 어디까지나 배경에 불과했던 게 아쉽지만
결과적으로는 이 영화를 보고 통쾌함을 느끼시는 분들이 많으니 성공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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